아무런 것도 없었다. 단지 지금의 저 말이 전부. 그렇게 말이 적은 편도 아니었으면서... 이런 때에는 그렇게 말을 아껴야만 했던 거니. 만난 지 한 시간의 흐름동안 아무런 말도 없더니.. 결국에는 이런 말을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였던 거니.
그는 그녀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보려고 했다. 하지만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물론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기는 했지만, 결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는 날씨가 꽤나 화창했었는데.. 갑자기 소나기라도 퍼붓기 시작한 것일까?
그의 눈에는 오랜 시간 호숫가에 띄어져 있다 막 가라앉기 시작한 조그만 종이배처럼 흐릿해져만 가는 세상의 모습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를 떠나갔다.
그는 정확히 헤어짐의 이유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걸음을 내딛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 나에게 이런 가혹한 말을 하느냐는... 그런.. 그런 정말이지 간단한 말들조차 그는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지금의 모든 것들이 그는 두려웠으니까. 그녀로부터 자신의 그 어떤 것이든 좋아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는 말을 듣는 것이.. 그녀가 그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는 것을 듣게 되는 것이..
정말이지 가슴 시리도록 두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공포라는 단어에는 오금을 저려야만 했던 그로써 그 전에의 여름날 보았던 최고의 공포영화가 주었던 공포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그때의 보았던 공포영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영화.. 꽤나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 와서.. 이런 꼴을 당하고서.. 이런 유치한 생각이나 하다니.. 왜 이런 때에 그런 생각이 나는 것인지..
하지만 조금 지나서 그는 그것에 대한 이유를 알아 낼 수 있었다.
그래.. 그때의 영화는.. 그때의 공포는..
그때에 느꼈던 공포는 그녀가 꽤나 열심히 떨고 있던 나의 손을 잡아주어 가까스로 이겨낼 수 있었던 공포였다. 그녀의 도움으로 내가 벗어날 수 있었던 공포였다.
하지만.. 지금의 공포는 그녀가 도움을 줄 수 없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강한 공포였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익숙한 향기.. 그녀의 샴푸 향과 비슷한 향기가 실려 왔다. 그저 바람이 불어왔을 뿐인데..
오늘, 그의 날씨. [소나기]
- 오늘, 그의 날씨. [소나기]
“우리... 그만 헤어지자.”
아무런 것도 없었다. 단지 지금의 저 말이 전부. 그렇게 말이 적은 편도 아니었으면서... 이런 때에는 그렇게 말을 아껴야만 했던 거니. 만난 지 한 시간의 흐름동안 아무런 말도 없더니.. 결국에는 이런 말을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였던 거니.
그는 그녀를 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보려고 했다. 하지만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물론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기는 했지만, 결코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는 날씨가 꽤나 화창했었는데.. 갑자기 소나기라도 퍼붓기 시작한 것일까?
그의 눈에는 오랜 시간 호숫가에 띄어져 있다 막 가라앉기 시작한 조그만 종이배처럼 흐릿해져만 가는 세상의 모습뿐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를 떠나갔다.
그는 정확히 헤어짐의 이유도 알지 못했다. 그녀가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걸음을 내딛는 순간까지도 아무런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왜 나에게 이런 가혹한 말을 하느냐는... 그런.. 그런 정말이지 간단한 말들조차 그는 할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지금의 모든 것들이 그는 두려웠으니까. 그녀로부터 자신의 그 어떤 것이든 좋아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는 말을 듣는 것이.. 그녀가 그를 더 이상 생각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는 것을 듣게 되는 것이..
정말이지 가슴 시리도록 두려웠다.
어렸을 때부터 선천적으로 공포라는 단어에는 오금을 저려야만 했던 그로써 그 전에의 여름날 보았던 최고의 공포영화가 주었던 공포와는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그때의 보았던 공포영화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영화.. 꽤나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 와서.. 이런 꼴을 당하고서.. 이런 유치한 생각이나 하다니.. 왜 이런 때에 그런 생각이 나는 것인지..
하지만 조금 지나서 그는 그것에 대한 이유를 알아 낼 수 있었다.
그래.. 그때의 영화는.. 그때의 공포는..
그때에 느꼈던 공포는 그녀가 꽤나 열심히 떨고 있던 나의 손을 잡아주어 가까스로 이겨낼 수 있었던 공포였다. 그녀의 도움으로 내가 벗어날 수 있었던 공포였다.
하지만.. 지금의 공포는 그녀가 도움을 줄 수 없는 정말 세상에서 제일 강한 공포였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온다. 그리고 익숙한 향기.. 그녀의 샴푸 향과 비슷한 향기가 실려 왔다. 그저 바람이 불어왔을 뿐인데..
그의 입속으로 짭짤한 무언가가 흘러들어 옴과 동시에 볼이 꽤나 간지러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