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 신 감독이 K리그에 던지는 메시지

장민석200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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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신 감독이 K리그에 던지는 메시지

‘시민의 구단’ 대전시티즌이 새 식구를 맞았습니다. ‘고독한 하지만 따뜻한 승부사’ 김호 감독(63)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습니다. 2003년을 끝으로 수원을 떠났으니 4년간의 공백기를 딛고 K리그로 복귀하는 셈입니다. 누구보다도 K리그를 아끼는 김호 감독의 귀환이라 참으로 반갑습니다. 안타까운 일들로 가슴앓이를 했던 대전이 이를 계기로 팀을 추슬렀으면 합니다.

 

소식을 듣고는 기대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립니다. 6,70년대 한국축구 수비를 대표한 스타플레이어 출신 때문만은 아닙니다. 2002월드컵을 논외로 한다면 가장 재미있었고 또 안타까웠던 94미국월드컵의 명승부를 이끈 지도자이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수원삼성 창단 감독으로 9년 여 동안 들어올린 13개의 국내외 우승 트로피를 떠올려서만도 아닙니다.

 

이어지는 고대는 비단 성적이 아닌 김호 감독의 비전과 메시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 포백시스템과 김호의 아이들

김호 감독은 누구보다도 ‘변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스스로 변화하고 노력해야 K리그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성적과 결과를 위해 변화하는 것이 아닌 변화 그 자체와 과정이 중요하고 이럴 때 자연스레 희망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다는 지론입니다. 오늘보다는 내일에 투자해야 한다고 합니다.

 

축구스타일과 선수구성으로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상위권에 들기 위해 익숙한 전술과 선수들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초기엔 다소 시행착오를 겪더라고 앞선 세계축구의 흐름을 도입하고 긴 호흡에서 묵묵히 밀고나가는 뚝심이 필요합니다. 또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발굴, 육성해 클럽운영의 중장기 발전 동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프로팀에겐 성적 못지않게 클럽의 운영과 비전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수원에서의 자취가 그러했습니다.

 

90년대 당시 포백시스템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김호의 아이들’로 호명될 만큼 유망한 젊은 선수 발굴과 육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두현, 조병국, 손대호(이상 성남) 이종민(울산) 조성환(포항) 권집(전북) 조재진(시미즈) 이강진(부산) 박주성, 남궁웅(이상 수원) 등이 김호 감독과 인연의 끈을 맺었던 선수들입니다.

 

>>> “감독님 혹 유럽축구 팬이세요”

김호 감독의 재임 시절 수원 클럽 하우스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문 밖 복도에 선수 몇몇이 서 있었습니다. 김호 감독과 선수들의 대화가 오갔습니다. (김호 감독)“어제 새벽에 한 유럽 챔피언스리그 봤나?” (선수들)“피곤해서요...” (김호 감독)“그래. 나중에 시간나면 녹화한 거 줄테니까 챙겨봐라. 재밌더라.”

 

선수들이 돌아간 뒤 호기심 어리게 물었습니다. “감독님 혹 유럽축구 팬이세요.(웃음)” 김호 감독의 대답에 뒷머리를 쓸어내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럽축구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K리그를 아끼기 때문에 유럽축구를 관심 있게 지켜봅니다. 배워야지요. 그래야 넘어설 수 있습니다.”

 

때문이었을까요. 당시 김호 감독의 축구는 틀을 깨는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허리를 거쳐 나아가는 짧은 패싱 게임, 풀백의 오버래핑과 미드필더의 커버링, 영건들의 등장과 돌풍 등 김호 감독의 축구에는 ‘재밌는’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습니다.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의 여운을 간직한 부천과의 맞대결은 특히나 축구팬들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매치업이기도 했습니다. 참 재밌게 본 경기들 중 하나였습니다. 그 때를 떠올리니 부천의 연고이전과 변화가 새삼 안타까워집니다. 또 당시와 견줘 상대적으로 유망주의 발굴과 중용에 소극적인 K리그의 현실이 못내 아쉽습니다.

 

대전의 4대 감독으로 선임된 김호 감독에 대한 기대가 바로 이러한 틀을 깨는 신선한 도전일 것입니다. 쉽지 않은 과제이고 요구입니다. 하지만 K리그와 대전을 위해 꼭 필요한 노력이겠지요. 더디 가더라도 나아갔던 것처럼 다시금 그 모습 바라고 있습니다.

 

>>> 서로 다른 개성의 K리그

김호 감독이 대전 사령탑으로 던진 첫 번째 메시지 역시 미래와 희망입니다. 김호 감독은 우선 팀 분위기를 추스르고 난 뒤 긴 안목에서 팀을 운영해 나갈 수 있는 토대 마련에 나설 구상입니다. 대전의 인재풀을 만들 계획입니다. 아직 갖추지 못한 2군 등 유스팀 조직을 구상 중입니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물적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한편으론 대전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 참입니다. 그 무엇은 고유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똑 같은 목표와 모습의 14개 구단이 아닌 서로 다른 개성의 구단들이 모여 만드는 다채로운 K리그를 지향합니다.

 

시즌 중반 지휘봉을 넘겨받은 감독에게 당장 성적을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사반세기 동안 지도자로 후학을 가르친 김호 감독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허나 평소 생각처럼 변모하다보면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하나 쉬운 일 없습니다. 하지만 든든한 ‘배경’이 있기에 자신합니다.

 

재정과 인선 등 안팎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대전시티즌은 ‘축구특별시’라 불릴 만큼 뜨거운 축구열기를 간직한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서도 공 대신 희망을 차는 선수들의 열정이 여느 팀보다 넘칩니다. 김호 감독이 창조적인 도전과 중장기적인 비전으로 팀을 이끌 수 있는 든든한 밑천인 것입니다.

 

>>> 허리 굽은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

대전의 감독선임위원회에 참석한 지인에게 들으니 김호 감독의 막판 고심이 컸다고 합니다. 후배들에게 돌아갈 자리라는 생각에 쉽게 감독 제안을 수락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역전의 명장들의 지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수 십 년간의 지도 노하우와 안목을 받아낼 수 있는 그릇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축구와 인생에 숱한 물음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연령별 청소년대표팀 감독이나 국가대표팀을 지원하는 자문그룹으로의 활동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누구에게 어느 역할을 맡기느냐는 다른 차원의 고민입니다. 중요한 것은 배우고 교감하는 것이겠지요.

 

98월드컵 프랑스 우승의 주역 에메 자케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티에리 앙리를 배출한 프랑스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인 클레르퐁텐 센터장으로 부임, 유망주를 발굴하는 일에 힘을 기울이던 모습이 남다르게 느껴진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고희(古稀)를 넘긴 나이에도 현장에서 후학을 가르친 브라질의 마리오 자갈로, 잉글랜드의 바비 롭슨, 스페인의 라우레아노 루이스 등의 열정과 현실이 우리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아쉬움을 키웠습니다.

 

허리 굽은 소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습니다. 어느 조직이건 건강하려면 신구의 조화가 적절해야 합니다. 젊은 패기 못지않게 경험과 지혜 또한 중요합니다. 선수단의 이상적인 평균연령을 27세 전후로 보는 것과 다르지 않은 이유 때문입니다.

 

8월8일 재개하는 K리그가 기다려집니다. 김호 감독의 등장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로 인해 파장할 변화, 경쟁 그리고 도전의 호흡이 벌써부터 가슴을 뛰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