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동안... 7 - Sorry -

진태우200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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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햐~... 아가씨... 아닌가? 내 딸 정도 되나? 햐~... 여기 술집에선 이런 아가씨도 있나...? 아가씨 어때? 2차? 3차? 돈은 걱정하지 말고.. 하하"

취해도 보통 취한 것이 아니다.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가을이에게 치근덕거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부딛힌 건 죄송한데요. 얘는 제 여자친구거든요..."

"머? 이 새X, 뭐라는 거냐? 야, 넌 그냥 가서 술이나 가져와... 어이 아가씨~"

가을이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지 그저 뒤에 숨어서 아저씨한테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아저씨! 경찰 부를거에요!"

"아 이 새X가 손님한테 그게 무슨 사가지 없는 말버릇이야?"

아저씨가 주먹을 드는 걸로 보였고, 난 이만큼이나 술 취한 사람이 때려봤자 얼마나 아프겠냐는 커다란 착각을 한 채 머리를 맞아줬다.

그런데 거기까진 기억이 나는 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병원이더라.

알고보니 그 아저씨가 주먹으로 내려친 게 아니라 이상한 뭔가를 들고 쳤다고 하는 데 그 덕에 머리에 몇바늘 꿰멨다고 들었다.

가을이가 옆에 있었다. 첫만남부터 뭐가 이상하게 꼬여서 가을이가 울었는 데...

난 정말 나쁜 남자였던 거 같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몇 번을 울렸으니...

그 와중에도 속으로 생각한 것은 어색하게 여관이나 모텔에 가지 않게 돼서 좋았고, 그렇다고 밤새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못할 짓인데 병원에라도 누워있으니 이게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고 안심했던 것이다.

"오빠, 괜찮아? 아프지 않아?"

"응? 괜찮아 괜찮아. 울지마, 이젠 괜찮으니까. 왠지 졸린 거 같아..."

정말 졸렸다. 왠지 모르겠지만 눈을 살짝 감았던 거 같은 데 눈을 떴을 땐 가을이의 두 눈이 퉁퉁 부어서 말이 아니었다.

"가을아, 너 눈이 왜 그래?"

"오빠가... 졸린다고 하더니 숨도 안쉬고 눈을 감고 있어서...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어?"

숨소리만 안냈을 뿐, 숨은 쉬고 있었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을이는 정말 민감한 애였구나 싶지만, 그 때는 그 모습이 왜 그렇게도 가슴 설레이며 사랑스럽게 보였는 지...

크리스마스 때... 눈이 내렸었던가? 안내렸으면 어떻겠나. 가을이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은 충분했다.

그 이상을 바란다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꿰멘 상처 때문에 뭔가를 머리에 뒤집어 쓰기는 했지만 그래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에 쓰여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오빠, 그거 쓰니까 꼭... 범죄자 같애 하하"

아직 눈이 퉁퉁 부은 채로 가을이가 농담하면서 웃었다.

연락하고 지내면서 처음 만났으면서도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나는 유머감각도 빵점이었던 탓에 가을이를 즐겁게 해주지 못한 채 다시 경상도로 내려와야 했다.

버스 안에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쉬지 않고 문자를 주고 받았다.

왠만하면 통화를 하고 싶었는 데, 다음에 만날 것을 생각하면 돈을 조금은 아껴둬야 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 2000년이 되고, 나는 대학생이 되고 가을이는 고등학생이 되는 해였다.

3살 차이라는 것이 학력에서는 좀처럼 가까워 질 수 없는 것 같았다.

"야, 너 그 여자애랑 사귀고 있는 거야?"

"아니... 아직... 사귀자고 말을 못하겠어... 차이면 어쩌지?"

"에이, 내가 볼 땐 안차여. 나이팅게일 효과라고 병간호하면서 여자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

그런가... 친구의 말을 듣고 나는 가을이에게 사귀자고 말할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때가 2000년 1월 언제쯤이었을 거다.

"가을아, 오빤데 우리 사귈까?"

"그게... 아직 전에 헤어졌던 그 애도 못잊었고... 크리스마스 때 그 때 말했으면 사겼을 텐데... 조금은 오빠가 늦은 거 같아... 미안해..."

"아...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그냥 오늘 오빠가 말했던 거 잊어버리고 평소 같이 지내."

차였다.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그 날로부터 며칠이나 지났을까?

가을이와 통화하던 중에 가을이가 얘기를 했다.

"오빠, 어제 오빠 꿈을 꿨어. 오빠가 나 사랑한다고 말은 하면서 내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다면서 멀리 떠난데."

"그저 꿈일 뿐이야. 그런 일 없어. 솔직히 아직도 너를 좋아하는 건 사실인데, 네가 싫어한다는 데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잖아."

"오빠, 그래서 말인데... 그 꿈을 꾸고 난 뒤로 그 애도 이젠 생각도 나지 않고, 오빠만 생각나.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내가 오빠를 좋아해서 그런거래."

"친구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음... 괜히 사겼다가 사실은 좋아한 게 아니었다는 걸 알아버리면 헤어져야 하잖아. 조금만 더 시간을 갖고 생각해봐. 알았지?"

아... 이런... 난 왜 이 모양인걸까? 가을이가 이번엔 먼저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는 데 나는 왜 거절을 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서로 그런 얘기를 주고 받은 뒤로 휴대폰에 대고 뽀뽀하는 일도 잦아졌고, 가을이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노래도 불러줬다.

그리고 1월 중순이 지나기도 전에 우리 둘은 사귀기로 했다.

하지만 1월이 다 가기도 전에 나는 또 한 번 가을이의 울음 소리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