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없음

박우상2007.07.20
조회25
제목없음

" 귀찮다는데 왜 그래요, 대체? "

" 그러니까 잠깐 시간 좀 내 달라니까 "

" 시간 없어요, 그만 좀 해요 이제! "

" 거 되게 빡빡하게 구네… "

"선배 좋아하지 않는다고 제가 말했죠? 전 좋아하는 사람있어요"

"어쨌든 넌 내게 운명지워졌어. 넌 나를 사랑하게 될거야.

  그리고 내가 널… 지켜줄꺼야."

정말 지겨웠습니다.

하두 외로워 보이기에 조금 잘해준 것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선배는 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착각은 자유라고 하지만 너무나 귀찮게 굴어 짜증이 나고 있었습니다.

" 수업 끝났니? 오늘 날씨 좋은데 어디 바람이나 쐬러갈까? "

" 선배 혼자 쐬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요. 전 오늘 바빠요. "

" 그러지말고 좀 같이 가자. 우리사이에 내숭떨 필요는 없잖아? "

" 선배!!! "

" 나 귀 안먹었어. "

" 제발… 제발 이제 그만 해요! 난 선배가 싫어요. 알겠어요? "

하루이틀도 아니고 정말 지겨웠습니다.

그리고 갈수록 뻔뻔해져서

동기들이 있는 앞에서까지 노골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젠 아예 그 선배가 밉기까지 했습니다.



" 왜 기분 안좋은일 있니? "

" 정말 미치겠어. 오늘도 얼마나 열받게 하던지… 자기야, 자기가 혼좀 내줘. "

" 내가? 난 안돼. "

" 왜? "

" 그 사람 싸이코 기질이 있잖아. 무서워. "

" 어휴… 정말 난 어떡해… "

남자친구에게 하소연을 해봐도 소용없었습니다.

아니 그 누구에게 말을 해도 다들 그 선배를 무섭다고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대체 뭐가 무섭다고 그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회식이 있었습니다.

다같이 술을 마시면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그 선배는 단체생활은 질색이었기 때문에 회식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선배가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전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회식이 끝나고 기숙사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뒤에서 따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 무서워서 막 뛰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제 팔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무서워 소리를 지르려고 하는데,

또다른 누군가가 제 입을 막아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 아빠의 얼굴이 떠오르며 눈물이 샘 솟듯 쏘아져 나왔습니다.

그들은 절 강제로 인근의 산으로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그때 그 선배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선배는 나를 나꿔채더니 얼른 달아나라고 하였습니다.

날 납치하려 했던 남자들은 칼과 몽둥이를 들더니

욕을 하며 선배에게 달려 들었습니다.

전 무서워서 기숙사로 마구 뛰었습니다.

기숙사에 도착해서 경비원 아저씨에게 울면서 그 일을 말했습니다.

아저씨와 그곳에 도착하니 그 선배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온통 피투성이 였습니다.

죽은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내가 막 울자 그 선배가 눈을 뜨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내일… 피터지는… 영화보러 가자… "

전 그만 울다 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선배를 만났습니다. 그 선배는 이상하게도 전과는 달랐습니다.

절 구해줘서인지는 모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선배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의 감정은 아니엇습니다…


한번의 데이트가 끝나고 그 선배는,
더 이상 제게 시간을 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편하고 자유스럽기는 했지만 어딘가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여자인가 봅니다…

남자친구와 성격차이로 헤어지고 난 후에 그 선배에 대한 생각은 더욱더 깊어졌습니다.

행여나 나에게 말을 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 앞을 지나가도 그저 잘 지냈니 라는 말 한마디 하고는 그냥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서운하다 못해 배신감마저 들었습니다.

매일매일 그 선배에 대한 생각으로 지냈습니다.

일기장은 온통 그 선배에 대한 내용이었고 남자를 만나도 그 선배와 비교하게 되고,
술을 마시면 술잔에 그 선배가 아른거리고 노래를 부르면

괜시리 눈물까지 나게 되었습니다.

제 곁에 있을때는 그렇게도 싫더니만 막상 멀어지니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좀 더 잘해주지 못한게 후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배에게 제가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자고 있는데 가슴이 답답하여 눈을 떠보니 문 틈새에서 연기가 새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불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둘러 복도로 나오니 온통 연기가 뒤덮고 있었고,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우왕좌왕하고 있었습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하는데 불길이 치솟아 내려 갈 수가 없었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려 하는데 아이들이 다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옥상문이 잠겨 더이상 올라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하나둘씩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저도 눈물이 나왔습니다.

죽음이라는 생각이 더욱더 우리를 공포에 젖게 하였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기가 짙어져서 바로 앞 사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며 구토가 나오려 하였습니다.

그때 눈군가 절 들어올렸습니다.


" 괜찮아? "

보이지는 않았지만 누군지 알수 있었습니다.

 

 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이제…  내가 왔으니 무서워 하지마… "

그 사람은 다름아닌 그 선배였습니다.

전 안심이 되었습니다.

날 안고 있는 그 선배의 목을 끌어안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 자…이제 내려 갈거야… 뜨거울지 모르니까 담요로 덮자. "

제 몸에 폭신폭신한 것이 덮여졌습니다.

꼭 침대에 누워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길이그렇게 거셌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는지 말입니다.

전담요를 살며시 들추고 날 안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전 또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 선배의 얼굴은 불에 그을려 빨개져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은 다 타서 몇가닥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 선배… "

" 어서 담요 뒤집어써. 이제 내려 갈거야. "

" 선배 얼굴… "

" 어서! "

그 선배가 화를 내었습니다.

그런데 전 화내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난 남아있는 기력을 짜내 담요를 걷어내며 날 안고있던 그 선배를 떼어냈습니다.

" 왜 그래? 빨리 내려가야 한단 말야. "

" 흐흑… 선배 얼굴이… "

" 지금 내려가지 않으면 죽는단 말야. 어서 담요 덮어. "

" 선배는 어떻하구요? "

" 나? 나는 불사신이야. 난 괜찮아. 빨리 덮어. "

" 싫어요… 나 때문에… 나 때문에… "

전 결국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 네 눈물로는 이 불을 끄지 못해. "

눈을 들어 선배를 보았습니다.

" 하지만 내 사랑은 이 불을 끌수 있어. "

선배의 눈은 투지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전 선배를 끌어안았습니다.



" 너… 나 사랑하니? "


선배도 참 이런 순간에…


" 네… 사랑해요… 정말로… "



부끄러워 선배의 가슴에 얼굴을 깊이 묻었습니다.


" 내가 한말 기억하니? 넌 내게 운명지워졌다고 한거…
  그리고 날 사랑하게 될거라고 한거… 내가 널 지켜줄거라고 한거… "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이까짓 불은 날 막지못해. 나 죽지 않아. 걱정하지마. "

선배가 제 얼굴을 손으로 감싸안았습니다.

그리고는 제 입술에 입을 맞춰 주었습니다.

정신이 몽롱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 내일 어디갈까? "


선배가 날 들어올리며 말했습니다


" 선배가 가자는 곳은 다 갈께요… "

" 그래…자! 이제 간다! "

몸이 흔들렸습니다.

가다가 멈추기도 했고 빨리 달려가기도 했습니다.

어디쯤 가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전 그렇게 안심이 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맡기는 것… 그것보다 행복한것은 없을 것입니다.

갑자기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습니다.

밖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땅으로 놓여진 것 같아 담요를 걷었습니다.

컴컴한 하늘이 보였습니다.

사람들이 제게 다가와 괜찮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몸을 살펴보니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순간적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눈을 떴을때는 전 병실에 있었습니다.

연기를 많이 마셔서 인지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선배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 친구들이 들어왔습니다.


" 이제 깨어났니? "

" 응… "

" 괜찮아? "

" 속이 좀 안좋아… "

" 정말 다행이다… "

" 저기… "

" 응. 말해봐. "

" 그… 선배는… 어디있어…? "

" … "

친구들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 여기…없어? 다른 병원에 있는거야? "

" … "

" 그 선배… 많이 다쳤지? "

" … "


친구들의 침통한 표정은 더욱더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 많이 다친거야? 그런거야? "

" … "


제발 살아만 있어줘요… 선배…

 

" 말 좀 해줘… 어서… "

" 저… "

" 그래. 어서 말해봐. 그 선배 어디있어? "

" 그 선배… 지금… "

" 지금? "

" …영안실에… "

" 응? 뭐라구? "

" 영안실에… 있어… "

믿기지 않았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 다시 말해봐… 어디 있다구? "

" 영안실에 있어… "

" 죽…은거…야? "

" …응… "

눈물이 흘렀습니다. 소리없이 눈물만 흘렀습니다.


" 너…만 살았어… 다 죽고…
  불이 났을때… 사실 다 포기하고 있었어…

  그때 그 선배가… 들어갔어… 그리고 널 데리고 나왔지…
  네가 기절했을때… 그 사람은 이미 죽었었어… "

제 마음과는 달리 날씨가 너무나 맑았습니다…


 

" 바보… 오늘 같이 놀기로 해놓구선… 바보… "

제가 할수 있는일은 그저 하염없이 우는 것… 뿐이였습니다…

오늘 그가 죽은지 일년이 되는 날입니다.

전 그가 죽고 나서 제가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전 평생 그를 생각하면서 살아 갈것입니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