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동안... 17 - Never Ending Story -

진태우200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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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에 가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이야, 난 또 1년 더 기다려야 하는 줄 알았어."

"이게 마지막 전화가 될지도 몰라. 너랑 가끔씩 통화를 하다보니까 마음이 조금은 안정이 되는 거 같아. 그동안 누굴 만나서 같이 살아도 마음 편하게 지낸 적은 없었거든."

"그럼, 앞으로도 조금은 편하게 계속 연락하면 되잖아."

"안됐지만, 그럴 생각 없어. 혹시 모르지. 또 네가 생각나면 전화할지도 말야."

"그럼 난 네가 내 생각이 나기만을 기도해야겠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네 살 길 찾아서 살라니까?"

"기다릴게. 1년이고, 2년이고, 내가 죽기 직전에라도 너한테서 전화가 온다면 그걸로 만족할거야."

"..."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같아 보이겠지만, 1분만... 아니 1초만이라도 날 사랑해줘. 그거면 돼."

"..."

"여보세요? 가을아, 듣고 있어?"

"바보야... 이렇게 냉정하게 대하는 데도 날 미워하지 않는 이유가 뭔데? 왜 나한테 욕도 않고, 화도 안내고 멍청하게 웃으면서 얘기하는 건데?"

"어쩔 수 없잖아. 네가 나를 잊지 않은 이상, 넌 내게 소중한 사람인 걸."

"지금이라도 너한테 돌아가고 싶어..."

"울어? 울지마. 그리고 돌아와. 내 옆자리는 항상 너를 위해 비워두고 있어. 잠시 쉬었다가 가도 돼. 네가 원한다면 쉴 수 있는 나무라도 될 수 있으니까."

"내가 너한테 했던 걸 봐... 미안해서라도 난 못돌아가... 또 상처를 줄텐데..."

"울지말고... 기다릴게. 지금도 늦지 않았지만, 네가 돌아오겠다고 결심하는 날도 결코 늦지 않아. 언제까지고 나는 변하지 않고 너를 기다릴게."

"왜 그렇게 날... 날 사랑해주는 건데... 왜..."

"너니까. 오직 너니까. 지금 내게 있어서 다른 사람이라면 이렇게 못해. 가을이, 너니까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 거야.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있을 필요도 없어."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나를 잊을 거 아냐..."

"그럴 일 없어. 너를 잊을 리 없어."

"거짓말이라고 해줘...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고 해줘..."

"미안해... 못잊어..."

"그럼... 기다려줘... 언제일지 몰라도 내가 오빠를 기억해내서 돌아올 수 있게..."

"약속할게. 언제까지고 기다릴게... 나를 잊지만 말아줘. 다른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면서 다른 건 다 잊어도, 내 이름만이라도 기억해줘."

"응... 또 연락할게..."

"응, 기다릴게."

그게 가을이로부터의 마지막 전화였다. 언제까지 내가 기다릴 수 있을까...

2006년 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하늘을 봤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늘은 맑고 태양도 찬란한데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눈물이 솟아왔다.

난 그 하늘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 아니면 하염없이 그냥 눈물만 흘렸던 걸까?

며칠 뒤, 가을이의 미니 홈피도 사라졌다. 잠시 닫은 것도 아니고 완전히 깨끗하게 사라졌다.

더 이상 가을이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가을이에게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2007년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가을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 지 궁금하다.

누군가를 만나 행복하고 있을까?

2001년에 헤어져서 중간에 연락하고 지냈지만, 가을이에 대한 나의 기다림이 시작된지 올해로 6년이다. 앞으로도 이 마음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나도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을이의 모습과 미소와 목소리, 그리고 이름이 아직 내 마음 속에 새겨져 지워지지 않는 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내 지갑 속에는 가을이의 사진이 들어있다. 가을이도 올해에는 24살인데, 이 사진 속의 가을이는 어린 모습 그대로 변한 것 없이 늘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가을이와 내가 함께 사랑한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니다.

가을이와 내가 함께 지샌 밤들이 중요한 건 아니다.

가을이와 내가 함께 즐거웠던 날들이 중요한 건 아니다.

가을이가 내 곁을 떠난 이후, 매일 술과 담배에 찌들어

괴로운 날들을 보낸 나 자신이 중요한 건 아니다.

가을이가 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그것마저도 중요한 건 아니다.

...

중요한 것은...

가을이가 나를 기억해주기만 한다면...

언제 어디선가 만났을 때 가을이, 네가 날 알아봐주기만 한다면...

...

정말 중요한 것은 가을이, 너에게서 내가 잊혀지는 것이다.

 

내 가슴이 너에 대한 그리움으로 썩을대로 썩어

고약한 냄새가 풍기게 된다 하더라도

네가 나를 잊게 되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가을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