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편에 그 마누라...

트리보스200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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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편에 그 마누라...

 

 

답답하니 어디든 바람이나 쐬러갔다 왔으면 좋겠다, 라는

집사람의 전화를 받고 마침 저도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심신이 고단했던 터라 잘됐다 싶어 남은 일을 대충 정리하고

무작정 차를 몰고 집을 나셨습니다.

 

어디라고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고 그냥 떠나는 여행도 재미가 그만이거든요.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것 또한 스트레스 하나를 더 보태는 일이니까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려고 조금 달리다 보니 인천가는 이정표가 보이더라구요.

'그래! 동생이 사는 인천으로 가자. 마침 동생 만난지도 꽤 된것 같으니...'

 동생은 인천경찰청 강력계 형사로서 TV뉴스에도 몇번 출연했을 만큼

유능한 베테랑급 형사이지요.

(아마 형이라서 그렇게 보이는지 몰라도...)

 

그놈은 어릴때부터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했어요.

몇마디 나누며 티걱거리다도 수 틀리면 바로 주먹을 날려

코뼈나 이빨을 부러뜨리기 십상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상대방집에 찿아가 머리 조아리며 사과하고...

돈 물어 주고...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지요.

 

지금은 부모님께는 더 할수없는 효자이며,

형앞에서는 양처럼 순해지는 착한 동생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군대 제대 하고 나서야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 하더라구요.

아마 지금쯤 모르긴 몰라도 형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조폭이 되어 있었을게 틀림없을 겁니다.

 

동생집에 도착해보니 마치 비번이라 집에 있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식사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동생이 제수씨를 가르키며 웃으며 하는 말이.

 

"형! 얼마 전 일인데...,

사건때문에 지방에 출장가는 바람에 저사람하고 얘들만 집에 있었거든...

새벽쯤, 이상한 소리가 들려 집사람이 잠에 깨보니 도둑이 아파트(1층)

방범창을 뜯고 들어오려고 하드래,

 

그순간 집에 있던 쇠파이프로 도둑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쳐

도둑은 들어오지도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고 달아났다는 거야!

밖에서 험한 꼴을 하도 많이 봐온터라 침대맡에 항상 쇠파이프를 두고있었거든...

그때, 만에 하나라도 잘못됐으면 어쩔뻔 했어?

그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등에 식은땀에 솟는다니깐....

그래놓고도 나한테는 전화 한통없는거야! 일마치고 복귀해보니

직원들이 웃으면서 청장님한테 건의해서 저사람을 형사로 특채해야 겠다,고

배를 잡고 웃는거야!

현장에 가본 동료들말에 따르면 그 도둑놈은 모르긴 해도 얼굴이 묵사발이 됐을거래...

사방이 피투성이었다고 ㅋㅋㅋㅋ....

 

" 제가 그말을 듣고 웃으면서 제수씨한테 물어봤지요.

"아니 제수씨! 위험하게 인기척만 내서 쫒아야지 왜 그랬어요?" 하자

얼굴색하나 안변하고 우리 제수씨 하는 말... "

 

근데요~~! 저도 그럴라고 했는데요~.

그사람이 방범창 뜯느라고 얼마나 고생했겠어요.

밤새 죽도록 뜯어놓고 그냥 갈것 같지는 않고....

애들도 자고있는데... 애들 한테 해코지라도 하면 어떻게 해요.

애들이 다칠까봐서요. 근데 잡을라고 쫒아 나갔는데 벌써 도망가고 없대요!"

 

자식보호를 위한 모성애의 본능인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형사 마누리의 부창부수인가?ㅋㅋㅋㅋ

 

하여간 그 도선생, 재수도 더럽게 없지, 하필이면 형사집을 털려고 하게...

더구나 남편이 강력계형사면 마누라는 강력반장이란걸 아직 모르셨나 봐요.

 

요즘 웃을 일도 별로 없었는데....

그일로 우리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일년 365일중, 100일은 잡복근무 때문에 집에 못들어 오고...

남편없이 혼자 감당해야 할 것들이 수 없이 많아지면서 보호받고 의지하고

싶어하는 연약한 여자의 모습에서,

겁없이 간 큰 형사 마누라로 변해 버린 제수씨가 안스럽기까지 하더군요.

 

주5일 근무제라면서 다들 가는 주말여행은 고사하고

명절마져 같이 지내보지 못한 형사부인들의 서글픈 애환을 님들은 아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