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레몬트리스200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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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의 꿈이 담긴
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시골의 한 사무실이 놀랄 만한 변신을 했다. 프랑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Pierre Tripotin)이 가족의 꿈을 담아 옥천에 손수 지은 집. 그래서 이 집은 더욱 안온하고 견고하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사진 마치 미니어처 공간처럼 보이는 사진은 2층 메자닌에서 내려다본 풍경. 모든 공간은 오픈 되어 1층과 2층, 거실, 주방, 식탁이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준다.

드디어 기초 공사를 시작하다 
안팎의 경계가 없는 자연 속의 집. 목공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어린 시절부터 마음속으로 그려본 집이다. 1994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7년이 흐른 지난 2001년, 내 손으로 직접 집을 지어보자는 다부진 결심을 했다. 인도어와 아웃도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마음속의 집을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을 통해 경매로 팔린 옥천 동이면의 농업협동조합 사무실을 발견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수풀이 무성한 가운데 부식된 콘크리트 건물은 다소 삭막하고 황폐하게 느껴졌지만 무엇보다 지리적 위치가 마음에 들었다. 야트막한 산중턱,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아 아늑하고 조용하다는 점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 이미 머릿속으로는 오래전에 그리던 멋진 집이 완성되어 있었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사진 현관 입구에서 바라본 풍경. 기둥과 계단으로 조형감을 살린 공간 구조가 특이하다. 벽과 바닥, 계단 하나하나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집의 설계는 우리 가족을 잘 아는 동시에 한국 문화에도 익숙한 네덜란드 건축가 한 반 데어 스탑(Han Van Der Stop)에게 부탁했는데, 그는 내 머릿속 생각까지 읽어내는 혜안을 지니고 있었다. 이곳은 지방 법률상 높이 제한을 받는다고 했다. 그래서 사무실 건물의 기본 프레임은 그대로 둔 채 구조 진단을 통해 보강 공사를 하고, 합리적인 공간을 위해 불필요한 벽체는 최대한 줄여 내부와 외부와의 조화를 꾀했다.

특히 일광(Day-light)을 가장 우선시하여 창의 위치와 크기까지 꼼꼼하게 디자인했다. 덕분에 두 개 층의 높은 창호를 통해 빛이 집 안으로 깊숙이 스며들어 집 안이 한결 아늑하게 느껴진다.
1층은 가족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거실과 주방(주방 옆에는 미로처럼 작은 작업 공간이 존재한다), 욕실, 아이들 방이 자리하고, 메자닌 구조의 2층은 아내와 나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부부 침실과 욕실이 자리한다.

2층 침실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는 천창을 디자인했는데, 천창을 통해 비치는 은은한 햇살은 마치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위로하는 신의 선물인 듯하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사진 단차를 둔 거실의 계단 아래 풍경. 직접 만든 가구들과 주변 지인들이 쓰던 손때 묻은 가구들, 의자도, 테이블도 모두 제각각이지만 서로 어우러져 정겨운 느낌이다.

5년의 세월, 아이들과 집이 함께 자라다
어느새 예전 건물은 사라지고 꿈꾸던 집 한 채가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터를 닦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리는 것까지 모두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물론 집을 짓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온몸이 아파 오고 손에 못이 박히는 것은 기본, 번농기의 농촌이라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기술자 중에는 솜씨가 좋고 빠르긴 한데 제멋대로여서 애를 먹이는 사람도 있고, 프랑스인의 깐깐한 완벽주의에 질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래서 일은 생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2001년에 공사를 시작, 2005년에야 이사를 할 수 있었으니 이 집이 완성되기까지는 남들이 상상 못할 온갖 고초가 담겨 있다. 아내는 이젠 공사가 지겹단다. 심지어 아내가 꿈꾸는 집은 더 이상 공사하지 않는 집이라나….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사진 창밖으로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주방은 아내가 가장 흡족해하는 공간이다.

딸 안나와 아들 레오 또한 이 집의 기초 공사부터 정원에 나무를 심고, 또 성장이 멈춘 나무들이 베어가기까지의 과정, 그 시간을 함께했다.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자라난 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래서인지 아이들 역시 집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살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애정을 담아 만든 덕분에 집에는 공장에서 찍어 낸 물건이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컴퓨터와 TV, 냉장고를 제외하고는 모두 직접 만들거나 아니면 지인들의 추억과 손때가 묻은 것들이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좌 주방에서 바라보는 집안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아들 레오.
우 2층에서 내려다본 현관 입구.

완벽하게 하자면 끝이 없다, 아직도 진행형…
집 안의 모든 가구는 프랑스에서 직접 공수해 온 너도밤나무(beech)로 제작했는데, 원래 가구 디자인을 전공 했기 때문에 목공 작업에는 자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보기에도 참 좋다. 특히, 너도밤나무는 나뭇결이 곱고 균일해 집 전체가 아늑하고 공간과 잘 어우러져 편안한 느낌을 준다.

아내 또한 인테리어 컬러는 물론 문고리 하나도 꼼꼼하게 따지며 고른 결과, 지금은 반 전문가가 다 됐다. 계속해서 공부할 것도 많고 알아봐야 할 내용도 많다며 불평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집이 차곡차곡 완성돼 가는 모습에 아내의 얼굴에도 미소가 드리워졌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안나의 슈즈 받침대에서부터 레오에 몸에 꼭 맞는 의자, 그리고 아내가 꿈꾸던 밤하늘별을 볼 수 있는 천창까지, 볼 때마다 하나하나의 추억과 사연이 떠오른다. 아이들은 아빠가 손수 만든 가구라 그런지 깨끗이 쓰고 아껴 쓰려는 마음이 기특하다.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좌 부부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완성된 2층. 계단 위 천창으로 한줄기 햇살이 들어와 더욱 안온하게 느껴진다. 또한 침실은 벽이 뻥 뚫려 있어 오픈된 느낌을 극대화한다.
우 주방에서 바라본 거실 풍경. 메자닌 구조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집 안 곳곳에 창을 내어 햇빛이 잘 들도록 했는데 일상에 지친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담고 있다.

사실, 재료며 디자인이며 여러 가지로 제 성에 차지 않아 아직도 미완성인 채로 남겨진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방의 스위치 커버며 거실 붙박이장, 페치카를 짜 맞추고 난 벽면은 여전히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우리집은 아직도 미완성, 아닌 진행형이다. 올여름, 꽃봉오리가 활짝 열리고, 파릇파릇한 잔디가 숲 전체의 양탄자가 되어 반길 때쯤이면 완전한 제 모습을 찾게 되지 않을까.
설계 한디자인컨셉(02-512-9766)




가구 디자이너 피에르 트리포틴-내 가족의 집을 내 손으로 짓다

사진 언덕 위의 집은 드라이비트와 목재가 어우러져 프랑스 마을의 별장처럼 이국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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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주택 또는 사무실을 개조하려면
 
농가주택, 사무실 등의 리모델링은 신축보다 비용이 덜 들고 나름대로 운치가 있어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골조, 즉 기둥이나 서까래 등이 약하거나 오래되어 상태가 불량한 건물을 개조하게 되면 신축보다 더 많은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개조할 경우 신축의 40% 이내 경비에서 이뤄져야 경제적이라 할 수 있다.

행정적인 절차는 특별하게 까다롭지는 않다. 도시계획지역 등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200㎡(약 60평)까지는 허가 없이 증개축이 가능하다. 단 증축한 면적이 85㎡(약 26평) 정도 이상일 경우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개조한 후 해당 시청이나 군청을 찾아 주택의 면적 등 내용이 바뀌었다는 내용의 건축물 대장 기재 신청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