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자들의도시/눈뜬자들의도시

나진규2007.07.23
조회72
눈먼자들의도시/눈뜬자들의도시



얼마전, 책을 고르는 기준이,
표지나 제목과는 상관없이,
옮긴이의 말이나 서평을 보고 고른다고 했던가.


아니.
사실 이 책은 표지를 보고 골랐다.
맨날 겉포장만 번지르르한거 뭐라고 까대면서 사실은 나도 속물이었던게지. : )


예전에 문득 들어본듯한 뭔가 있어 보이는 제목. 눈먼자들의 도시.
그리고 그 후속작 눈뜬자들의 도시.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포스.
그리고 그 포스를 더하는 각각의 흑백 표지.


뭐, 물론 그 뭔가 있을 듯한 포스는 책 뒤의 옮긴이의 말이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그리고 꽤 많은 연륜을 가진 작가의 이력.
등에서 나온거긴 하지만.


잠깐만 삼천포로 빠지자면, 어느 순간부터 난 노작가나 노감독을 신뢰하게 되었다.
물론 대개 많은 젊은 신진 작가나 감독들이 데뷔작에서 예상치 못한 톡톡 튀는 재미들을 주지만,
대개 그런 재미는 한두번뿐이다. 후속작. 차기작부터 그 톡톡튀는 재미의 힘은 덜해지기마련.
그리고 대개 그런 재미들은 가볍다.


하지만 관록이 있는 노작가나 노감독들은
어떤 인생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꽤 안정적으로 뚜렷하게 잡혀있기 때문에,
톡톡 튀는 재미는 없더라도 이런 표현 조금 진부하지만 어떤 성찰이 느껴진다.


흠. 이런 생각. 30대가 되서 들은건가 싶기도.


뭐 작가에 대한 얘기는 '주제 사라마구'라고 인터넷에 치면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을테니 넘어가고.
나도 잘 모르는 작가에 대해 주워들은 얘기로 괜히 아는 척 하고 싶진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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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눈먼자들의 도시.


책을 읽기 전만 해도 당연히 눈먼자들이란 어떤 상징적인 의미로 생각했는데,
권력에 눈이 멀었던가.진실에 눈이 멀었던가. 당연히 뭔가 그런 음모론적인 얘기인줄만 알았다.
하지만 정말 아무런 이유없이. 어떤 논리적 개연성이나 구체적 설명없이,
그냥 갑자기 도시전체의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눈이 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난 대개 뭔가 스토리를 접할 때, 아예 환상의 동물들이 날뛰거나, 외계의 SF가 아닌한,
아니 환타지나 SF라 하더라도 그건 배경과 캐릭터의 차이일뿐, 어떠한 중요사건엔 당연히 그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하나다.


하지만 소설 끝까지 그러한 갑작스런 현상에 대한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기 때문에,
눈먼자들의 상황에 대한 그 치밀한 묘사나 꽤 현실적인 등장인물들, 각각의 캐릭터성에도 불구하고,
그리 와닿진 못했다.


하지만 얘기를 이끌어가는 그 흡입력은 대단했다.
과연 이 얘기가 어떻게 끝날 것인가.
그리고 결국 끝에는 왜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뭔가나오지 않을까.란 생각도 있었고.
결말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다시 동시에 눈을 뜨게 되면서 끝난다.  좀 아니 많이 허무했다.
아무 이유없이 모든 도시의 사람들이 눈을 멀었다가 다시 아무 이유없이 눈을 뜨게 되는 설정이라니. (스포일러 음영처리 드래그~)
뭐 그 설정은 크게 상관없이 그 상황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겠지만.


흔히 특징중에 다음과 같은 사항을 몇개 꼽던데. 글쎄 뭐 별로 대단친 않다.
첫째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것.
- 직업이나 신체적인 특징으로 불린다. 안과의사. 검은안대의노인. 이런 식.
이미 눈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그 사람들의 이름으로 구분하는것이 뭐가 중요할까.
이건 꽤 수긍할만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따옴표나 물음표, 느낌표 없이 쉼표랑 마침표만 쓰이는 것.
글쎄. 꽤 대화가 많은 소설이었는데 따옴표 없이 대화를 진행하는건
적어도 일반적인 독자가 보기에는 꽤 불편했다.
단지 구분을 위해, 두마디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한마디씩 대사를 번갈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부분도 있었고.
작가의 생각이 뭔진 모르겠지만 읽는 독자로 하여금 불편하게만 만드는 설정이었다.

그래도 정말 내가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다면. 아니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둔 눈이 멀어버린다면
이라는 가정하에서는 정말 실제로 벌어질 법한 상황을 아주 현실적으로 묘사해서 책을 읽는 재미는 아주 컸다.


개인적으로 성선설보다는 성악설을 믿기 때문에 아수라장이 된 현실에서 인간 본성의 추악한 부분을 끄집어 내는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꽤 공감이 됐고,
소설의 주인공 여자처럼 모두 눈이 먼 도시에서 자기만 눈이 떠있다면 어떻게 행동할까란 화두를 던져주기도 한다.
물론 당장은 내 욕망을 채우고 그 현실을 이용하겠지만 아마 대개는 그런 개인적인 욕망충족에는 금방 질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성모마리아처럼 처음부터 그러진 못하겠지만..


등장인물들이 모두 장님연기를 해야된다는 점만 빼면 (물론 그 점이 가장 어렵겠지만 ㅎ)
꽤 구체적인 장면장면의 묘사들로 영화화를 해도 괜찮을 듯한 느낌.


이 책이 왜 청소년 권장도서인진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뜨자들의 도시에비해서
눈먼자들의 도시는 추천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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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뜬자들의 도시


일단 들은 느낌은, 주연배우가 바뀐 후속작의 느낌. 그런 영화가 뭐가 있더라. 스피드2?
물론 당연히 칭찬이 아니다.


그나마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외국의 노작가시니,
뭔가 미천한 내가 모르는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 할뿐이지,
그냥 젊은 작가였음 완전 뜨내기 취급까지 할 정도.


일단 전작의 배경을 어설프게 가져온 우려먹기 느낌이 크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다. 작가는 단지 후속작이 아니라 다른 소설을 쓰려고 했고,
거기에 같은 세계관으로 '스핀-오프'식으로 전작의 소설의 배경과 인물을 살짝 가져온걸 수도 있고,
그걸 그냥 출판사가 괜히 눈먼자들-눈뜬자들로 연결시켜서 마케팅한걸 수도 있을테니.


근데 그러면, 눈먼자들의 도시를 보지 않았더라도,
눈뜬자들의 도시만 봐도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


이건 앞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정말 눈이 먼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지만,
제목과는 전혀 무관하게 현재의 정치에 환멸?을 느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거에서 백지투표를 하게 되어, 결국 위기를 느낀 정부가 그 도시 자체를 고립시키는 그런 얘기다.


다만 설정상 모든 시민이 눈이 멀은 현상이 발생한 같은 도시의 4년후의 얘기고,
위기를 느낀 정부에서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세력을 이끄는 주동자로 전편의 주인공 여자를 찍어
희생양을 만드는 그런 이야기인데 별로.. 전혀 추천하고 싶지 않다.


물론 현실 정치. 공권력을 조롱하는 많은 구절들은 꽤 위트있고
괜찮은 블랙코미디로 느껴지긴 했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괜히 어설프게 전작에 기대지 않아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고.


소설 자체도 방향이 일정하지도 못하다.
전반부엔 장관과 총리들의 얘기로 스토리를 이끌다가 갑자기 중후반에는 새롭게 등장하는 경찰이
극을 스토리를 이끄는 것도 일관되지 못하고. 그 경찰이 왜 갑자기 전편의 주인공 여자를 돕는지.
꽤 중요한 캐릭터의 행동 설정의 변화가 전혀 설명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전작에서는 그나마 등장인물들 각각의 캐릭터가 있었는데 여긴 그것도 없다.

 

그리고 역시나 소설 끝까지 왜 갑자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백지투표를 하게 되었는지 논리적인 설명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의 개연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물론 노벨문학상까지 받으신 작가분.
내가 감히 무슨 비평(씩이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적어도 내 개인적인 의견은 이렇다. 
다음 작품을 읽어볼 생각은 없다.


근데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감상문을 몇개 찾아보니,
어쩌면 다들 그렇게 어디서 따왔는지 비슷비슷한 얘기들만 하는거지..
높게 평가받는 작품이나 작가라면. 내가 개인적으로 실망했더라도 비평하긴 두려운건가.

뭐. 나만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