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이나경200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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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too is Style

젊은 치기로 감행하는 불장난 이란 편견으로 문신을 매도하는 건 무지에서 오는 성급한 결론이다

인류의 오래된 신체 장식술인 문신은 패션의 일부이자 스타일을 표현하는 액세서리이기때문이다

패션 아이템
1 이레즈미 스타일의 문신을 등 전체에 새긴 여성.
2 높은 음자리표와 날개, 숫자 7의 문신을 새긴 세븐.
3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전신문신을 선보여 화제가 된 웬트워스 밀러.
4 문신 마니아로 알려진 앤젤리나 졸리.
5 영화<음란서생>에서 나비 문신을 선보인 김민정.

매년 여름, 하루가 멀다 하고 수영장 나들이에 나서는 나는 몇 년 새 부쩍 달라진 국내 문신 인구 증가의 직접적인 목격자인 셈이다. 수영복으로 가려지는 중요 부위에, 혹은 그 정도의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면 여지없이드러나는 그 온전한 형태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다. 모양도 가지가지. 본디 주술이나 부족적 의미를 지닌다는 형이상학적인 형태의 트라이벌 문신부터 명암을 이용해 정교하게 그려 넣은 블랙 & 그레이, 현란한 컬러의 이레즈미 문신까지, 종류와 모양, 컬러, 크기에 구애받지 않은 다양한 문신들이 대한민국 청춘의 등과 어깨, 허벅지를 장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국내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태국과 방콕 휴양지에서, LA와 유럽 배낭여행 중에 보았던 수많은 문신 애호가들은 길에서 멋진 문신을 한 이들을 보면 엄지를 치켜들며 환호를 보내곤 했다. 비록 국적은 달라도 문신이라는 유대감을 통해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스타일을 가장 확실하게보여주는 패션!
“후회할까 봐 망설였냐고요?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죠. 별다른 의미를 두고 문신을 하는 애들은 없을거예요. 끌리는 거죠, 무작정.” 양 어깨에 피에로와 장미, 레터링을 한가득 그려 넣은 그는 한정된 피부 탓에 하고 싶은 문신을 전부 새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문신을 시작한 이후 여자들의 성형 중독을 이해하게 됐어요. 예뻐지려는 기대감에 수술대에 오르는 여자들처럼 문신이 늘어날 때마다 변화될 제 모습이 기대돼요.” 옆에서 지켜보던 경력 10년 차의 타투이스트 K가 거든다. “문신은 미용일 뿐이죠. 가끔 문신 자체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해요. 되레 묻고 싶어요. 머리는 왜 자르고, 귀고리는 왜 하냐고. 이건 내 몸을 장식하는 액세서리예요. 다만 영구적이라는 게 다를뿐이죠.”

주장은 명확하고 확실했다. 지출을 감행하며 옷을 사고픈 이유가 그저 “예쁘니까”이듯, 그들에게문신은 고통이라는 대가 정도는 얼마든지 치를 수 있는 근사한 스타일이자 패션인 것이다. 유행도 있다. 기본적인 트라이벌에서 벗어나 현재는 블랙 & 그레이나 보색 대비가 선명한 뉴 스쿨, 야쿠자 문신으로도 불리는 일본 스타일의 이레즈미와 같은 더 대담하고 복잡한 형태가 선호된다는 것. 하지만 위치의 유행은 점차 없어지는 추세다. 문신이 유행하던 초기엔 여자는 주로 엉치뼈 근처에, 남자는 어깨나 등에 하곤 했지만 선호도와 노출의 정도에 따라 발목이나 치골, 목덜미 등과 같은 새로운 위치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는 판에 박힌 스타일에서 탈피해 점차 개인의 체형과 느낌을 우선시하는 현재의 패션 트렌드와도 다르지 않아 흥미롭다.

트렌드 세터와 함께한 문신
현재 문신 시술은 국내에서 불법이다.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와 의료법 제25조에 따르면,문신은 국소 마취 후 시행되는 색소 침윤술로 색소를 피부에 착색하는 의료 행위이기 때문에 의료인이 아닌이의 시술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신의 인기는 대중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동력은 바로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와 같은 스타들의 문신. 그 누구보다 큰 파급 효과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스타들의 문신은 모방의 대상인 동시에, 불법임에도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면죄부의 효력을 지녔다. 스타들이 입은 후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옷과 액세서리처럼 문신 역시 스타의 이미지와 맞물려 쿨하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문신 스타들은 앤젤리나 졸리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석호필로 알려진 마이클 스코필드, 데이비드 베컴과 같은 해외 스타들. 안정환, 공효진, 옥주현, 류승범과 같은 국내 연예인들 역시 문신으로 유명한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하지만 문신사들은 단순히 이들이 부러운 마음에 문신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원하는 도안이나 의미 없이 문신을 할 경우 몇 달 안에 후회를 안고 다시 찾아오는 이들을 수없이 봤다는 것. 매력인 동시에 치명적인 결점이 될 수 있는 문신의 ‘영구성’을 생각한다면 문신은 누구의 영향력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판단 아래 결정되어야 하는, 평생의 책임감이 따르는 행위인 셈이다. 때문에 쉽사리 결정 내리기 힘들다면 헤나나 플라노 아트를 앞서 시도해보길 권한다. 천연 식물성 원료로 그림을 그려 문신과 같은 효과를 내지만 1주에서 4주면 지워지기 때문에 문신 전이나 바캉스 시 간단하게 멋을 내기에도 적합하다.

편견이 문제, 문신은 개성이다
하지만 문신이 오로지 이 같은 심미적인 이유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문신의 다양한 기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문신이 행해졌던 시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인류 최초의 문신은 기원전 3300년경 청동기 시대의 한사냥꾼 몸에서 발견된 58개의 단순한 무늬들. 하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최초의 문신은 이집트나 남부 시베리아 스키타이 족장의 미라, 아메리카 대륙의 인디언 등 전 세계에 걸친 고대 민족들의 기록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몸에는 주로 토템에 관련된 동식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초자연적인 힘의 강화나 사후 세계에서의 영생, 악귀를 쫓고 질병을 물리치는 등의 주술적인 의미를 가졌다.

또한 문신은 신분의 높낮이와 결혼의 유무 혹은 성인식의 표식으로도 이용되었는데, 추장만이 얼굴에 문신을할 수 있었던 마셜 제도의 원주민과 결혼할 때 두 뺨에 망사형으로 문신을 새긴 타이완의 고산족이 이를 증명한다. 문신의 미적 기능 또한 내내 중요시되어왔음은 물론이다. 문신이 사회적인 습속과 제도로 자리 잡았던 사회에서의 문신은 아름다움과 욕망의 대상이었다. 마치 립스틱을 바르듯 아이누족 여인들이 입술에 했던 문신은 남성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춰졌고, 문신은 그 자체로 지위와 계급을 상징했기에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얻고 싶은 사회적 성공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전통적 유교 사상에 입각해 등 전체를 문신으로 채운 조직 폭력배의 왜곡된 이미지를 운운하며 문신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나서는 행위는 어리석은 것이다.

<문신의 역사>를 집필한 서울대 조현설 교수는 이러한 사고가 다수=정상, 소수=비정상이라는 단순하고 폭력적인 이원론에 근거한 것이라며 경고했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아랫입술에 원반을 끼워 기형적으로 늘이거나, 고리를 끼워 목을 늘였던 것이 존중되어야 할 고유한 복식 문화이듯, 문신 역시 한때 사회적인 제도로까지 추앙됐던 인류의 오래된 신체 장식 혹은 변형술일 뿐이다. 왜 가슴을 키우고 콧대를 높이는 것은 얼마든지 용인하는 성형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피어싱이나 문신으로 자신을 꾸미는 이들을 그토록 혐오하는가. 문신을 전적으로 옹호하자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제껏 문신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난만 해왔다면 평등한 시선으로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Interview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스타일이죠”
1. 소개 5년 차 타투이스트. 방콕과 이대 근처에서 친구들과 함께 타투 숍을 운영하고 있다.
2. 문신 후 달라진 게 있다면? 행동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는 것. 아무래도 부정적인 주변의 시선 때문에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가끔 취한 채로 “몸이 도화지냐?”며 비아냥거리는 이들을 볼 때 답답하다. 개성으로 인정해줬음 좋겠다.
3. 당신에게 문신은? 몸의 일부.내 팔, 내 다리와 같다. 본래의 자신을 변형시켜 만족을 얻는 성형보다 훨씬 더 건강한 액세서리 아닌가.
4. 가격대는? 상담 후 결정할 수 있다. 부위별·크기별·도안별로 천차만별인 탓이다. 굳이 따지자면 손바닥만 한 사이즈에 20만원 선.
5. 시술에 걸리는 시간은? 보통 3시간 정도. 하지만 등 전체를 채우는 크기일 경우 일주일에 걸쳐 나눠서 작업해야 한다.
6. 시술 후 주의 사항이 있다면? 시술 후 3일이 가장 중요하다.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술, 담배를 자제하는 것은 물론. 딱지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할 것.
7. 문신을 결정한 이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면? 문신을 생각하는 이들조차 문신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너무 많다. 특별히 원하는 도안 없이 “아무거나, 예쁜 걸로 해주세요” 하는 이들을 보면 답답하다. 난 이럴때 돌려보낸다. 십중팔구 후회하며 다시 찾아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신을 결정했다면책이나 인터넷을 통해서라도 최소한의 사전 지식은 쌓고 오길 바란다.
8. 국내 문신법에 대한 생각은? 문신을 불법으로 취급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중국도 재작년에 합법화가 됐을 정도니까. 음성화된 문신은 더 많은 폐해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문신도 예술의 영역이기에 문신사의 수준과 레벨 또한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쟁은커녕 숍도 맘 놓고 운영할 수 없는 현실에서 고객은 제대로 된 판단이나 지식을 가질 수도, 정당한 가격을 지불할 수도 없다. 자연히 문신의 수준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문신에 대한 인식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Information
헤나와 플라노 아트는 굳이 전문가에게 시술 받지 않아도 재료만 구입하면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반영구 패션 문신 용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몰. 아이헤나 www.i-henna.co.kr 헤나콘, 에어 브러시, 파투와 같은 일회성 문신 시술법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도안과 재료를 전문가용까지 다양하게 구비하고 있다. 헤나하우스 www.henahouse.net 패션과 타투의 합성어인 파투 Fattoo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헤나와 달리 산화제와 PPD가 함유되지 않아 부작용이 없고, 반죽이 되어 있어 사용이 간편한 장점이 있다. 아바타투 www.abatattoo.co.kr 에어 브러시 타투 전문 쇼핑몰로 개인용과 전문가용 세트를 따로 구비해놓고 있다. 1회에 그치지 않고 여름내 문신을 한 기분을 맛보고 싶다면 키트를 장만하는 것도 방법.

패션 아이템
1 얼굴 전체에 문신을 새겼던 마오리 족의 초상화.
2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입 주위 문신을 시도한 파레 와테네의 초상.
3 마오리족의 전통적인 문신 시술 장면을 그린 유화. 오클랜드 미술관 토이 오 타마키 소장.
4 위엄과 권위를 상징했던 문신의 기능을 짐작할 수 있는 모호크족 족장, 사 가 이스 쿠아 피에스 토우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