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신 / 서랍속의 풍경

송윤미200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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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신 / 서랍속의 풍경

 

연필인지 수첩인지 혹은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써둔 쪽지인지,

그런 걸 찾으려고 했다.

오래된 서랍을 열었을때, 뒤죽박죽된 나의 추억들이 무작위로,
갑자기 예고도 없이 쏟아졌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던 나는,
방 안 가득 흘러 넘치는 추억 속에 방치되었다.


추억들은 대체로 무해하고 나에 대해 관대했지만,

끝내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언젠가 저질렀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그리고 곧, 날카로운 칼날과 같은 모서리를 지닌

한 장의 엽서가 나의 마음에 예리한 자국을 냈다.


그 엽서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역류하는 추억속에서 나는,
내가 찾으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잃어버린다.

이유 없이 뺨을 적시는 눈물이 정말 나의 것일까.
한 번 열어버린 서랍은 닫히지 않는다.



- 황경신 < 서랍속의 풍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