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나는... 에테르를 원한다" -영화 "릴리슈슈의 모든것"-

김성은200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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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는... 에테르를 원한다" -영화 "릴리슈슈의 모든것"-

 

출연 : 이치하라 하야토, 오시나리 슈고, 아오이유우 / 음악 : 고바야시 다케시 / 146분 / point : 9.5

 

 

이후로 침묵해오던-적어도 국내 팬들에게 있어서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이 2001년 3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새 영화 을 발표했다. 에서 주제의식과 영상미, 스타일 등에서 절정 기량을 선보였던 그가,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만든 1시간 짜리 중편 그리고 3년 동안의 침묵. 

 

이쯤 되면 뭔가 대단한 것이 올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새 영화는 이와이 월드의 시티젠들 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 팬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진다. 과거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상상적 미래 세계를 이야기하는 적 영화가 또다시 탄생했다.

 

절망과 혼란, 무가치, 방황, 갈등, 무기력 등에 휩싸여 있는 21세기 벽두 일본의 청소년들. 진정한 소통의 방식을 찾지 못한 그들은-이것은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뿜어져 나올 것만 같은 고독과 번민의 눈물을 각자의, 어색한, 조금은 어긋난, 때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흘려버린다.

 

오직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유로 절도하고, 갈취하고 심지어 자신의 친구에게 원조교제를 강요해 돈을 벌기도 한다. 폐허가 된 공장에서 같은 반 여자 아이에게 레이프(강간)를 가하고-정말 별다른 이유가 없다. 단순한 시기심?  하늘을 날고 싶어하던 한 녀석은 전신주 위에서 뛰어내려 죽고 만다. 도저히 소통의 통로를 찾을 수 없어 방황하는 어린 그들. 그들의 발걸음은 이제 인터넷의 가상 공간 속으로 향한다.

 

'리리 슈슈'라는 아이돌 스타의 사이버 팬클럽, '리리홀릭'. 그곳에 접속하는 필리어, 넨네, 아오네코 등은 에테르를 원한다. 리리 슈슈의 음악들은 에테르로 넘쳐나지만 정작 그들 자신의 생활 속에선 에테르를 단 한방울도 맛볼 수 없다. 때론 자신의 에테르마저 누군가에게 빼앗기기도 한다.

 

'호시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고, 공부와 운동 모두 열심히 하던 아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그 역시 고민과 방황을 하게 되고, 오키나와로 떠난 여행에서 입이 상당히 뾰족해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을 정도인 물고기에게 습격을 당한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생(生)에 대해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다. 아마도 생과 사의 경계에서 얻게된 인생의 무상성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후로 그는 학교에서 폭력을 일삼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마저 린치를 가하고, 같은 반 여학생을 레이프 하는 등 오로지 폭력과 악행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간다.

 

'호시노'의 친구인 '하스미'는 어느 순간부터 '호시노'의 부하가 된다. 그가 관리하는 원조교제 사업에서 행동대장 격으로 일하며 자신을 좋아하는 '츠다'를 여관에 데려가고 데려온다. 심지어는 짝사랑하고 있는 '쿠노'가 레이프를 당할 때 그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눈물 흘리며 서 있을 뿐이었다. '호시노' 앞에서 자위를 해야하고, 그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던 끝에 그는 리리 슈슈의 콘서트 때 모여든 인파 속에서 호시노의 등에 칼을 꽂는다.

 

단정한 외모에 수준급의 피아노 실력을 가지고 있는 '쿠노'는 이른바 왕따를 당하고, 그런 끝에 강간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지만 삭발까지 하면서 학교엘 나와 피아노를 친다. 아직 중학생이지만 이제는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원조교제를 해야했던 '츠다'는 새처럼 하늘을 나는 카이트-연 비슷하다-를 보고서는 자신도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결국 그 소망을 이루기라도 하겠다는 듯 전신주 위에 올라 아래로 뛰어내린다.

 

이처럼 방황하는-어쩌면 방황할 수밖에 없는- 10대들의 모습들을 카메라로 밀착해 따라가며 리리 슈슈-가상으로 창조된 그녀의 음악은 OST로 따로 나와있다-의 몽환적인 락 음악과 함께 영상화한다. 가히 영상 미학의 절정이라 불러도 될만큼 그동안에 쌓아왔던 이미지 연출 능력을 한껏 발휘한 이와이 슈운지는 일본의 어느 전원 마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영상들을 끝없이 쏟아낸다.

 

뛰어난 영상미도 높게 평가되지만 이 영화의 진가는 역시 주제의식에 있다. 우리 영화와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대중상업영화 중에서 청소년 문제라든가, 사회문제를 주제로, 중심으로 다룬 영화는 우리의 경우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일본은 비교적 기반이 두터워서인지 주제 의식이 깊고 뚜렷한 영화들을 꽤 찾아볼 수 있다.

 

이와이 슈운지는 이 영화에서 아마도 가장 심각하게 사회의식을 반영한 것 같다. '왕따', '자살'. '원조교제', '사이버중독' 등의 청소년 문제, 사회문제를 최대한 사실적인 시각에서-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구성과 영상- 재구성, 재현하고 있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그 흔한 로맨스가 전면에 부각되지 않는다. 단순한 장치로서 작용할 뿐, 이 영화가 시종일관 묻고 답하는 것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무게 있는 내용들이다. 이와이 슈운지가 단순한 스타일리스트에서 이제는 의식있는 영화 감독으로 조금 더 성장한 것이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의 채팅 멘트들이 자막으로 처리되며 독특한 편집방식을 선보이는 점과 '에테르'라는 말처럼 다소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부분, 역시나 뛰어나기 그지 없는 음악, 배우들의 깊이있는 연기 등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완벽에 가까웠다. 2시간 26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말해주듯 중간에 남자 아이들의 여행 부분이라든가, 곳곳에 긴장감이 좀 떨어지는 이야기들이 있는 것이 다소의 흠이지만 이제 대가의 반열에 가까이 들어서고 있는 이와이 슈운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출처: cycle79님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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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분, 감상하는  내내 머릿속과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이와이 슈운지 특유의 장면효과와

 

비참한 장면에 어우러지는 드뷔시 '꿈' 그리고 잔잔한 선율의

 

아이러니한 조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