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이 없다?

김태호200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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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30일(수) 03:12 김태호 명예기자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이 없다?
아직까지 가족외식은 패밀리 레스토랑 대신 ‘고기집’
가족이라는 이름이 정겹게 느껴지는 5월이 지나가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은 많은 가족들이 정을 쌓고 그동안 소홀했던 서로의 의미에 대해서 되새겨보는 시간일 것이다.

가족은 다른 말로 ‘식구’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함께 밥을 먹는다는 뜻이다. 그런 식구라는 의미에서 우리 주위에는 가족을 위한 음식점들이 얼마나 존재할까?

가족을 위한 식당. 그 의미를 찾아가다 보면 정확히 ‘가족 식당’이란 뜻의 음식점이 존재한다. 흔히 ‘패밀리 레스토랑(family restaurant)’이라고 불리우는 음식점들이다. 그렇다면 그 순수한 의미만큼 우리가 흔히 부르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과연 가족의 식사를 위한 음식점일까?

패밀리 레스토랑 고객은 친구와 연인

패밀리 레스토랑은 1986년 투마로 타이거와 1988년 미도파가 일본과 기술제휴하여 개점한 COCO'S를 시작으로 TGIF, OUTBACK, VIPS 등 많은 브랜드가 현재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곳에는 정말 ‘가족 식당’이란 이름만큼 많은 가족들이 식사를 하고 있을까?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이 없다? ▲토요일 저녁 6시 서울 동교동 OUTBACK ©뉴스미션

바쁜 생활에서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능성을 가진 토요일 저녁6시에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불리는 음식점을 찾아갔다. 주말 저녁, 한 주간의 쌓인 스트레스와 그동안 나누지 못했던 대화를 하는 사람들로 그곳에선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속에 가족은 단 한 테이블도 존재하지 않았다.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10대에서 20대 층의 젊은 연령층으로 친구와 연인관계가 대다수였다. 30대 초반의 한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그 이상도 이하도 보이지 않았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이 없다? ▲석가탄신일 오후 1시 부산 남천동 VIPS ©뉴스미션

주말을 제외한 휴일과 국경일에도 많은 사람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다. 물론 이런 공휴일에도 가족들의 식사비율이 높은 편이다. 석가탄신일 오후1시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주중에 맞는 휴일이라 그런지 주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토요일 저녁에 찾아갔던 OUTBACK과는 달리 이곳에는 가족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연령층도 1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하지만 이 레스토랑에서도 전체 고객에서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은 낮았다. 전체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20% 정도만이 가족 단위의 식사를 하고 있었다. 친구와 연인 단위로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에 비해 아주 낮은 비율인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이처럼 가족은 아이러니하게도 찾아보기 힘든 고객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이 없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식사를 하는 모습 ©뉴스미션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이 없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연인들의 모습 ©뉴스미션

중년층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패밀리 레스토랑

VIPS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지현 씨(21, 부산 남천점)는 “중년층보다는 10대·20대 위주의 입맛에 맞춘 메뉴들이 많아 40·50대의 부모와 함께 오는 가족보다는 젊은층의 친구와 연인들이 더 많이 온다”며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고객이 많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현재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격이 그렇게 싼 편이 아니라 젊은층이 자주 찾기에는 약간 부담스러운 곳”이라면서 그래서“자녀들이 부모님와 함께 오는 경우가 잦은 편”이라고 밝혔다. 가족 식사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젊은 층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OUTBACK 직원으로 근무 중인 강병곤씨(24, 부산 남천점) 역시“대부분 음식들이 젊은 층을 위한 메뉴이다”라며“대다수의 고객들은 10대·20대에 치중되어 있다”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이 없다? ▲중년층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 ©뉴스미션

이처럼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의 메뉴는 젊은층에게는 성공적으로 다가갔지만 중년층에게는 아직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레스토랑이라는 단어 자체가 외국에서 들어온 단어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한식보다는 양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것도 한식을 선호하는 중년층에게 다가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어느 정도 중년층을 공략하는 메뉴가 있다면 가족의 숫자는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 패밀리 레스토랑인 TGI Fridays와 OUTBACK의 경우 메뉴 구성이 양식 위주의 20대 초반을 겨냥한다면, VIPS의 경우 메뉴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을 겨냥하여 각종 채소나 나박김치, 회 등이 있어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보다는 많은 가족고객을 볼 수 있는 편이다. 가끔씩 40,50대의 중년층끼리 식사하는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은 가족단위 고객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가족을 편하게 접근시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급속한 사회발전과 외국문화의 수용으로 인해 젊은층과 중년층의 입맛의 차이는 세대차이만큼이나 벌어진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진정한 ‘가족 식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세대간 입맛의 차이를 좁혀야 되는 큰 숙제를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형 패밀리 레스토랑 = 고기집

패밀리 레스토랑은 우리사회에서 마케팅에 성공해 많은 호황을 누리고는 있지만 그 이름의 의미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가족식사를 할 만한 진정한 의미의 ‘가족식당’이라고 불릴 음식점으로는 어떤 곳이 있을까?

본지에서 조사한 국내 대학생 1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가족식사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을 가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다’ 라는 대답이 전체의 85%에 이르렀다. 가족식사에서 주로 이용하는 외식업체를 묻는 질문에 62%에 이르는 사람들이 ‘고기집을 선호한다’고 대답해 20대 초반 자녀를 둔 많은 가족들이 여기는 진정한 패밀리 레스토랑은 고기집임을 알 수 있다.

김병호 씨(23, 서울 천호동)는 “가족끼리 외식을 할 경우 거의 고기집을 가는 편이고 패밀리 레스토랑의 경우 부모님의 입맛에 잘 맞지 않아 즐겁게 가족끼리 식사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그 이름을 생각해보면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하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시스템을 외국에서 수입하여 한국에 잘 정착시켰다면 그 이름에 대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외국에서의 ‘가족식당’이 한국에서도 ‘가족식당’ 일수는 없기 때문이다.

문화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듯 외국과 한국의 입맛 또한 차이는 존재한다. 이런 의미에서 언젠가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해서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면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고기집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패밀리 레스토랑, 그 어원은 어디서?

패밀리 레스토랑은 세계적으로 가장 넓은 의미의 외식업소로 사용되는 대표적 명칭이다. 보통 고객의 주문에 따라 웨이터가 음식을 제공하는 테이블 서비스를 하며, 대중적인 음식과 중간정도의 식사가격, 정중한 서비스, 훌륭한 시설을 갖춘 외식업소로 인식되어 있다.

미국 '전국 레스토랑 연합(The National Restaurant Association)'과 '식품 시장 경향의 소비자 보고(Consumer Reports on Eating Share Trends)'의 분류에 따르면 패밀리 레스토랑은 미드스케일의 레스토랑으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패밀리체인 레스토랑(코코스, 스카이락)뿐만 아니라, 그릴 뷔페식 레스토랑, 디너하우스 레스토랑까지도 모두 패밀리 레스토랑이라 불리며 정확한 개념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레스토랑 개점 시 뚜렷한 이미지 차별화나 홍보의 부족, 신문, 잡지, 방송 등 대중매체들에게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만 통용되고 있는 점, 우리나라 외식산업에서 외국브랜드인 레스토랑이 도입된 역사가 아직까지 짧기 때문에 고객들의 인지 부족과 레스토랑 특성별, 고객별 시장세분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 등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외식컨설팅 업체인 (주)OGM 사까끼 요시오 회장은 “객단가가 7천원~1만5천원(680¥~1,300¥) 수준으로 메뉴구성이 다양하고, 음식제공은 15분 이내에 이루어지며, 정형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으로 패밀리 레스토랑을 정의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패밀리 레스토랑은 외국의 입장에서 가족의 접근성이 높게끔 만들어진 레스토랑이란 의미로 그 어원을 찾아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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