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과 일행들은 베론과 크루터가 잡아온 산돼지로 저녁을 먹고있었다. 비에 젖어 땅이 젖어있었지만, 불의 정령인 샐러맨더의 덕택으로 일행들은 따뜻한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린도 저녁으로 나온 산돼지의 뒷다리를 맛나게 먹으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단 듯이 그냥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베론일행은 이미 모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생각했던지 린과 함께 불을 쬐며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리베로백작과 마법사인 뤼그니에는 저녁도 먹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칸과 다른 기사들은 그런 백작을 찾지 않고 있었지만, 베론과 크루터는 그런 그들의 변화된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기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었다.
“ 야! 린! 그럼 몇 살부터 그런 마법에 걸려버린거야? 빨리 말해봐. ”
컬리가 지금까지 묻고 싶었던걸 참고 참았던지 급하게 린을 다그쳤다.
“ 내가 15세가 되던해에 나하고 같이 살던 영감탱이가 죽었거든. 그런데 그 영감탱이가 죽으면서 나보고 꼭 20살이 되기전에 아르키나산맥을 나가지 말라는거야. 그래서 내가 왜 나가면 안 되냐고 나도 이곳에서 좀 벗어나서 여행도 하면서 다니고 싶다고 대답했다가 이렇게 된 거야. 쩝. 휴~ 그때 내가 대답을 잘 했으면 이런 재수없는 일이 안 생겼을텐데 그때 내가 우기느라 이렇게 된 거지 뭐. ”
“ 그런데 왜 너보고 나가지 말라고 했어? 그리고 또 20살까지라는 얘기는 뭐야? ”
리나가 물었다.
“ 그걸 알면 내가 이렇게 생고생을 하냐? 나도 답답해 죽겠다고. 으이구.... ”
퍽 퍽 퍽
린은 답답하다는 듯 자기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답답하다는 표현을 했다. 정말 답답했으리라.....
“ 그런데 그 같이 살았다는 할아버지는 누구니? 너희 진짜 할아버지니? ”
“ 나도 잘 모르는데.....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마. 나도 잘 모르고 그 영감탱이가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 그러니까 이런 저런 거 물어보지 말고 나한테 세상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해 달라니까? ”
“ 그래 알았어 더 안물어볼게. ”
“ 내가 얘기를 하지. ”
베론은 자신의 그릇에 놓여진 음식을 다 먹었는지 앞에다 내려 놓으며 옆에 있는 수건으로 입을 닦고는 이야기 보따리를 열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람들이 살고있는데 말이야,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생명체가 바로 드래곤이라는 생명체야. 너도 아까 봤지. 그런 드래곤들이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많이 있는데 가장 강하지.”
베론의 말에 린은 속으로 ‘ 그런 드래곤들이 강하다고? 정말 웃기는데. 그때 그 드래곤도 별로 쎄보이지 않던데. ’ 라고 생각했다. 그런 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론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 그런데 말이야, 드래곤이라고 해서 모두가 강한 것은 아냐. 드래곤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 ”
“ 그래? 어떤 것들이 있는데? ”
린은 궁금한지 베론의 말을 중간에서 짤랐다.
“ 지금 말하려고 했는데. ”
“ 어! 미안. 계속해줘. ”
린이 미안하다고 하자 베론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 그래... 험. 드래곤은 말야 꽤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생명체거든. 그런데 처음에 태어날때는 약하디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나지. 그런 어린 드래곤을 헤즐링이라고 하는데 헤즐링은 태어나서 500년을 살지 않은 드래곤을 가리키지. 또 그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드래곤을 죽이고 드래곤 슬래이어라는 칭호를 얻지. 하지만 잘못 걸려서 그 헤즐링의 어미 드래곤에게 걸리면 왠만한 나라 정도는 한 순간에 날라가 버리지. 그래서 세상에는 드래곤슬래이어들이 얼마 없지만 말야...... 그래서 헤즐링을 벗어나면 완전한 드래곤이 되는데 그때엔 정말 무시무시한 생명체가 되어서 건드리면 안되는 존재가 돼.
그리고 드래곤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아까 그 알카시스의 공주가 말했듯이 말이야. 그리고 드래곤에도 여러 등급이 있는데 말이야 그 첫째가 바로 그래이트 애이션급의 드래곤이야. 태초의 세상이 형성될 때부터 신과 함께 존재한 드래곤들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모르지. 어디사는지도 모르고 정말로 아직까지 살아있는지도 모르고. 그 어디에도 자료가 없고 전해지는 이야기도 없지. 그 다음이 애이션트급의 드래곤인데 한 7000년 이상 살았으면 애이션트급이라고 말을 하지. 이 드래곤 또한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지금 현재까지 살고있는 드래곤이 내가 알기로는 아까 봤던 알카시스에서 왔다던 마로니엔이라는 그 화이트 드래곤과 남쪽 나라인 라우토니아 제국의 던롭(dun-rop)산맥에 살고 있는 루드니게스라는 레드 드래곤, 그리고 바라미놈 왕국의 바닷가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쎄이러니온이 라는 전설속의 브론즈 드래곤이지. 이 세 드래곤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 산 드래곤들이지.
그 다음이 웜급에 속한 드래곤들인데 5000년 정도의 세월을 산 드래곤들을 그렇게 부르지. 그런 드래곤들은 이 대륙에도 많고 다른 대륙에도 많이 살고 있는데 그런 것은 나중에 수도에 가면 여러자료를 보관해 놓은 제국 도서관이나 마법 길드, 용병길드에 가면 알아 볼 수가 있으니까 한 번 꼭 가보도록해. 알았지? “
“ 응. 알았어. 그럼 있잖아 아까 본 그 하얀 색깔을 가진 드래곤이 뭐 애이션인가 뭔가하는 그 드래곤이라는 거야? ”
“ 애이션트급이야. 애이션트급. 그리고 드래곤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덩치가 크다고. 그러니까 아까 본 그 화이트 드래곤의 덩치면 거의 8, 9000년은 먹었을꺼야. ”
“ 드래곤들은 그렇게나 오래살아? ”
린이 ‘정말이냐? ’라는 식의 눈으로 쳐다보자 베론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 내가 뭐가 있다고 거짓말을하냐? 이것도 내가 오랜 기간동안 용병생활을 하면서 얻어진 지식이라고. 이렇게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용병도 드물다니까. 린! 넌 고맙게 생각해야돼. ”
“ 그래?........쩝 ”
“ 그리고 그 다음은 드래곤 다음으로 강한 종족이 바로 우리 인간이지. 뭐 엘프들도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엘프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니까 엘프는 그냥 제외할게. 하지만, 이거 하나는 꼭 알아둬야해. 엘프들은 일반적으로 정령을 다스리고 자연과 친하기 때문에 숲속에서 사는 것이 대부분인데, 엘프들 중에서도 하이엘프라는 이름을 가진 엘프가 있는데 그 하이엘프는 아주 높은 경지에 올라선 자가 많아. 그런 하이엘프들은 정령을 아주 잘 다루지만 검술 또한 대단히 능한 엘프들도 있지. 그런 능력을 가진 엘프들은 드래곤과도 상대해도 전혀 밀리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 이건 뭐 정확한 얘기는 아닌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니온에 있는 게스(gess)라는 지방에 살고 있는 엘프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구. 엘프는 이정도고.......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마스터라고 부르는데, 이 대륙에만해도 4명의 마스터가 있지. 2명은 이곳 크로노스 제국에 있고, 한 명은 라우토니아 제국에,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바라미놈 왕국에 있지. 마스터는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나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어떤건지는 나도 잘 몰라. 그리고 그 다음이 기사의 등급을 결정해서 말하는데 왠만한 국가의 오공제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고 그 다음이 각 기사단의 단장들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또 기사단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각 기사단도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져있는데...... “
“ 잠깐 잠깐. 뭐가 그렇게 많아. 그냥 기사면 기사고, 드래곤이면 드래곤이지. 그런것도 다 알아야해? ”
“ 그럼 당연하지. 만약에 그런 사람들과 맞부딪치는 일이 생기면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거든. 그러니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기억해두고 다녀야 그런 경우가 생기면 바로 행동에 옮길수 있단 말이야. 알았어? ”
“ 난 그런 것 몰라도 돼. 그냥 세상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다닐거란 말야. 그런 것 몰라도 난 누구와 싸워서 이길수 있단 말야. 내가 좀 쎄잖아. 잘 들었어 베론. ”
린은 주위를 보며 으스대며 말했다. 그런 린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은 ‘ 그래 너 잘났다. ’ 라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린은 이제 그만 들어도 된다는 식으로 자신이 먹고 있던 접시에 남은 음식을 한 번에 입으로 털어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자신의 침낭을 펴고는 누웠다. 크루터가 옆에 다가가 린의 잠자리를 살피고는 옆에다가 자신의 잠자리를 펴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들의 식사를 서둘러서 마치고는 불 주이에 자신들의 잠자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 곳에서 이런 상황들을 모두 본 칸은 어디론가 가버린 자신의 상관을 기다리며 자신의 부하들과 식사도 못 한 채 서성이고 있었다.
숲속의 한 쪽
리베로 백작과 뤼그니에는 다른 사람들이 저녁준비를 하고 야영준비를 하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이곳으로 왔다.
“ 뤼그니에! 수도에 연락해라. ”
“ 네! 백작님. ”
대답을 마친 뤼그니에의 손에 통신용 수정이 올려진 후 뤼그니에의 입에서 주문을 외우자 수정안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나왔다.
“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그렇지 않아도 전하께서 왜 연락이 안되냐며 걱정하시며 백작님의 연락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
“ 그래? 빨리 전하를 연결해주게. 예상치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 ”
“ 네! 알겠습니다. 곧 연결해드리겠습니다. ”
수정안의 인물이 잠시 사라진후 조금의 시간이 지난뒤 수정안으로 쇼트랭 후작의 모습이 보였다.
“ 리베로 경! 무슨 일이 났다고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연락을 안한것인가. 내가 자네를 기다리다가 화병이 나는줄 알았네. ”
“ 죄송합니다. 전하.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연락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
“ 그래 무슨 일인가? ”
“ 네! 전하. 좀 전에 바크론들에게 습격을 당했었습니다. "
" 그래? 피해는 없었나? 숫자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나보군. "
" 전하. 바크론 숫자가 무려 200~300 정도 였습니다. 그바람에 저희 기사 몇 명이 전사했습니다. “
“ 뭐... 뭐라고? 200~ 300 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살아있는가? ”
“ 네....저 그것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인물과 드래곤이 나타나서 바크론들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
“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이라고? ”
“ 네! 전하. 알카시스에서 온 아이리스 공주라고 하는 엘프 한 명과 거대한 화이트 드래곤이었습니다. ”
“ 알카시스라고? ”
쇼트랭 후작은 적지 않게 놀란 음성으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말았다. 알카시스라니....
리베로는 그런 후작의 행동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계속했다.
“ 네! 전하. 분명 알카시스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카시스가 아니면 그런 화이트 드래곤이 나타날 수가 없지 않습니까? ”
“ 그건 그렇군..... 하지만 의외의 변수가 발생했군, ”
“ 아닙니다. 전하. 그렇게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그 드래곤과 공주는 바로 다른 곳으로 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 다른곳으로 갔다고?.... 그럼 뭐가 문젠가? 그들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다른 문젠 없을거 아닌가? ”
“ 그게 말입니다. 전하...... 그 린이라는 소년이 드래곤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었습니다.”
“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나? 그냥 인간이라고? ”
“ 네! 전하. 하지만 얘기로는 드래곤과도 한 번 싸운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드래곤을 도룡뇽이라고 표현하면서 말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드래곤과 싸워서 드래곤이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냥 보통 인간은 아닙니다. 전하! ”
“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우리들이 드래곤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던 일이 필요가 없어졌단 말이군, 그럼 그 린이라는 소년만 잘 구슬리면 된다는 결론이 내려지는군. 그런가 리베로 경? ”
“ 아닙니다. 전하. ”
“ 왜? 무슨 다른 일이라도 있나? ”
“ 전하! 그 소년이 좀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
“ 그게 뭔가? ”
“ 네! 전하. 그 린이라는 소년이 밤에는 꼬마 여자애로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
“ 뭐? 뭐라고? ”
쇼트랭 후작은 자신의 부하 입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이 황당한 일에 적지않은 충격을 여러번 받고 있었다. 이건 또 뭐라고 하는건지..... 리베로 백작은 자신의 이마위로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다.
“ 좀 전에 알아낸 사실입니다. 전하. 아마도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린이라는 소년이 수도에 오려고 하는 이유가 말입니다. ”
“ 무슨 이유 말인가? ”
“ 마법에 걸린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서 수도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알카시스에서 온 공주와 하는 이야기를 제가 들어본 바에 의하면 확실합니다. 그리고 린의 출생이 아르키나 산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자랐다고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 할아버지라는 사람이 대단한 마법사인 것 같습니다. 린이라는 소년을 기른것도 그렇고 마법을 건 것도 그렇고 그 할아버지라는 사람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 그래? 아르키나 산맥이란 말이지? ”
“ 네! 전하. 한 번 그곳을 조사해 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
“ 알았네. 다른 사항은 없나? ”
“ 네! 없습니다. 전하.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
“ 음...... 일단은 그 소년을 잘 구슬려서 이곳으로 데려오게. 충돌하지 말고 지금까지 한 것처럼 극진히 대접을 하며 데려오란 말야. 그리고 나서 이곳 수도에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말이야. 알았나? ”
“ 네! 전하. ”
“ 아르키나 산맥은 내가 조치를 취해서 알아보도록 하지. 그럼 변동사항이 있거나 이상한 일이 발생하면 바로 연락을 하도록. 알겠나 리베로 경? ”
“ 네! 알겠습니다.전하. ”
“ 그래. 그럼 수고 하게. ”
말을 마친 쇼트랭 후작은 수정에서 사라졌고, 통신을 마친 리베로와 뤼그니에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모두가 잠이 든 밤. 비구름이 지나간 하늘에는 밝게 빛나는 별들이 수를 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고, 밝게 빛나는 달빛이 어두움을 몰아내고 낮처럼 밝은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조용하기도 했지만 여기 저기에서 울어대는 쟈칼(jackal)들의 울음소리에 주위가 으스스 한 기분도 들었다. 밤에만 활동하는 쟈칼들은 인간을 공격하는 사나운 종족으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밤에 이동하는 파티나 여행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그런 종족이었다. 다른 몬스터 보다는 크기는 작지만 지능이 뛰어나서 인간과 거의 동등한 지능을 소유한 것으로도 알려져있었다. 하지만 불을 무서워하는 단점이 있고, 낮에는 활동을 안하기 때문에 밤에만 불을 피워서 방어를 하면 그렇게 두려운 존재라 할 수는 없었다.
불침번을 서고 있던 칸은 주위에서 계속 들려오는 쟈칼의 소리에 신경이 날카롭게 변해있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이 나는지 주위의 소리나 환경에 민감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여러 전장을 다니며 전투를 해봤지만, 그런 종류의 전투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인간과의 전투나 국가간의 전쟁 아니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식의 싸움이었지 많은 수의 몬스터에 포위되어 죽을 고비를 넘긴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우 ~ ~ ~
컹 컹 컹 컹
그런 주위의 소리에 민감해 하고 있을 때 잠들어 있던 베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칸의 옆으로 다가왔다.
“ 눈 좀 붙이십시오. 제가 경계를 서겠습니다. ”
“ 아니오. 말씀은 고맙지만 아직 시간이 더 남았으니 내가 마저 지키겠소 ”
“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제가 주위를 한 번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
“ 조심하십시오. 주위에 쟈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근처에 있는 것 같습니다. ”
“ 알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
베론은 칸이 자신의 제의를 거절하자 숲쪽으로 걸음을 옮겻다. 주위에서 쟈칼의 울음소리가 점 점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숲으로 들어간 베론은 달빛으로 인해 그리 어둡지 않은 시야로 여기 저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베론은 주위를 너무 많이 벗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숲으로 계속들어가고 있었다. 일행들이 야영을 하고 있는 곳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며 쟈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던 베론은 쟈칼의 울음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자 작은 목소리로 뻐꾸기 울음소리를 냈다. 작은 소리로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리는 주위가 조용해서 울려퍼져 나갔다. 뻐꾸기 소리가 한 번 두 번 세 번 울리자 계속되던 쟈칼의 울음소리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그러더니 한 순간 정적이 흘렀고, 쟈칼의 소리가 나던 곳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베론은 뻐꾸기 소리가 나자 마자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를 가자 숲이 끝나고 하나의 공터가 나왔다. 공터에는 수 없이 많은 쟈칼들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 한 명의 인물이 서 있었다. 베론이 그곳에 나타나자 쟈칼들이 길을 열어주어 베론이 그 중앙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 베론은 조금은 두려운지 머뭇거리더니 이내 중앙에 있는 사람에게 갔다. 중앙에 있는 자는 긴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볼 수가 없었지만, 큰 키를 가진 사람으로 몸은 우람한 근육으로 단련이 되었는지 로브 자락 밖으로 드러났다. 베론이 그 사람의 앞에 다가서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그 사람에게서 굵은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 그래 그 놈이 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한가? ”
“ 네 그렇습니다. 지금 모두 잠에 빠져서 꿈속을 헤메고 있을겁니다. 약속하신 것은 반드시 지켜주시는 겁니까? ”
“ 흐흐흐 내가 약속한 것은 꼭 지킨다. 그것은 염려하지 말아라. ”
“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제게는 전부입니다. 꼭 지켜주십시오. ”
“ 알았다. 이 일이 끝나면 내 꼭 너의 약속을 지키지. 크크크 오브제! ”
중앙의 남자가 굵은 목소리로 한 사람을 부르자 지금껏 쟈칼 이외에는 아무도 없던 주위로 다른 쇠소리 비슷한 듣기 거북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
“ 지금 즉시 쟈칼들을 이끌고 가서 반지를 가져와라. 인간들은 죽여도 좋다. ”
“ 큭 큭 큭 알겠습니다. 주인님! 오랜만에 피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칵 칵 칵 ”
삐 이 익
휘파람소리가 울려퍼지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쟈칼들이 울음소리와 함께 휘파람이 부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정막을 깨며 온 통 쟈칼의 울음소리가 주위를 뒤덮었다.
우 우 우
컹 컹 컹 컹
멀어져가는 쟈칼들을 바라보며 베론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일행들이 생각나서 인지 아니면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은 판단이라 생각해서 인지.......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 같은 그런 밤이었다.
신들의 전쟁 - 베론의 배신
린과 일행들은 베론과 크루터가 잡아온 산돼지로 저녁을 먹고있었다. 비에 젖어 땅이 젖어있었지만, 불의 정령인 샐러맨더의 덕택으로 일행들은 따뜻한 보금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린도 저녁으로 나온 산돼지의 뒷다리를 맛나게 먹으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단 듯이 그냥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베론일행은 이미 모든 일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생각했던지 린과 함께 불을 쬐며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리베로백작과 마법사인 뤼그니에는 저녁도 먹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칸과 다른 기사들은 그런 백작을 찾지 않고 있었지만, 베론과 크루터는 그런 그들의 변화된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기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었다.
“ 야! 린! 그럼 몇 살부터 그런 마법에 걸려버린거야? 빨리 말해봐. ”
컬리가 지금까지 묻고 싶었던걸 참고 참았던지 급하게 린을 다그쳤다.
“ 내가 15세가 되던해에 나하고 같이 살던 영감탱이가 죽었거든. 그런데 그 영감탱이가 죽으면서 나보고 꼭 20살이 되기전에 아르키나산맥을 나가지 말라는거야. 그래서 내가 왜 나가면 안 되냐고 나도 이곳에서 좀 벗어나서 여행도 하면서 다니고 싶다고 대답했다가 이렇게 된 거야. 쩝. 휴~ 그때 내가 대답을 잘 했으면 이런 재수없는 일이 안 생겼을텐데 그때 내가 우기느라 이렇게 된 거지 뭐. ”
“ 그런데 왜 너보고 나가지 말라고 했어? 그리고 또 20살까지라는 얘기는 뭐야? ”
리나가 물었다.
“ 그걸 알면 내가 이렇게 생고생을 하냐? 나도 답답해 죽겠다고. 으이구.... ”
퍽 퍽 퍽
린은 답답하다는 듯 자기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답답하다는 표현을 했다. 정말 답답했으리라.....
“ 그런데 그 같이 살았다는 할아버지는 누구니? 너희 진짜 할아버지니? ”
“ 나도 잘 모르는데.....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마. 나도 잘 모르고 그 영감탱이가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 그러니까 이런 저런 거 물어보지 말고 나한테 세상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해 달라니까? ”
“ 그래 알았어 더 안물어볼게. ”
“ 내가 얘기를 하지. ”
베론은 자신의 그릇에 놓여진 음식을 다 먹었는지 앞에다 내려 놓으며 옆에 있는 수건으로 입을 닦고는 이야기 보따리를 열기 시작했다.
“ 그러니까.....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사람들이 살고있는데 말이야,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생명체가 바로 드래곤이라는 생명체야. 너도 아까 봤지. 그런 드래곤들이 지금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는 많이 있는데 가장 강하지.”
베론의 말에 린은 속으로 ‘ 그런 드래곤들이 강하다고? 정말 웃기는데. 그때 그 드래곤도 별로 쎄보이지 않던데. ’ 라고 생각했다. 그런 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론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 그런데 말이야, 드래곤이라고 해서 모두가 강한 것은 아냐. 드래곤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 ”
“ 그래? 어떤 것들이 있는데? ”
린은 궁금한지 베론의 말을 중간에서 짤랐다.
“ 지금 말하려고 했는데. ”
“ 어! 미안. 계속해줘. ”
린이 미안하다고 하자 베론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 그래... 험. 드래곤은 말야 꽤 오랜 세월을 살아가는 생명체거든. 그런데 처음에 태어날때는 약하디 약한 몸을 가지고 태어나지. 그런 어린 드래곤을 헤즐링이라고 하는데 헤즐링은 태어나서 500년을 살지 않은 드래곤을 가리키지. 또 그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드래곤을 죽이고 드래곤 슬래이어라는 칭호를 얻지. 하지만 잘못 걸려서 그 헤즐링의 어미 드래곤에게 걸리면 왠만한 나라 정도는 한 순간에 날라가 버리지. 그래서 세상에는 드래곤슬래이어들이 얼마 없지만 말야...... 그래서 헤즐링을 벗어나면 완전한 드래곤이 되는데 그때엔 정말 무시무시한 생명체가 되어서 건드리면 안되는 존재가 돼.
그리고 드래곤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 아까 그 알카시스의 공주가 말했듯이 말이야. 그리고 드래곤에도 여러 등급이 있는데 말이야 그 첫째가 바로 그래이트 애이션급의 드래곤이야. 태초의 세상이 형성될 때부터 신과 함께 존재한 드래곤들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모르지. 어디사는지도 모르고 정말로 아직까지 살아있는지도 모르고. 그 어디에도 자료가 없고 전해지는 이야기도 없지. 그 다음이 애이션트급의 드래곤인데 한 7000년 이상 살았으면 애이션트급이라고 말을 하지. 이 드래곤 또한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지금 현재까지 살고있는 드래곤이 내가 알기로는 아까 봤던 알카시스에서 왔다던 마로니엔이라는 그 화이트 드래곤과 남쪽 나라인 라우토니아 제국의 던롭(dun-rop)산맥에 살고 있는 루드니게스라는 레드 드래곤, 그리고 바라미놈 왕국의 바닷가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쎄이러니온이 라는 전설속의 브론즈 드래곤이지. 이 세 드래곤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 산 드래곤들이지.
그 다음이 웜급에 속한 드래곤들인데 5000년 정도의 세월을 산 드래곤들을 그렇게 부르지. 그런 드래곤들은 이 대륙에도 많고 다른 대륙에도 많이 살고 있는데 그런 것은 나중에 수도에 가면 여러자료를 보관해 놓은 제국 도서관이나 마법 길드, 용병길드에 가면 알아 볼 수가 있으니까 한 번 꼭 가보도록해. 알았지? “
“ 응. 알았어. 그럼 있잖아 아까 본 그 하얀 색깔을 가진 드래곤이 뭐 애이션인가 뭔가하는 그 드래곤이라는 거야? ”
“ 애이션트급이야. 애이션트급. 그리고 드래곤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덩치가 크다고. 그러니까 아까 본 그 화이트 드래곤의 덩치면 거의 8, 9000년은 먹었을꺼야. ”
“ 드래곤들은 그렇게나 오래살아? ”
린이 ‘정말이냐? ’라는 식의 눈으로 쳐다보자 베론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대답했다.
“ 내가 뭐가 있다고 거짓말을하냐? 이것도 내가 오랜 기간동안 용병생활을 하면서 얻어진 지식이라고. 이렇게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용병도 드물다니까. 린! 넌 고맙게 생각해야돼. ”
“ 그래?........쩝 ”
“ 그리고 그 다음은 드래곤 다음으로 강한 종족이 바로 우리 인간이지. 뭐 엘프들도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엘프들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니까 엘프는 그냥 제외할게. 하지만, 이거 하나는 꼭 알아둬야해. 엘프들은 일반적으로 정령을 다스리고 자연과 친하기 때문에 숲속에서 사는 것이 대부분인데, 엘프들 중에서도 하이엘프라는 이름을 가진 엘프가 있는데 그 하이엘프는 아주 높은 경지에 올라선 자가 많아. 그런 하이엘프들은 정령을 아주 잘 다루지만 검술 또한 대단히 능한 엘프들도 있지. 그런 능력을 가진 엘프들은 드래곤과도 상대해도 전혀 밀리지 않다는 얘기가 있어. 이건 뭐 정확한 얘기는 아닌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니온에 있는 게스(gess)라는 지방에 살고 있는 엘프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구. 엘프는 이정도고.......
인간들 중에서 가장 강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마스터라고 부르는데, 이 대륙에만해도 4명의 마스터가 있지. 2명은 이곳 크로노스 제국에 있고, 한 명은 라우토니아 제국에,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바라미놈 왕국에 있지. 마스터는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나도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어떤건지는 나도 잘 몰라. 그리고 그 다음이 기사의 등급을 결정해서 말하는데 왠만한 국가의 오공제의 직책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되고 그 다음이 각 기사단의 단장들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지. 또 기사단이라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각 기사단도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서 등급이 매겨져있는데...... “
“ 잠깐 잠깐. 뭐가 그렇게 많아. 그냥 기사면 기사고, 드래곤이면 드래곤이지. 그런것도 다 알아야해? ”
“ 그럼 당연하지. 만약에 그런 사람들과 맞부딪치는 일이 생기면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거든. 그러니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기억해두고 다녀야 그런 경우가 생기면 바로 행동에 옮길수 있단 말이야. 알았어? ”
“ 난 그런 것 몰라도 돼. 그냥 세상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다닐거란 말야. 그런 것 몰라도 난 누구와 싸워서 이길수 있단 말야. 내가 좀 쎄잖아. 잘 들었어 베론. ”
린은 주위를 보며 으스대며 말했다. 그런 린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은 ‘ 그래 너 잘났다. ’ 라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린은 이제 그만 들어도 된다는 식으로 자신이 먹고 있던 접시에 남은 음식을 한 번에 입으로 털어 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 떨어진 곳에 자신의 침낭을 펴고는 누웠다. 크루터가 옆에 다가가 린의 잠자리를 살피고는 옆에다가 자신의 잠자리를 펴자 다른 사람들은 모두들 자신들의 식사를 서둘러서 마치고는 불 주이에 자신들의 잠자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 곳에서 이런 상황들을 모두 본 칸은 어디론가 가버린 자신의 상관을 기다리며 자신의 부하들과 식사도 못 한 채 서성이고 있었다.
숲속의 한 쪽
리베로 백작과 뤼그니에는 다른 사람들이 저녁준비를 하고 야영준비를 하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 이곳으로 왔다.
“ 뤼그니에! 수도에 연락해라. ”
“ 네! 백작님. ”
대답을 마친 뤼그니에의 손에 통신용 수정이 올려진 후 뤼그니에의 입에서 주문을 외우자 수정안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나왔다.
“ 안녕하십니까? 백작님. 그렇지 않아도 전하께서 왜 연락이 안되냐며 걱정하시며 백작님의 연락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
“ 그래? 빨리 전하를 연결해주게. 예상치 않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 ”
“ 네! 알겠습니다. 곧 연결해드리겠습니다. ”
수정안의 인물이 잠시 사라진후 조금의 시간이 지난뒤 수정안으로 쇼트랭 후작의 모습이 보였다.
“ 리베로 경! 무슨 일이 났다고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연락을 안한것인가. 내가 자네를 기다리다가 화병이 나는줄 알았네. ”
“ 죄송합니다. 전하.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연락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
“ 그래 무슨 일인가? ”
“ 네! 전하. 좀 전에 바크론들에게 습격을 당했었습니다. "
" 그래? 피해는 없었나? 숫자가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나보군. "
" 전하. 바크론 숫자가 무려 200~300 정도 였습니다. 그바람에 저희 기사 몇 명이 전사했습니다. “
“ 뭐... 뭐라고? 200~ 300 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살아있는가? ”
“ 네....저 그것이....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인물과 드래곤이 나타나서 바크론들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
“ 갑자기 나타난 드래곤이라고? ”
“ 네! 전하. 알카시스에서 온 아이리스 공주라고 하는 엘프 한 명과 거대한 화이트 드래곤이었습니다. ”
“ 알카시스라고? ”
쇼트랭 후작은 적지 않게 놀란 음성으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치고 말았다. 알카시스라니....
리베로는 그런 후작의 행동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다음 말을 계속했다.
“ 네! 전하. 분명 알카시스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카시스가 아니면 그런 화이트 드래곤이 나타날 수가 없지 않습니까? ”
“ 그건 그렇군..... 하지만 의외의 변수가 발생했군, ”
“ 아닙니다. 전하. 그렇게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그 드래곤과 공주는 바로 다른 곳으로 가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 다른곳으로 갔다고?.... 그럼 뭐가 문젠가? 그들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다른 문젠 없을거 아닌가? ”
“ 그게 말입니다. 전하...... 그 린이라는 소년이 드래곤이 아니라 그냥 인간이었습니다.”
“ 뭐라고? 지금 뭐라고 했나? 그냥 인간이라고? ”
“ 네! 전하. 하지만 얘기로는 드래곤과도 한 번 싸운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것도 드래곤을 도룡뇽이라고 표현하면서 말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드래곤과 싸워서 드래곤이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냥 보통 인간은 아닙니다. 전하! ”
“ 흠.... 그렇단 말이지. 그럼 우리들이 드래곤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했던 일이 필요가 없어졌단 말이군, 그럼 그 린이라는 소년만 잘 구슬리면 된다는 결론이 내려지는군. 그런가 리베로 경? ”
“ 아닙니다. 전하. ”
“ 왜? 무슨 다른 일이라도 있나? ”
“ 전하! 그 소년이 좀 특이한 것이 있습니다. ”
“ 그게 뭔가? ”
“ 네! 전하. 그 린이라는 소년이 밤에는 꼬마 여자애로 변한다는 사실입니다. ”
“ 뭐? 뭐라고? ”
쇼트랭 후작은 자신의 부하 입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이 황당한 일에 적지않은 충격을 여러번 받고 있었다. 이건 또 뭐라고 하는건지..... 리베로 백작은 자신의 이마위로 흘러내리는 땀을 소매로 닦으며 다음 이야기를 계속했다.
“ 좀 전에 알아낸 사실입니다. 전하. 아마도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린이라는 소년이 수도에 오려고 하는 이유가 말입니다. ”
“ 무슨 이유 말인가? ”
“ 마법에 걸린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서 수도로 가는 것 같았습니다. 알카시스에서 온 공주와 하는 이야기를 제가 들어본 바에 의하면 확실합니다. 그리고 린의 출생이 아르키나 산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자랐다고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그 할아버지라는 사람이 대단한 마법사인 것 같습니다. 린이라는 소년을 기른것도 그렇고 마법을 건 것도 그렇고 그 할아버지라는 사람을 조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 그래? 아르키나 산맥이란 말이지? ”
“ 네! 전하. 한 번 그곳을 조사해 보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
“ 알았네. 다른 사항은 없나? ”
“ 네! 없습니다. 전하. 어떻게 해야 할지 지시를 내려 주십시오. ”
“ 음...... 일단은 그 소년을 잘 구슬려서 이곳으로 데려오게. 충돌하지 말고 지금까지 한 것처럼 극진히 대접을 하며 데려오란 말야. 그리고 나서 이곳 수도에서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말이야. 알았나? ”
“ 네! 전하. ”
“ 아르키나 산맥은 내가 조치를 취해서 알아보도록 하지. 그럼 변동사항이 있거나 이상한 일이 발생하면 바로 연락을 하도록. 알겠나 리베로 경? ”
“ 네! 알겠습니다.전하. ”
“ 그래. 그럼 수고 하게. ”
말을 마친 쇼트랭 후작은 수정에서 사라졌고, 통신을 마친 리베로와 뤼그니에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모두가 잠이 든 밤. 비구름이 지나간 하늘에는 밝게 빛나는 별들이 수를 놓은 듯 반짝이고 있었고, 밝게 빛나는 달빛이 어두움을 몰아내고 낮처럼 밝은 환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조용하기도 했지만 여기 저기에서 울어대는 쟈칼(jackal)들의 울음소리에 주위가 으스스 한 기분도 들었다. 밤에만 활동하는 쟈칼들은 인간을 공격하는 사나운 종족으로서 이름이 널리 알려졌고, 떼를 지어 다니기 때문에 밤에 이동하는 파티나 여행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는 그런 종족이었다. 다른 몬스터 보다는 크기는 작지만 지능이 뛰어나서 인간과 거의 동등한 지능을 소유한 것으로도 알려져있었다. 하지만 불을 무서워하는 단점이 있고, 낮에는 활동을 안하기 때문에 밤에만 불을 피워서 방어를 하면 그렇게 두려운 존재라 할 수는 없었다.
불침번을 서고 있던 칸은 주위에서 계속 들려오는 쟈칼의 소리에 신경이 날카롭게 변해있었다. 낮에 있었던 일이 자꾸 생각이 나는지 주위의 소리나 환경에 민감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여러 전장을 다니며 전투를 해봤지만, 그런 종류의 전투는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인간과의 전투나 국가간의 전쟁 아니면 몬스터를 사냥하는 식의 싸움이었지 많은 수의 몬스터에 포위되어 죽을 고비를 넘긴 경우는 없었던 것이다.
우 ~ ~ ~
컹 컹 컹 컹
그런 주위의 소리에 민감해 하고 있을 때 잠들어 있던 베론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칸의 옆으로 다가왔다.
“ 눈 좀 붙이십시오. 제가 경계를 서겠습니다. ”
“ 아니오. 말씀은 고맙지만 아직 시간이 더 남았으니 내가 마저 지키겠소 ”
“ 그러시겠습니까? 그럼 제가 주위를 한 번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
“ 조심하십시오. 주위에 쟈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면 근처에 있는 것 같습니다. ”
“ 알겠습니다. 저도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
베론은 칸이 자신의 제의를 거절하자 숲쪽으로 걸음을 옮겻다. 주위에서 쟈칼의 울음소리가 점 점 가까이에서 들리는 듯 그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숲으로 들어간 베론은 달빛으로 인해 그리 어둡지 않은 시야로 여기 저기를 그리 어렵지 않게 둘러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베론은 주위를 너무 많이 벗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숲으로 계속들어가고 있었다. 일행들이 야영을 하고 있는 곳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며 쟈칼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가던 베론은 쟈칼의 울음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자 작은 목소리로 뻐꾸기 울음소리를 냈다. 작은 소리로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리는 주위가 조용해서 울려퍼져 나갔다. 뻐꾸기 소리가 한 번 두 번 세 번 울리자 계속되던 쟈칼의 울음소리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그러더니 한 순간 정적이 흘렀고, 쟈칼의 소리가 나던 곳에서 뻐꾸기 소리가 들렸다. 베론은 뻐꾸기 소리가 나자 마자 그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를 가자 숲이 끝나고 하나의 공터가 나왔다. 공터에는 수 없이 많은 쟈칼들이 있었고, 그 가운데에 한 명의 인물이 서 있었다. 베론이 그곳에 나타나자 쟈칼들이 길을 열어주어 베론이 그 중앙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 베론은 조금은 두려운지 머뭇거리더니 이내 중앙에 있는 사람에게 갔다. 중앙에 있는 자는 긴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얼굴은 볼 수가 없었지만, 큰 키를 가진 사람으로 몸은 우람한 근육으로 단련이 되었는지 로브 자락 밖으로 드러났다. 베론이 그 사람의 앞에 다가서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그 사람에게서 굵은 남자의 음성이 들렸다.
“ 그래 그 놈이 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한가? ”
“ 네 그렇습니다. 지금 모두 잠에 빠져서 꿈속을 헤메고 있을겁니다. 약속하신 것은 반드시 지켜주시는 겁니까? ”
“ 흐흐흐 내가 약속한 것은 꼭 지킨다. 그것은 염려하지 말아라. ”
“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제게는 전부입니다. 꼭 지켜주십시오. ”
“ 알았다. 이 일이 끝나면 내 꼭 너의 약속을 지키지. 크크크 오브제! ”
중앙의 남자가 굵은 목소리로 한 사람을 부르자 지금껏 쟈칼 이외에는 아무도 없던 주위로 다른 쇠소리 비슷한 듣기 거북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
“ 지금 즉시 쟈칼들을 이끌고 가서 반지를 가져와라. 인간들은 죽여도 좋다. ”
“ 큭 큭 큭 알겠습니다. 주인님! 오랜만에 피맛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칵 칵 칵 ”
삐 이 익
휘파람소리가 울려퍼지자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쟈칼들이 울음소리와 함께 휘파람이 부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용하던 정막을 깨며 온 통 쟈칼의 울음소리가 주위를 뒤덮었다.
우 우 우
컹 컹 컹 컹
멀어져가는 쟈칼들을 바라보며 베론은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일행들이 생각나서 인지 아니면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은 판단이라 생각해서 인지.......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 같은 그런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