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꿈의 실현 - 윈월드 티켓

이선정2007.08.07
조회2,878

세계일주항공권이란 게 있다구요?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일주는 환상에 지나지 않는 한여름밤의 꿈입니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 세계일주는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살아 숨쉬는 꿈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현실로 이어주는 곳에 세계일주항공권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세계일주를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게, 통장에 10만원도 없던 대학생에게 언감생심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그저, 이미 몇 번 다녀왔던 여행의 후유증으로 언젠가 내가 가고 싶은 나라들 가 볼 수 있다면.. 막연하게 바래보기만 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누군가 제게 스치듯 세계일주항공권이란 게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티켓만 있으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어마어마한 비행기 값을 아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정신 없이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세계일주항공권을 검색해보았고, 그 날 밤 저는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세계일주란 게 정녕 불가능한 꿈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고,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 날 새벽을 저는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합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누군가 스치듯 알려준 한 마디 정보로 인해 저의 세계일주가 시작되었듯이, 이 정보로 인하여 또 다른 누군가 멋지게 세계일주에 대한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게 된다면 그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 알림 사항 ★
 

1. 짧은 글이 아닙니다. 호기심으로 읽으면 두통만 생깁니다. 원월드 항공권은 엄청나게 싼 가격만큼 그 규정이 매우 복잡합니다. 원월드 항공권이 진짜 궁금하고 정보에 목이 타는 분들만 읽으세요.

 

2. 저의 경우, 원월드를 이용해 루트를 완성하기까지 꼬박 네 달이 걸렸습니다. 저에게는 이렇게 원월드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려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저의 세계일주를 가능하게 한 것도 원월드이지만, 저의 피를 말렸던 것도 원월드지요. 만약 제가 다시 세계일주를 하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저는 원월드를 선택하지 않겠습니다.-_-

 

3. 이 글의 시점은 2003년입니다. 규정도 바뀌고 가격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세계일주항공권을 발권하기까지 제가 겪은 난투극을 여과 없이 나누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일주를 이제 막 준비하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호소하는 분들이 원월드 항공권에 대해 감을 잡고 시행착오를 막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글입니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최신 정보 제공은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니 다른 글들을 참고하세요.

 

4. 필요한 경우, ↗Update 형식으로 요즘 상황을 적어놓았습니다.

 

5. 이 글은 호주 발권을 중심으로 쓰여졌습니다. 정보가 그야말로 ‘전무’했던 호주 발권 문제 때문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국내에서 기록으로 남아있는, 한국에 있으면서 호주 발권을 한 케이스는 제가 최초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저의 원월드 호주 발권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그 이후로 제 방법을 따라 세계일주를 시작하신 분들이 많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고백하건대, 한국에서 발권하셔도 됩니다. 비하인드 스토리는 뒤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1. 원월드 알아가기

1-1 예의상 살펴보는 원월드 개관
 

세계일주항공권이란 세계의 여러 항공사들이 제휴하여 여러 대륙을 여행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저렴한 단일 항공요금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타얼라이언스, 원월드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마일리지 제한이 없다는 장점 때문에 여러 대륙을 여행하는 장기 여행자들에게는 원월드 항공권이 거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즉, 원월드 항공권을 이용하면 이동거리의 제한 없이 원하는 규정 내에서 아무리 먼 거리도 마음껏 이동할 수 있고, 그만큼의 마일리지를 적립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장기여행자가 많지 않은 국내에서 세계일주항공권이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원월드에 대한 정보조차 거의 전무한 편이니 다른 종류의 세계일주항공권에 대한 정보는 알조다.

 

# 가볍게 스타얼라이언스에 대하여 (www.staralliance.co.kr)

에어 캐나다 / 에어 뉴질랜드 / 전일본공수 / 아시아나항공 / 오스트리아항공 / 비엠아이 / 폴란드항공 / 루프트한자 독일항공 / 스칸디나비아항공 / 싱가포르항공 / 남아프리카항공 / 스팬에어 / 스위스항공 / TAP포르투갈 항공 / 타이항공 / 유나이티드항공 / 유에스항공 이 스타얼라이언스에 소속되어 있으며 전세계 155개국 855여개 공항을 운항한다.

 

장점 – 최대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쪽 루트를 짜기가 수월하다.

 

단점 – 역시 최대의 단점은 원월드와 같이 비행편수로 계산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마일리지로 계산이 되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제약이 많다는 것. 또한 남미 쪽 커버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 남미를 사랑하는 뭇 장기여행자들에게 버림을

          받는 주요 이유다.

          그리고 장점 중 하나인 아시아쪽 루트는 사실 거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육로로 이동한다는 점으로 인해 큰 매력이 되지

          않고 있다.

 

# 원월드는...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 / 영국항공(British Airways) / 캐세이퍼시픽항공(Cathay Pacific Airways) / 핀에어(Finnair) / 이베리아(Iberia) / 란칠레(LanChile) / 콴타스(Qantas) / Jal항공 / 말레브헝가리안항공 / 로얄요르단항공이 제휴하여 만든 동맹으로 약 570개 도시에 취항할 수 있다.

 

↗ Update 1

2007년 Jal항공, 말레브헝가리안항공, 로얄요르단항공이 원월드의 정식 회원항공사로 합류했다. 덕분에 원월드 여행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노선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여행할 2003년 당시는 570개 도시에 취항하였으나 이제는 150여개국 700개 공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었다고 하니 환호할 만한 일이다. 또한 홍콩의 드래곤 항공이 2007년 후반기에 가입할 예정이며, 기존의 에어링구스는 탈퇴하였다.

 

↗ Update 2

최근 몇 년 들어 세계일주, 혹은 장기여행자가 부쩍 늘었다. 당신이 세계일주를 꿈꾼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있다. http://cafe.daum.net/owtm 일명 오불생활자. 국내에서 다른 여행자들과 원월드 항공권에 대한 유일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곳이며, 당신이 다른 어느 곳에서 원월드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면 그 정보의 모태는 아마도 이 곳일 것이다. 여행사에 물어봐도 아는 것 없고, 항공사에 물어본다면 찬 밥 대우를 받을 것이다.


* 가 격
참 말하기 애매모호한 부분이다.

거의 매년 가격이 오를 뿐더러 나라마다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에서 4대륙 항공권을 구입할 경우 약 370만원이다.(2003. 01월 기준) 그러나 동일한 항공권을 호주에서 산다면 AUD2799(2003. 01월 기준, 한화로 약 196만원)이다.

현재 원월드 항공권이 가장 싼 나라로 호주와 이집트가 알려져 있다. 사실 호주에 비교하니 370만원이 비싼 돈이지, 사실 원래 비행기 값으로 따지자면 이것도 믿을 수 없이 싼 가격이다.

우리나라에서 남미 한 국가만 가려고 해도 비행기 값이 200만원 넘게 든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원월드 항공권이 얼마나 파격적인 가격인지는 짐작이 간다.


 
 1-2. 기본적인 조건들
 

가격이 가격인만큼 조건이 까다롭다.

갈수록 더 까다로워진다. 처음에 이 항공권을 알게 되었을 때야 설레서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루트 짜느라 속 터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 돈만 있다면 이용 안하는 게 속 편하다.

환상적인 루트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밤낮없이 공부하여 고치고 또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루트 변경에 날짜 변경까지 머리 아프고 돈 나가고 고생하고 발목 잡히는 수가 있다.

대신 한 번 정도의 루트변경은 기본으로 생각하고 릴랙~스하자.


1. 한 방향으로만 이동해야 한다.

대륙별 여행이 시계방향, 혹은 반 시계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남미-오세아니아와 같은 루트는 백트래킹(backtracking)이 되므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륙 내에서는 상관없다.

 

2. 전세계를 6개의 지역으로 구분하여, 적어도 3대륙(지역)이상을 여행하여야 한다.

만약 일정에 오세아니아나 아프리카가 포함되어 있다면 최소 4대륙 이상이어야 한다. 발권한 대륙에서 여행이 시작되어야 하며, 일정의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 같은 나라에 속해야 한다.
 
ZONE 1 

유럽과 중동 (알제리아, 이집트, 모로코, 수단, 튀니지아 포함)
 
ZONE 2  아프리카
 
ZONE 3  아시아 (인도 포함)
 
ZONE 4  남서태평양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 뉴기니)
 
ZONE 5 

북아메리카 (캐나다, 미국, 카리비안, 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
 
ZONE 6  남아메리카
  

3. 스탑오버는 출발 대륙 2번, 각 지역별 4번(북미 6번)이다.

만약 더 스탑오버를 하고 싶다면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스탑오버 한 번 추가에 대략 100불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 역시 어디에서 티켓을 사느냐에 따라 다르다.

 

4. 경유 - 초유의 관심사

원월드는 국내에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내가 여행준비에 한창일 때만 해도 한 도시와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직항 노선이 없는 경우 추가 지불 없이 경유가 가능하다는 소문이 있었다.

경유는 별도의 비행으로 세지 않기 때문에 스탑오버가 아니다.

항공사 직원들은 경유지에서는 머무를 수가 없다고 말하지만, 발권할 땐 경유한다고 말하고 나중에 경유지에 가서 스탑오버로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었다.


경유와 스탑오버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세계일주 첫 노선은 인천-시드니다.

이 구간은 직항노선이 없다. 아시아나에 직항 있든데..이런 소리하면 맞는다. 원월드 제휴 항공사에 아시아나는 없다.
각 대륙을 운항하는 원월드 멤버인 항공사를 이용해야 한다.

아시아는 캐세이퍼시픽, 오세아니아는 콴타스, 남미는 란칠레, 유럽은 핀에어, 이베이라, 영국항공 이런 식이다.

아시아에서는 캐세이퍼시픽을 이용해야 하는데, 캐세이퍼시픽은 홍콩 항공사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비행기가 홍콩을 경유한다.

따라서 경유가 인정되지 않으면 인천-홍콩-시드니가 되고 비행기를 두 번 타는 것이 되니까 출발 대륙에서의 스탑 오버 두 번은 다 날라갔다. 여행은 해보지도 못하고 한 대륙 분을 다 쓴 셈이다.

 

또 예를 들어 남미를 여행하는데

이스터섬- 에콰도르-페루-브라질을 여행하고 싶다.

남미에서는 거의 란칠레가 운항하고, 이것은 거의 100% 칠레의 산티아고를 거친다.

그러면 위의 일정은 산티아고-이스터섬-산티아고-에콰도르-산티아고-페루-산티아고-브라질이 되는 것이다.

경우를 인정해주면 스탑오버 한 번이 남지만, 인정이 안 될 경우에는 어마어마한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루트가 된다.
이런 사정은 취항지가 많은 미국이 그나마 낫고 나머지 대륙은 어디나 똑같다. 특히 남미 때문에 머리가 많이 아프게 되고, 이것은 한 대륙에 항공사가 세 개나 있는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처음에 항공사에 문의를 할 때는 경유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 동안 들어온 말이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원월드 조항이 완전히 바뀌었다.

스탑오버, 경유 이런 개념이 아니라 무조건 비행 4번이다.

경유든 뭐든 비행기를 4번 타면 그걸로 끝이다.

바로 이 조항 때문에 원월드로 제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피 터지게 공부를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출발대륙에서는 비행 두 번이 아니라, 스탑오버 두 번이라는 것이다.

처음에 이 경유문제와 얽혀서 비행과 스탑오버 개념이 잡히지 않아 출발대륙 루트 짜는데 매우 고생했었다.

출발대륙에서는 스탑오버 2회, 경유 2회가 가능하다.

물론 경유지에서 스탑은 안 된다.

 

# TIP : 보통 항공사와 일정을 상의할 때, 출발대륙에서 경유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안 해주고, 스탑오버 2회라는 것만 말을 한다. 경유가 확실히 가능하니 직항노선이 없는 구간을 경유로 연결하도록!

 

5. 여행 일정 변경 불가
원월드의 최대 단점. 여행 전에 여행 일정을 모두 다 정해놓아야 한다. 날짜나 비행시간은 변경 가능하지만 루트는 변경할 수 없고, 변경시에는 패널티로 7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여행 중에 한 번의 변경은 있게 될 것을 예상하고 릴랙~스하며 일정을 짜자.


루트를 완성하는데 네 달이나 걸리게 했던 주범은 역시 4번과 5번이다. 이제 루트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공개한다. 이 척박한 원월드 정보의 장에서 신선하고 정확한 정보가 되기를 소망하며...^-^
 

 


2. 원월드와 씨름하기

2-1. 타는 목마름으로...
 

오불생활자 카페에서 원월드 관련 글들을 모조리 찾았다.

검색기능이 현저히 뒤떨어지는 다음 카페 내에서는 이 작업도 중노동이었다.(지금은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힘들게 얻은 정보들이 경유 관련 문제로 인하여 거의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낙심.

무지로 무장한 채 캐세이퍼시픽 한국지사에 찾아갔다.
"몇 대륙이신가요?"
"5대륙 생각하고 있는데요. 어쩌면 4대륙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음...음...어디어디 갈 수 있나요?"
"(잠시 침묵) 고객님...더 알아보시고 오세요."
지도 한 장 달랑 얻고 쫓겨났다.


카페에 질문을 올렸다. 대답이 없다. 항공사에 전화를 했다. 언제나 통화 중, 연결이 안 된다. 인터넷 검색을 한다. 개관과 옛날 정보뿐. 도대체 어디에서 원월드를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혼자서 씨름을 한다. 여기여기여기를 가야지..
항공사에 전화를 한다. 직장인이 근무 시간 내내 휴대폰을 붙들고 있는 게 얼마나 눈치 보이는 일인지 알 리 없는 항공사 대표변호는 언제나 통화 중이다. 마침내 감격의 연결.
"일정이 어떻게 되세요?"
"저기..A에서 B, C에서 D, D에서 G 그리고..."
"고객님, A도시에서 B도시까지는 연결노선이 없습니다. C도시에서 D도시까지는 E도시를 거치셔야 하구요. D에서 G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님, 더 좀 알아보시고 전화하세요"
내가 미치고 팔짝 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감을 잡기 전까지는 어딘가에 매달려야 되는데. 캐세이퍼시픽 직원이 내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외울 지경에 이르기까지 전화하고 또 전화해서 대략의 틀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한 번은 한 시간에 가까운 전화통화를 하고 나서 직원이 신경질을 내는 일도 있었다.

어느 나라에 뭐가 유명한지, 어느 도시에 무엇을 보러 갈 건지도 전혀 정하지 못한 채 망망대해에서 낚시줄로 고기를 한 마리 한 마리 낚아 올리듯 나의 원월드 탐색은 그렇게 계속되었다.
 
 
2-2. 원월드를 어디에서 사는가...
   
아..눈물 없이는 쓸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 휴지를 준비하시라.

원월드 항공권이 360만원 정도로 알고 있던 시절,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모으나 좌절하고 있던 시절,

우연한 기회에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되었다.

호주에서 사면 동일한 티켓이 약 200만원이란다.

처음에는 실수로 숫자를 잘못 썼나 싶었다.

16만원도 아니고..160만원 차이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

거의 잘못 쓴 거라고 확신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진위여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디를 통해서 확인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가격이 실수로 적힌 가격이 아니고 진짜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그 살 떨리는 흥분은 기억난다.

아...진짜로 세계일주를 할 수 있겠구나..하는....

문제는...주위에 한국에서 호주 출발 원월드 항공권을 샀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다.

내가 호주에 있다면야 호주에서 항공권을 예약하고 사는 것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 있고 한국에서 티켓을 산다면 당연히 한국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에서 호주출발 항공권을 사는 것. 과연 이것이 가능한 것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마음이 너무 급해져서 여기저기 문의를 해보았지만 아무런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면 부딪혀보는 수 밖에 없다.

별별 생각을 다해봤다. '호주에 아는 사람한테 대신 부탁을 해볼까?' '하지만 여권이랑 내 사인은..?' '여권을 EMS로 보내면 되지 않을까?' '과연 대행이 가능할까? 일반 항공권도 아니고 말야..' '편도로 호주를 들어가서 항공권을 사면 되지 않을까?''안돼..너무 늦어..몇 달 전에 사야 한댔는데...'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젠 물어보기조차 민망하지만 그래도 비빌 언덕은 항공사밖에 없다.  전화연결은 되지 않고 방법은 이메일 뿐.

메일 보내고 답장 올 때까지 목 빠지게 기다리고,

만약 '더 좀 알아보고 편지해라' 이런 답장 오면 또 메일 보내고 또 답장 기다리고.. 그나마 꼬박꼬박 답장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호주에서 티켓을 사고 싶다는 말은 못했다.

만약 그러면 상담을 안 해줄까봐..그러면 나는 길 잃은 고아인데..

그러던 어느 날,

 

원월드 브로셔를 뚫어지도록 쳐다보고 있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단어를 발견했다. Booking이라는 단어였다. 혹시 사지는 않고 예약만 하는 게 가능할까 하는 마음에 메일을 보냈고 다음과 같은 답변을 얻었다.

 

(10월 15일)
Q: (내용 발췌) 도움이 필요해 또 연락드립니다.
원월드를 예약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요?
여권만 있으면 되나요? 다른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호주에서의 발권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의도) 그리고 차후에 루트의 수정이 있을 예정이어서(⇒ 한국출발로 예약했다가 호주출발로 바꾸어볼까 하는 의도) 발권은 하지 않고 예약만 하려고 하는데 예약하는 것도 티켓 값을 다 지불해야 하는 건가요?

 

A: 예약을 하실때 반드시 필요한 서류는 없습니다. 여권이 있으시면 영문 성함을 정확히 알려주세요. 예약 reconfirmation을 위해 최소 출발 5일 전까지 발권을 하십시오.
항공권 요금은 발권시 지불 하시면 됩니다.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좋아, 한 번 해보자!
  
  

2-3. 루트 만들기

 

이 때부터 호주 캐세이 본사쪽에도 이메일 문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의 답변은 불행히도 ‘루트 좀 제대로 짜고 문의해라’였다.

 

(10월 16일)
Q: 예약에 관한 문의를 함
A: You need to present an itinerary before you make a booking because that will be the basis of your fare. If you reroute after ticket has been issued, most of our fares has cancellation fees. It is best wise to work out your itinerary before you make a booking.

 

(10월 18일)
Q: (아래와 같은 일정으로 예약가능한지 물었음. 사실 지금 보니 매우 황당해 할 만한 루트임.)

  Melbourne(or Perth)/ Port Moresby/ Cairns/ Christchurch

⇒Rio de Janeiro(Brazil)/ Guayaquil(or Guatemala)/ Santiago/ Easter Island/ Santiago

⇒Costa Rica(or Guatemala)/ Mexico/ Toronto/ New York/ Alaska/ Chicago/ San Francisco

⇒Dublin(~London)/ Sudan/ Sweden/ Finland/ Cairo/ Israel(additional)
⇒Karachi/ Delhi/ Bangkok/ Jakarta/ Tokyo/ Seoul(additional)

 

A: (삼일 후, 거의 웃기지 말라는 내용의 답변이 옴)
we have looked at your Itinerary request, please note that with some of the destinations you have mention in your itinerary request none of the one world members fly into. For example Melbourne to Port Moresby this will have to be purchase as a separate ticket and so is the Costa Rica and Mexico between Cairo and Israel and between Cairns and Christchurch as Qantas does not do this route.

We strongly recommend for you to go through a Travel agents as they can help you.

=> 절망. 더불어 파푸아뉴기니(Port Moresby) 포기.

 

(11월 1일)
Q: 약간 수정하여 다시 한국지사와 접촉시도
(출발대륙) Perth/ Sydney/ Christchurch/ Auckland

(대륙이동)Rio de Janeiro/ Guayaquil 또는 과테말라(*1)/ 산티아고/ 이스터섬/ 산티아고/

(대륙이동)Costa Rica or 과테말라/ 멕시코/ 토론토/ 뉴욕/ 알래스카/ 시카고/

(대륙이동)더블린(터키까지 육로이동)/ 스톡홀름(Helsinki까지 육로이동)/ 모스코바/ 카이로/

(대륙이동)테헤란(캘커타까지 육로이동)/ 자카르타(베이징까지 육로이동)/ 도쿄/ 후쿠오카/ 서울

질문 : 남미와 북중미 사이에는 백트래킹 예외조항이 적용된다고 들었습니다. 즉 남미에서 과테말라로 갔다가 다시 산티아고로 들어오고 이후에 다시 북미로 올라가는 일정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맞나요?
- 위 루트 중 불가능한 곳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이전에 여쭤 보았을때 베이징에 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캐세이 퍼시픽 브로셔를 보면 베이징도 까만색 도착점으로 표시되어있길래 루트에 포함시켰습니다. 가능한가요?

 

A:요청하신 세계일주 일정을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연결할 수 없는 곳을 먼저 말씀드리면, chicago-앵커리지-seattle구간은 AA항공 노선이 아닙니다. 그리고, tel aviv-istanbul-tehran-hongkong-beijing-seoul구간은 원월드 항공노선으로 연결 되지 않습니다.
두번째, 출발 대륙에서는 단 2회의 stopover가 허용되는데요, 손님의 일정에는 3회의 stopover가 있습니다. (sydney/ christchurch/ auckland) 수정 해 주세요.

대략의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x는 경유지 입니다.)
perth/ sydney/ christchurch/ auckland/ santiago/ easter island/ santiago// bogota/ x(santiago)/ sao paolo/ x(newyork)/ toronto// baltimore/ chicago//(앵커리지 노선이 없스므로 조정하세요)/ san diego/ x(dallas)/ mexcio city// san jose/ miami/ london/ cairo// madrid/ stockholm// helsinki/ moscow/ x(london)/ istanbul// (일정을 수정해 주세요)/ hongkong/ seoul/ sydney/

최종적으로 일정이 확정된 후에 요금을 산출해 드리겠습니다.

갈 수 없는 곳 투성이구나..
 

 

2-4. 루트 굳히기
 

항공사 직원이 이제 내 이름을 들으면 약간 짜증을 내는 수준에 이르렀을 즈음, 캐세이 퍼시픽 홈페이지에 일정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그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든 루트를 non stop 일정으로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역시 연결이 불가능하다는 답장을 받았다.

문제는 코드쉐어라는 데에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한 예를 들어보자면, 인천에서 서울까지는 분명히 콴타스로 non stop비행기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알고 보면 아시아나와 코드를 쉐어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아시아나는 원월드 멤버가 아니기 때문에 원월드 항공권으로는 시드니까지 직항으로 올 수가 없다. 따라서 홍콩에서 스탑오버를 한 번 해야 한다. 또 좌절.


이젠 진짜 캐세이에 못 물어보겠다.

콴타스, 란칠레, 영국항공에 맨투맨 공략에 들어섰다.

코드쉐어를 하지 않는 직항노선이 있는지 일일히 물어보는 작업을 시작했다. 만족할 만하지는 않았지만 몇 몇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

이러는 동안 매우 유용한 팁을 또 하나 알게 되었다.

아시아마일즈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마일리지 계산기가 있다. 한 도시와 다른 도시간을 여행할 때에 마일리지가 얼마나 쌓이는지를 알아보는 tool인데, 이게 사랑스럽게도 직항 연결되는 도시가 체크 가능하다. 직항으로 연결이 되지 않으면 아예 도시명이 뜨지 않는다. (몇몇 도시는 예외가 있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맞다)

http://www.asiamiles.com->mileage calculator ★

 

TIP: 아시아 마일즈란 통합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아시아 마일즈의 파트너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하나의 아시아 마일즈 계정에 누적이 가능하다. 원월드 항공권의 가장 강력한 강점이 마일리지 제한이 없다는 점이므로 가능한 원거리 비행을 하도록 루트를 짜면 엄청난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 이 과정에서 북미가 빠지게 되었다. 북미 대륙 중에 유일하게 가고 싶었던 알래스카가 불가능한 루트로 판명되었기 때문이다.

거의 완성된 루트로 다시 호주 캐세이에 문의

 

(12월 10일)
Q: means flight
(~ xxx) means using other means of transportation to the city and take a flight there
// is a distinction of continent

Cairns/ Melbourne(~Hobart)/ Sydney / Christchurch/ Auckland//
Santiago/ Quito(~Santiago) / Easter Is./ Santiago/ Sao Paulo//
London/ Cairo(~Madrid)/ Helsinki/ St. Petersburg(~Moscow)/ London//
Delhi/ Bangkok(~Singapore)/ Surabaya/ Bangkok(~Hanoi)/ Hong Kong/ Sydney

 

A:The last leg of the journey in Asia for example you cannot do Delhi Bangkok or Singapore to Surabaya or Hanhoi to Hong Kong. What you can do is Delhi to Hong Kong - Hong Kong to Bangkok - Bangkok to Singapore then Singapore back to Sydney. If you were to travel between 6-24th December the oneworld 4 continent fare is AUD3089.00 plus taxes.
If you intend to travel in December you would need to make a booking pretty soon as most flights maybe already fully booked.

언제나 문제는 스탑오버에 있다.

네 번의 스탑오버로 어떻게 최대의 효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잘못하면 도시가 계속 겹치고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 되는 거다. 어쨌거나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얘네도 그러지 않은가. last leg..이 문제라고..
박차를 가하자!!
 

 

 2-5. 루트 다지기
 

한국 캐세이와 호주 캐세이에 번갈아 계속 문의하는 가운데 한국 캐세이로부터 정확한 비행날짜를 알려달라는 메일을 받았다.

날이면 날마다 사무실에 틀어박혀 밤이 늦도록 루트를 완성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 인터넷으로 지도 찾아가며 더 나은 루트 있나 고민하기
- 빠진 곳 있나 여행지들 검색하기
- 도시마다 체류기간 결정하기

 

⇒ 내 일정에 비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도시를 최대한 줄였다. 그런데 충분히 줄이지를 못해 굉장히 타이트한 일정이 되었다. 사람이 욕심을 버리는데 얼마나 취약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된 과정이었다.

 

⇒ 가장 커다란 사건은 브라질에서 이베리아 항공을 이용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날아갈 경우 마일리지 적립이 불가능하다는 정보를 얻게 된 것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거리에 해당하는 마일리지를 놓친다는 건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다.

확인하기 위해 캐세이퍼시픽에 전화했다. 가능하다고 답한다.

이러이러한 얘기를 들었다고 하니, 아마 가능할 거란다.

이건 대답이 아니다. 이베이라 항공에 전화했다.

어떤 사람이 받더니 한국 지사는 없어졌다고 한다. 시차를 맞추어 스페인으로 직접 전화를 했다. 장장 30분에 걸친 통화 끝에 안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적립이 되는 코드도 있지만 원월드 항공권으로 남미에서 이베리아 항공을 이용하여 비행하는 코드로는 무조건 적립이 불가능하다. 유럽 루트가 발칵 뒤집혔다.

이베리아 항공을 이용해 스페인으로 들어가는 루트 대신, 영국항공을 이용해 영국으로 들어가거나 핀에어를 이용해 핀란드로 들어가야 했다. 가장 쉬운 방법을 포기하니 루트 짜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언제나 문제인 스탑오버 계산에 유레일 패스 계산 문제까지 더해져 남미 못지 않게 난항을 겪었다.

모든 대륙의 스탑오버 문제가 다 해결이 되고, 도시별 도착날짜와 출발날짜도 다 정했다. 때가 이르렀다...
 

 

 2-6. 호주발권 다시 도전하기
 

날짜와 일정을 호주캐세이로 보냈다.

(12월 31일)
Q: (DATE) is a departure date
(~CITY) is a plan to travel to the city by bus, train, or otherwise, and i will not need airplane.

Cairns(25 Feb)/ Melbourne(1 Mar)/ Sydney(pass through)/ Christchurch(13 Mar)/ Auckland(pass through)// Santiago(17 Mar)/ Easter Is(20 Mar)/ Santiago(23 Mar)/ Quito(~lquique)(2 May)/ Asuncion(~Santiago)(17 May)//
London(21 May)/ Cairo(~Paris)(30 Jun)/ Madrid(14 Jul)/ Helsinki(~Moscow)(24 Jul)/ London(28 Jul)// Delhi(~Mumbai)(7 Aug)/ Bangkok(~Penang)(21 Aug)/ Hong Kong(23 Aug)/ Nagoya(24 Aug)/ Hong Kong(9 Sep)// Brisbane

If more definite time is requested for departure time, please arrange the airplane in the morning.

 

A:Price is AUD2799.00 plus taxes and any additional segments.

Please contact your local travel agent for any further details. Air fare prices are subject to change without notice.

Below is an example itinerary. Some dates have been changed as original dates may not have been available flights not operating.

 

오오..드디어 루트에 대한 태클이 없어졌다.
그런데 일희일비. 이건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소리잖아.

게다가 날짜가 많이 바뀌었다. 이럼 안 되는데...

원월드 사이트에 가서 기웃거리다가 드디어 환상적인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 원월드 사이트에 가면 travel planning이라는 메뉴가 있다.
http://www.oneworld.com/ → travel planning → explorer schedules
두 도시간의 비행 시간을 알아볼 수 있는데, 이게 더불어 직항인지 경유인지 정확히 체크 가능하다. 

 

이런 게 있다는 걸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내 땀과 수고와 노가다가 엄청나게 줄어들 수 있었을 텐데 정보의 부재가 서러울 뿐이다. 결국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시간을 정확하게 정하고 루트 또한 약간 손질을 했다.

좋아, 일정은 이제 완벽하다.
문제는 이 일정을 가지고 어디에서 발권을 하는가다.

한국캐세이에 슬쩍 물어봤다. "혹시..호주에서 출발하는 걸로도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나요...?" 대답은 당연히 NO. "한국에서 항공권을 구입하시면 한국요금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더 이상 연락하지 말라는 호주캐세이에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제발 좀 거기서 예약하게 해죠.
이런 답장이 왔다.

 

(1월 7일)
As Qantas is your outbound carrier for this itinerary it is advised that you either go through them or through a Travel Agent to make the booking and pay them direct

 

이게 무슨 소리인지.. 지금까지 실컷 캐세이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콴타스에서 사라니..캐세이도 원월드 멤버인데 왜 안 된다는 것이냐..한국 캐세이 사무실에서는 분명히 원월드를 살 수 있는데.. 그러나 더 물어볼 수가 없었다. 호주 쪽에서 오는 답장은 갈수록 길이가 짧아지고 있으며, 답변은 매우 단호해져간다.
 

 

2-7. 콴타스와의 전쟁
 

콴타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없음.
다시 홈페이지에 들어가 호주지사 연락처를 뒤졌다. Contacts라고 나와있는 것은 주소뿐이다. 나보고 어쩌라고.. 콴타스 한국지사에 전화를 호주 시드니 콴타스지점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자, 전쟁 시작.

시드니사무실에 전화했다.
이상하게도 원월드를 모른다. One World Ticket, One World Explorer, RTW 다 말해봐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한다. 더욱 환장할 노릇은 나 역시 상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거다. 속사포가 수백 개 날아다닌다. 실패.

콴타스 홈에 들어가 대표번호를 알아냈다. 131313
며칠 후 131313 알레르기가 생겨버렸다. 한국캐세이항공은 양반이었다. 만 원짜리 국제전화카드가 띠리리리 연결음만 듣다가 다 끝나곤 했다. 사람 잡는 생고문이었다.
7번 정도를 전화해서 연결이 됐다.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걸 참으며 호주 발권 원월드 항공권을 한국에서 구입할 방법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런데..이번에도 못 알아듣는다. 이건 절망보다 경악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내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백 보 양보한다 해도 난 외국인을 대하는 일이 직업인 사람이다. 어떻게 콴타스 사무실에서 원월드를 알아듣지 못할 수가 있을까. 또 실패.


그러나!! 이렇게 끊을 수 없다. 글로 적어서 보내면 알아들을까 싶어 팩스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번호를 적는데 뭔가 이상하다. 시드니 지역번호가 아니다. 알고보니 ‘호바트’라고 호주 남단 외딴 섬에 있는 지사였다. 하필이면 호바트라니..시드니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혹시 모르니 호바트 쪽 팩스번호도 적었다. 내 일정을 출력해서 팩스를 보냈다. 시드니 전화번호를 확인해보니 내가 이미 전화했던 곳이었다. 팩스 보낸 건 감감무소식. 또 실패.

131313을 누르고 연결되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날들의 반복. 그러다 연결이 됐다. 이번엔 이해를 하긴 했는데 예약을 인터넷에서 해야 한단다. 분통이 터졌지만 콴타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정중하게 이메일을 남겼다.

 

Feedback/Comments:
To whom it may concern,
Through One World Explorer, I would like to book several flights from Feb. 25th-Sept. 10th through the internet. This afternoon I called "131313" to reserve tickets but I was unable to get through. I would appreciate it if you could let me know how to go about this situation.

Thank you for taking the time and effort.


희한하게 이건 답변이 금세 왔다.


Dear Miss Ko
We would like to offer our apologies for the waiting times you experienced. Recently we have experienced a significant increase in the volume of calls received at our Centre.

Once again for the fare you would like to book, please contact the Qantas reservations on : 131313 , this is a 24 hour number.
Thank you again for taking the time to write to us.

 

어이가 없어 씩씩거리고 있는데 호바트에서 메일이 왔다.

내가 전화했던 사람이 아닌 다른 직원에게서 온 메일이었는데 내가 이전에 통화했던 사람은 원월드 담당이 아니었단다.

131313대표번호로 연결이 되고 난 후 내선번호를 또 눌러야 하는데 말이 너무 빨라 못 알아듣고 엉뚱한 번호를 눌렀던 듯싶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남미 구간을 연결하는 비행기 자리가 4월 말까지 없다고 한다. 호주가 지금 성수기라 안 그래도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날벼락이다. 비상, 비상!

 

최후의 방법으로 교포친구를 찾아갔다.

심호흡을 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약 10분이 지나 연결이 되었다.

친구가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한국에서는 호주 발권 항공권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단다. money order나 무통장 입금 같은 것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었더니 그건 안 된다며 콴타스 홈페이지에 가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라고 말한다. (거품 물고 쓰러짐) 또 실패.

콴타스 홈페이지를 친구와 함께 이 잡듯이 뒤졌다.

그 어디에도 원월드를 예약할 수 있는 곳은 없다. 또 실패.

기력이 점차 쇠하여감..일단 후퇴다.

하지만 포기는 아니다.
 

 

 2-8. confirmation receipt 를 손에 쥐기까지…
 

결국 한국에서 티켓을 사게 되는가...
힘이 쭉 빠져 한국에서 티켓을 살 경우 지불해야 하는 추가금액으로 인한 타격을 계산해보았다.
'음...조기귀국을 하든지, 아예 못 돌아오던지 하겠군....'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잖은가. 콴타스에 전화를 했다.

"한국에서 발권하는 거 얼마예요?"

"Tax 포함 약 370만원입니다"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

절대 한국에서 살 수 없다. 호주에서 사고 말겠어.

고뇌 속에 며칠을 보내고..

호주로 전화하며 속이 터지느니 한국지사에나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콴타스항공을 찾아갔다.

(한참의 대화 이후...)
"역시...안 되는 거죠...?"
"네..저희는 money order나 통장입금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호주에서 발권을 희망하시는 경우 직접 호주 내에서 지불을 하셔야 하며, 한국에서 발권하시려면 한국기준 금액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네...."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며...)
"예약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거죠...?"
"저희 쪽에서는 콴타스 것 밖에 예약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네?????!!!!!!!"

이게 무슨 소리인가...
곧 콴타스 노선은 예약을 해 줄 수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빛을 보는 듯 했다.

어깨에 매던 가방을 내려놓고 데스크로 달려갔다. 확인해보니, 전 구간 예약은 발권하는 곳에서만 가능하지만, 같은 항공사끼리는 자사 시스템으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권을 하지 않는 곳에서도 그 항공사 구간의 예약이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나는 한국 콴타스사무실에서 호주와 뉴질랜드 구간을 예약할 수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이 날 콴타스 사무실을 나서는 내 손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구간을 비행하는 콴타스 노선 예약 Confirmation Receipt이 들려있었고
나의 길고도 긴 원월드 전쟁은 일단락이 되었다.
 

 

 3. 아직 끝나지 않은 숙제...
 

오세아니아 구간만 해결되면 나머지는 아무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호주와 뉴질랜드를 한 달 정도 여행할 예정이고, 그쯤 되면 남반구 성수기도 끝나므로 그 이후의 일정은 호주에 도착해서 예약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여겼던 거다.

그런데..

호바트에서 왔던 메일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4월까지 뉴질랜드에서 칠레까지는 만석이다...그 이후에도 한 두 자리 있을 뿐이다'
현재 예정된 칠레 입국 날짜는 3월 7일이다.

5월 이후에나 칠레에 갈 수 있다면 내 여행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한 대륙을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현재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

1. 내가 그 사람의 영어를 전혀 잘못 이해했다.
2. 누군가가 비행을 취소하고 기적적으로 자리가 난다.
3. 콴타스 사무실에서처럼 예상치 못했던 돌파구를 발견해낸다.

 

이도저도 안 되면...
몰라. 그 때 가서 생각하자..

이렇게 장장 4개월동안 원월드와 전쟁을 치루며 루트를 완성시켰지만 실제 여행을 하다 보면 분명히 변수가 생길 거다.

 여행에서는 온갖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속출하는 법이니까 겁나진 않는다. 번거롭고 힘이 좀 들긴 하겠지만 대신 그 때는 한국에서처럼 힘겹게 얻는 정보가 아니라, 내가 만든 루트의 한복판에서 살아있는 정보로 훨씬 더 나은 일정을 만들어갈 수 있겠지.
 

 

 4. 원월드 사던 날
 

호주에 가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아주 큰 실수를 한가지 했다.

내가 알고 있던 가격, 2799호주달러가 택스 미포함인 가격이란 걸 몰랐던 것이다. 택스는 자그마치 860호주달러였다.

택스를 따로 분리시키는 외국 문화를 모르던 때라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었다.  가격 때문에 그 전쟁을 치렀는데 정말 허탈한 실수였다. 다행히 택스까지 모두 더해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었다.

 

멀리서 콴타스 로고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가슴이 두근거린다.

과연 살 수 있을까..칠레로 들어가는 자리가 정말 하나도 없을까..그럼 어떻게 할까..

역시 문제는 칠레였다. 내 예정 비행일은 3월 7일..그런데 4월 말까지 비행기좌석이 하나도 없다. 지금이 성수기냐고 물어보니 그렇지는 않은데 자리가 없단다. 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자 불쌍했는지 란칠레 항공사로 전화를 한다.

그 쪽에서도 자리가 없다고 하는 듯 하다.

나를 한 번 바라보고 내 표정을 보더니 다시 한 번 묻는다.

 

얼마간의 통화 후......웃으며 내게 말을 한다.

“와우! 자리가 하나 있군요!”

3월 19일. 드디어 해냈다. 눈물이 날 것 같다.

 

이리하여....

나는 길고 긴 원월드와의 전쟁을 마치고

거의 책 한 권 분량의 원월드 티켓을 3679.40호주달러에

호주에서 사는데 성공하게 된 것이다.


 
5. 마무리와 붙이는 말
 

아직까지도 여행자가 특이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세계일주라는 어마어마한(!) 여행에 대한 정보는 너무나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원월드라는 세계일주항공권에 대해 시원하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더욱이 한국에서 호주 출발 티켓을 끊었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을 수가 없었다.

여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너무 많이 고생을 했다. 내가 한가로운 때가 아니라 사무실 일에 과외까지 하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서 더 그랬던 듯싶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다면 그 고생을 덜어주고 싶다는 생각에 이토록 장황하기까지 한 글을 몇 날 밤을 지새며 쓰고 있다.

내가 4달을 고생하며 얻어낸 원월드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을 여기에 다 적었다. 물론 이건 시간이 좀 지나면 오래된 정보가 될 테고, 실제로 여행을 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테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우리 나라 어느 사이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자세한 원월드 설명이라고 자부한다.

 

↗ Update

원월드 항공권을 호주에서 많이 발권하는 거 같은데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의아해하셨던 분들은 이제 그 궁금증이 풀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원조는, 이를테면 저의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호주 발권이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50만원 가량 싸기는 했지만, 만약 택스 부분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 고생을 하면서까지 호주 발권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물론, 여러분은 이제 정보가 있으니 이 정도의 가격 메리트로도 호주 발권을 시도할 만 합니다.

문제는 그 때 그때의 호주달러 환율과 호주 왕복티켓 가격이 되겠습니다. 판단은 여러분 몫이지요.

 

‘버리며 채우는 여행’이라는 타이틀로 시작되었던 세계일주는 2003년 8월에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저와 여러분의 소통의 장이었던 홈페이지는 여행을 마친 이상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2005년경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원월드에 대한 정보는 많이 부족하고, 곳곳에 보이는 원월드 정보글에 예전 저의 홈페이지가 링크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예전 홈페이지에 남겨진 300페이지에 달하는 방명록을 다시 읽어보면서 제가 남긴 글로 인해 많은 분들이 세계일주의 꿈을 키워나갔던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최신 정보도 좋지만 자기보다 앞선 사람의 시행착오를 보며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자신감을 배우는 것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이전 글을 뒤져 다시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몇 몇 필요한 부분들은 업데이트도 시켰습니다.

시간이 지난 글이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정보를 찾아 헤매는 많은 세계일주 동지들에게 이 글이 첫 출발점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파이팅!
 

 

출처:) http://blog.naver.com/passionfruit/10016414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