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 영화인가? CG 포트폴리오인가?

이동희200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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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많은 디워를 오늘! 드디어 봤다. 수백억원을 들인 CG의 실체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과 '미국 1500개 관 개봉' '한국영화 최고의 CG' 등등의 홍보문구에 낚이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지만 '심심하고 할 일이 없다'는,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이유로 7000원을 내고 용산 CGV에서 티켓을 끊었다.

 

심감독이 영화 감독으로서, 한국 CG전도사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시점은 아마 그가 '제 1호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후가 아닌가 추정된다. 새로운 도전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실천하는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을 뽑아보자는 의도로 제정된 이 상을 당시 척박한 국내 토양에도 불구하고 불철주야 도전하던 심 감독이 받은 것이다. 신지식인이 된 이후로 사람들은 '심형래=CG' 이미지로 굳어졌으며 그는 영구에서 '국가 발전의 역군'으로, 도전하고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그 후 심형래는 자신의 영화를 '한국 CG의 새로운 도전의 결과물' 로서 알리기 시작했다. 영화를 찍는 감독으로서의 심형래가 아닌, 한국 CG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신지식인 심형래에 더 가까웠다. 언론도 그와 그의 영화를 취재 및 보도하면서 영화인과 그의 영화를 이야기 했다기보다는 'CG에 대한 도전의 과정'을 부각했다.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cG를 만들어보겠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난 '신지식인' 이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전세계를 향해 도전하겠다. 그래서 배경도 미국으로, 배우도 외국인으로, 대사도 영어를 택했다. 디워 CG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과연 제작비는 얼마인지에 대한 수 많은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는 동안 그가 무슨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그의 영화 철학은 무엇인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혹은 어떤 영화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는지 등등에 대한, 영화의 '내용'에 대한 기사는 본 적이 없다. 그런 것에 대해 묻는 사람도 없었고, 설사 묻는다 하더라도 답변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영화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조악한 내러티브에 볼만한 CG. 내러티브는 매우 조악한 반면 CG는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이는 주관적인 판단이므로 보는이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과연 '쥬라기공원1'이나, '용'을 소재로 했던 1995년작 '드래곤 하트'에 비해 디워의 CG가 뛰어난가? 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시간도 80분 정도다. 제작비가 수백억....한숨이 나왔다. 베경이 미국인 것도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배우는 미국인이고 대사도 영어인데 그 사람들의 정서나 대화 방식은 한국의 그것도, 미국의 그것도 아니다. 미국인의 삶을 담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한국인의 그것을 담는데도 실패했다. 아니 애초에 디워에 '삶'을 담기 바랬던 것 자체가 무리일지 모른다. 스토리가 조악하다는 평에 '디워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다' 라고 이야기했다던데, 과연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혹은 알면서도 회피하는 방식인지. 궁금하다. 여주인공이 방에 부적을 온통 붙여놓고 정좌하고 있을 때에는 어쩔 수 없는 실소가 터졌다. 정말. 개그였다. 이런 면에서는 이송희일의 ' <디 워>는 영화가 아니라 70년대 청계천에서 마침내 조립에 성공한 미국 토스터기 모방품에 가깝다는 점이다' 라던가, '그 아무리 입술에 때깔 좋고 비싼 300억짜리 루즈를 발랐다고 해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비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다.

 

심감독의 도전을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다. 누구나 살아있다면 도전할 권리가 있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간에 도전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심형래 감독 자신에게도, 한국 영화에도 디워는 의미있는 도전이 되었을 것이다. 누군가 의지를 갖고, 자금을 유입하여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만들었다는데 100원도 투자 안한 내가 완성도를 갖고 그 돈이 아깝느니 아니라느니 할 필요도 없고, 그럴 권리도 없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이송희일의 '<디 워>의 제작비 700억이면 맘만 먹으면, 난 적어도 350개, 혹은 컬리티를 높여 100개의 영화로 매번 그 열정을 말할 수 있겠다.' 은 그닥 적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7,000원을 들여서 영화를 관람한 관객으로서 이야기하고 싶고,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심 감독에게, 한 가지는 최근 온라인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심빠 vs 심까' 현상에 대한 것이다.

 

심감독은 '자신이 왜 영화를 하는가?' 에 대한 질문을 한 번 더 던져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끝나고 삽입한 자막과 아리랑, 그리고 영상에는 그가 '도전하는 한국인'으로서의 지나친 자의식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영화는-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생산되고 유토오디는 한 '상품'으로서의 정체성을 완전히 지우기는 힘들지만-기본적으로 일정한 내러티브와 영상을 통해 관객과 호흡하는 하나의 '작품'이다. 영화를 '영화'그 자체일 뿐, 감독의 '도전 수단'이 아니다. 영화에 야망을 갖고 도전하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것과 영화를 도전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다르다. '미국 1500개관 개봉' '한국 최고의 CG' 등등의 문구가 난무하는 포스터와 예고편을 보면서 과연 이것이 영화인가 영화라는 형태를 빙자한 상품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물론 극장 개봉작들은 모두 상품이 맞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만든 감독의 마인드를 얘기하는거다.). 철저하게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상품도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고 삶에 관여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홍보하는 판에 응당 하나의 '작품'이어야 할 영화가 철저히 상품으로 홍보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많이 당황스럽다. 작품 자체로서 사람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할 작품의 엔딩에 '제가 이렇게 어렵게 열심히 했습니다. 잘 봐주십시오' 라는 멘트가 올라오다니. 영화 감독이라면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의 이미지가 떠올라야 하는데, 심형래를 생각하면 세계 정복을 외치며 가슴에 태극기를 그린 갑옷을 입고 검을 든 채 전투 태세를 갖춘 워리어가 생각난다. 이것 참..

 

또 하나, 인터넷을 통해 광적으로 퍼지고 있는 '심까 vs 심빠'의 대립 양상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재작년의 '황빠 vs 황까' 전쟁을 고대~로 재현하고 있다. 원천기술의 유무에 대한 논쟁에 '애국심'이라는 알수 없는 복병이 끼어드는 양상이 이번에도 그대로 재현된다. 막상 하는 얘기들을 보면 심까나 심빠나 왜 이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 왜 나쁜 영화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야기는 전무하다. 심까들은 '애국심을 이용한 마케팅'이라고 비난하며, 심빠들은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면 잘 만들었지' 라면서 옹호한다. 영화에 대한 판단은 그 자체에 대한 분석이 가장 먼저다. 디워가 수작인가. 졸작인가에 대한 판단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고 각각의 의견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디빠 = 수준낮은 수구주의자' '디까 = 지적 허영심 넘치는 찌질이' 식의 등식을 기반으로 한 상호 비방은 비생산적이다.  등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잘못된 명제는 절대로 증명되지 않는다. 증명하려는 수 많은 사람들간의 감정 싸움만 생길 뿐이다.

 

'영구'는 꽤나 심오한 개그였다. 영구가 아무 것도 아니고 정말 그냥 멍청이라면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개그를 보고 웃었겠는가. 왜 그리 좋아했겠는가. 영구가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속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심형래가 '그 무엇'을 영화에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 디워는, 영화가 아니라 한 영화 제작사의 'CG 포트폴리오'의 인터내셔널 버젼 같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