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다와 발리를 만나다

기아대책2007.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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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인수, 장태자 후원자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십자가에서 죽으리라는 말씀에 놀란 베드로의 만류를 꾸짖으면서 제자들에게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다. 후에 베드로는 말씀대로 로마에 가서 십자가에 매달려 오늘날의 기독교가 있게 했다.
충무공은 “살고자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는 자는 살리라!”며 목숨을 걸고 풍전등화와 같던 우리나라를 왜적의 침략에서 건졌다.


1991년 구소련의 해체로 독립이 되자마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생면부지의 땅 타지키스탄으로 달려간 이종분 선교사가 그러했다.
황량하고 삭막한 기후, 다양한 민족구성과 언어, 불결한 위생과 적응하기 어려운 음식 등은 차치하고라도b낯선 한국 여성에대한 타지키스탄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모두 극복하고 일군 현지인을 위한 복지센터, 교회, 학교, 병원 등은 그러한 삶의 전형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생각된다.


그곳에 우리가 사랑하는 후원아동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있었다.
800여명의 CDP(아동개발프로그램) 아이들이 미래의 꿈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건강을 지켜주고 학업의 기회를 부여하며 믿음을 심어주고 있었다.

 

파리다와 발리를 만나다

(↑ 따뜻한 환영으로 두 후원자님을 맞아준 타지키스탄 CDP 센터)


이종분 기아봉사단원은 우리 부부가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환영과 함께 우리의 후원아동들을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먼저 파리다를 만났다.

파리다는 우리와 결연을 맺을 때 아직 취학도 안한 6살의 아이였다. 집에 있는 액자의 사진을 볼 때마다 지금은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증을 이길 수 없었고, 더욱이 아이가 꿈에 나타나 ‘꼭 한번 오세요’라는 당부의 말까지 한터라, 간절히 만나기를 희망했었다. 보고 싶던 파리다를 지금 만나게 된다하니, 정말 꿈만 같았고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노란 티에 비상할 듯한 머리모양을 한 어린 천사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준비된 아리따운 신부인양 어린 천사는 꿈에 본 모습 그대로였다. 눈빛이 깊은 우물 같아 신비감을 더해 주었다. 황달 현상이 있어서 지금 병원에 입원중인데도 우리가 온다하니 아픈 몸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왔다한다. 이런 줄 알았으면 우리가 직접 병원으로 찾아갈 것인데, 우리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고 아이가 직접 우릴 찾아 온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를 안았다. 병약한 모습이 역력했다. 식은땀이 흐르고 숨을 가빠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아이를 오래 붙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아내와 나는 준비한 선물과 카드를 전달하면서 간절한 마음에 아이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뜨겁게 했다. 더 오래 아이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파리다와 발리를 만나다

(↑ 꿈에서도 만나고 싶었던 파리다를 만나게 된 황인수, 장태자 후원자님)

 

다음은 발리를 만났다.

15살의 건강한 청소년으로 자란 훤칠한 키의 순진한 발리는 결연 당시 축구를 좋아한다는 12살의 소년이었다. 사진에서는 말끔한 얼굴의 장난기가 가득한 소년으로 보였으나 실물은 착하고 순진한 모범소년이었다. 준비해 간 여러 종류의 시계 중 발리에게 어울릴 것 같은 까맣고 큼직한 것을 골라 손목에 채워주었다. 학용품과 옷과 사탕 등이 든 가방을 품에 안겨 주었더니 밝고 환한 미소로 우리와의 만남을 기뻐하였다. 다음날 있었던 CDP 여름캠프에서 만난 발리의 손목에 여전히 시계가 채워진 것과 어제보다 밝고 환한 모습을 보니 찾아온 보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파리다와 발리를 만나다

(↑ 3년만에 만난 빌리의 손목엔 지난 번 선물했던 검정색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이렇게 후원 아동과의 만남을 끝낸 후, 센터에서 준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알차고 보람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도 파리다와의 짧은 만남이 못내 아쉬웠고, 더구나 병약한 모습이 마음을 아리게 했다. 그래서 파리다의 병문안을 갈 수 있도록 주선해 줄 것을 기아봉사단원께 부탁드렸다.


파리다가 입원해 있는 병원은 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CDP 간사를 통하여 알아보니, 아이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내일이면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우리가 병원에 도착해 보니, 병문안 온다는 소식을 들었던지 파리다가 예쁘게 차려입고 병원 뜨락을 사뿐사뿐 걸어 나오고 있었다. 엊그제의 병약한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으로 가뿐한 걸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내 영혼이 기뻐 뛰는 것 같았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다. 우린 단순히 상면을 한 것이 아니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났고, 영혼과 영혼이 교감하고 있었다. 말 수가 적은 아이에게 만나니 어떠냐는 기아봉사단원의 질문에 “속으로 매우 기쁘다”라는 파리다의 대답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서로 간에 오랜 동안 보고 싶었던 갈증이 해소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대한 영혼이 되어야 한다. 너희 민족을 깊은 잠에서 깨워야 한다. 우린 너에게 그런 사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라는 마음속 메시지가 아이에게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후원 아동과의 만남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면서 돌아섰다. 우린 그동안 단순히 후원금만을 준 것이 아니었다. 후원자에 대한 동경심과 함께 애정과 존경과 신뢰도 함께 심어주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의도를 했든 안했든 하나님은 우리의 후원 아동들을 통해 우리에 대한 보답을 그렇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이 일을 시작한 것이 얼마나 보람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힘이 닿는 대로 계속할 것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우리 부부는 이종분 기아봉사단원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믿음이 타지키스탄 땅에 놀라운 기적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고, 우리의 후원 아동들도 그 속에서 위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후원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커다란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지구촌 끝까지 이런 일이 계속되어야 함을 힘껏 외치고 싶었다.(†)

 

 

파리다와 발리를 만나다해외아동결연 참여하기: http://www.kfhi.or.kr/child/child_apply.asp

* 타지키스탄 아동결연 문의: 중앙아시아팀 신재은 간사 02-2085-8382 bettysin@kfh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