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리뷰

유성민2007.08.09
조회43

디씨에서 막장갤러의 어느 게시물을 클릭했다가 컴퓨터가 다운되는 참변을 당하여 다른 창에서 쓰고 있던 화려한 휴가 리뷰를 다 날리고 말았다...ㅠㅠ 개 의욕상실;

------------------------------------------------------------------------------------------------------------------

예고편을 보고서 울었다. 그때 생각했다. 이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고. 다운받아서 보면 안된다.

 

그러던 차에 일전에 내가 은혜를 입었던 L양이 생각났다.(나는 영화관을 혼자 가는 데에 익숙치 않으며, 또한 남자보다 여자랑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일전에 수고했던 것도 갚을 겸, 겸사겸사 해서 내가 영화를 보여주겠다고 했으며, 고맙게도 선뜻 응낙해주었다.

 

그래서 씨너스 명동점에서 영화를 본 다음에 좀 늦게 점심을 먹고 명동에서 쭉 노닥거리다가 7시에 회기에 그 아이의 알바 시간에 맞춰서 델다주고, 난 대전으로 오는 시나리오를 생각했다. 

 

8월 7일에 승민이 형과 병일이 형 등 6명이서 같이 중앙대에서 노닥거리고 지은이네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고, 뭐 거기까진 좋다. 7시 50분(그때 쯤 깨기 시작했음)쯤에는 조용하고 환하던 밖이, 8시에 콰쾅! 하고 천둥번개가 치고 몰아쳐라 폭풍우야~ 뭐 이런 식으로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효진형은 악담을 하고 떠났다. "영화 같은 거 보지말고 넌 그냥 집에서 학문이나 하라는 신의 계시다."

 

뭐 그런 거야 믿지는 않으나, 솔직히 "하늘도 안 도와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_-

 

어쨌든 11시에 취소할까 그냥 나갈까 갈등하다가 결국 지은이네 집을 나와서 비가 약간 그친 틈을 이용해 상도역까지 걸어가서 전철을 탔다. 회기역에 도착해서 헌혈...

 

영화예매권을 받으려는 계산이었으나, 깨끗하게 빗나갔다.-_-; 9월말에 추석때 영화예매권 주는 헌혈도 못한다...이 무슨 날벼락인가...3천원받으려고 이 얼마나 손해인가.

 

어쨌든 1시가 좀 넘은 시간에 학교 정문에서 L양을 만나고, 오모모에서 밥을 먹고(걍 "설" 가서 모밀이나 먹으러 갈껄;; 솔직히 전망은 좋았는데 오믈렛이 다소 별로였음), 상봉 시네마에 가서 좀 노닥거리다가 영화를 봤다. 좌석은 공교롭게도 커플석이었는데, 좀 삐걱거리는데다가, 스크린에서 다소 멀리 떨어져 있어서(안경을 안 썼던 지라-_-) 적절치는 않았다.

 

대충, 영화 초반은 "평범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였다. "화려한 휴가"라는 작전, 광주와 5.18이라는 그 비극성은,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두에게 벌어진 비극을, 우린 여지껏 "결코 평범하지 않다."라고 알고 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초반 그러한 전개는 매우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남들은 어디서부터 울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만, 나는 상필이가 맞아죽을 때부터 영화 끝날때까지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그냥 그랬다. "그렇게 당해야만 했던" '그때 그 사람들'과, "그렇게 당해야만 하는" '지금 저 사람들'이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대비되었기 때문이다. 평택이 생각났고 이랜드가 생각났다.

 

진실은 역사에서 항상 그러하듯이, 폭도들은 언제나 폭도가 아니었다. 역사는 항상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는 역사는 언제나 힘겹다. 총을 들고 있는 시민이라는 사실 뒤에는,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앗아가버린 자들에게 온 힘을 다해 저항하는 그 한명 한명의 '폭도'들이라는 진실이 있다. 바로 그들이 폭도가 아니라는 "사실"에 오기까지, 애초의 사실 뒤에 숨어버린 진실은 우리에게 얼마나 다가오지 못했던가.

 

여담이지만, 난 그래서 광주 민주화 운동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하고 싶지 않다. 그건 오히려 광주를 소위 "민주화 세력" ㅡ 그것도 지금은 변절해 들어가 소위 "산업화 세력"이라고 자칭하는 역사의 죄인들과 타협한 ㅡ이 울궈먹으려 하는 것은 아니었던가. 80년 5월 광주는 학살에 대항한 항쟁이다. 그건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앗아간 이들에 대한 항쟁,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다. 사랑을 위한 저항, 사람들에 의한 항쟁. 이 것이 광주의 본질이다. 어느 특정한 정치"세력"이 이러쿵저러쿵 할 계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는 더 이상 "진보"의 영역이 아니라, "상식"의 영역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리고, 상식의 영역에 다다르지 못한 이들에 대한 바로미터가 되는 것으로 족하다. 광주는 우리들이다. 

 

뒤이어 나오는 "화려한 휴가"의 면면들. 영화는 담담하게 그 때 그 장소에 일어났던 일들을 보여준다. 중간중간 조연들의 걸쭉한 연기들도 나온다. 하지만, 그 코믹하고 웃긴 장면들에서 나는 눈물이 더 나왔다. 가끔 웃기도 했지만,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털이 난다던데, 이걸 걱정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장면들의 연속. 경성스캔들의 마지막회에서 류진과 강지환의 그러한 장면들처럼, 광주도 해피엔딩이었으면 좋았겠으나, 역사가 그것이 아님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들은 어쩌면 가장 큰 비극이었고, 내게 있어 가장 슬픈 장면들 중의 하나였다. 그저 그런 멜로물로 인한 최루 영화가 아니다. 화려한 휴가야말로, 오아시스 이래로 내가 본 최고의, 진정한 최루영화다.

 

그리고 마지막, "화려한 휴가". 도청의 모두는 전멸했다. 김상경은 "우리는 폭도가 아니야!"라는 말을 남기고 처참하게 총세례를 맞는다. 그리고 이요원이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영화가 끝난 다음에 종종 그러한 장면들을 생각하면 눈가가 뜨거워졌고, 코가 시큰했다. 심지어 지금 리뷰를 써내려가면서도 나는 내 눈가가 약간 젖었음을 느낀다. 그 만큼의 분노와 슬픔을 준다.

 

 혹자는 내게 말했다. "화려한 휴가 그거 왜 하필이면 선거철에 나와서...그거 완전 정치적 프로파간다 아니냐..." 내가 예고편을 보고 울었다니깐, "너 이새끼 심장까지 빨갱이구나."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 영화는 정치적 프로파간다가 아니다. 여기서 이끌어내는 분노는 어떤 영화적 기교나 연기를 통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당하는 "우리"의 모습을 "우리"가 본 것이며, 슬픔과 분노는 어디까지나 상식의 선에서 일어난다. 영화는 우리에게 상식을 일깨운다.

 

 오히려 이 영화가 미국이나 전두환, 실제로 있었던 헬기 기총소사, 공습 등까지 묘사했다면 어땠을까. 여자 젖가슴을 도려내고,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난 오히려 그 편이 끔찍하다. 그때 우리는 운동권 오덕후 하악하악 용 영화로서의 "화려한 휴가"를 봤을 것이다. 그것은 비록 진실에 훨씬 더 가까운 것이지만 오히려 우리를 사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물론, 진실은 상식을 넘어선, 공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렇지만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면 사람들은 오히려 어려워하지 않는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수작, 걸작을 만나게 되었다.

 

김상경과 이요원 두 주연의 표준어는 오히려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난 영화 끝날때까지 그 사람들이 표준어를 쓰는지 사투리를 쓰는지 알 수도 없었고 상관하지도 않았다. 그냥 몰입했다. 끝나고 나서 생각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영화 리뷰 뒤에 으레 쓰는 "예지원 누나 짱이에염~ 김지수는 내 이상형~" 등등의 운운도 쓰고 싶지 않다. 그저 같이 분노하고 슬퍼할 뿐. 그런 잡소리를 할 생각마저 잊게 만드는 영화.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이요원은 여기서, 이요원이 아니라 광주시민의 한 사람, 우리들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이 영화가 우리에게 진정 "상식"을 가져다주었으면 한다. 분노할 것에 분노하고, 슬퍼할 것에 함께 슬퍼하는 상식. 부산과 대구와 광주가 함께 울 수 있는 상식. 항쟁을 사태라고 표현하는 비상식에 대한 분노. 이것은 진보가 아니라 상식이다.

 

희망은 상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진보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