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워>100분 토론, 진중권이 맞다.

이환희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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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워>100분 토론, 진중권이 맞다.

 

100분 토론을 봤는데,

진중권의 토론 태도를 가지고 욕할 지언정, 그의 논리를 욕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역시 진중권은 포스가 강했다.

상대쪽의 어리버리대는 문화평론가 때문에 더 돋보인, 정곡을 찌르는 그 한마디 한마디.

 

감탄하면서도 진중권, 유시민 류의 직설적 화법과 독설은

팬과 안티를 확연히 구분할 수 밖에 없겠다는 걸 새삼 느꼈다.

 

지난 주에 여차저차 하다가 심형래의 <디 워>를 보게됐는데,

돈이 아까운 영화였다. 개연성이 전혀 없는 스토리와, 빈약한 연기력,

마지막의 에필로그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그나마 훌륭했다는 CG조차 이곳저곳 어색함이 두드러졌다.

 

디워를 보고 순수하게 영화 자체가 재미있어서 좋아하고

응원한다고 말하는 '중학생' 이상의 네티즌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보라.

 

디워에 환호하고 심형래 감독을 무조건 감싸고 도는 사람들의 주장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대다수가 결국은

민족주의 애국주의 인간극장으로 귀결된다는

진중권이 조목조목 지적한 것들은 틀린 것이 없다.

 

네티즌들의 <디 워> 옹호는 이런 비합리적인 것들에 기반하고 있기에

감정적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어제 <디 워> 옹호쪽의 패널들도 감정적인

주장들 밖에는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이 덜 똑똑해서 진중권 쪽에 밀렸다기 보다는

빈곤한 감정적 논리밖에 제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밀린 것이다.

 

심형래 감독이 천만 관객 그 이상을 목표로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면,

외적인 면 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 좀 더 배려했어야 했다.

 

전문 영화교육을 받지 않은 심형래이기에 거친 연출은

좀 이해해 줄 수 있을지 몰라도 형편없는 시나리오 수준은

6년 준비했다는 말과 비약적인 CG의 발전이 무색할 정도다. 

300억 혹은 700억 짜리 <디 워>를 망할 작정하지 않은 이상

우뢰매나 영구와 땡칠이 처럼 '단순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건 확실히 아니지 않나.

 

진중권은 심형래가 영화 철학이 없다고 하는데,

난 심형래의 영화 철학이 '오락성,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디 워>는 그 단순한 철학도 담아내지 못했다.

어린이들에게라면 모를까 재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시각 효과가 화려했다고 재미가 있는 건 아니다.

최소한 '탄탄 하지는 않더라도 큰 결함이 없는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고,

그 영화를 CG를 통해서 더 재미있게 가꿀 생각을 해야지,

심형래는 마치 주객전도로 CG를 보여주려고 영화를 만든 것 같은 느낌이다.

 

대다수 평론가들이 이런 당연한 부분들을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심형래 감독을 무조건 옹호하며 이런 논의 자체를 막아버리는

비민주적이고 비정상적인 네티즌들의 작태에 이송희일 이나

김조광수 진중권 같은 사람이 열받을만 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많은 수의 지식인이나 평론가라 불리는 이들이 원래

자기 잘난 줄 아는 사람들이라 가감없이 독설을 툭툭 내뱉고는 하는데

오늘 토론에서 스포츠조선 기자가 말했던 '아' 다르고 '어' 다르다와 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한 예로 어느 글에서 '디 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글 말미에 '이런이런 부분을 보완하면 다음에는 훌륭한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정말 별 것 아닌 말 하나 붙이니까,

'이런 게 진짜 비판이다' 라는 둥 네티즌들의 꼬릿말이 호의적이더라.

 

인간들이 모여사는 사회에서 '말하는 방법'이란 참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걸 감안하더라도, 지금 디워를 무조건 옹호하는

네티즌들의 모습은 우습기만 하다.

 

애초 평론가들은 종종 관객들과 불일치를 보여왔고, 

<투사부일체> 같이 대박 흥행에 성공했으나 작품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영화는 <디 워>보다 더 깠으면 깠지 덜 까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째서 유독 <디 워>만 지금까지의 관례에서 예외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 한국도 CG 기술이 이 만큼 발전해서 헐리우드와 맞설 수도 있겠다'

'우리 영화로 외화를 벌어 들여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자'

'심형래가 눈물나게 노력했는데, 칭찬은 커녕 비판은 하지마라' 등등...

 

다들 이런식의 애국주의 민족주의의 아류와 인간승리에 대한 감동에서 비롯된 거 아닌가?

아니라고 말한다면 스스로를 속이고 있진 않은지 되돌아봐라. 

 

애국주의든 민족주의든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잘 되길 바라는

원초적인 감정의 발로는 그렇다 쳐도, 

심형래를 성역으로 만들어 건설적 비판조차 막아 버리고,

충무로를 적으로 삼아 공격하는 이상한 우를 범하는

멍청한 행태들을 언제까지 봐야할까.

 

마지막으로 100분 토론이 스포일러 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없었으면 좋겠다.  영상을 다 보여주지

않은 이상 '디 워'의 부실한 이야기는 스포일러 할 수 있는 건덕지가 없다.

 

개인적으로 심형래 감독이 욕심을 좀 버리고,

시나리오나 연출은 유능한 영화인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다음에는 정말 관객들에게서건 평단에서건 좋게 평가하는

훌륭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