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비 내리는 여름

박지영2007.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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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 같지 않던 2000년이 도래하고 7년이 지났다.

여느 때와는 다른 듯 한 장마가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게 한다.

창으로 들이치는 빗 물은 베란다에 놓인 파란 화분들을 잔뜩 적셨다.

몽롱한 눈을 하고 창으로 가까이 다가간다.

이미 바닥을 흥건히 적신 빗물에 나의 맨 발이 잔뜩 찌푸린다.

비구름은 몰려왔다 우르르 몰려가고 빗 물을 쏟아부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을 보여준다.

시선에서 일 백미터 조금 넘는 곳은 마른 하늘이다.

저 곳에도 비 구름이 방문하겠지.

비 구름의 빠른 움직임은 두렵기까지 하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의 움직임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바람이 그리 센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도 비 구름은 빠르게 움직인다.

바람이 구름을 실어 나르지는 않는가 보다.

아니면 바람의 방향이 매우 빠르게 변동하든가.

그러나 구름의 방향이 한 방향인 것을 보면 저 구름의 움직임은 무엇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장마답지 않은 장마는 비를 무섭게 쏟아부었다.

내 작은 애마의 바퀴가 푹 빠질 만큼 도로 곳곳에 깊은 물 웅덩이를 만들어 냈다.

볕을 주다 말다 올까말까 변덕스런 나의 사람들 처럼 그렇게 어둠을 주었다 말았다 한다.

눅눅한 기운에 창을 열라치면 비바람에 널어 놓은 빨래가 젖을까 열지도 못하고 나가 볼까 하다가도 몰아치는 빗더미에 발이라도 젖을까 집 구석에 숨어있다.

하루 이십사시간 중 나로 인해 현관이 열리는 일은 별로 없는 여우비 내리는 여름이다.

여우비 내리는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