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 斷想

나유진2007.08.11
조회79
D-War 斷想

몇 년 전 톰 크루즈 주연의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였다. 그다지 성공적 흥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 영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내 매우 짧은 상식으로도 사무라이는 전혀 존경받는 존재가 아니었고 지금의 조직폭력배와 같은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만화, 영화, 게임 등을 통한 문화적 미화를 통해 매우 쿨한 협객의 이미지를 구축하여 지금은 낭만적인 검객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당연시 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저런 문화적 캐릭터를 만들지 못하는 걸까..

 

(그것이 왜곡이어선 안되겠지만) 우리의 역사 속에도 저런 아이콘화 시킬 수 있는 존재가 있을텐데 누가 언제쯤 발견해서 발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우리에게도 사극에 나오는 장군과 같은 멋진 영웅들이 있긴 하지만 그 부류는 이미 사무라이가 선점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무리 멋진 캐릭터라 해도 아류에 머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곱씹으며..

 

얼마전 디-워를 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그 영화를 볼 당시에는 온 언론과 인터넷이 난리가 난 상태였기 때문에 상당히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고자 했다. 하지만 이것 한가지는 분명했다. 심형래표 SF물의 뿌리는 어디까지나 로봇 태권 V와 우뢰매 시리즈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보아야 한다는 전제는 정해진 상태로 입장할 수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내 마음 속에 내내 생각나는 한가지는 지금까지 그 어느 누가 한국의 오랜 전설 속의 소재를 이 정도로 캐릭터화 시켜서 외국 어린이 또는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 적이 있었나 하는 감탄이었다. 한국인의 연기로 보여주는 한국이 아닌 한국 문화를 녹여 넣은 현지화된 영화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용가리 때와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용가리는 '고질라'와 차별화 되는 부분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기 때문이다. 

 

심감독이 다룬 이무기라는 전설 속 동물은 상당히 쿨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외국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또한 외국 초딩들이 혹할 수 있는 신선한 소재이기도 했고. 혹자는 '고질라'가 있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고질라'는 이무기/용 보다는 공룡에 가깝다. 서양인들의 입장에서 볼때 신선함의 측면에서는 좀 떨어질 수 있는 캐릭터다(드래곤 하트는 그냥 넘어가자).

 

만약 멀지 않은 미래에 외국 어린이를 만나서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있냐고 물었을 때 그 아이가 이무기와 여의주를 안다고 한다면 그건 어떤 훌륭한 정치가도 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을 우리가 우습게 보았던 영구가 해낸 것이라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

 

게다가 나는 그런 일이 현실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한국에서 스파이더맨, 스타워즈 등의 영화가 망한다고 해서 미국에서도 망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상기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 영화는 이미 한국에서도 500만을 넘었다. 기대되지 않는가?

(더군다나 용가리조차도 Blockbuster에서 대여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 한가지 좋았던 것은 내가 알고 있는 상식 선에서 용이라는 동물은 서양인들에게 있어서 일반적으로 한국 보다는 중국스러운 것으로 여겨져 있을 것인데 디-워를 통해 이무기라는 생소한 캐릭터와 함께 패키지화 되어 한국 전설의 일부가 된 것이다. 용이라는 소재를 한국영화에서 선점했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는 중국인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일종의 쾌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동북공정과 연결된 감정이었을까? 부디 미국 내 흥행도 성공하기를 바란다.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완성도 등을 다 떠나서 심감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전투 씬에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구형 소나타와 에스페로라니.. 미소를 짓게 만드는 고집(?)이었다. 만약 이 영화를 외국 감독 중에 약간이라도 이름 난 사람이 연출했다면 국내 대기업의 PPL을 손쉽게 받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 것은 나 혼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노트북은 Sony를, 휴대폰의 브랜드는 한번도 보여지지 않는다. 자동차 PPL은 생각도 못한 것 같았고.. 주인공이 차를 수도 없이 갈아 타는데도 말이다. 이런 부분들이 심감독이 말하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유지나가 '아무리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하더라도 영화 자체에 볼거리가 없었다면 이런 흥행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라고 평한 기사를 읽었다. 어떤 영화든 가혹한 영화평을 서슴치 않는 평론가로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그녀가 네티즌들의 악플 따위가 두려워 저런 코멘트를 하지는 않았다고 본다면 그녀의 말은 맞다.

 

극장 밖 애국심, 노이즈 마케팅이 관객들로 하여금 극장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데까지는 성공할 수 있어도 영화가 끝난 후의 박수까지 이끌어 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내가 상영했던 회차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엔딩신과 자막 부분에서 박수를 보냈다. 내가 본 한국 영화 중에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싶다. '고생했다! 한국영화 치고는 CG 수준급이네~'의 심정으로 박수 친 관객이 있다 치더라도 요즘 관객들은 바보가 아니다.

 

어쩌면 그 어떤 영화 평론가보다도 더 원초적으로 영화가 주는 만족감에 민감하고 피같은 7~8,000원을 지불하고 관람한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상영관의 불이 켜지자 마자 즉각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요즘 관객들임을 감안할 때 이들이 고매하신 영화 평론가님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디-워에 박수를 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내가 느꼈던 뿌듯함을 그들도 느꼈기 때문이리라는 섣부른 추측을 해본다.

 

외국 것은 여과 없이 좋은 쪽으로 받아 들이면서도 우리 것은 어느 정도 비하 하고 시작하는 분위기가 있는 측면이 우리들에게 은연 중에 있음을 감안할 때 디-워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외국인에게 떡을 rice cake가 아닌 Dduk이라 가르쳐 주고 냉면을 cold noodle이 아닌 Nangmyun이라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느끼는 나로서는 이 영화가 전설의 고향에서만 볼 줄 알았던 한국의 전설도 충분히 상품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자랑스런 우리의 문화가 전 세계로 쿨하게 퍼져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2007.8.11 Eu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