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워(D-War, 2007)

이민규2007.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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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D-War, 2007)

심형래 감독이 '용가리' 이후에 선보이는 야심작.

용이 되기위해 여의주를 찾아 해메는 악한 이무기와

운명적으로 얽힌 두 남녀가 그 상황에 맞서는 SF 판타지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문제의 영화 !!! 드디어 보았다 !!!


LA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의문의 대형 참사.

단서는 단 하나, 현장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비늘뿐.

사건을 취재하던 방송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은 어린 시절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들었던 숨겨진 동양의 전설을 떠올리고,

여의주를 지닌 신비의 여인 세라(아만다 브룩스)와의 만남으로

이무기의 전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다.

전설의 재현을 꿈꾸는 악한 이무기 ‘부라퀴’ 무리들이

서서히 어둠으로 LA를 뒤덮는 가운데, 이들과 맞설 준비를 하는

이든과 세라. 거대한 전쟁 앞에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 내용은 보다시피 매우 단순한 구조로 되어있다.


잘라 말하건데, 이 영화가 '평가할 가치가 없는' 정도는 아니다.

스토리 전개의 허술함과 플롯의 끊김,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등

(혹자는 시나리오가 엉망이라 배우들이 연기에 몰입을 못한 것이라

평가하였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이것은 시나리오의 허술함과는 완벽하게 무관한 것이다.)

문제시 되는 부분이 매우 많이 보였지만, 서사구조도 가지고 있고,

'엉망진창'이라거나 '쓰레기'라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었다.

결말의 맺음에 있어서는 오히려 '트랜스포머'보다 나음을 보였다 !

영화말미에 새라의 영혼이 나타나는 장면은 진부한 것이긴 하지만,

이런 영화에서 반전이나 웅장한 결말을 기대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고나서 오는 허탈감은 사실 늘상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독 과열되어 논의가 오가고 있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98년 '고질라'의 경우 정말 CG에 엄청나게 공을 들인 영화였다.

고질라의 그림자가 건물에 비춰지는 각도까지 계산할 정도였다.

그렇게 당시 가장 훌륭한 기술력을 선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대실패를 했었다. 이유는? 내용의 부실함 때문이 아니었다.

선전한 만큼 관객을 만족시킬 '화면'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시간이 넘는 영화에서 고질라의 전신이 나오는 것은 딱 2번이다)

'CG말고는 볼것이 없다'라는 말을 하는데, 그것은 틀린 표현이다.

'CG로 구성된 파괴 또는 전투신'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기대하고 온 관객들을 확실히 만족시켜 준다.

그래서 이 영화에 나름대로의 흥행코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 참신한 장면도 많이 보인다.

'심씨네 동물원'이라고 표현한 동물원의 위트있는 간판이나

뜬금없긴 하지만 보천을 찾아 골동품점을 방문한 악당 드라칸이

철책을 통과해버리자 따라하다 머리를 들이받는 할머니라던지,

부라퀴를 본 동물원 직원이 웃기는 부분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여름철 눈요기 영화의 정석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술력은 실로 놀라웠다. 누가 그것이 C급이다 2급이다 해도,

그만한 화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동영상도 아니고 CG만 쳐바르면 다냐'라고 한다지만,

SF 판타지물에서 CG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 이상이다.

위대한 평가를 받고있는 대부분의 영화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구에게도 도움받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만든 영상이다.

앞으로 미국의 ILM 처럼, 우리나라 대부분의 영화들의 CG가

영구아트의 도움을 받을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보아도 D-War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한 것이다.


100분토론 이후 진중권씨에 대한 말들이 많다.

그가 비난받는건 너무 감정적으로 영화를 평가했다는 점이다.

평가할 마음도 없었고 그럴 가치도 없는 영화였지만

네티즌들의 행태에 꼭지가 돌아서 평론했다는 말은 모순이다.

그렇게 '꼭지 돌아서' 쓴 글은 평론이 아니라 수필이다.

그런 글이야 말로 '평론'이라는 말을 쓸 '가치가 없다'.

네티즌들이 감정적으로 나서서 짜증난다고 말하는 사람이

스스로가 구구절절 감정적으로 나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별 볼일 없는 영화에 애국심이랍시고 어린것들이 난리네.

내가 나가서 한심한 애새끼들에게 한수 가르쳐 줘야겠다'

...이런 이야기 밖에 되질 않는다. 최근 또 화제가 되고있는

그의 블로그 머릿글을 보아도 그렇다. 자질이 의심된다.

냉정하고 때로는 냉혹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도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지를 못하는가.

도대체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가 않는다.

다른 사람 열받는거 보며 즐기는 초딩과 다를바가 없다.

그런식이니 네티즌, 아니 여론이 좋을리가 없는 것이다.

네티즌에게 모든 화살을 돌린 채 '성숙하라' 바라지 말고,

그 스스로도 좀 성숙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인간적으로 믿을수가 없는 사람의 말을 무슨수로 믿겠는가.


애국주의 마케팅이니 감정에 호소한다느니 다 맞는말이다.

무릎팍도사 출연시에도 국민들에게 자신의 한을 말했고,

배급사의 홍보 문구는 온통 '한국 SF의 새로운 기원'이었다.

영화 에필로그에 본인의 에세이를 실은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영화의 흥행요인은 다른 곳에 있다고 본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다. 대체 얼마나 공을 들였기에,

대체 얼마나 고생을 했기에, 대체 얼마나 잘 만든 CG이기에,

이렇게 공개하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화제가 되는지를.

또 얼마나 형편없는 내용이기에 평론가들이 혹평하는지를.

심형래 감독의 넋두리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싶기도 하고,

평론가들의 평가가 정말 냉정하고 옳은지 알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스스로가 평가하고 싶은 것이다.

세계를 겨냥하고 있고, 한국인의 유별난 '자부심'이 작용하여

마케팅의 효과가 극대화되었고 애국주의도 작용했지만,

이런 요인도 상당수 작용하고 있고, 그래서 흥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흔한 것이다.


끊어진 내용을 이어붙인 듯한 내용의 영화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를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고, 도와준 사람도 없고,

늘상 소외되었음에도 만들어낸 감독의 피와 땀의 증거다.

냉정하게 평가를 내리되, '애썼다' 정도의 표현은 해주는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누구도 그를 비난할 자격이 없다.

영화에 대해서 비난할 수는 있지만 그를 비난해서는 안된다.

의도했건 아니건 그는 충무로에서 외면당한 사람이었다.

심형래 감독은 '태권V' 김청기 감독만큼 대우받을 사람이다.

아니, '용가리'를 만들었을 때 그는 김청기 감독을 넘어섰다.

왜 김청기 감독은 한국 만화영화사의 거장으로 불리우고

심형래 감독은 일본 전대물의 아류인 감독 취급을 당하는가.

'우뢰매' '부라퀴' 모두 순 우리말인 것을 알고 있는가.

이름하나 지어내는 것도 몇날 몇일을 고민한 심감독이다.

그만큼 심감독은 노력파다. 그것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는가.

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가르치면서

'영화가 엉망진창인데 무슨 노력을 인정하느냐' 운운하는가.

그렇게 깔아뭉개고도 한국 영화의 발전을 논하는가.

노력한 사람이 보상을 받는 사회, 그것이 이상적인 사회다.

그런 면에서 나는 누구처럼 사회가 미쳤다고 생각지 않는다.

심형래 감독은 노력했고, 이제 그 노력이 보상받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영화는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D-War를 보게끔 사람들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을 목표로 한 영화를

무슨 사회풍자코미디를 평가하듯이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형평성에 맞지 않다. '잘 평가받고 싶으면 잘 만들면 될 것 아니냐'

라고 평가했다. 이것은 궤변이다. 스크린쿼터는 무엇이 다른가.

'관객이 보길 원하면 잘 만들면 될꺼 아니냐'라고 반박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고 할 셈인가? 온종일 머리깎고 무릎꿇고 했으면서?

자꾸 애국심과 민족주의로만 몰고가지 말자. 국민이 바보는 아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이 그렇게 우매하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영화를 영화로만 봐줬으면 하는게 내 바램이다.

그건 몇몇 극성스러운 네티즌들에게도 마찬가지라 말하고 싶다.

안보면 매국노라는 식의 사고방식 또한 위와 다르지 않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각기 다른 것이다. 강요할 수는 없다.

이제 이런 소모적이고 원시적인 논쟁은 그만 했으면 한다.


아무튼 나는 나름대로 재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별 세개 반.

좋은 시나리오 작가의 도움을 받아 조금 더 연출력을 다듬는다면

'한국산 트랜스포머'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르게 생각할 때다. 안하니까 못하는거라고 하지 않는가.

 

 

 

< 명대사 >

 

" This Is A Korean Legend. "

 

( 영화시작에서. 확실히 확 와닿는 말이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