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삼 분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박혜진2007.08.12
조회73
하루에 삼 분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 여자 [

 

우리가 같이 먹던 떡볶이 매운 냄새

 

학교로 함께 가던 지하철 6호선

 

첫 키스하던 순간의 골목길 가로등

 

널 위해 화장하던 내 향수 냄새

 

한쪽씩 나눠 낀 이어폰

들려오던 노래는 아바의 '댄싱퀸'

 

그리고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네가 선물해 준 보라색 가디건

 

신발을 사 주면 도망 간다며

골라만 주던 그 운동화...

 

스물네 시간 동안 나를 따라다니는,

모두 내겐 아직 유효한 기억들

 

너도 아직 그럴까 ?

 

내가 골라 준 안경을 끼고

내가 사 준 스킨을 바르며

내가 선물한 티셔츠를 입은 채

나 때문에 생긴 코끝의 흉터를 보거나

메일을 쓸 땐 아직도 비밀번호를 내 생일을 입력하는지..

 

나처럼 , 너도 , 그렇게 지내고 있을까 ?

 

그 남자 `

 

비디오 가게에 들럿습니다.

 

"아저씨, 저기 요즘 나온 것 중에

제일 웃긴 게 뭐예요? "

 

그렇게 고른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빌려 들고

 

도넷가게에 가서

하얗게 가루가 묻어나는 도넛을 삽니다.

 

슈퍼에 들러선 음료수를 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 소주도 한 병 챙겨 봅니다.

 

집에 돌아오면

제일 웃긴다는 비디오를 틀어 놓고 ,

훈련병 시절

 그렇게도 먹고 싶던 달콤한 도넛을 먹으며,

석 잔이면 모든 게 내 세상 같던

쓴 소주 한 병을,

사이다 처럼 컵에 부어 마셔 봅니다.

 

하지만

그녀가 골라 준 안경으로 보는 영화는

하나도 우습지 않고 ,

그녀가 사 준 티셔츠에

하얀 도넛 가루가 묻는 것도 싫습니다.

독한 소주 냄새는

그녀가 사 준 스킨 냄새에 묻혀 느낄 수도 없습니다.

 

그녀와 헤어진 뒤

아무리 노력해도 웃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 스물 네 시간 중

단 삼분도 , 행복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