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war vs 아기공룡 쭈쭈

박효진2007.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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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극장에 가서 처음으로 영화라는 것을 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

아빠 손을 잡고 동생과 함께,

아기공룡 쭈쭈를 보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것이 심형래 감독의 첫 영화였을 것이다.

쭈쭈에서 고질라. 그리고 디워까지 형래님하의 공룡 계보가 이어진다는 사실 !

 

나는 쭈쭈를 매우 감명깊게 보았다.

마지막에 엄마 공룡이 쭈쭈를 찾으러 서울 시내로 진입하는데,

얌전히 좀 찾을 것이지 나무 뽑고 63빌딩 때려부수고 자동차 집어던지면서,

지 아들 찾기에 혈안이다.

아들찾아 삼만리가 서울 시민의 목숨을 위협하기에

위대하신 우리의 대한민국 경찰과 군인님하들이 납시었다.

그 엄마 공룡을 총알로 넉다운 시키고 죽이기 직전 !

영구(심형래분이 주연까지 하심.)가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쭈쭈가 엄마를 향해 뛰어나간다.

 

 

바로 그 때.

그 조용한 극장에서,

 

 

쭈쭈야 안돼 !

 

 

하고 소리친 꼬맹이가 있었으니..

 

 

 

그렇다. 그게 바로 나다.

온 극장의 시선이 우리 셋에게 집중되었다.

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내가 안그런 척 하려고 나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는 시늉을 하기위해

뒤를 돌아보았으나...

 

 

 

젠장 우리 뒤엔 아무도 없었다.

영락없이 범인으로 몰렸다.

그래도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힌것은 

사람들이 나보다는 더 어린 동생을 범인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끝나고 나서 극장에서 표 끊던 언니한테 혼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으로

극소심 A형 반응에 휩싸인 나는 영화를 더이상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공룡 쭈쭈는 한 어린 소녀의 감성을 자극할만큼 훌륭한 영화였다.

기술이 허접해서 그렇지 그것 빼고는 좋았다. 

 

 

 

나는 심형래님이.

그냥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코미디 분야에서 절대적인 지존의 자리까지 올라갔고.

그 쪽에서 가만히 있었으면 이주일처럼 신화가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꿈을 위해

그야말로 몸뚱이 하나 믿고 맨 땅에 헤딩을 하셨다.

그래서 그 대갈이 참으로 멋지게 박살이 나셨다.

제대로 미친거 아니냐는 사람들의 시기와 조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가 철철 흐르는 그 상처를 스윽스윽 꿰맨다음,

아직 아물지도 않은 머리로 또다시 헤딩. 헤딩. 헤딩.

꿰매었던 실밥이 터지고 다시 피가 나도 헤딩.

 

 

그런 또라이 정신.

오로지 자신의 꿈 하나에 미쳐버린 인간의 몸부림.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았다.

나는 심형래 님이 영화를 계속 계속 계속 만드시길 바란다.

 

 

 

그래도 영화 평은 진지해야한다.

 

 

디 워의 스토리 전개는 아기공룡 쭈쭈보다도 못했다.

한정된 시간에 최대한 많은 CG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스토리가 너무도 빈약하게 전개되었다.

 

등장인물의 연기력 또한 아기공룡 쭈쭈보다도 못했다.

나름 심각한 상황에서 저렇게 침착한 연기력을 펼치다니. -ㅅ-;

세상에, 우리 학교 연극패를 부르시지요. 울 학교 연극동아리 연기력 짱입니다.

 

물론 지금 다시 보면 아기공룡 쭈쭈가 개 막장인 영화라고 정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1990년대 초반이고

지금은 2007년이다.

그 사이에 수없이 많은 CG영화가 나왔고

관객의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1990년대 초반에 디워가 나왔으면 이건 혁명이다.

그러나 우리는 2007년에 디워를 만났다.

아직 한참 멀었다.

 

막판 30분 화려한 CG 하나만큼은 참으로 볼만 하였다.

그러나 2007년의 영화는 CG하나에 목숨을 걸어서는 안된다.

수백만의 공감을 사고, 감성을 자극할만큼 제대로 탄탄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 하나.

마감 전까지 탱자탱자 놀다가

마감 당일(새라의 20번째 생일) 되니까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부라키의 부하들.

멍청하게 부라키가 몸소 행차하신 뒤에야

반지의 제왕에서 트롤과 오크들 몇명 데리고 나와서 깽판.

미리미리 일처리 못하고 미루다가 뒷북쳐서 일 그르치는 그 꼬락서니,

영락없는 공무원. ㅉㅉ ㅋㅋ

 

둘.

남자 주인공은 당장 죽여도 될걸 왜 살려놔서.

그건 그렇고 너는 어떻게 집에 돌아갈래?ㅋ

 

셋.

마지막에 흐르는 음악  - 아리랑.

나름 괜찮았다. '-'

스위스에서 디워가 만들어졌다면 요들송 나와야 하나 ? ㅋㅋㅋ

 

 

엔딩 크레딧 전에

심형래 감독의 메세지.

그 자신감 넘치는 패기가 멋지십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응원할게요.

당신의 능력을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어서

좋은 영화 많이 많이 만들어 주세요.

디워가 끝이 되어서는 아니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