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 <디워>

이주연200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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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 <디워>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화 "D-War"를 관람했다.

과연 영화는 시끌벅적했고 요란스러웠다.

 

이 영화의 흥행돌풍의 배경에는

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심형래의 영화"라는 것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듯 하다.

 

사람들이 저마다 영화 자체를 보려하기보다

'그 사람이 만든 영화가 뭐 대단키야 하겠어?'라는

선입견으로 이 영화를 접하게 되는 것 같다.

 

내 기억에도 우스꽝스러운 분장과

띠리리리 바보스러운 연기를 일삼던 그가 만든 블록버스터라...

언뜻 매치가 안되는 그림이긴 했다.

 

용가리와 아기공룡 쭈쭈에서 보여주었던 그 어색함이

재연되었으리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무료한 방학, 공룡과 괴물에 열광하는 윤서와 인서에게

눈 요기를 시켜주겠다는 목적이 강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 <디워>


 

무수히 달린 댓글처럼

나 역시 이 영화의 플롯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갈등도 고민도 연민도 없이

그저 착한 이무기를 용으로 만들고야 말겠다는

단편적인 구조에 헛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으니까.

 

드라마틱한 구조를 선호하고

갈등과 번민, 고민의 흔적이 절절한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적 취향은 뒷전으로 돌리더라도

디워의 줄거리는 딱 초등학생 전용의 영웅담에 그쳤을 뿐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 <디워>


 

그러나 90분의 상영시간동안

내가 감탄했던 것은

디워 속의 나쁜 이무기녀석의 작태가

여태껏 미국의 대형 블록버스터에서나 봄직한

쓸만한 위용을 뽐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뜬금없이 전반부에 보여지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부라퀴 군단과의 전투를 제외하면

미국을 무대로 날뛰던 나쁜 이무기의 여의주 찾기는

썩 볼만한 눈요기거리였다.

 

높다란 빌딩을 휘감으며 이동하던 모습과

차들이 빼곡한 도로를 휩쓸며 전진하던 이무기의 동선은

"정말 심형래가 만든 거야?" 반문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영화 "괴물"속에서의 "괴물"보다도 정교한,

"쥬라기공룡"의 공룡들보다도 실제같던

이무기의 CG는 심형래의 그동안의 절치부심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남들이 다 안될꺼라고, 이제 그만하라고 손가락질 할때

자신의 배경과 이미지를 접어두고

오직 그것 하나에만 매달려 "생"을 바친

그의 노력의 열매가 보이는 듯 했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 <디워>


 

하지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던가.

그 속담을 급(急)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여자" 뿐만 아니라 "사람"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 아니라 팔월 폭염속에도

서리가 내린다.

 

엔딩크레딧에 올라오던 심형래의 변(辨)은 분명 사족이다.

내가 얼마나 피땀을 흘렸고,

내가 얼마나 눈물을 쏟아가며 이 영화를 만들었는지

제발 알아달라는 하소연에 불과했던

신파였음이 분명하다.

 

정작 자신이 개그맨 출신이 아닌

SF영화 "D-War"의 감독으로 평가를 받고 싶었다면

하고 싶은 말을 아끼고

사람들이 스스로 느끼고 평가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었어야 했다.

 

나의 노고를 제발 알아달라고,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지 말라고

눈물로 하소연 하는 짓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뻔한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CG에 감동받았던 나는

그만 아쉬운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포털에 올라있는 어떤 영화평론가의 말마따나

"이만하면 됐다. 화려한 영상만으로도 자랑스럽다."

이것 한줄에 동감하게 될 뿐이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 <디워>


 

가수 박진영이 황금어장 무르팍도사에 출연하여 했던 말중에

인상적인 말이 있다.

 

"보통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말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그냥 한국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으면

그 자체가 세계적인 것이다."

 

박진영의 그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국을 배경으로, 미국시장 개척을 목적으로 만든 SF영화라면

그 배경과 상황에 어울리는 연출기법으로

승부를 걸어도 좋았을 뻔 했다.

 

신지식인에 등재되고

영구 출신의 띠리리한 개그맨이 아닌

영화감독 심형래로서 평가받기 위해서는

정정당당하게 작품으로 승부하고

민족주의와 연민으로 포장하지 않은

마케팅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된다.

 

배우는 연기로, 감독은 연출로,

그 자체로 정정당당하게 평가 받을 수 있는

그의 다른 괴수영화를 기대한다.

 

그의 다음 작품에는

조금 더 세련된 프로의 냄새가 풍기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