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결혼했다

정난희2007.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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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어느 주말이었다.

아내는 산책하러 나가자고 말했다.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동안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따금 내가 묻는 말에 "응", "아니"라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아내는 침울한 기색이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내는 묵묵부답이었다. 뭔가 이상했다.

수저를 내려놓고 아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내도 고개를 들고 나를 응시했다.

결심했다는 듯 아내는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나직했지만 폭탄선언이었다.

 

폭탄 하나.

"나, 사람 생겼어."

"뭐라고?"

 

폭탄 둘.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오 마이 갓.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렇게 말할 정도면 이미 여러 번 같이 잤을 것이다.

같이 잔 것 이상으로 깊은 사이로 발전했을 것이다.

그냥 몇 번 자고 말 남자였으면 아예 얘기하지도 않았을 테니.


"그래?"


나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항상 어딘지 불안했던 느낌이 현실로 되었으니

더 이상은 불안할 것이 없었다. 오히려 담담했다.


"언제 알게 된 사람인데?"

"알게 된 지는 오래됐는데...... 예전에 같이 일했거든.

이번 프로젝트 하면서 다시 만났어."


묻는 쪽이 괴로운 질문.

"정말 그 사람이 좋아?"

"응."


묻는 쪽이 처참해지는 질문.

"같이 잤어?"

"응."


"그 사람을 사랑해?"

묻는 쪽을 절망하게 하는 대답.

"응."


지푸라기 하나.

"당신이 결혼한 여자라는 거 그 사람도 알아?"

"응."


지푸라기 둘.

"그래도 괜찮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