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GO3

김지은2007.08.14
조회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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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고’ 고3, 수능 D-100에 채우는 ‘빈 칸’[현장] 방학 없는 교실 풍경
밥보다 잠 달지만 그래도 채워야 할 답 찾아 ‘꾹꾹’
그놈의 ‘인 서울’이 뭐기에…잠시 짬 나면 ‘꺄르륵’

대한민국 고3은 ( )다. 여러분은 어떤 단어로 빈 칸을 채우시겠습니까?
“벼슬이다. 기계다. 방학숙제. 거지다. 희망이다. 아줌마. 스님이다. 실험용. 행운이다….”
고3, 그들은 스스로를 이렇게 불렀습니다.

▶벼슬…기계…거지…희망…스님…실험용…

<한겨레>는 수능 100일을 앞둔 지난 7일 수원 효원고등학교 3학년13반 교실을 찾았습니다. 이틀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함께 듣고, 같이 점심을 나눠 먹었습니다. 그냥 그들을 지켜봤고, 그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 그들의 마음 속 풍경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2007년 8월 대한민국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른세대의 그때와는 어떤 게 달라졌을까요? 수능 방송이나 인터넷 강의를 듣기위한 휴대용 영상재생기(PMP) 정도가 다른 모습일까요? 머리위엔 수능이 며칠 남았는지를 알리는 숫자가 보이고,’공부만이 살 길이다’는 이를 앙다문 표어도 여전합니다.



▶졸린 눈 비비며 ‘공부만이 살 길’ 앙다물어

대한민국 GO3 » 수능 100일을 앞둔 지난 7일 수원 효원고등학교 3학년13반 학생들이 교실안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영상미디어팀 박수진 피디

오전 7시 30분, 졸린 눈을 비비는 한 학생은 등교하자마자 주섬주섬 체육복을 챙겨 입습니다. “첫 시간이 체육이냐”고 물으니 “살이 쪄서 교복이 안 맞아요”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1교시 종소리는 오늘 하루 잠과의 고단한 싸움을 알리는 시작 종소리로 들립니다. 첫 시간부터 교실 뒤로 가서 잠을 쫓는 친구들도 보입니다. 한 친구는 2교시 끝나고 매점 가서 빵과 우유를 사먹는 시간이 제일 좋다고 합니다. “아침을 안 먹느냐”는 질문에 “통학버스 오기 전까지 밥 먹는 10분보다 자는 게 더 좋아서”라고 말합니다.

▶2교시 끝나고 매점 달려가 빵과 우유 사 먹는 재미 ‘짱’

올해 수능을 앞둔 고3들은 특히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저주 받은 89년 생’이라고도 합니다. 90년대 초까지 출생률이 반짝 높아진 몇 년의 첫 세대입니다. 입시경쟁의 벽은 더욱 높아졌지요. 그들이 중3 때 교육부는 “2008년부터 입시는 내신위주로 하겠다”는 장기 정책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정작 올 들어 교육부와 대학들은 내신과 수능 비중을 두고 힘겨루기를 했고, 결국 두루뭉술해졌습니다. 이제 내신, 수능이 다 중요하답니다. 거기에 논술까지 챙겨야 합니다. 그들은 이런 자신들의 신세를‘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 부릅니다.

▶그 무거운 짐도 누르지 못하는 19살 그들만의 꿈과 희망

대한민국 GO3 » 수원 효원고등학교 3학년13반 학생들이 지난 5월 학교 근처 공원에서 담임 교사와 함께 졸업사진을 찍고 있다. 효원고 제공

대한민국 GO3 » 수원 효원고등학교 3학년13반 학생들이 지난 5월 학교 근처 공원에서 졸업사진을 찍으면서 즐겁게 웃고 있다. 효원고 제공

현실은 버거운 짐입니다. 그러나 그들 19살은 꿈과 발랄함, 고마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소풍 없는 고3. 얼마 전 졸업앨범 찍으러 근처 공원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과 소풍처럼 기분 내고, 사진 찍던 일은 추억 속 사진처럼 가슴에 새겼습니다. 자전거 타고 가다가 책을 떨어뜨리면 그걸 주워주는 남학생과 만남이 시작되는 장면, 그것은 그들이 꿈꾸는 대학생활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짜증 낸 아빠 엄마 떠올리면 울먹울먹

큰 소리 한 번 못 내고 아무 때나 부리는 짜증 다 받아주는 엄마, 아빠에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나요? 엄마, 아빠란 단어만 나와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수원/ 글·영상 <한겨레> 영상미디어팀 박수진 피디 jjinpd@news.hani.co.kr

# ‘고3의 심경’ 담긴 쪽지 엿보니…

“난 니옆에서 패닉…진짜 미친 듯이 자고 싶다”

숫자놀음에 시달리는 건 슬프지만…

잠깐 졸다 샘 눈 마주쳤는데 무섭다

#1 “집중이 너무 안 돼, 인터넷 강의 보다가 졸았는데, 선생님이랑 눈 마주쳤어. 무섭다.”(효정)

#2 “이제 280일 남았다. 많다면 많은데 무지하게 짧다고 하더라. 나의 고3이 숫자 놀음에 시달리는 건 슬프지만 ‘인(in) 서울’은 해야지!”(소영)

#3 “선배들 보니 그놈의 ‘인 서울’ 징하게 힘든 거 팍팍 느꼈어. 그래도 남은 시간동안 티브이도 컴퓨터도 슬럼프도 객기도 잊고 달려가 보자고! 졸업할 때 효원고 현수막을 빛내는 한 사람이 되어보는 거야.”(이름 없음)

#4 “갑자기 동주고모의 사랑이 듬뿍 담긴 치킨 두 마리가 생각난다. 우리 종 치자마자 매점으로 뛰어갔을 때, 그때 그 희열!”(예쁜 뚱뚱보)

#5 “식신~ 자고 있어!! 난 니옆에서 패닉 상태로 있어. 문제를 푸는 데 답이 없어. 이 문제집이 이상한 것 같아.ㅋㅋ 너 자니까 나도 자고 싶다. 난 이제 강의 들으러 갈께. 진짜 미친 듯이 자고 싶다.”(은뱌ㅋ)

대한민국 GO3 » 수원 효원고등학교 3학년12반 학생들이 서로를 격려하려고 주고받은 쪽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