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구릿빛 피부, 부의 상징이자 건강·섹시미 과시 햇빛 부작용 피한 인공선탠·선탠화장품 등 여름패션의 최고 화두로
photo 클라란스(CLARINCE)코리아
프랑스 파리에선 5월이 되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인의 광고 사진이 약국 진열대에 붙기 시작한다. 팽팽하고 싱그러운 피부는 한결같이 빛나는 구릿빛이다. 자세히 보면 약 광고. 소화제나 두통약이 아닌 ‘선탠 약’이다. 한 달간 복용한 뒤 선탠을 하면 좀 더 근사한 구릿빛으로 피부를 잘 태워준단다. 신체의 멜라닌 색소를 조절하는 효과라고 한다. 복용 방법을 보니 첫 일주일 동안은 무슨 색깔의 약을, 그 다음 3주일간은 다른 색깔의 약을 복용하라고 한다.
바닷가는 물론 실외 수영장에는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선탠만 하다 가는 여성이 많아진다. 수영복도 이땐 ‘수영하기 위한 기능성 옷’이 아니라 ‘선탠하기 좋은 옷’ 정도로 개념이 바뀐다. 유럽에서 여름 휴가 이후에 갖게 되는 구릿빛 피부는 피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사람의 경제수준과 라이프 스타일을 설명해주는 그 ‘무엇’이 된다.
오래된 프랑스 영화를 보면, 수영복을 입은 부잣집 남자가 옥상 발코니에 누워서 알루미늄 판을 움직이는 장면이 나온다. 알루미늄판을 이용한 반사광으로 햇살에 얼굴을 태우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여름이 지난 뒤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엔 한껏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뽐내는 부자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사실 햇볕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북유럽이나 일부 서유럽에선 그을린 피부가 오래전부터 미덕이었다. 초여름만 되면 야외로 나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향해 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겨울철에도 따뜻한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객이 많은 덕에, 슈퍼마켓과 약국엔 늘 선탠 관련 제품이 진열돼 있다. 선탠할 때 머리카락에 뿌리면 모발 손상을 막을 수 있는 선탠용 헤어스프레이, 입술 같이 민감한 부분에 바르는 자외선 차단용 립스틱, 선탠한 뒤 피부를 진정시키는 젤과 로션, 마스크 팩 등….
의학적인 관점에서 ‘선탠(Suntan)’은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표피 기저층에 있는 멜라닌 색소를 자극해 멜라닌 색소를 추가적으로 생성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니 햇살에 노출해 피부를 태운다기보다는 일종의 ‘자외선에 의한 피부 보호’ 현상인 셈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약국 앞 선탠제품 광고. (photo 황성혜)
이 선탠은 더 이상 유럽만의 풍경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선탠은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됐다. ‘가부키 화장’을 하듯 최대한 하얗고 고운 피부만을 원하기보다는, 적당히 그을린 피부가 건강과 부의 이미지를 준다고 믿는 사람이 늘어났다. 선탠이 하나의 풍속도로 자리잡으면서 선탠의 과학과 건강 부분도 강조됐다. ‘무조건 태우고 보자’가 아니라 ‘제대로 잘 태우는 법’을 알아야 하는 세상이다.
구릿빛 피부는 원하지만 자외선 노출이 걱정되는 사람을 위한 제품도 개발됐다. 선탠할 때 자외선을 차단하느라 ‘햇볕과 전쟁’을 벌여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야말로 ‘선(Sun)’ 없는 ‘선탠(Suntan)’이 가능해진 것이다. 바르기만 해도 피부빛이 그을려지는 화장품은 몇 년 전부터 개발돼 출시되고 있다. 요즘은 얼굴이나 팔다리에 슬쩍 ‘화장하듯’ 바르기만 해도 선탠한 효과를 내는 브론징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급호텔도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선탠을 할 수 있다며 ‘선탠용 공간’을 홍보하고 있다. 선탠을 잘못 해서 얼룩이 생기게 하느니 아예 ‘인공 태닝’으로 피부 빛깔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이들도 늘어난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있는 ‘매직탠’이라는 인공선탠 업체. 샤워 박스 같은 곳에 들어가 스프레이를 몸에 뿌리거나, 자외선을 10~12분 정도 쪼여 선탠을 하는 방식이다. 여름철 성수기에 이곳을 찾는 사람 수가 하루 50명 선이란다. 매직탠의 관계자는 “20~30대 젊은층은 물론이고 40대 남성 직장인이나 60대 여성분도 찾아온다”며 “손님 중엔 연예인이나 모델, 디자이너가 많지만 몸을 많이 드러내야 하는 운동선수나 운동코치는 물론 일반 가정주부도 많이 온다”고 했다.
근육을 단련해 몸매를 만들듯이 피부 빛깔을 만드는 행렬엔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남성일수록 태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인공태닝업체에 가보면 여성뿐 아니라 의외로 20~30대 남성 손님이 많다고 한다.
선탠에 대한 관심은 화장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화장품 업계 담당자는 “백옥 같은 피부가 부를 상징한다고 믿는 사람 때문에 ‘화이트닝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말이 나왔던 게 한국 화장품업계”라며 “그런 시장에서 선탠 관련 제품이 인기를 모으는 것도 독특한 현상”이라고 했다.
경기도 용인의 캐러비안베이에서 선탠을 하고 있는 사람들. (photo 조선일보 DB)
지난 5~6년 전부터 클라란스, 랑콤, 에스티로더 같은 외국 화장품업체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같은 국내 브랜드도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뷰티트렌드팀의 김효선씨는 “브론징 제품도 로션, 크림 타입에서부터 브러시로 바르는 것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며 “초창기엔 무조건 선탠한 티를 내는 게 관건이었지만 점점 반짝거리는 펄감을 살리면서 자연스러운 건강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관심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의 선탠에 대한 태도는 세대별로도 약간 차이를 보인다.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선탠한 피부가 ‘부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선탠은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유한계급의 소비라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젊은층에게 선탠을 한 구릿빛 피부는 부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섹시하고 쿨한 이미지로 통한다. 젊은 여성 연예인이 앞다투어 선탠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탠 관련 보디 제품이나 화장품이 고객에게 소구하는 포인트를 봐도 알 수 있다. 요점은 세 가지, 건강미와 입체 그리고 섹시미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에서 나오는 브론징 제품은 ‘부드럽고 윤기있게 반짝거리는 느낌이 보디라인에 건강함과 입체감을 살려주고 글래머러스한 피부를 표현해준다’고 광고한다.
선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모두가 선탠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햇살을 쬐어서 건강하고 섹시해 보이려는 여성이 늘어나는 반면, 자외선 차단제를 몇 겹으로 덧바르면서 피부보호에 신경쓰는 여성층도 있다. 실제 한여름철 한강 시민공원이나 골프장에 가보면 얼굴 전체를 흰색 천으로 감싸고 흰색 셔츠를 입은 채 운동하는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신사동 최용섭피부과의 최용섭 원장은 “20~30대 초반은 선탠을 하면 구릿빛으로 되지만 30대 초반만 돼도 기미가 생긴다”면서 “선탠하다가 자칫 얼굴이 지저분해지는 것은 관능미와 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피부를 보호하려는 분도 많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 ‘헤라(HERA)’의 브론징 제품 광고.
하지만 여름철 선탠은 패션과 미를 꿈꾸는 이에게 여전히 커다란 화두다. 원래 사람이 추구하는 미(美)라는 것은 그냥 주어진 것과는 거리가 멀다. 노력해서 가꾸고 쟁취할 수 있는 것이라야 더 큰 힘을 갖기 마련이다. 유색인종이 흰색 피부를 열망하고, 백인종이 라틴계 같은 구릿빛 피부를 열망한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입은 옷이 나를 보여주고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말해주듯이 내 피부 빛깔이 나를 드러내주는 세상이다. 선탠은 그 숱한 피부손상이나 피부암 논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옷이나 액세서리처럼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패션’의 영역이 된 것이다. ▒
선탠의 역사
1920년대 디자이너 샤넬이 유행시켜
요즘이야 돈 많은 사람이 여행도 가고, 구릿빛 피부도 관리할 수 있다지만 과거엔 달랐다. 크림 빛깔의 하얀 피부가 부의 상징이었다. 부유한 사람은 바깥에서 일하며 햇살에 피부를 그을릴 일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1920년 선탠한 피부를 처음 유행시킨 사람은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다. 여행지에서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쇼에서 선탠한 모델과 마네킹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배와 등 부분을 드러낸 비키니 수영복이 1940년대 중반 등장하면서 선탠하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더니 1970년 들어서 선탠은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 국가적인 유행이 됐다. 선탠을 잘하는 법과 다양한 선탠 방법을 소개한 기사와 잡지가 늘었다. 베이비 오일로 피부를 코팅하거나 알루미늄으로 된 반사광으로 선탠을 하고, 태닝 기계에 들어가 살을 태우기도 했다. 특히 1980년 들어 ‘실내 태닝’은 햇빛이 부족한 북유럽 지역이나 북미 일부 지역에서 번창하는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선탠이 널리 퍼지면서 위험성에 대한 사회 인식도 늘어갔다. 얼굴과 몸은 물론 머릿결과 입술 등에 바르는 자외선 차단 제품이 속속 개발됐다. 하지만 선탠에 대한 욕구는 없어지지 않았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화상을 입거나 피부가 상하지 않으면서도 선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나 아예 햇살 없이 바르기만 하면 선탠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로션이 등장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선탠은 피부를 보호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꾀하는 패션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문화 아이콘이 됐다. 서울 강남의 인공태닝업체 ‘매직탠’에서 자외선으로 선탠 중인 여성. (photo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피부 손상 방지 요령
오전 11시~오후 2시는 피하라
햇볕을 적당히 쬐면 우울증을 막고 비타민 D 합성효과가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피부 노화의 80~90%가 태양 광선으로부터 일어난다. 자외선 A 는 피부 깊숙한 진피에까지 침투해 피부색을 검게 하고 주름을 발생시켜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반면, 주로 피부 표피에 작용하는 자외선 B는 피부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피부를 햇볕에 장시간 노출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선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선탠을 할 경우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
· 선탠을 할 땐,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과 몸에 꼭 바른다.
· 짧은 시간에 많이 선탠하고 싶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태양 광선의 강도가 가장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 선탠하는 중에 물에 젖거나 땀이 흐르면 물기나 땀을 닦고 다시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과 몸에 골고루 펴서 발라준다.
· 선탠한 뒤 샤워는 찬물로 하되 약하게 하는 게 좋다.
· 선탠을 심하게 해서 화상을 입었다면 일단 찬 우유로 찜찔해주는 게 효과적이다.
· 선탠 후 홍반 이외에 수포가 생기거나 오심ㆍ구토 같은 통증이나 부종이 동반하면 2도 화상 이상으로 볼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 하나의 패션, 선탠
빛나는 구릿빛 피부, 부의 상징이자 건강·섹시미 과시 햇빛 부작용 피한 인공선탠·선탠화장품 등 여름패션의 최고 화두로
photo 클라란스(CLARINCE)코리아
프랑스 파리에선 5월이 되면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인의 광고 사진이 약국 진열대에 붙기 시작한다. 팽팽하고 싱그러운 피부는 한결같이 빛나는 구릿빛이다. 자세히 보면 약 광고. 소화제나 두통약이 아닌 ‘선탠 약’이다. 한 달간 복용한 뒤 선탠을 하면 좀 더 근사한 구릿빛으로 피부를 잘 태워준단다. 신체의 멜라닌 색소를 조절하는 효과라고 한다. 복용 방법을 보니 첫 일주일 동안은 무슨 색깔의 약을, 그 다음 3주일간은 다른 색깔의 약을 복용하라고 한다.
바닷가는 물론 실외 수영장에는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선탠만 하다 가는 여성이 많아진다. 수영복도 이땐 ‘수영하기 위한 기능성 옷’이 아니라 ‘선탠하기 좋은 옷’ 정도로 개념이 바뀐다. 유럽에서 여름 휴가 이후에 갖게 되는 구릿빛 피부는 피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사람의 경제수준과 라이프 스타일을 설명해주는 그 ‘무엇’이 된다.
오래된 프랑스 영화를 보면, 수영복을 입은 부잣집 남자가 옥상 발코니에 누워서 알루미늄 판을 움직이는 장면이 나온다. 알루미늄판을 이용한 반사광으로 햇살에 얼굴을 태우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여름이 지난 뒤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엔 한껏 그을린 구릿빛 피부를 뽐내는 부자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사실 햇볕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북유럽이나 일부 서유럽에선 그을린 피부가 오래전부터 미덕이었다. 초여름만 되면 야외로 나와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향해 몸을 던지는 이들이 많다. 겨울철에도 따뜻한 휴양지로 떠나는 여행객이 많은 덕에, 슈퍼마켓과 약국엔 늘 선탠 관련 제품이 진열돼 있다. 선탠할 때 머리카락에 뿌리면 모발 손상을 막을 수 있는 선탠용 헤어스프레이, 입술 같이 민감한 부분에 바르는 자외선 차단용 립스틱, 선탠한 뒤 피부를 진정시키는 젤과 로션, 마스크 팩 등….
의학적인 관점에서 ‘선탠(Suntan)’은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표피 기저층에 있는 멜라닌 색소를 자극해 멜라닌 색소를 추가적으로 생성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니 햇살에 노출해 피부를 태운다기보다는 일종의 ‘자외선에 의한 피부 보호’ 현상인 셈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한 약국 앞 선탠제품 광고. (photo 황성혜)
이 선탠은 더 이상 유럽만의 풍경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선탠은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됐다. ‘가부키 화장’을 하듯 최대한 하얗고 고운 피부만을 원하기보다는, 적당히 그을린 피부가 건강과 부의 이미지를 준다고 믿는 사람이 늘어났다. 선탠이 하나의 풍속도로 자리잡으면서 선탠의 과학과 건강 부분도 강조됐다. ‘무조건 태우고 보자’가 아니라 ‘제대로 잘 태우는 법’을 알아야 하는 세상이다.
구릿빛 피부는 원하지만 자외선 노출이 걱정되는 사람을 위한 제품도 개발됐다. 선탠할 때 자외선을 차단하느라 ‘햇볕과 전쟁’을 벌여야 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야말로 ‘선(Sun)’ 없는 ‘선탠(Suntan)’이 가능해진 것이다. 바르기만 해도 피부빛이 그을려지는 화장품은 몇 년 전부터 개발돼 출시되고 있다. 요즘은 얼굴이나 팔다리에 슬쩍 ‘화장하듯’ 바르기만 해도 선탠한 효과를 내는 브론징 제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급호텔도 수영장에서 여유롭게 선탠을 할 수 있다며 ‘선탠용 공간’을 홍보하고 있다. 선탠을 잘못 해서 얼룩이 생기게 하느니 아예 ‘인공 태닝’으로 피부 빛깔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이들도 늘어난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 있는 ‘매직탠’이라는 인공선탠 업체. 샤워 박스 같은 곳에 들어가 스프레이를 몸에 뿌리거나, 자외선을 10~12분 정도 쪼여 선탠을 하는 방식이다. 여름철 성수기에 이곳을 찾는 사람 수가 하루 50명 선이란다. 매직탠의 관계자는 “20~30대 젊은층은 물론이고 40대 남성 직장인이나 60대 여성분도 찾아온다”며 “손님 중엔 연예인이나 모델, 디자이너가 많지만 몸을 많이 드러내야 하는 운동선수나 운동코치는 물론 일반 가정주부도 많이 온다”고 했다.
근육을 단련해 몸매를 만들듯이 피부 빛깔을 만드는 행렬엔 남성도 예외가 아니다. 운동을 많이 한 근육질 남성일수록 태닝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한다. 서울 강남에 있는 인공태닝업체에 가보면 여성뿐 아니라 의외로 20~30대 남성 손님이 많다고 한다.
선탠에 대한 관심은 화장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화장품 업계 담당자는 “백옥 같은 피부가 부를 상징한다고 믿는 사람 때문에 ‘화이트닝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말이 나왔던 게 한국 화장품업계”라며 “그런 시장에서 선탠 관련 제품이 인기를 모으는 것도 독특한 현상”이라고 했다.
경기도 용인의 캐러비안베이에서 선탠을 하고 있는 사람들. (photo 조선일보 DB)
지난 5~6년 전부터 클라란스, 랑콤, 에스티로더 같은 외국 화장품업체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 같은 국내 브랜드도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뷰티트렌드팀의 김효선씨는 “브론징 제품도 로션, 크림 타입에서부터 브러시로 바르는 것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온다”며 “초창기엔 무조건 선탠한 티를 내는 게 관건이었지만 점점 반짝거리는 펄감을 살리면서 자연스러운 건강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관심이 바뀌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의 선탠에 대한 태도는 세대별로도 약간 차이를 보인다.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선탠한 피부가 ‘부의 상징’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선탠은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돈과 시간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유한계급의 소비라고 보는 시각이다. 하지만 젊은층에게 선탠을 한 구릿빛 피부는 부의 상징이라기보다는 섹시하고 쿨한 이미지로 통한다. 젊은 여성 연예인이 앞다투어 선탠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탠 관련 보디 제품이나 화장품이 고객에게 소구하는 포인트를 봐도 알 수 있다. 요점은 세 가지, 건강미와 입체 그리고 섹시미다. 아모레퍼시픽의 ‘헤라’에서 나오는 브론징 제품은 ‘부드럽고 윤기있게 반짝거리는 느낌이 보디라인에 건강함과 입체감을 살려주고 글래머러스한 피부를 표현해준다’고 광고한다.
선탠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모두가 선탠에 열광하는 건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햇살을 쬐어서 건강하고 섹시해 보이려는 여성이 늘어나는 반면, 자외선 차단제를 몇 겹으로 덧바르면서 피부보호에 신경쓰는 여성층도 있다. 실제 한여름철 한강 시민공원이나 골프장에 가보면 얼굴 전체를 흰색 천으로 감싸고 흰색 셔츠를 입은 채 운동하는 여성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신사동 최용섭피부과의 최용섭 원장은 “20~30대 초반은 선탠을 하면 구릿빛으로 되지만 30대 초반만 돼도 기미가 생긴다”면서 “선탠하다가 자칫 얼굴이 지저분해지는 것은 관능미와 멀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피부를 보호하려는 분도 많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 ‘헤라(HERA)’의 브론징 제품 광고.
하지만 여름철 선탠은 패션과 미를 꿈꾸는 이에게 여전히 커다란 화두다. 원래 사람이 추구하는 미(美)라는 것은 그냥 주어진 것과는 거리가 멀다. 노력해서 가꾸고 쟁취할 수 있는 것이라야 더 큰 힘을 갖기 마련이다. 유색인종이 흰색 피부를 열망하고, 백인종이 라틴계 같은 구릿빛 피부를 열망한다고 하지 않았나.
내가 입은 옷이 나를 보여주고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말해주듯이 내 피부 빛깔이 나를 드러내주는 세상이다. 선탠은 그 숱한 피부손상이나 피부암 논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옷이나 액세서리처럼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패션’의 영역이 된 것이다. ▒
선탠의 역사
1920년대 디자이너 샤넬이 유행시켜
요즘이야 돈 많은 사람이 여행도 가고, 구릿빛 피부도 관리할 수 있다지만 과거엔 달랐다. 크림 빛깔의 하얀 피부가 부의 상징이었다. 부유한 사람은 바깥에서 일하며 햇살에 피부를 그을릴 일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실 1920년 선탠한 피부를 처음 유행시킨 사람은 디자이너 코코 샤넬이다. 여행지에서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쇼에서 선탠한 모델과 마네킹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배와 등 부분을 드러낸 비키니 수영복이 1940년대 중반 등장하면서 선탠하는 사람도 늘었다.
그러더니 1970년 들어서 선탠은 북미나 유럽 지역에서 국가적인 유행이 됐다. 선탠을 잘하는 법과 다양한 선탠 방법을 소개한 기사와 잡지가 늘었다. 베이비 오일로 피부를 코팅하거나 알루미늄으로 된 반사광으로 선탠을 하고, 태닝 기계에 들어가 살을 태우기도 했다. 특히 1980년 들어 ‘실내 태닝’은 햇빛이 부족한 북유럽 지역이나 북미 일부 지역에서 번창하는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선탠이 널리 퍼지면서 위험성에 대한 사회 인식도 늘어갔다. 얼굴과 몸은 물론 머릿결과 입술 등에 바르는 자외선 차단 제품이 속속 개발됐다. 하지만 선탠에 대한 욕구는 없어지지 않았다. 1990년에 들어서면서 화상을 입거나 피부가 상하지 않으면서도 선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나 아예 햇살 없이 바르기만 하면 선탠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로션이 등장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선탠은 피부를 보호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꾀하는 패션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문화 아이콘이 됐다.
서울 강남의 인공태닝업체 ‘매직탠’에서 자외선으로 선탠 중인 여성. (photo 유창우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피부 손상 방지 요령
오전 11시~오후 2시는 피하라
햇볕을 적당히 쬐면 우울증을 막고 비타민 D 합성효과가 있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피부 노화의 80~90%가 태양 광선으로부터 일어난다. 자외선 A 는 피부 깊숙한 진피에까지 침투해 피부색을 검게 하고 주름을 발생시켜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반면, 주로 피부 표피에 작용하는 자외선 B는 피부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피부를 햇볕에 장시간 노출하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선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선탠을 할 경우 이런 점을 주의해야 한다.
· 선탠을 할 땐,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과 몸에 꼭 바른다.
· 짧은 시간에 많이 선탠하고 싶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태양 광선의 강도가 가장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무조건 피해야 한다.
· 선탠하는 중에 물에 젖거나 땀이 흐르면 물기나 땀을 닦고 다시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과 몸에 골고루 펴서 발라준다.
· 선탠한 뒤 샤워는 찬물로 하되 약하게 하는 게 좋다.
· 선탠을 심하게 해서 화상을 입었다면 일단 찬 우유로 찜찔해주는 게 효과적이다.
· 선탠 후 홍반 이외에 수포가 생기거나 오심ㆍ구토 같은 통증이나 부종이 동반하면 2도 화상 이상으로 볼 수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 선탠을 전후해서 물이나 비타민 C가 많은 과일을 섭취해주는 게 좋다.
위클리조선 | 기사입력 2007-08-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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