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근무를 하다보면 이런 저런 걱정근심에 잠이 안온다고 하면서 말을 건네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종종 있다. 할일이 넘쳐나서 많은 이야길 하진 못하지만.. 어느새 그들과 친밀해짐을 느낀다. 지금 저는 종양학과에서 암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암 말기인..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지요. 병원이란 곳은.. 사람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많이 약해지기 쉬운 곳입니다. 그래서 본성이 잘 드러나는 그런 곳이기도 하지요. 평소 심성이 부드럽고 착했던 사람들도.. 막상 자신이 통증으로 고통받고..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으면 당황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간호사인 우리들에게 대놓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립니다. 저는 아마 장수할 듯 싶습니다.^^ 환자들에게 불평불만을 많이 듣고 다니거든요. 예전엔 그런 말을 듣는 게 참 힘이 들었습니다. 많이 울기도 했구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 이유없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정말 별의별 트집과 불평불만을 듣기도 했거거든요. 하지만..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화내는 대상이..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지금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고..지금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걸.. 그래서 만만한(?) 제가 그들의 불평불만을 들어주게 된다는 걸..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마음이 열릴때까지 기다리는 건 바쁜 저에게도 어쩌면 무리였지만..저를 다시 일깨워준 일이 있었습니다. 한 달 반정도 된 일입니다. 한 여자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도 암환자였고 입원하면서부터 점점 컨디션이 나빠졌고.. Total bilirubin이 떨어지지 않아서 결국 PTBD catheter insertion한지 며칠 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런 걸 시술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관리하는 지도 전혀 몰라 많이 당황해했고 식사조차 어느날 부터 전혀 하질 못했으며 감염까지 의심되어서 열이 치솟았습니다. 그렇게 점점 컨디션은 악화되어 갔습니다. 그녀는 복통으로 밤잠을 잘 수 없는 상태였고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상태를 보고서 안절부절하지 못했습니다. 카테터를 삽입한 지 2-3일정도 되었을때였습니다. 전 나이트 출근을 한지 5분남짓 되었을까.. 제 후배가 그녀의 담당이었는데 그녀의 남편이 후배에게 정말 심하게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가 자신이 원할때 바로 bile bag을 비워주지 않아서 bag이 샜다며 후배의 잘못을 탓하며 심하게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후배와 그와 옥신각신 점점 큰소리가 나왔습니다. 전 상황을 좀 지켜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중간에 끼어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속상하셨나보네요" 그는 제게 온갖 짜증과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저는 그저 그의 이야기를 들어줬지요. " 예..예..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은 밤동안 일하는 간호사인데.. 제가 특별히 더 신경써서 간호해드릴테니 마음 푸세요." 하고 말했고 환자였던 그녀에게 가서 그녀에게 불편감등을 묻고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 날 후배는 눈물을 흘리며 그 보호자 때문에 마음이 무척이나 상했고 전 그 보호자가 많이 예민해진 것 같다고 이해하라고 후배를 위로했구요. 저희에게 노발대발 화냈던 그녀의 남편은 그 후부터 놀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무척이나 정중하고 상냥하게 우리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녀의 남편이 한 성격(?) 함을 알고 조심하긴 했지만.. 180도 변신에 깜짝 놀랬지요. 그리고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과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반갑게 인사하는.. 친근한 사이가 되었지요. ^^; 그러던 어느 날.. 그 일이 있은 후 한달이 휠씬 넘었던 그 날.. 그녀의 남편이 제가 나이트 근무를 하고 있을때 병동 간호사들 숫자에 맞춰서 비싼 커피를 잔뜩 사왔어요. 그가 저에게 커피더미를 건내주며 한 말이 더욱 인상적이었지요. "그 때 제가 화내서 미안했어요. 그땐 아내가 당장 저를 떠날 것 같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지금에서야 사과드립니다"라고.. 저는 웃으며 이해한다고 감사하다고 하며 맛있게 커피를 마셨지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그들에게 정말 우리에게 바라는 건.. 전문성을 갖춘 간호학 지식도 중요하지만.. 한마디의 따뜻한 위로와 관심이 담긴 애정어린 마음이 아닐까하고요. 그 둘이 공존해야 진정한 간호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환자나 보호자들이 당신에게 정말 화내고 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한다고 해도 당신이 그런 말을 귀담아듣지않기로 결심한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또한 당신이 그의 본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마음을 여신다면 그는 당신의 친구처럼 자신의 직장이야기, 집안의 온갖 근심걱정을 다 쏟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당신이 일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어때요? 당신을 기다리는 손길이 느껴지시지 않으신가요? ^^
환자가 당신에게 화를 낸다면?
나이트 근무를 하다보면 이런 저런 걱정근심에 잠이 안온다고 하면서
말을 건네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종종 있다.
할일이 넘쳐나서 많은 이야길 하진 못하지만..
어느새 그들과 친밀해짐을 느낀다.
지금 저는 종양학과에서 암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암 말기인..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되지요.
병원이란 곳은..
사람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많이 약해지기 쉬운 곳입니다.
그래서 본성이 잘 드러나는 그런 곳이기도 하지요.
평소 심성이 부드럽고 착했던 사람들도..
막상 자신이 통증으로 고통받고..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으면 당황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간호사인 우리들에게 대놓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립니다.
저는 아마 장수할 듯 싶습니다.^^
환자들에게 불평불만을 많이 듣고 다니거든요.
예전엔 그런 말을 듣는 게 참 힘이 들었습니다. 많이 울기도 했구요.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 이유없이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정말 별의별 트집과 불평불만을 듣기도 했거거든요.
하지만..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화내는 대상이..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지금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두려워하고 있고..지금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걸..
그래서 만만한(?) 제가 그들의 불평불만을 들어주게 된다는 걸..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제가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마음이 열릴때까지 기다리는 건
바쁜 저에게도 어쩌면 무리였지만..저를 다시 일깨워준 일이 있었습니다.
한 달 반정도 된 일입니다.
한 여자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도 암환자였고 입원하면서부터 점점 컨디션이 나빠졌고..
Total bilirubin이 떨어지지 않아서 결국 PTBD catheter insertion한지 며칠 되지 않았던
때였습니다. 그런 걸 시술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관리하는 지도 전혀 몰라 많이 당황해했고
식사조차 어느날 부터 전혀 하질 못했으며 감염까지 의심되어서 열이 치솟았습니다.
그렇게 점점 컨디션은 악화되어 갔습니다. 그녀는 복통으로 밤잠을 잘 수 없는 상태였고
그녀의 남편은 그녀의 상태를 보고서 안절부절하지 못했습니다.
카테터를 삽입한 지 2-3일정도 되었을때였습니다.
전 나이트 출근을 한지 5분남짓 되었을까..
제 후배가 그녀의 담당이었는데
그녀의 남편이 후배에게 정말 심하게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가 자신이 원할때 바로 bile bag을 비워주지 않아서
bag이 샜다며 후배의 잘못을 탓하며 심하게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후배와 그와 옥신각신 점점 큰소리가 나왔습니다.
전 상황을 좀 지켜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중간에 끼어들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속상하셨나보네요"
그는 제게 온갖 짜증과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저는 그저 그의 이야기를 들어줬지요.
" 예..예..그러셨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오늘은 밤동안 일하는 간호사인데..
제가 특별히 더 신경써서 간호해드릴테니 마음 푸세요."
하고 말했고 환자였던 그녀에게 가서 그녀에게 불편감등을 묻고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 날 후배는 눈물을 흘리며 그 보호자 때문에 마음이 무척이나 상했고
전 그 보호자가 많이 예민해진 것 같다고 이해하라고 후배를 위로했구요.
저희에게 노발대발 화냈던 그녀의 남편은
그 후부터 놀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무척이나 정중하고 상냥하게 우리에게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저도 그녀의 남편이 한 성격(?) 함을 알고 조심하긴 했지만..
180도 변신에 깜짝 놀랬지요.
그리고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과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반갑게 인사하는..
친근한 사이가 되었지요. ^^;
그러던 어느 날..
그 일이 있은 후 한달이 휠씬 넘었던 그 날..
그녀의 남편이 제가 나이트 근무를 하고 있을때
병동 간호사들 숫자에 맞춰서 비싼 커피를 잔뜩 사왔어요.
그가 저에게 커피더미를 건내주며 한 말이 더욱 인상적이었지요.
"그 때 제가 화내서 미안했어요. 그땐 아내가 당장 저를 떠날 것 같아서 많이 힘들었어요..
그 일이 계속 마음에 걸려서 지금에서야 사과드립니다"라고..
저는 웃으며 이해한다고 감사하다고 하며
맛있게 커피를 마셨지요.
그리고 생각했어요.
그들에게 정말 우리에게 바라는 건..
전문성을 갖춘 간호학 지식도 중요하지만..
한마디의 따뜻한 위로와 관심이 담긴 애정어린 마음이 아닐까하고요.
그 둘이 공존해야 진정한 간호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환자나 보호자들이 당신에게 정말 화내고
심지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한다고 해도
당신이 그런 말을 귀담아듣지않기로 결심한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또한 당신이 그의 본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마음을 여신다면
그는 당신의 친구처럼 자신의 직장이야기, 집안의 온갖 근심걱정을 다 쏟아낼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당신이 일하는 시간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어때요?
당신을 기다리는 손길이 느껴지시지 않으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