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쥬의 그녀

이정환200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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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몽마르쥬의 매춘부이다. 나는 도시 최고의 귀족집 막내아들이다. 그녀는 우리 도시의 빈민가 노스리스트에 몽마르쥬에 산다. 나는 그녀가 사는 곳에서 300m 떨어진 도시 부유층의 동네 미션스리의 가장 큰 주택에서 산다. 그녀는 밤마다 몽마르쥬에서 각계각층의 남자들을 상대한다. 나는 밤마다 귀족파티에서 고위층 사람들을 상대한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욕을 듣는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가식의 박수와 칭찬을 듣는다. 그녀는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 아니, 그 누구도 사랑하지 못한다. 나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그 누구의 사랑도 받지 않는다. 거짓된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런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를 처음 본건, 작은형의 손에 끌려간 몽마르쥬에서 였다. 몽마르쥬는 아주 작고 초라했다. 몽마르쥬의 이곳저곳에서는 인간 본연의 쾌락의 욕구를 충족시켜 기뻐하는 남자들의 숨소리로 가득했고, 그들의 체취, 그리고 몸 구석구석 깊숙이 스며있는 그 향기를 없애기 위한 여인들의 진한 싸구려 향수 향기로 가득했다. 나는 그 소리와 향기가 가득한 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에게선 싸구려 향수 향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남자들의 체취가 나는 것도 아니었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그녀만의 향기.... 말로 옮길 순 없지만, 구지 표현 한다면 길 드문드문 피어있는 들꽃향기와 아주 비슷했다. 그녀는 조용하고 말이 없었다. 몽마르쥬의 여느 여인들 같이 천박한 말을 달고 다니지 않았다. 나는 그날, 그녀와 같은 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남들처럼 그녀의 속살을 탐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만의 향기를 느꼈다. 그녀의 표정은 항상 굳어있었다. 웃지도, 울지도 않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만이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자신을 탐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이 시간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는 나에게 귀한 보석 같은 존재였다. 우리가 언제나 귀중한 것을 아끼는 것처럼, 나도 그녀를 아껴주고 싶었다. 나는 그녀의 무릎에 기대어 온기를 느끼며 천천히 잠에 들었다. 그 어떤 값 비싼 침대보다 따뜻하고 편했다. 몽마르쥬의 습하고 어두운 밤이 오면 그녀는 늘 손님을 맞았다. 어디에 사는 누군지도 모를 남자들 이었다. 가끔은 나의 큰형, 작은형이 그녀의 손님이 되기도 했다. 그 손님들은 나처럼 그녀의 무릎 온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의 몸을 원했고, 하룻밤의 쾌락을 원했다. 그녀는 날마다 남자들에게 짖눌려야 했다. 밤이 오면 나는 그녀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오늘... 내일... 모레... 또 어떤 남자에게 고통을 받을까... 걱정이 가시질 않았다. 나는 결국 생각 끝에 그녀를 몽마르쥬에서 빼내기로 했다. 그녀의 몸값은 비쌌다. 하지만 고통에서 해방될 그녀를 하며.... 몽마르쥬의 주인에게 값을 지불했다. 그녀와 몽마르쥬에서 나왔다. 몽마르쥬의 습기와는 달리 밖의 공기는 깨끗하고 상쾌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아보였다. 그녀의 그런 반응에 약간 실망했지만, 앞으로 나와 지내며 그녀의 웃음을 찾아 줘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녀를 무작정 데리고 나왔더니 마땅히 갈곳이 없었다. 귀한 그녀를 아무 곳에나 맞길 순 없었다. 그녀를 데리고 일단 우리 집으로 갔다. 집에는 이틀 후에 있을 파티 준비로 분주했다. 나는 그 틈을 타 그녀를 몰래 집안으로 끌어 들였다.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다. 집은 넓었지만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그녀가 있을 곳이 없었다. 나는 집 이곳저곳을 떠올렸다. 결국 내 생각이 하나의 공간에 머물렀다. 지하실에 있는 창고... 거기라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충분히 그녀가 들키지 않고 안전히 있을 수 있는 곳 이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지하실 창고로 갔다. 창고는 어둡고 습했다. 몽마르쥬의 그것과는 약간 달랐지만, 그녀가 있기엔 턱도 없이 누추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곳이 그녀가 있기엔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나와 그리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을 그런 곳... 그녀에게 상황을 말하고, 지하실에서 빠져나와, 초와 먹을 것을 챙겼다. 그리고 이내 지하로 내려갔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그녀가 사라질까 허겁지겁 뛰었다. 그녀는 여전히 창고 한구석에 앉아있었다. 아무런 말도, 표정도 없이... 그녀의 곁으로 가 먹을 것을 줬다. 그녀는 조용히 받더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먹었다. 그녀가 음식을 먹는 동안 초에 불을 붙였다. 어둡던 방에 아주 작은 주황색 빛이 빛났다. 잘 보이지 않던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기쁨과 안심이 느껴졌다. 그녀가 내 곁에 있다는 기쁨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안심이... 그녀는 이제 몽마르쥬의 매춘부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몽마르쥬에 있지 않다. 이름 모를 남자들과 있지 않고 나와함께 있다. 그녀는 행복할 것이다. 이제 그녀는 나와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만을 보낼 것이다. 이튿날 밤, 집 거실에 많은 고위 귀족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서로 마음에도 없는 입에 발린 칭찬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내 주위에도 몇몇 귀족 딸들이 모였다. 그녀들은 나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아버지 재산에 대한 관심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빨리 그녀를 보고 싶었다. 나는 파티 장을 빠져나와 그녀가 있는 지하실 창고로 향했다. 지하실 가는 계단 하나하나가 너무도 반가웠다. 한 칸씩 사라질 때마다 그녀에게 가까워 졌다. 창고문은 닫혀있었다. 아주 굳게 닫혀있었다. 내가 아무도 모르게 하기위해 닫아놓은 것이었다. 창고문을 열었다. 그녀가 보였다. 어둠속에 누워있는... 그리고... 그녀의 위에... 욕구를 내뿜고 있는 남자도... 순간적으로 정신이 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달려가 남자를 걷어찼다. 남자는 놀라며 나를 바라봤다. 집에서 일하는 하인이었다. 남자는 어두워서 잠시 내가 누군지 모르더니, 잠시 후에 나를 알아보고는 기겁하며 달아났다. 그녀는 치마를 걷어 올리고 있었다. 윗옷도 약간 벗겨져 있었다. 그녀에 대한 실망과 원망이 순간적으로 나왔다. 나는 그녀의 뺨을 강하게 쳤다. 그녀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리고 이내 붉어진 뺨과 함께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여전히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지?! 난 언제나 당신을 위해 뭐든 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목까지 가득 찼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대한 실망감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당신은... 정말... 나를 위해 그랬나요?...” 내가 그녀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들어본 그녀의 목소리였다. 아주 작고 힘없는 음성이었다. 그녀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질문에 대한 대답 때문에 그 생각은 오래 할 수 없었다. “당연하지. 오직 당신을 위해 그랬어... 하지만 당신은...” 역시 뒷말을 잊지 못했다. 눈물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당신은... 정말 사랑을 모르는 군요... 당신이 나에게 준 것은 사랑이 아니에요... 다만 당신의 욕구를 위해서... 나에 대한 집착과 소유욕이 만들어낸... 것이죠...” 그녀의 말은 나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어두운 창고속이 더욱 어두워만 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의 사랑을 그녀가 잘못 보고 있다는 것을 꼭 말해야만 했다. “어떻게... 사랑을 그렇게 밖에 보지 못하는 거야?... 나는 내가 죽는다 해도 당신이 옆에만 있어준다면 웃으면서 죽을 수 있어!” 나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물기가 섞여 약간 떨리긴 했지만... “당신... 당신은... 단지 나를 가지고 싶은 것 뿐 이라구요...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누군가 에게 들킬까봐, 이렇게 어두운 곳에 가둬놓고 하루에 몇 번씩 보고 싶을 때 찾아오나요? 마치 당신이 기르는 새를 새장에 가둬놓고 당신이 보고 싶을 때만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은 가끔은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있어요... 보고 싶어도 못 볼 때도 있구요... 당신처럼 가둬놓고 보고 싶을 때 마다 보는 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과 소유욕이에요... 마치... 자신 가둬놓은 새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녀의 마지막 말이 귓속에서 맴돌았다. 그녀의 대한 사랑이 아닌, 그녀에 대한 나의 집착과 소유욕... 나는 그것을 사랑이란 좋은 포장지에 포장을 했던 것이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뭔가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말이 다 맞았다. “정말... 당신에 대한 마음이 그런 것 이었을까?...” 아닌지 알면서도 다시 물어보고 싶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당신은... 사랑을 더 배워야 해요... 사랑이 뭔지 알 때까지... 이제부터는 정말 당신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 사랑을 해봐요... 집착과 소유가 아닌... 사랑을...” 그녀는 조용히 말을 하고는 손으로 나의 얼굴을 잡았다. 그녀의 손바닥 온기가 마음속으로 전해졌다. 어쩐지 서서히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얼굴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입술과 나의 입술이 포개어 졌다. 손바닥의 온기와는 또 다른 따뜻함이 전해져 왔다. 그녀의 심장 소리와 나의 심장 소리가 함께 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아주 천천히 입술을 땠다. 여전히 나의 입술에 그녀의 입술의 온기가 맴 돌았다. “당신과 함께... 사랑을 배우고 싶어... 지금부터...” 눈물의 흐름이 멈췄다. 머릿속의 어지럼증도 멈췄다. 그녀의 온기만이 내 온몸을 맴 돌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일으켰다. 그녀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았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무런 표정도 없는 그녀가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그녀가 행복을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옷을 바로 하고 창고의 문을 열었다. 지하실 계단이 보였다. 그녀의 손을 잡고 한 칸씩 천천히 올라갔다. 내려 갈 때의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는 다른 무엇인가가 느껴졌다. 마지막 한 칸이면 이제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위에는 노래 소리와 사람들 소리로 가득했다. 한 칸이면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게 되는 것이었다. 며칠 전, 누군가 에게 들킬까 두려웠던 내 마음이, 누가 봐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만을 위해 있는 작은 새가 아니니깐... 그녀는 몽마르쥬의 매춘부였다. 그녀는 아주 많은 남자와 밤을 보냈다. 그녀의 몸에서는 진한 향수 향기도, 남자의 체취도 나지 않는다. 다만 은은한 들꽃향기가 난다. 그녀는 온기를 가지고 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정말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