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민지 근대화론자에 대한 극우 일본인의 모순적 반응

유형원200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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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식민지 근대화론자에 대한 극우 일본인의 모순적 반응

한국에 대한 외국 네티즌의 반응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개소문닷컴'에는 '동아일보조차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이라는 제목을 가진 쓰레드가 게시되었다. 번역된 글의 출처는 일본 극우 사이트 2ch로, 일단 한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감이 나타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동아일보에 식민지 근대화론 사설이 기고된 것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환영한다'보다는 '어딘가 퀭긴다'는 쪽에 가까웠다. 극우 일본 네티즌들이 하는 말인 즉 '올바른 역사관을 가진 한국인'이라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

 

식민지 근대화론이 '올바른' 역사관이고 아니고의 문제를 떠나서(일단 그 판단에 앞서서 식민지 근대화론 그 자체도 친일사관이라고는 볼 수 없다), 분명히 극우 네티즌 입맛에 덜 껄끄러울 주장을 했는데 왜 시큰둥하게 반응하느냐의 문제 자체가 하나의 미스테리이다.

 

추측건대, 그것은 아마도 이미 자기증식의 논리를 가지고 스스로를 확대해나가게 된 아시아 민족주의는 그 자체로 '적대시할 상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이미 2ch 네티즌들에게는 한국인이 필요한 것이다. '미워하기 위해'서.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일본인이 선행을 하면 그것을 칭찬하기 보다는 그러한 사실 자체에 큰 실망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는 일본인이 '나빠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으니까, 비난할 대상이 필요한데 그것이 사라지려고 하니까 뭔가가 불안한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이미 자체적인 정체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적대감을 통해 그로부터 투영된 정체성만을 가진 사람이다. 따라서 그런 종류의 인간은 미워할 대상이 사라지면 자기 자신도 사라진다. 그게 바로 우리나라 민족주의의 본질이다. 한국 민족주의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보편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반일', '반중'이라는 개별적인 양태를 통해서만 우리 앞에 드러난다. 그리고 한국 민족주의자는 바로 그 따위 유치한 이데올로기를 제 1의 자기 정체성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한국 민족주의의 한/일 벡터만 뒤집으면 곧바로 일본 민족주의로 치환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애국애족의 네티즌들이 반일운동을 더 하면 할 수록 일본 민족주의는 하루하루 더 살찌게 된다. 우리가 일본을 미워하면 할 수록 일본의 그 모습은 더욱 뚜렷하게 우리 앞에 나타난다.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폭소를 터뜨리는 한국 네티즌들의 모습은, 상품백화점 붕괴와 성수대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 이죽거리던 일본 극우 네티즌들의 다른 얼굴일 뿐이다.

 

역사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언젠가 우리는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부끄러워 할 날이 올 것이다. 일본, 중국과 함께 손잡고 말이다. '그때 우리가 그랬지, 참 유치했지'하고 중얼거리면서. 그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지만, 내겐 '도대체 그 날이 언제 올 것인가'가 진짜 문제일 따름이다.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