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의 여자는.

김현수200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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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여섯의 여자는.

-스물 여섯의 여자는.

하루에 한뼘씩 자란다. 키가 아니라, 마음이 그만큼씩 자란다.
그러나 달걀처럼 곱상히 이뿐 모습으로 자라는 것이 아닌,
성게껍질처럼 대중없이 울퉁불퉁하게 제멋대로 자란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적을 만들고, 속으로만 곪아가길 자청한다.

-스물 여섯의 여자는.

이제껏 사랑했던 남자에게 화를 자주낸다. 짜증을내고 질책한다.
그가 정말 싫어서 그런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남자에 대한
자신의 바램과 이상향, 현실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 순간 좌절하면, 아픔을 감수하고서라도 혼자가 되어버리지만,
현실과 타협하면, 사랑 없는 결혼도 마다하지 않는다.

-스물 여섯의 여자는.

하루에 열두번 먹먹해진다. 멍하니 천장을 보고 실없이 웃는다.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눈물을 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주 우는 여자는 청승맞아 보인다는걸 몸소 느껴왔다.
울고난 다음날 거울에 마주선 자신이 얼마큼 초라할 걸 잘 안다.
감정이 매마른 여자가 되는 것이 자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여긴다.

-스물 여섯의 여자는.

자신의 나이를 물어오는 상대에게 선뜻 말해주지 못한다.
너무 많은 숫자가 창피해서가 아니다.
스물 여섯이라는 나이가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현실의 나이. 스물 여섯을 섯뜻 떠올리지 못해서이다.
스물 둘, 셋의 자신이 언제까지고 계속되길 소망하며 잠이든다.

-스물 여섯의 여자는.

바로 지금의 나다. 나는 어느덧 스물 여섯이 되었다.
아직도 종종 철부지 꼬마처럼 당당거리고 경솔하다가도,
어울리지 않게 자책하고, 부추기며 애써 너그러운척 한다.
가끔은 입을 다물고 싶고, 눈을 닫아버리고 싶다. 숨고싶다.
숨을 쉬고 생각하고 있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어리둥절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