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하면서 좋은 것 중 하나. 내가 마치 영화 무진장 좋아하고 책읽기 무진장 좋아하고 뮤지컬에 환장하고 연극에 미치고 콘서트에 눈돌아가는 인종이라는 듯 과장되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그것은 일견 사실이기도 하지만, 사실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미친듯이 쫓아다니는 마니아는 또 아니기에 블로깅으로 인해 과장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상을 파헤쳐 본다면 많게는 한 달에 서너 편, 적게는 한달에 한 편 볼까 말까한 영화이고 책도 한 달에 한 권이나 읽을까 말까 한 게으름뱅이에다가 뮤지컬이나 연극은 연례행사처럼 찾는 '평범한 관객 또는 독자'에 불과한 나지만 읽고 본 것들에 대해 어떻게든 티를 팍팍 내는 부산스러움 덕에 사람들은 간혹 착각을 한다. 마법사라는 친구는 문화생활에 능통하군. 혹시 영화나 뮤지컬, 혹은 연극 볼 일이 있으면 같이 봐도 좋을 것 같군. 그래서 종종 연락이 온다. 티켓이 생겼는데... 갈래? ㅋㅋㅋ
이 뮤지컬 역시 그런 식으로 연락이 왔다. 영의 동료 중 뮤지컬 배우 원종환씨와 형 동생 사이인 친구 욱이 있었고, 그래서 영도 원종환씨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고, 이번에 대학로에서 를 공연하는데 초대 비스꾸르미한 것을 받았고, 한 자리가 더 있다고 하니 평소에 뮤지컬 무진장 좋아하는 것처럼 티 팍팍 내던 내가 떠올랐고, 곧바로 내게 전화를 걸어 뮤지컬 보러가자고 꼬셨고, 당근 나는 두말 없이 OK! 를 외쳤고...
결론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숨기지 말고 티 팍팍 내며 사는 게 여러 모로 경제적인 인생이라는 거. ^^;;
그렇게 오랜만에 찾은 대학로. 내가 찾지 못한 시간 동안에도 역시 수많은 공연이 매일같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그곳.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서는 순간부터 확 끼쳐오는 배우들의 땀 냄새. 이곳에 오면 살아 있다는 게 뭔지 생기가 뭔지 어느곳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대학로가 좋다. 촌년 서울로 상경해 처음으로 콘서트라는 것을 구경해 본 샘터 파랑새 극장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은 아르코 예술극장이라 이름을 바꾸어 달았지만 여전한 모습이었다. 스무살 적 내 인생 첫 콘서트였던 샘터 파랑새 극장에서의 새벽 콘서트가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났다. 겁도 없이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무대에서 불렀던 호기롭던 스무살의 나, 사시사철 쥐새끼 풀방구리 드나들듯 드나들었던 학전의 김광석 콘서트, 한참 뭘하고 살까 고민하던 시절 무대에 대한 열정을 지피게 만들었던 아리랑 극단의 유랑의 노래... 지금은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 있는 그 기억들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괜한 향수에 젖어들었다.
오! 소극장 뮤지컬의 진수
그러나 내가 갈 곳은 샘터 파랑새도 학전도 아르코 예술극장도 아닌 르 메이에르 소극장으로 향했다. 지난 번 에 이어 두 번째 소극장 뮤지컬이다. CHANCE 보러 갈 때는 사전 보 하나 없이 보러 갔던 게 조금 미안스럽기도 했고 후회도 됐고 해서 이번엔 공연 보러 오기 전 내가 볼 가 어떤 작품인지 검색을 해보았다.
작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군. 창작뮤지컬이란 말야? 오호라... 기대되는 걸.
극장에 들어서니 역시나 소극장,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배우들 표정 하나 땀방울 하나 하나가 다 보일만큼 관객과 무대가 가깝다. 게다가 우리 자리는 나름 R석. 아싸~~~
돌볼 수 있는 가족도 친지도 없는 반신불수, 알콜중독, 치매, 정신지체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이 이 뮤지컬의 무대. 크리스마스를 맞아 방송국에서 돌볼 사람 없는 '완전 불쌍한' 환자 '602호 반신불수 붙박이 최병호'를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이미 전국으로 예고방송까지 나갔는데, 바로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최병호가 실종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식이 뚝뚝 흐르는 베드로 신부, 환자 보기를 돌같이 하는 무감각 의사 닥터 리, 무척 착해보이지만 내숭9단임이 확실해 보이는 봉사자 김정연, 병실에서 똥 싸기가 특기인 치매 할머니 이길례 여사, 입에 걸레를 물고 사는 알콜중독 환자 정숙자, 거기에 실종된 괴팍11단 최병호와 의문의 봉사자 최민희까지... 그들의 사연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동안 관객들은 울고웃기를 반복한다.
닥터 리의 말대로 이 병원에 온 사람치고 환자든 봉사자든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상처 없는 사연 또한 없다. 그러나 상처는 깊이만 있지 넓이는 없어서 누구의 상처가 더 크고 누구의 상처는 더 작다고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마다 나름의 상처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 나누면서 병원의 모든 구성원들은 일종의 공범자가 된다.
비좁은 소극장무대가 전혀 좁아보이지 않을 정도로 병실과 사무실, 병실 밖 벤치와 주인공들의 과거사까지 모두 담아내는 무대연출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고, 신파조로 관객들의 심금을 한참 울리다가 금세 안색을 바꾸어 와하하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익살스러운 음악은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에 착착 감긴다. 거기에 중간중간 끼어드는 팬 서비스까지. 소극장 뮤지컬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을 아우르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공연이 끝난 뒤 극장 근처의 호프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장애인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영과 욱은 스스로 직업병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뮤지컬의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장애인과 수용시설'에 대해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그려졌다고 나름 흡족해한다.
각본의 섬세함은 사실 장애인을 그린 장면에서뿐 아니라 곳곳에서 묻어난다. 전쟁, 남녀간의 사랑, 부모자식 간의 이별, 성매매여성에 대한 편견, 종교의 위선과 가식 등 나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예민한 문제들을 모두 건드리면서도 어느 것 하나 편견에 치우친 것이 없다. 장유경이란 작가가 누구인지, 한번 꼭 만나보고 싶은 열망까지 생기게 한다.
탄탄한 대본과 음악, 창조적인 무대,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 를 만나게 해준 영과 욱, 그리고 닥터 리를 멋드러지게 소화한 배우 원종환씨에게 뒤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역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관객과 무대가 배우가 직접 만나는 공연예술은 매력적인 장르다. 무대를 보면 심장이 쿵쿵거리며 터질 듯한 무대흥분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관객으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나의 처지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말도 안 되는 증세 또한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누가 뭐 보러가자고 꼬시면 단박에 OK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작/가사/연출 : 장유정 ◆작곡/음악감독 : 김혜성
2007. 8. 22. 대학로 르메이에르 소극장 with 영&욱
블로깅하면서 좋은 것 중 하나. 내가 마치 영화 무진장 좋아하고 책읽기 무진장 좋아하고 뮤지컬에 환장하고 연극에 미치고 콘서트에 눈돌아가는 인종이라는 듯 과장되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그것은 일견 사실이기도 하지만, 사실 보통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이상으로 미친듯이 쫓아다니는 마니아는 또 아니기에 블로깅으로 인해 과장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상을 파헤쳐 본다면 많게는 한 달에 서너 편, 적게는 한달에 한 편 볼까 말까한 영화이고 책도 한 달에 한 권이나 읽을까 말까 한 게으름뱅이에다가 뮤지컬이나 연극은 연례행사처럼 찾는 '평범한 관객 또는 독자'에 불과한 나지만 읽고 본 것들에 대해 어떻게든 티를 팍팍 내는 부산스러움 덕에 사람들은 간혹 착각을 한다. 마법사라는 친구는 문화생활에 능통하군. 혹시 영화나 뮤지컬, 혹은 연극 볼 일이 있으면 같이 봐도 좋을 것 같군. 그래서 종종 연락이 온다. 티켓이 생겼는데... 갈래? ㅋㅋㅋ
이 뮤지컬 역시 그런 식으로 연락이 왔다. 영의 동료 중 뮤지컬 배우 원종환씨와 형 동생 사이인 친구 욱이 있었고, 그래서 영도 원종환씨와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고, 이번에 대학로에서 를 공연하는데 초대 비스꾸르미한 것을 받았고, 한 자리가 더 있다고 하니 평소에 뮤지컬 무진장 좋아하는 것처럼 티 팍팍 내던 내가 떠올랐고, 곧바로 내게 전화를 걸어 뮤지컬 보러가자고 꼬셨고, 당근 나는 두말 없이 OK! 를 외쳤고...
결론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숨기지 말고 티 팍팍 내며 사는 게 여러 모로 경제적인 인생이라는 거. ^^;;
그렇게 오랜만에 찾은 대학로. 내가 찾지 못한 시간 동안에도 역시 수많은 공연이 매일같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그곳.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서는 순간부터 확 끼쳐오는 배우들의 땀 냄새. 이곳에 오면 살아 있다는 게 뭔지 생기가 뭔지 어느곳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대학로가 좋다. 촌년 서울로 상경해 처음으로 콘서트라는 것을 구경해 본 샘터 파랑새 극장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은 아르코 예술극장이라 이름을 바꾸어 달았지만 여전한 모습이었다. 스무살 적 내 인생 첫 콘서트였던 샘터 파랑새 극장에서의 새벽 콘서트가 떠올라 빙그레 웃음이 났다. 겁도 없이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무대에서 불렀던 호기롭던 스무살의 나, 사시사철 쥐새끼 풀방구리 드나들듯 드나들었던 학전의 김광석 콘서트, 한참 뭘하고 살까 고민하던 시절 무대에 대한 열정을 지피게 만들었던 아리랑 극단의 유랑의 노래... 지금은 빛바랜 사진처럼 남아 있는 그 기억들이 모락모락 피어올라 괜한 향수에 젖어들었다.
오! 소극장 뮤지컬의 진수
그러나 내가 갈 곳은 샘터 파랑새도 학전도 아르코 예술극장도 아닌 르 메이에르 소극장으로 향했다. 지난 번 에 이어 두 번째 소극장 뮤지컬이다. CHANCE 보러 갈 때는 사전 보 하나 없이 보러 갔던 게 조금 미안스럽기도 했고 후회도 됐고 해서 이번엔 공연 보러 오기 전 내가 볼 가 어떤 작품인지 검색을 해보았다.
작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군. 창작뮤지컬이란 말야? 오호라... 기대되는 걸.
극장에 들어서니 역시나 소극장,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배우들 표정 하나 땀방울 하나 하나가 다 보일만큼 관객과 무대가 가깝다. 게다가 우리 자리는 나름 R석. 아싸~~~
돌볼 수 있는 가족도 친지도 없는 반신불수, 알콜중독, 치매, 정신지체 환자들을 돌보는 병원이 이 뮤지컬의 무대. 크리스마스를 맞아 방송국에서 돌볼 사람 없는 '완전 불쌍한' 환자 '602호 반신불수 붙박이 최병호'를 인터뷰하기로 했는데, 이미 전국으로 예고방송까지 나갔는데, 바로 전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최병호가 실종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식이 뚝뚝 흐르는 베드로 신부, 환자 보기를 돌같이 하는 무감각 의사 닥터 리, 무척 착해보이지만 내숭9단임이 확실해 보이는 봉사자 김정연, 병실에서 똥 싸기가 특기인 치매 할머니 이길례 여사, 입에 걸레를 물고 사는 알콜중독 환자 정숙자, 거기에 실종된 괴팍11단 최병호와 의문의 봉사자 최민희까지... 그들의 사연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는 동안 관객들은 울고웃기를 반복한다.
닥터 리의 말대로 이 병원에 온 사람치고 환자든 봉사자든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상처 없는 사연 또한 없다. 그러나 상처는 깊이만 있지 넓이는 없어서 누구의 상처가 더 크고 누구의 상처는 더 작다고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마다 나름의 상처가 있는 것이고 그것을 나누면서 병원의 모든 구성원들은 일종의 공범자가 된다.
비좁은 소극장무대가 전혀 좁아보이지 않을 정도로 병실과 사무실, 병실 밖 벤치와 주인공들의 과거사까지 모두 담아내는 무대연출은 가히 혀를 내두를 만하고, 신파조로 관객들의 심금을 한참 울리다가 금세 안색을 바꾸어 와하하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익살스러운 음악은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에 착착 감긴다. 거기에 중간중간 끼어드는 팬 서비스까지. 소극장 뮤지컬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을 아우르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공연이 끝난 뒤 극장 근처의 호프에서 맥주 한 잔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장애인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영과 욱은 스스로 직업병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뮤지컬의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장애인과 수용시설'에 대해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그려졌다고 나름 흡족해한다.
각본의 섬세함은 사실 장애인을 그린 장면에서뿐 아니라 곳곳에서 묻어난다. 전쟁, 남녀간의 사랑, 부모자식 간의 이별, 성매매여성에 대한 편견, 종교의 위선과 가식 등 나름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예민한 문제들을 모두 건드리면서도 어느 것 하나 편견에 치우친 것이 없다. 장유경이란 작가가 누구인지, 한번 꼭 만나보고 싶은 열망까지 생기게 한다.
탄탄한 대본과 음악, 창조적인 무대, 배우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어우러진 뮤지컬 를 만나게 해준 영과 욱, 그리고 닥터 리를 멋드러지게 소화한 배우 원종환씨에게 뒤늦게나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역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관객과 무대가 배우가 직접 만나는 공연예술은 매력적인 장르다. 무대를 보면 심장이 쿵쿵거리며 터질 듯한 무대흥분증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지만, 관객으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나의 처지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말도 안 되는 증세 또한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누가 뭐 보러가자고 꼬시면 단박에 OK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