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서만 있으니 유일한 소일거리가 운동이다.

유운하2007.08.25
조회56

  요즘 집에서만 있으니 유일한 소일거리가 운동이다. 집 앞에 있는 스포츠센터에서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스쿼시 강습을 받고 다른 날은 자유 운동을 하곤 한다. 그렇게 2주간을 강습을 받기로 하고 이제 내일이면 마지막 날이다. 그런데 그것도 강습이 없는 날에는 게을러져서는 시간을 늦게 가거나 가서도 제대로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이 많았다. 스쿼시는 여름 조금 전부터 하기 시작한 운동인데 원래 좋아하던 테니스와 비슷한 운동이라서 꽤 좋아하게 되었다. 테니스는 중학교 때부터 틈틈이 배워 오던 거라 조금은 잘 한다고 생각했던 운동이어서 스쿼시를 하면서도 그와 비슷하게 하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화정체육관에서 혼자 연습을 할 때에는 실내 테니스라는 생각으로 스쿼시를 쳐 왔다. 포핸드 포즈라든가 백핸드 포즈, 타이밍 같은 것을 죄다 테니스에서 배웠던 그대로 써먹었다.


  테니스 좀 치던 분이시죠? 처음에 지도를 잠시 해 주었던 스포츠센터 여주인이 나에게 말을 했다. 네 하고 대답하자 어쩐지 하는 눈빛으로 보더니 말을 이었다. 포핸드 할 때는 그렇게 라켓을 휘두르면 안 되요 스쿼시는 좁은 공간에서 둘이서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배려해 줘야 하거든요 몸으로 끌어당긴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마무리 동작은 이렇게 왼쪽 어깨에 딱 가져다 붙이는 거예요

  야, 그건 테니스 동작이잖아. 요즈음에 스쿼시 지도를 해 주고 있는 남자 코치가 나에게 말을 했다. 네? 하고 되묻자 어쩔 수 없군 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건 테니스의 백핸드 자세야 라켓이 너무 아래로 처져 있잖아 스쿼시는 말이지 이렇게 왼쪽 어깨에 바싹 라켓을 붙인 자세가 백핸드의 준비 자세야 그러고 앞으로 쭉 밀어 치는 거지 테니스처럼 옆으로 라켓을 벌려서 마무리를 하다 보면 네 옆에 상대방이 있을 때는 어떨까? 맞아버리고 말 꺼야

  별 의미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사실 그렇다. 테니스를 좀 치던 몸이니 운동신경은 그대로 있고 공도 줄곧 맞아서 별 무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냥 내가 해 오던 대로 하지 뭐, 2주일만 배우고 다시 서울로 가면 혼자 쳐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다른 기술들을 연습했다. 벽으로 쳐서 내보내는 것이나 공격하는 법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코치는 직선으로 쳐야지 하고 나를 닦달했다. 직선으로 치면 공격을 못하잖아요 하고 동생이 불평하기도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혼자 연습을 하다보면 외롭다. 그리고 다른 사람 역할까지 내가 다 해야 한다. 혼자서 공을 튕기고 쳐 보았다. 동작이 큰, 날개를 치는 듯 한 테니스 동작과 비슷한 공주고 받기였다. 공이 나에게 잘 오지 않았다. 계속 구석 쪽으로 가거나 나에게 미치지도 않아서 멈추고 말았다. 스쿼시는 테니스랑 달라서 공에 맞는 순간 강한 스냅을 줘야 해요 최고의 힘으로 공을 날려버린다는 느낌으로. 공이 라켓에 맞는 것 같은 순간에 강한 힘을 주었다. 탕, 소리를 내더니 직선으로 곧게 나에게 공이 돌아왔다. 직선으로. 공이 없이 기본 동작으로 잠시 연습해 보았다. 라켓은 어깨 높이로 올려서 준비 왼쪽 무릎 앞에서 공이 튀면 직각으로 맞추기 공을 친 다음에는 재빠르게 어깨에 라켓을 가져다 붙이는 마무리 동작. 모든 것을 몇 번 연습한 다음에 다시 공을 쳐 보았다. 탕, 소리를 내더니 직선으로 곧게 나에게 공이 돌아왔다. 정말 기본이었는데, 첫 날에 배운 것이었는데, 이제껏 이렇게 안 쳤던가? 백핸드도 기본 동작을 연습했다. 왼쪽 어깨에 오른손을 붙여서 준비동작 오른쪽 무릎 앞에서 공이 튀면 직각으로 맞추기 공을 친 다음에는 오른쪽이 아니라 앞으로 라켓을 내보내며 마무리 동작. 공이 처음에는 잘 맞지 않았지만 제대로만 맞으면 이제까지 치던 것보다 훨씬 강하게 공이 앞으로 나아가서 직선으로 돌아왔다. 자잘한 다른 잔기술들보다 어쩌면, 그래 어쩌면.
  기본이라는 것은 간혹 사람들에게서 너무 잘 잊혀지는 것 같다. 그것은 기본이라는 것이 너무 쉬워 보이고 멋있어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초공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건물이 수이 무너지듯이 기본이 잘 되어 있지 않은 모든 것은 수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항상 맞는 말인데도 잘 잊어버린다. 기초를 튼튼히 하라는 것은. 수업시간이 마친 지 한참이 지나서도 기본 동작에 충실하게 공을 30분 정도 더 쳤다. 전보다 훨씬 더 많은 땀이 흐르고 힘이 들었다. 기본이라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스쿼시를 마치고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아빠, 오늘 나 스쿼시 진짜 열심히 쳤어요. 누나가 한 게 뭐 있다고 하고 동생이 비쭉거리며 말했지만 난 다시 한 번 말했다. 아빠, 오늘 나 스쿼시 진짜 열심히 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