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애인 -신달자님-

양재득2007.08.25
조회84
백치애인 -신달자님-

나에겐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의 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를,
그리워하는지를 그는 모른다.
별 볼일 없이 우연히, 정말 이지 우연히
저를 만나게 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서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제 단골 찻집에서 찻집 문이 열릴 때 마다
불길같은 애수의 눈을 쏟고 있는지를 그는 모른다.
길거리에서 백화점에서 또는 버스 속에서,
행여 어떤 곳에도 네가 나타날 수 있으리라는 착각에
긴장된 얼굴을 하고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이 안타까움을
그는 모른다.
밤이면 네게 줄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부치지 못하는 이 어리석음을 그는 모르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장님이며,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이며,
내게 한마디 말도 해오지 않으니 그는 벙어리이다.
바보 애인아, 너는 나를 떠난 그 어디서나 총명하고
과감하면서, 내게 와서 너는 백치가 되고 바보가 되는가.
그러나 나는 백치인 너를 사랑하며 바보인 너를 좋아한다.
우리가 불로 만나 타오를 수 없고 물로 만나 합쳐 흐를 수 없을 때
너는 차라리 백치임이 다행이었을 것이다.
너는 그것을 알 것이다.
바보 애인아.
너는 그 허허로운 결과를 알고 먼저 네 마음을 돌처럼
굳혔는가.
그 돌 같은 침묵속으로 네 감정을 가두어 두면서
스스로 너는 백치가 되어서 사랑을 영원하게 하는가.
바보 애인아.
아무 상관없는 그런 관계에선 우리에겐 결코 이별은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