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을 거는데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신아름200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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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거는데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시동을 거는데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검은 눈동자에, 바랜 듯 창백했던 얼굴, 아직 젊어서 붉었던 입술,
수줍게 미소 지을 때 한 쪽 뺨에만 패던 얇은 보조개......

나는 실은 그를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잊기 위해서 아주 많은 날들을 잠 못 이루었다.

독주가 아니면 잠들지 못하던 날들,
목이 졸리는 듯한 환영에 깨어나던 푸른 새벽들.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눈물이 나오기를 기다렸었지만
그 후로도 오래도록 내 입은 이상스러운 신음을 토해냈을 뿐이었다.

그래, 차라리 기억하자, 기억하자, 다 기억하자...
하나도 남김없이, 하고 생각했던 날에는

그러나 나는 술에 취해 소파에 쓰러져버리곤 했다.


- 공지영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中-     www.cyworld.com/zoazoa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