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365]하지현의 ‘하이 피델리티’

오석원200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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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365]하지현의 ‘하이 피델리티’

“결혼은 해서 뭐해요? 부담스럽기만 한데…. 취직도 처음에는 노력을 해봤지만 너무 오래 쉬어서 심드렁해요. 밥이야 부모님이 주니까요.”

최근에 만난 30대 중반 청년의 이야기다. 부모세대가 만들어놓은 경제적 토대로 인해 어느 정도 풍요롭게 자란 첫번째 세대가 성인이 되었다. 이전 세대에는 준비가 되건 말건 때가 되면 결혼을 해야 했고, 돈도 벌어야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여기며 부모의 품안에 머무르거나, 독립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프로이트는 성인기의 발달과제를 ‘일과 사랑’이라고 했다. 자신만의 일을 만드는 것, 결혼과 육아라는 성인기 사랑을 경험하는 것이 성인기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성인기의 이런 발달 과제를 경험하지 않으려 애써 회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부모 세대는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워하지만 막상 이들은 움직이려 하지 않고 갈수록 침잠해 들어가 그 자리에 머무르려고만 한다.

사회문화적으로 두 세 단계는 앞서간 영국의 예를 봐도 그렇다. 닉 혼비의 ‘하이 피델리티’(MEDIA 2.0)에는 결혼하기를 두려워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몰라 헤매며 세상에 대해 냉소하면서 유치찬란하게 투덜거리기만 하는 서른여섯 살의 남자 로브 플레밍이 나온다. 떠나간 애인 로라는 그에게 “시간은 주어졌으나 온통 생각만 많다, 그게 바로 너야”라고 말한다. 지금 여기에도 생각만 많고 행동은 하지 않으며 익숙하고 편안한 자리에 머물고 있기만 하려는 로브가 많다. 소설 속에서 로브는 성장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소설은 소설이니까. 하지만 우리 현실 속의 로브는 어찌될까?

〈하지현/ 건국대 의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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