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맘인 이모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고백’으로 충격을 받았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이감정디자인전’을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다. 불평 없이 착하기만 했던 아이가 “엄마와 아빠는 왜 함께 살면 안 되는 거야?” 하며 그간 참아온 눈물을 터뜨린 것이다. 범생이로 소문난 열두 살 민호도 전시장에서 엄마를 놀라게 했다. “별다른 고민이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분노 지수를 체크해 보니 폭발하기 직전의 단계로 나온 거예요.”
‘어린이감정디자인전’은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바로 보고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색 전시. ‘불끈(분노)방’ ‘눈물방’ ‘사랑방’ ‘포옹방’으로 나눠진 섹션에서 아이 스스로 감정의 흐름을 느끼고 조율할 수 있게 꾸몄는데, 소리 없이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시뿐 아니다. 감정, 감성의 가치를 다룬 책 출간은 요즘 어린이 책 분야의 커다란 트렌드가 됐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노규식 연세휴클리닉 원장은 “외동이의 급증, 과도한 사교육의 부작용, 이혼·재혼 가정의 증가 속에서 자녀를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많은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걸 부모들이 깨닫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루에 딱 20분만… 아이가 달라져요
아이가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컨트롤하기를 원한다면 어린 시절 충분한 놀이와 판타지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미술치료사인 이원영 아트깸 대표는 “유아기의 다양한 놀이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발산하도록 유도한다”면서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나 친구가 어우러진 관계 속에서 충분히 즐기게 하라”고 조언한다. 노규식 원장은 “하루 20분 이상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놀아주라”고 강조한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감정을 지나치게 절제하란 뜻은 아니다. “ ‘착하다’, ‘씩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여기고 살아온 부모 세대는 ‘화 내는 것은 나쁘다’, ‘우는 것은 부끄럽다’는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데 오히려 억압이 된다”는 것. “우는 아이에게 ‘울지마’ 하면서 사탕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실컷 운 뒤 감정이 맑아지는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잘못된 행동만 지적하라, 그리고 격려를
부모의 잘못된 체벌도 자녀의 감정 성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말로 타이를 수 있는데 무조건 매를 드는 것, 언어폭력이 이에 해당한다. “잘못된 행동만 지적해야지, ‘너는 항상 왜 그러니?’ 같은 식으로 아이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감성을 비뚤어지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떼를 쓰는 외동이의 경우도 부모가 지혜롭게 대처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 “무작정 떼를 쓰면 어떤 보상을 받을지 미리 예고한 뒤 벌칙을 정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한 번은 경고하고 두 번째에는 벌칙을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자꾸 봐주기만 하면 감정 조절 훈련은 중단됩니다.”
아이가 감정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게 집안에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놓는 것도 유용하다. ‘어린이감정디자인전’(www.idesignstory.com) 을 기획한 정은영씨는 “전시장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곳이 ‘숨는 방’이었다”고 말한다. 그 밖에 ▲화가 난 이유를 종이쪽지에 적어 메모꽂이에 꽂았다가 하루 이틀 지난 뒤 부모와 함께 읽어보기 ▲거울 앞에서 “나는 멋있어”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라고 말해보기 ▲행복했던 순간을 카드에 적어 베란다 나무 화분에 걸기 ▲하루에 한번 엄마 아빠와 포옹하기 등이다.
◆산만하면 보라색, 우울하면 주황색
‘컬러 테라피’ 기법도 도움을 준다. 김영희 서경대 교수는 떼쓰고 고집 피우는 아이는 올리브 그린 색상의 공간에서 놀이를 하거나 같은 색상의 면 소재 옷을 입히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우울하고 소심한 아이에게는 창의와 에너지를 상징하는 노랑과 주황 계열의 공간이 좋다. 배 아랫부분을 주황색이 감쌀 수 있게 티셔츠나 반바지, 치마를 입히는 것도 방법. 들뜨고 산만한 아이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색깔은 보라색이다. 아이의 화난 감정을 정화시키는 데도 컬러 테라피는 도움을 준다. “습기가 있는 도화지에 붉은 물감을 칠하게 하면 그 번지는 핏빛 질감 때문에 눈물을 터뜨립니다. 이때 다른 붓으로 초록 물감을 덧칠하게 하면 울음을 뚝 그치지요. 실컷 울고 난 뒤 속이 시원해지면 노랑으로 감싸주세요.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지금, 당신의 아이는 웃고 있나요
새학기 스트레스…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뾰족한 물건이 있다면 그걸로 엄마를 아프게 하고 싶어.”
싱글 맘인 이모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고백’으로 충격을 받았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이감정디자인전’을 관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다. 불평 없이 착하기만 했던 아이가 “엄마와 아빠는 왜 함께 살면 안 되는 거야?” 하며 그간 참아온 눈물을 터뜨린 것이다. 범생이로 소문난 열두 살 민호도 전시장에서 엄마를 놀라게 했다. “별다른 고민이 없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분노 지수를 체크해 보니 폭발하기 직전의 단계로 나온 거예요.”
‘어린이감정디자인전’은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바로 보고 건강하게 표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색 전시. ‘불끈(분노)방’ ‘눈물방’ ‘사랑방’ ‘포옹방’으로 나눠진 섹션에서 아이 스스로 감정의 흐름을 느끼고 조율할 수 있게 꾸몄는데, 소리 없이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전시뿐 아니다. 감정, 감성의 가치를 다룬 책 출간은 요즘 어린이 책 분야의 커다란 트렌드가 됐다.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노규식 연세휴클리닉 원장은 “외동이의 급증, 과도한 사교육의 부작용, 이혼·재혼 가정의 증가 속에서 자녀를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많은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걸 부모들이 깨닫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루에 딱 20분만… 아이가 달라져요
아이가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고 컨트롤하기를 원한다면 어린 시절 충분한 놀이와 판타지를 경험하게 해야 한다. 미술치료사인 이원영 아트깸 대표는 “유아기의 다양한 놀이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발산하도록 유도한다”면서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나 친구가 어우러진 관계 속에서 충분히 즐기게 하라”고 조언한다. 노규식 원장은 “하루 20분 이상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놀아주라”고 강조한다.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감정을 지나치게 절제하란 뜻은 아니다. “ ‘착하다’, ‘씩씩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여기고 살아온 부모 세대는 ‘화 내는 것은 나쁘다’, ‘우는 것은 부끄럽다’는 고정관념을 아이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데 오히려 억압이 된다”는 것. “우는 아이에게 ‘울지마’ 하면서 사탕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실컷 운 뒤 감정이 맑아지는 경험을 해봐야 합니다.”
◆잘못된 행동만 지적하라, 그리고 격려를
부모의 잘못된 체벌도 자녀의 감정 성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말로 타이를 수 있는데 무조건 매를 드는 것, 언어폭력이 이에 해당한다. “잘못된 행동만 지적해야지, ‘너는 항상 왜 그러니?’ 같은 식으로 아이 자체를 비난하는 것은 감성을 비뚤어지게 하는 지름길입니다.”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떼를 쓰는 외동이의 경우도 부모가 지혜롭게 대처하면 바로잡을 수 있다. “무작정 떼를 쓰면 어떤 보상을 받을지 미리 예고한 뒤 벌칙을 정합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한 번은 경고하고 두 번째에는 벌칙을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자꾸 봐주기만 하면 감정 조절 훈련은 중단됩니다.”
아이가 감정을 마음껏 분출할 수 있게 집안에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놓는 것도 유용하다. ‘어린이감정디자인전’(www.idesignstory.com) 을 기획한 정은영씨는 “전시장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곳이 ‘숨는 방’이었다”고 말한다. 그 밖에 ▲화가 난 이유를 종이쪽지에 적어 메모꽂이에 꽂았다가 하루 이틀 지난 뒤 부모와 함께 읽어보기 ▲거울 앞에서 “나는 멋있어” “지금 내 모습을 사랑해”라고 말해보기 ▲행복했던 순간을 카드에 적어 베란다 나무 화분에 걸기 ▲하루에 한번 엄마 아빠와 포옹하기 등이다.
◆산만하면 보라색, 우울하면 주황색
‘컬러 테라피’ 기법도 도움을 준다. 김영희 서경대 교수는 떼쓰고 고집 피우는 아이는 올리브 그린 색상의 공간에서 놀이를 하거나 같은 색상의 면 소재 옷을 입히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우울하고 소심한 아이에게는 창의와 에너지를 상징하는 노랑과 주황 계열의 공간이 좋다. 배 아랫부분을 주황색이 감쌀 수 있게 티셔츠나 반바지, 치마를 입히는 것도 방법. 들뜨고 산만한 아이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색깔은 보라색이다. 아이의 화난 감정을 정화시키는 데도 컬러 테라피는 도움을 준다. “습기가 있는 도화지에 붉은 물감을 칠하게 하면 그 번지는 핏빛 질감 때문에 눈물을 터뜨립니다. 이때 다른 붓으로 초록 물감을 덧칠하게 하면 울음을 뚝 그치지요. 실컷 울고 난 뒤 속이 시원해지면 노랑으로 감싸주세요.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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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청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이 감정학교' 전시. 많은 가족들이 이곳을 찾았다. /김보배 객원기자 iperry@chosun.com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