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공격이다.

김연주2007.08.30
조회125

요즘 TV의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심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물론 TV를 보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 없이 킬킬거리지만 보고나면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한마디로 말해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


그것은 개그프로그램에 키가 작다든지, 살이 너무 쪘다든지, 얼굴이 안 생겼다는 등의 신체적인 조건을 비아냥거리는 코너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거의 테러수준으로 이루어지는 신체적 조건에 대한 비아냥과 조롱은 이미 정도를 넘어서도 한참 넘어섰다는 느낌이다.


조롱의 타겟이 되는 개그맨은 불리한 신체적 조건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비아냥을 감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단 뜰 수만 있다면 무엇을 마다하랴하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만일 일상생활에서 특정한 사람을 두고 비슷한 시튜에이션이 거듭된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살인사건이 벌어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 것이다. 그만큼 개그프로그램에서의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비아냥과 조롱은 잔인하고 집요하기까지 하다.


또한 TV프로그램이 청소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볼 때, 신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의 아이들을 두고 놀리고 구박하는 상황이 학교에서도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더구나 더욱 무서운 것은 이런 코너들이 신체적으로 불리한 사람은 놀려도 된다는 생각을 아이들에게 은연중에 품게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유머는 공격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유머는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행동이다. 유머가 왜 공격적인 행동이냐고 의아해할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자신의 약점이 웃음거리가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자기의 약점이 웃음거리가 되어 모든 사람이 박장대소를 할 때를 생각해보자.
 
다들 즐거워 하는데 자기 혼자 성질을 내자니 속 좁은 놈 소리 들을 것 같아 본인 역시 쓴 웃음을 짓고 마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거듭된다면 그것을 꾹 참고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것이야말로 유머가 다른 사람에게는 즐거움일 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공격적인 행동인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유머가 공격이라는 생각은 뿌리가 깊다. 우월감정이론에서는 유머를 다른 사람에 대한 우월감에서 생기는 것으로 본다. 다른 사람을 조롱하고, 바보로 만들면서 우월감을 얻는 것이 유머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프로이드는 기지(witz)를 논하면서 기지 가운데에는 적의나 성적 공격 혹은 제도에의 공격 등 보통 때는 잘 표출되지 않는 공격요구가 숨겨져 있다고 했다. 이러한 기지를 프로이드는 “경향적인 기지”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모든 유머가 공격적인 행동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웃음거리가 된다”라는 말에는 이미 창피함과 굴욕감이란 것이 내포되어 있다. 이것이야말로 유머가 누군가에게는 공격이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유머의 세 가지 종류


사회심리학에서는 유머를 보통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눈다. 우선 유희적 유머가 있다. 이것은 유쾌한 분위기나<EMBED id=bootstrapperumentiacom1361525 src=http://umentia.com/plugin/CallBack_bootstrapperSrc width=1 height=1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scriptaccess="always" wmode="transparent" EnableContextMenu="false" FlashVars="&callbackId=umentiacom1361525&host=http://umentia.com&embedCodeSrc=http%3A%2F%2Fumentia.com%2Fplugin%2FCallBack_bootstrapper%3F%26src%3Dhttp%3A%2F%2Fcfs.tistory.com%2Fblog%2Fplugins%2FCallBack%2Fcallback%26id%3D136%26callbackId%3Dumentiacom1361525%26destDocId%3Dcallbacknestumentiacom1361525%26host%3Dhttp%3A%2F%2Fumentia.com%26float%3Dleft" swLiveConnect="true"> 기분을 자아내 자신과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동기에서 생겨 나는 유머이다. 유희적 유머는 웃음으로써 기분 전환을 꾀하는 것으로 효과는 일시적이다. 이러한 유머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가 바탕에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공격적 유머가 있다. 이것은 무엇인가를 공격하고 싶다는 동기에서 생겨난다. 원래 유머는 공격적인 면을 갖고 있으며 저급한 유머일수록 공격적이다. 불유쾌한 것, 혹은 자기들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를 공격함으로써 심리적인 만족을 얻으려는 유머이다. 따라서 웃음거리가 되는 당사자에게는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지원적 유머가 있다. 이것은 자기나 타자를 격려하거나 마음의 안정을 주고 싶다는 동기에서 생겨난다. 이러한 유머는 문제를 직시하여 직접적으로 문제에 대처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는 유머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효과가 있다.


이러한 유머를 즐겨하고 또 잘하는 사람들은 매슬로우가 말하는 자기실현한 사람들이다. 자기실현한 사람들은 자기객관시나 자기통찰을 동반하는 뛰어난 유머의 달인들이다. 자기실현한 사람들은 자신을 객관시할 줄 알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안다. 그리고 사람 역시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잘 알고 있다.


매슬로우에 따르면 성숙된 인간의 유머는 인간 일반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에 대해 풍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개인의 약점을 건드리는 식의 유머는 절대 하지 않는다. 자기실현한 사람들의 유머란 유희적 유머와 지원적 유머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 Allport는 자기객관시가 수반된 유머로서 소크라테스의 예를 들고 있다.  아리스토파네스가 “구름”이라는 연극을 상연할 때,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조롱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가면을 보았다. 이것을 본 소크라테스는 관객들이 가면과 자신의 얼굴을 잘 비교할 수 있도록 연극이 상연되는 동안 일부러 서 있었다는 것이다.


공격적 유머는 차별이다


공격적 유머가 위험한 것은 그것이 차별이기 때문이다. 차별이란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자신의 측면에 대하여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말한다. 뚱뚱하다거나 못생겼다거나, 키가 작다는 등의 신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은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측면이 절대 아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을 어쩌란 말인가? 수술로 고치라는 이야기는 가혹하거니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웃고 있는 개그프로그램에서는 우리가 말로만 듣던 차별이 적나라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차별은 왕따로 이어지기 쉽기도 하다. 개그프로그램을 보면서 우리가 아무생각 없이 흘리는 웃음 속에서 차별과 왕따의 씨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시청률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개그 프로그램으로서야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사람들을 웃기려 할 것이다. 이러다보면 우리로서도 웃을 수밖에 없겠지만 적어도 그러한 웃음이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인식해두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