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 내가 있습니다. 아들은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은가 봅니다. 아들은 15년 전의 흉악한 살인범을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슬픕니다. 아픕니다. 내 눈이 너무 싫습니다. 아들이 무서워하는 내 눈이 너무 싫습니다. 어떻게 떠야 아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요? 감고 있으면 차라리 나을 것을... 미치도록 눈물이 납니다. 이토록 철철 눈물을 흘리면서도 내 눈은 내가 봐도 무섭습니다. 이 눈물이 다 가짜인가 봅니다. 어떻게 이렇게 울면서도 이렇게 무서울 수 있을까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세상 마지막 동행일거란 생각을 해보니, 이 길이 너무 짧습니다. 강식 씨는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주저리 주저리 떠듭니다. 들어보면 정말 쓸데없는 얘기들이네요. 옛날에 여기가 어땠었는지, 예전에 자기가 어떻게 놀았었는지, 그런 얘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걸까요? '사랑한다, 보고 싶을거야, 아빠 보러 와 줄래?' 이런 얘긴 입 밖에도 못 꺼내고... 강식 씨 참 바보 같습니다.
"아들 (My Son, 2007)"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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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수에게 가장 큰 고통은 기다릴 것이 없다는 겁니다.
사형수는 집행일을 기다리는 초조함이라도 있죠.
다른 수감자들은 석방일이라도 기다리지요.
기약이 없는 세월을 보내는 것은
무기수에게만 내려진 또다른 고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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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 : 신부님은 내가 쪼다로 보이지?
신부 : 응?
강식 : 말해봐요. 내가 막 자라다가 만 놈처럼 보이지?
그러니까 맨날 그런 구라를 치는거고.
신부 : ...
강식 : 그러지마요. 거짓말 하면 지옥 가.
신부도 얄짤없어.
신부 :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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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 만나면 뭐할거야?
강식 : ...
신부 : 하루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예요.
이 15년 동안 마음 속으로만 주절거리던 말들...
다 하고 오셔.
미안하다는 말들, 보고싶었다는 말들, 사랑한단 말들,
하루면 충분히 다 할 수 있잖아?
하나님께서는 하룻동안 빛도 만들고, 인간도, 세상도,
다 만드셨잖아?
강식 : ..6일 걸렸잖아요.
그리고 피곤해서 하루는 쉬셨고.
나 성경 3번 봤다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ㅡㅡ^
왜 그래, 진짜?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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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나 봅니다.
잠이 들다니... 정말 미쳤나 봅니다.
15년 만에 보는 바깥 풍경인데, 이 모습들을 두고 잠이 들다니...
나란 놈, 정말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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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 : 박 교도관님.
박 교도 : ??
강식 : 나 여기 못 있겠어.
박 교도 : 네?
강식 : 나.. 이렇게는 도저히 못 있겠어요...
나, 그 녀석 학교 앞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될까?
박 교도 : 아니, 그건 좀...
아시잖아요? 짜여진 일정대로만 해야된다는 거...
강식 : 그래요, 아, 아, 아는데...
그 녀석 학교 끝나고 집까지 오는 시간이...
나, 그 시간이 너무 아깝네?
나, 하루 밖에 없잖아요.
나,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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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 이 집에 온 손님입니다.
오늘 난 아들에게 손님이랍니다.
왔다가는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고,
그러다가 인사를 하고 가야 하는 손님입니다.
안녕? 잘 지냈니? 잘 지내라.
다음에 행여 기회가 된다면 또 보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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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앞에 내가 있습니다.
아들은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은가 봅니다.
아들은 15년 전의 흉악한 살인범을 기억하고 있나 봅니다.
슬픕니다. 아픕니다. 내 눈이 너무 싫습니다.
아들이 무서워하는 내 눈이 너무 싫습니다.
어떻게 떠야 아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요?
감고 있으면 차라리 나을 것을... 미치도록 눈물이 납니다.
이토록 철철 눈물을 흘리면서도 내 눈은 내가 봐도 무섭습니다.
이 눈물이 다 가짜인가 봅니다.
어떻게 이렇게 울면서도 이렇게 무서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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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도 : 준석인 술 같은거 안 하지?
강식 : 술 마셔본 적 있어?
준석 : 친구들하고.. 생일 때...
강식 : !!!
준석 : 주세요, 저도.
반 잔 정도만 따랐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말을 못 꺼내겠습니다.
아들의 생일이 기억이 안 나거든요.
얘길 더 하면 아들이 날 더 미워할 것 같아,
빨리 누군가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박 교도 : 준석인 생일이 언제야?
강식 : !!!
박 교도관이 취했습니다.
아들은 자기 생일을 얘기하는 대신, 내 얼굴을 봅니다.
제기랄... 또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오늘 자주 울음이 나네요.
준석 : 늦은 겨울이예요.. 아버지 생일보다 이틀 먼저...
(술잔을 단숨에 들이키는)
어? 들었나요? 들으셨죠??
이 녀석이 분명히 '아버지'라고 그랬습니다.
맞죠? 아버지라고 부른게.
강식 : 너, 지금 '아버지'라고 했지?
준석 : '아버지 생일'이라고 했죠.
강식 : 그러니까, 지금도 봐봐...
'생일' 앞에 '아버지'라고 한 거잖아?
준석 : 그러니까... '아버지'하고 '생일'하고 따로 부른게 아니구,
'아버지 생일'이라고 했죠.
강식 : 여하튼, 그게 그거지...
'아버지'라고 말한 건 맞잖아? 그치?! ^^
아들은 찌게 좀 뜨겁게 데우겠다고 일어납니다.
술 맛이 참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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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 : 몇 잔이나 했니?
준석 : 4잔...
강식 : 그것밖에 안 마셨나?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준석 : 반씩 밖에 안 따르셨잖아요. ㅡㅡ;;
강식 : 잘래? 불 끌까?!
준석 : ..두세요.
불을 끄면 우린 잠이 들테고, 잠이 들면 아버지는 다시 가야겠죠?
바보 같은 아버진 그걸 모르는지 불을 끄려 합니다.
불을 끄면 아버지 얼굴도 안 보이고,
얼굴이 안 보이면 아버지 냄새도 사라질거고...
강식 : ..우리, 나갈까?
저런 말이 아버지의 주사인가 봅니다.
오늘 아버지가 내게 한 말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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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 겨울인데도 살아남아 있네?
강식 : 하루살이네.
준석 : 하루살이?
강식 : 응, 하루살이인데?
준석 : 무슨 하루살이가 이렇게 커?
강식 : 원래 하루살이가 밤 되면 이 정도 해.
아침 일찍 태어나서 밤 늦게 죽으니까,
지금 쯤이면 이 정도 되지.
준석 : ㅎ 말도 안돼... 이렇게 큰 하루살이가 어디있냐?
강식 : ㅎ 얘가 아빠 말 안 믿네... 이거 하루살이 맞어! 물어 봐.
준석 : 어디다 물어봐?
강식 : (하루살이에게 다가가) 너... 어제 뭐했니?
준석 : ㅡㅡ;;
강식 : 거 봐, 대답 못하잖아. 이거 하루살이 맞어.
준석 : 지금 나 웃길려고 그런거야? -_ -;;
강식 : 훗~
준석 : (하루살이에게) 너 내일은 뭐할거니?
강식 : 야, 그건 얘가 제일 싫어하는 질문이야.
(날아가는 하루살이를 보며) 거 봐, 화나서 가잖아?
하필이면 제일 싫어하는 질문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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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여자친구가 나왔습니다.
바다를 건너 온 아이처럼 졸려 보이는데, 예쁩니다.
분명, 아들의 미소에 넘어갔을 겁니다.
저 녀석, 아까보니 웃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군요.
아버지는 살인자인데, 아들은 살인미소라니...
이것도 부전자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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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 내일 바로 가셔야 되서... 오늘 꼭 인사시켜 드릴려구.
준석여친 : 어, 괜찮아.
하긴, 미국은 지금 낮이니까.
아들의 여자친구는 제가 미국에 사는 줄 압니다.
준석여친 : 준석이한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오신지 얼마 안되었는데 금방 가시네요?
강식 : 그러게요...ㅎㅎ
언제 한 번 놀러와요.
준석 : !!!
강식 : (눈치를 보고) 음.. 아니면... 유학 오게 되면 꼭 연락하구.
준석 : -0 -;;
강식 : 아니면.. 이민...
준석 : (수습) 저, 저기...
강식 : (뻘줌) ..계획은 없는... 그래요~ㅎ ^^;;
준석 : 얼굴 인사만 시켜 드릴려구.
우리도 바로 가야 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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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석 : 호랑이예요?
강식 : 응?
준석 : 아버지 등에 있는거... 호랑이예요?
강식 : 아...ㅎ
젊었을 땐 호랑이였는데,
자꾸 나이 먹으니까 얼룩말 같기도 하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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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세상 마지막 동행일거란 생각을 해보니, 이 길이 너무 짧습니다.
강식 씨는 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주저리 주저리 떠듭니다.
들어보면 정말 쓸데없는 얘기들이네요.
옛날에 여기가 어땠었는지, 예전에 자기가 어떻게 놀았었는지,
그런 얘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걸까요?
'사랑한다, 보고 싶을거야, 아빠 보러 와 줄래?'
이런 얘긴 입 밖에도 못 꺼내고...
강식 씨 참 바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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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 씨 얼굴에 어느새 흘러내렸는지 눈물 천지입니다.
눈물과 콧물과 끄억대는 울음소리가 지금 저 사내의 오열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무기수의 통곡이 기차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립니다.
강식 씨는 숨이 넘어가듯 울어대며 아들의 손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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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 : (오열하다가) 준석인... 어디있니?
준석 : !!!
강식 : (오열하며) 우리 준석이... 어떻게 됐니?
우리 준석이... 어떻게 됐니??
준석 : (눈물 흘리며) 죄송해요,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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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도 : 죄송합니다.. 정말로...
강식 : 아니야...
니가 내 아들이건, 아들이 아니건,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어?
난 그냥.. 내 아들과 하루를 보낸 것 뿐인데...
하루살이처럼...
그게 전부 다인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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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 : (뻘쭘)
헌도 : 하이~
강식 : (피식) 잘 지냈어?
헌도 : (끄덕끄덕)
강식 : 학교는 잘 다니구?
아, 너 여자친구는 잘 있니??
아픈데는... 없어?!
헌도 : 저기... 내가 면회 왔잖아요. 내가 물어봐야죠...ㅎ
강식 : ㅎ 아빠야 뭐 잘 있지...
헌도 : !!!
강식 : (웃음)
헌도 : 방금 '아빠'라고 했죠?
강식 : ..내가?
헌도 : 방금 '아빠는 잘 지낸다'라고 했잖아.
강식 : 그, 그랬나? ^^;;
헌도 : 아, 금방 그렇게 얘기했잖아~
강식 : (정색) 너 근데... 왜 나한테 말을 놓니? ㅡㅡ^
헌도 : 제가... 언제요?
강식 : 얘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 놔 놓구선... 시치미를 떼네.
아빠가 다 들었구만.
헌도 : 거 봐, 지금도 아빠라잖아...
강식 : (피식)
헌도 :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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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식 : 아, 너... 그 '데미안' 솔직히 재미있었니?
헌도 : 응?
강식 : 아니, 난 솔직히 거 뭐 어려운건 아니고...
내 취향이 좀 아닌 것 같애가지고...
헌도 : 나 그거 읽어본 적 없는데?
강식 : 너 그거 안 읽었어? 데미안??
헌도 : 응.
강식 : 아니, 왜 읽지도 않는 책을 책장에 꽂아놔?
하마터면 2번이나 더 읽을 뻔 했네...;;
그럼 그 책장에 있던 책들, 다 그냥 꽂아논 거였어?!
헌도 : 나는 지금 고3이라서 책 읽을 시간이 없어.
강식 : 나도 고등학교 다녀봤어.
나도 고등학교 다니면서 짬짬이 책 읽었어.
헌도 : 뭐? 뭐?? 데미안?!
강식 : 그것만 빼고!
내가 다 읽었어.
헌도 : (어이없는)
강식 : 너 성경 읽어봤어, 성경?
헌도 : 성경을 쓸데없이 왜 읽어?
강식 : 야, 성경이 왜 쓸데가 없어? 하나님의 말씀인데.
너, 잘됐어. 다음에 면회오면 구절 구절마다 내가 다 써서...
헌도 : 아, 안돼. 나 수학의 정석 봐야 돼.
강식 : 너, 나 지금 무시하는거냐? 나 여기 오래 있었다고?!
나도 수학의 정석 예전에 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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