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두운 터널 속에서 '감 와인'이 익어간다. 청도 '와인 터널'에서 싱그러운 '감 와인' 한 잔!
경북 청도에 감나무가 처음 심어진 것은 460여년 전. 조선 명종 때 평해군(오늘날 경북 울진군의 일부 지역) 군수를 지낸 박호(朴虎)가 울진에서 감 가지를 무 속에 꽂아 가져다 고향인 청도에 심었다고 한다. 감과 청도는 궁합이 잘 맞았고, 청도는 전국 최대 감 산지로 성장했다. 청도 감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감 와인으로, 감말랭이로, 감물염색으로.
▒ 감물염색 ▒
빨랫줄을 따라 길게 걸린 광목이 바람에 펄럭였다. 빨랫줄 앞쪽에서 뒤쪽으로 갈수록 광목 빛깔도 누르스름한 흰색에서 황갈색, 밤색으로 차츰 진해졌다.
이곳은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에 있는 천연염색공방 꼭두서니. 주인 김종백(54)씨는 “앞에 것은 감물을 한 번 들여서 말린 것”이라며 “광목에 감물을 들여 말리고 다시 물들이기를 서너번 반복하면 뒤쪽에 있는 진한 색까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감물염색은 우리나라 고유의 염색법이다. 시염(枾染)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부터 서민 작업복으로 감물을 들여 입었다. 풀 먹이거나 다림질 같은 잔손질이 필요가 없고,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하다. 비를 맞거나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감즙이 방부제 역할을 해 땀이 묻은 채 두어도 썩지 않는다. 감 자체의 항균성 덕분에 감물 들인 천으로 옷을 지어 입으면 피부병, 특히 아토피성 피부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씨는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청도와 제주도가 감물염색으로 유명하다. 김종백씨는 “청도에서는 감물과 소금만을 쓰기 때문에 염색이 고르지 않은 대신 자연스런 멋이 난다”고 했다.
공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감물염색 체험이 가능하다. 어른은 길이 1야드(90㎝), 아이는 50㎝짜리 천을 사용한다. 그래서 체험비가 어른은 1만원, 아이는 5000원이다. 광목을 염색해 말리기까지 2시간쯤 걸린다. 감물 들인 천은 기념품으로 가져간다. 감물염색천을 구입할 수도 있다. 길이가 약 6야드쯤 하는 광목 1장에 7만~8만원. 김씨는 “상·하 옷 한 벌 지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했다. 꼭두서니는 염색에 사용하는, 붉은 색을 내는 풀 이름이다. 전화 (054)371-6135, www.kokdu.com
청도에서 나는 감에는 ‘청도반시’(淸道盤枾)란 이름이 따로 붙는다. 접시(盤)처럼 동글납작한 감(枾)이란 의미다. 그만큼 겉모양이 다른 지역감과 다르다. 하지만 더 큰 특징이 있다. 청도 감은 씨가 없다.
씨가 없다는 건 청도 감으로서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불행이었다. 먹기 편하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씨가 없는 청도 감으로 곶감을 만들면 보기 좋은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청도군청 최성문 과장은 “청도가 전국 제일의 감 생산지임에도 상주나 안동에 비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청도 주민들은 감말랭이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서 단점을 다시 장점으로 돌렸다. 감말랭이는 쉽게 말해서 덜 말린 곶감이다. 곶감은 수분이 45%인 반면, 감말랭이는 70%쯤 된다. 달기는 곶감이 더 달지만, 감말랭이는 더 부드럽고 촉촉하다. 씹으면 단단한 젤리 같다. 감을 통째로 쓰지 않고 4등분 혹은 3등분 해 말리는데다, 씨까지 없어 먹기도 편하다.
감말랭이가 개발된 건 6년여 전. “누가 처음 개발했더라? 청도에서도 정확히는 몰라요. 하여간 6년 전 누군가 만들기 시작하더니 청도군 전체로 퍼졌어요.”(청도군청 최성문 과장) 공식적으로는 청도군 풍각면 송서리 ‘두산영농조합’ 김태두 대표가 2002년 특허를 출원, 2005년 특허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청도를 다니다 보면 도로 주변에 ‘감말랭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 한 상자에 1만5000원 정도 한다. 일반 농가가 아닌 농협 단위로는 ‘산서농협 각남지젼이 유일하게 감말랭이를 만들어 판다. 1㎏ 한 상자에 1만8000원이나, 현재 1만6000원으로 세일 중. (054)372-6661~2로 전화하면 택배도 가능하다.
감그린(Gamgrin·‘감이 그립다’는 뜻·알코올 도수 12%)이란 라벨이 붙은 와인병 주둥이에서부터 황금빛이 살짝 감도는 투명한 액체가 와인 잔 속으로 쏟아졌다. 살짝 시큼하면서 단맛이 강하고 향이 싱그럽다. 디저트용 ‘스위트 와인’과 비슷하다. 단, 타닌이 많아 떫고 거친 맛도 난다. 감 와인은 오직 대한민국 청도에서만 생산되는 독특한 술이다. 청도 주민들은 널린 감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리하다가 “와인을 담가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청도에서는 술 마신 다음 날 반드시 감을 먹는다. 청도 사람들은 “숙취 해소에 감만큼 좋은 약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감으로 만든 술은 마셔도 취하지 않을 거란 계산이었다. 게다가 감의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은 포도로 만드는 ‘오리지널’ 와인에도 많이 들어있는 성분으로, 심장병과 성인병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 아닌가. 하상오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청도와인’에서 2003년 첫 시제품을 내놓았다. 하 대표는 “감 와인을 얼마나 숙성시켜야 좋을지 아직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은 2년 동안 숙성시켜 판매한다. 프랑스 등 서양에서 와인은 최저 2년 숙성시킨 다음 팔기 때문이다. 마침 청도에 감 와인을 숙성시키기 딱 좋은 장소가 있었다. 화양읍 송금리 남성현에는 일제가 1896년경 착공해 1904년 완공한 길이 1015m 경부선 철도 터널이 있다. 경부선 노선이 이설되면서 버려졌던 터널이다. 청도 와인에서는 온도와 습도가 연중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 터널에서 2004년부터 와인을 숙성시키는 중이다.
[조선일보]와인터널에서 포도가 울고 간 이유... 감 잡으셨나요? 07.01.25
오늘도 진화한다 청도반시
조선일보 청도=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기자 canyou@chosun.com
입력시간 : 2007.01.25 08:56
▲ 어두운 터널 속에서 '감 와인'이 익어간다. 청도 '와인 터널'에서 싱그러운 '감 와인' 한 잔!
경북 청도에 감나무가 처음 심어진 것은 460여년 전. 조선 명종 때 평해군(오늘날 경북 울진군의 일부 지역) 군수를 지낸 박호(朴虎)가 울진에서 감 가지를 무 속에 꽂아 가져다 고향인 청도에 심었다고 한다. 감과 청도는 궁합이 잘 맞았고, 청도는 전국 최대 감 산지로 성장했다. 청도 감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감 와인으로, 감말랭이로, 감물염색으로.
▒ 감물염색 ▒
빨랫줄을 따라 길게 걸린 광목이 바람에 펄럭였다. 빨랫줄 앞쪽에서 뒤쪽으로 갈수록 광목 빛깔도 누르스름한 흰색에서 황갈색, 밤색으로 차츰 진해졌다.
이곳은 청도군 화양읍 유등리에 있는 천연염색공방 꼭두서니. 주인 김종백(54)씨는 “앞에 것은 감물을 한 번 들여서 말린 것”이라며 “광목에 감물을 들여 말리고 다시 물들이기를 서너번 반복하면 뒤쪽에 있는 진한 색까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감물염색은 우리나라 고유의 염색법이다. 시염(枾染)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부터 서민 작업복으로 감물을 들여 입었다. 풀 먹이거나 다림질 같은 잔손질이 필요가 없고,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하다. 비를 맞거나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다. 감즙이 방부제 역할을 해 땀이 묻은 채 두어도 썩지 않는다. 감 자체의 항균성 덕분에 감물 들인 천으로 옷을 지어 입으면 피부병, 특히 아토피성 피부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김씨는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청도와 제주도가 감물염색으로 유명하다. 김종백씨는 “청도에서는 감물과 소금만을 쓰기 때문에 염색이 고르지 않은 대신 자연스런 멋이 난다”고 했다.
공방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감물염색 체험이 가능하다. 어른은 길이 1야드(90㎝), 아이는 50㎝짜리 천을 사용한다. 그래서 체험비가 어른은 1만원, 아이는 5000원이다. 광목을 염색해 말리기까지 2시간쯤 걸린다. 감물 들인 천은 기념품으로 가져간다. 감물염색천을 구입할 수도 있다. 길이가 약 6야드쯤 하는 광목 1장에 7만~8만원. 김씨는 “상·하 옷 한 벌 지을 수 있는 분량”이라고 했다. 꼭두서니는 염색에 사용하는, 붉은 색을 내는 풀 이름이다. 전화 (054)371-6135, www.kokdu.com
<embed src="http://play.tagstory.com/player/TS00@V000021788"
width="400" height="345" name="V000021788" wmode="transparent"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청도 감물염색 / 김성윤 기자
▒ 감말랭이 ▒
청도에서 나는 감에는 ‘청도반시’(淸道盤枾)란 이름이 따로 붙는다. 접시(盤)처럼 동글납작한 감(枾)이란 의미다. 그만큼 겉모양이 다른 지역감과 다르다. 하지만 더 큰 특징이 있다. 청도 감은 씨가 없다.
씨가 없다는 건 청도 감으로서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불행이었다. 먹기 편하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하지만 씨가 없는 청도 감으로 곶감을 만들면 보기 좋은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청도군청 최성문 과장은 “청도가 전국 제일의 감 생산지임에도 상주나 안동에 비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건 이런 이유에서였다”고 설명했다.
청도 주민들은 감말랭이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면서 단점을 다시 장점으로 돌렸다. 감말랭이는 쉽게 말해서 덜 말린 곶감이다. 곶감은 수분이 45%인 반면, 감말랭이는 70%쯤 된다. 달기는 곶감이 더 달지만, 감말랭이는 더 부드럽고 촉촉하다. 씹으면 단단한 젤리 같다. 감을 통째로 쓰지 않고 4등분 혹은 3등분 해 말리는데다, 씨까지 없어 먹기도 편하다.
감말랭이가 개발된 건 6년여 전. “누가 처음 개발했더라? 청도에서도 정확히는 몰라요. 하여간 6년 전 누군가 만들기 시작하더니 청도군 전체로 퍼졌어요.”(청도군청 최성문 과장) 공식적으로는 청도군 풍각면 송서리 ‘두산영농조합’ 김태두 대표가 2002년 특허를 출원, 2005년 특허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청도를 다니다 보면 도로 주변에 ‘감말랭이’라고 쓴 플래카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 한 상자에 1만5000원 정도 한다. 일반 농가가 아닌 농협 단위로는 ‘산서농협 각남지젼이 유일하게 감말랭이를 만들어 판다. 1㎏ 한 상자에 1만8000원이나, 현재 1만6000원으로 세일 중. (054)372-6661~2로 전화하면 택배도 가능하다.
<embed src="http://play.tagstory.com/player/TS00@V000021793"
width="400" height="345" name="V000021793" wmode="transparent"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청도 감말랭이 / 김성윤 기자
▒ 감와인 ▒
감그린(Gamgrin·‘감이 그립다’는 뜻·알코올 도수 12%)이란 라벨이 붙은 와인병 주둥이에서부터 황금빛이 살짝 감도는 투명한 액체가 와인 잔 속으로 쏟아졌다. 살짝 시큼하면서 단맛이 강하고 향이 싱그럽다. 디저트용 ‘스위트 와인’과 비슷하다. 단, 타닌이 많아 떫고 거친 맛도 난다. 감 와인은 오직 대한민국 청도에서만 생산되는 독특한 술이다. 청도 주민들은 널린 감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리하다가 “와인을 담가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청도에서는 술 마신 다음 날 반드시 감을 먹는다. 청도 사람들은 “숙취 해소에 감만큼 좋은 약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 감으로 만든 술은 마셔도 취하지 않을 거란 계산이었다. 게다가 감의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은 포도로 만드는 ‘오리지널’ 와인에도 많이 들어있는 성분으로, 심장병과 성인병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 아닌가. 하상오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청도와인’에서 2003년 첫 시제품을 내놓았다. 하 대표는 “감 와인을 얼마나 숙성시켜야 좋을지 아직 모르겠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은 2년 동안 숙성시켜 판매한다. 프랑스 등 서양에서 와인은 최저 2년 숙성시킨 다음 팔기 때문이다. 마침 청도에 감 와인을 숙성시키기 딱 좋은 장소가 있었다. 화양읍 송금리 남성현에는 일제가 1896년경 착공해 1904년 완공한 길이 1015m 경부선 철도 터널이 있다. 경부선 노선이 이설되면서 버려졌던 터널이다. 청도 와인에서는 온도와 습도가 연중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 터널에서 2004년부터 와인을 숙성시키는 중이다.
<embed src="http://play.tagstory.com/player/TS00@V000021803"
width="400"
height="345" name="V000021803" wmode="transparent"
allowScriptAccess="always"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pluginspage="http://www.macromedia.com/go/getflashplayer">▲ 청도 감와인과 와인터널 / 김성윤 기자
▒ 여행수첩 ▒
● 가는 길
자동차=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신대구~부산간 고속도로로 바꿔 탄다. 청도IC에서 빠져 나온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다 신대구~부산간 고속도로를 타도 된다. 서울서 4시간쯤 걸린다.
기차=우선 동대구역까지 간다. 서울역에서 KTX고속철을 타면 1시간 50분쯤 걸린다. 동대구역에서 무궁화로 갈아탄다. 30분이면 청도역에 도착한다.
● 감 와인 와인터널 시음회
‘와인터널’에서는 ‘감 와인’ 시음회를 연다. 오전 9시 30분~오후 8시 사이 찾아가면 감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시음은 무료. 감 와인 1병은 1만4000원. (054)371-1135, www.gamwine.com
● 문의
관광안내: 청도군청 문화관광과 (054)370-6371, http://tour.cheongdo.go.kr
특산물안내: 청도군 산업경제과 (054)370-6271
청도역: 1544-7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