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서빙 알바 이야기

강규진2007.09.05
조회1,147
호프집서빙 알바 이야기

자, 이곳에 대해선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꺼내야할까,

내가 한달반동안 일하면서 겪은일이 아주 많거든

 

첫째로 이곳은 온세상 어른들의 이야기와 인생이 오가는곳이야

1번테이블에선 명예퇴직 당한 50대 아저씨들의 한숨소리와

힘없이 부딪히는 소주잔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단체석 5번 테이블에선 김과장의 승진을 축하하며 건배를 외치는

희비가 엇갈리는 곳이기도 하니깐말야.

 

한가한 시간대에 이곳에 앉아 손님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노라면,

마치 어른들의 동화속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들어

추악하고 참담한 현실세계가 반영된 동화 말이지,

비극이란 표현이 더어울릴라나?

 

또한 이곳은 주로 밑바닥 인생을 살고있는 분들을 많이 볼수있지

그중엔 성격이  괴팍한 손님이 많아서 아주 조심해야 한단 말이야

한번은 쌍욕을 하면서 나를 부르는데 가봤더니 3번이나 불렀다며

이따위로 할꺼냐고 묻는거 있지? 죄송합니다 하며 연거푸

고개를 숙이다 뭐가 필요하시냐고 물었더니 냅킨과 피클좀 달라는데 냅킨과 피클모두 본인 앞에 잔뜩있는거 있지,

 

혹은 돈이없어 안주없이 맥주만 가려는 손님도 있는데

이 골치아픈 손님들 때문에 내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바쁜시간데에 와서 맥주한잔시키고 나갈생각을 않으면

가게 손해가 무지 크거든,

 

이뿐만이 아니야, 한번은 나이 여든은 되보이는 지팡이를 짚은 거지

할아버지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구걸을 하는데 사장님이 나보고   얼른 내쫒으라 하더라고, 그래서 그 할아버지께 다가가 나가달라고 구걸하던 팔을 잡고 살짝 밀었는데 그 할아버지가 대뜸이러더라구 "밀지마! 나 잘 못움직여, 내가나갈게, 밀지마."

평소에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던 내가,

사장님의 한마디에, 나도 일을 해야하기에, 그의 불호령이 무서워 나가달라고 살짝 밀었는데 나름데로 살짝 민다던 나의 힘이 그노인에게는 엄청나게 느껴졌던 게지, 이게 바로 현실이야.

가게안으로 들어서는 손님을 0.1초만에 파악해서 로얄석에 앉히는지, 내보내는지, 밖에 앉히는지 결정해야 하지.

강자와 약자는 풍기는 냄새가 있거든, 대체로 강자는 고급스러운 옷에 건실해보이는 풍채, 당당한 걸음걸이와 큰목소리를 내지,

하지만 이들에게는 사람냄새가 안난다는것,.

 

곧 일하러 가야하니 내 한가지만 더 이야기해 주지

혹시 부부관계 드라마 `사랑과 전쟁`이라고 아나?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데 드라마 관람후 이혼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판정을 스스로 내려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단말야

바람핀 여자를 마구 욕하기도 하면서 말이지,

 

그런데 궁금한건 수년동안 이혼관련한 소재가 끝없이 쏟아지는

`사랑과전쟁`작가들의 실력과 창의력이 대단해보이지않아?

 

그렇다면 호프집에서 한번 일해보라구,

온갖 불륜의 현장을 목격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테니 말야

그 드라마에 나오는 소재는 전부 현실이 반영된 것일뿐더러

방대하다 생각했던 양 또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구,

난 여자의 어깨를 붙잡고 본부인과 이혼할테니 결혼하자고 말하는

남자에게가서 계산해달라고 하는 당당한 알바생이니

이건 절대거짓이 아니야.

한번은 남편을 미행하던 여자를 도와주고 팁도 받았다구,

쓸데없는 얘기지만 남자는 이혼을 당했을거야.

왜냐하면 난 사랑과전쟁 애청자거든,

 

내 정신좀봐, 이야기가 길어져서 늦게 생겼어

하루라도 지각하는 날엔 사장님의 쓴소리를 들어야만 하니

난 이제 가봐야 겠어, 좋아 다음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

 

참, 재떨이 사용할때 침은 뱉지 말아달라구,

성난 알바생의 얼굴을 보고싶지않다면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