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일,아침.6시에 출발하려는 계획은 우리의 게으름

서은영2007.09.05
조회51

9월 4일,아침.

6시에 출발하려는 계획은 우리의 게으름과 늦잠으로

7시가 넘은 시각으로 늦춰져버렸다.

가는 길에 김밥집과 편의점에 들러 치즈 김밥과 음료수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지리산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죽산휴게소에서 또다시 늑장과 게으름...

둘다 피곤한 맘에 계획했던 코스를 변경할까 잠시 고민하다,

그냥 가기로 한다.

백무동 주차장 근처에 주차하고 우의를 챙겨입고 산행을 시작한다.

우의를 때리면서 귀에 울리는 빗소리가 좋다....

산행 전에 인터넷으로 책으로,

가야할 코스를 미리 답사했지만

살아있는 지도와 산행기, 포산이 있어서인지,

그런 것들은 신경안쓰고

새로 산 스틱 길들이기와 경치감상에 바쁘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고 이름없는 폭포를 지나고

다리를 건넜다.

다리는 4개 건너면 가내소 폭포가 나온다고 했는데...

고정된 다리 2개와 출렁다리 2개를 건너고 난 뒤 나타

가내소폭포...

이곳에서 어느 명창이 득음을 했다고 하는데...

기대만큼 큰 폭포는 아니었지만,

포말을 그리는 폭포의 끝은

푸르다 못해 검푸른 색으로 깊이를 알 수 없게 만든다.

사진을 찍고,남은 김밥을 해결하고 포산은 담배하나 피우고,

"이제부터 세석까지 오르막이다.!"

책에서 봤던가, 인터넷에서 봤던가...

'세석까지 치고 올라가는 오르막이 힘겹다'

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응, 인터넷에서 봤어요'라고 말은 했지만

비 때문에 조깅을 자주 못한 탓에 조금 겁이 나기도 한다...

돌이 많은 오르막이다.

미끄러질까 겁도 나고,보폭을 크게 해야하는 곳이라

걸음을 떼기전에 디딜곳을 봐두어야 해서

걸음이 더디어 진다.

오빠는 늘 그렇듯이 저기에 앞서간다.

오빠를 따라가기 위해 온 곳이 아니니까,

그냥 가게 놔둔다.

한발 한발 스틱으로 조심스레 디디고

발로 디디고..

생활하는데 별 지장이 없어서

체력이 딸린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야 느껴진다.

운동을 게을리 한게 이런데서 표시가 난다.

부지런히 쫓아간다. 중간중간 오빠 모르게 한숨 돌리고

오빠가 알게 한숨 돌리고...

이 오르막이 언제나 끝이 나려나,

언제쯤 짐을 내려놓고  쉴 수 있을까....

가야 할 곳이 있고 목적지가 있기에,

힘든 티를 내지 않고 그저 그 곳이 나올 때 까지 걷는다...

"다 왔다,하늘이 보인다"

...

 

"네!"라고 대답은 하지만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산에서 앞서가는 사람들은 거짓말쟁이란 걸 알기 때문에,

그보다  기대하지 않고 그냥 걷는게

훨씬 덜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양 옆으로 평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름모를 야생화와 들풀들, 조그마한 나무들이 풍성한 곳....

"세석평전이다"

가스가 살짜기 내려앉은 그 곳...

비오는 날씨 때문에 탁 트인 느낌은 없지만.

야생화과 들풀과,나무와 내려앉는 빗줄기로 빛이 나는 그 곳,

세석평전....

부자가 된 것같다.보는 것 만으로 내가 부자가 된 것 같다.

가스에 싸여 희미하게 보이는 산장은 나를 편하게 만든다...

둘러보고 또 둘러보고...

모든 것을 담을 수 없는 좁은 내 눈이 이리도 원망스럽다...

오랜만에 힘들다고 느낀 산길 지나 도착한 세석산장,

빗줄기는 여전하다.

극기훈련을 온 듯한  대학생 쯤으로 보이는 젊은남자들이 가득하다.

나중에 장터목에서 안 거지만

중외제악 신입사원 극기훈련이란다...

시끌한 분위기도 잠시,

그들이 떠나고,.

오빠와 난 식사준비를 한다.

라면이 아닌 국수...

면을 삶고 다시국물을 끓이고

준비해온 계란과 김,부추를 얹고

엄마가 만들어 주신 양념장을 얹고,

자랑하려고 사진까지 찍고....

제대로 된 첫 식사인듯 하다.

배부르게 먹고 장터목으로 향한다.

촛대봉과 삼신봉,연하봉을 지나야 한다.

"촛대봉까지 오르막이다."

오빠가 미리 경고한다.

"네"....라고 대답은 잘한다..

경사가 완만한 오르막이다.

올라가는 중간중간 올려다본다.

'오르막이라고 했는데 본격적인 오르막이 언제나 나오려나...'

하는 생각에 내딛는 걸음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가 또 다시 올려다본다.

계속되는 완만한 오르막....

문득...

언제부터 산에대한 내 맘이 이리도 이기적이었나....

그저 주어진 내 길에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어느새 정상인 것을 나는 잊고 있었던거다.

걸음이 가벼워지고 호흡이 편해진다.

내 안에 우주가 있다는 말이 맞나보다.

내 마음가짐에 따라 세상이 달라졌으니....

어느새 촛대봉을 나타내는 이정표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힘들이지 않고 도착한 것에 대해 고마울 뿐이다.

다시 걷는다.한참을 걷다 도착한 곳은

천왕봉, 일출봉, 연하선경이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가스에 가려 조망을 감상할 순 없었지만

지나가는 가스너머로 천왕봉이 보이고

일출봉이 보이고, 꿈에서나 걸어봄직한,

지리10경중 하나라는 연하선경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천왕봉을 가리고 있다가 다가오는 가스를 몸으로 느끼고 싶어

가까이 가기위해 뛰어갔다.

힘껏 숨을 들이마시고,가슴에 담아둔다.

고개를 들어 얼굴에 내려앉는 비를 느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뿐이다.

꿈이 아닌 게 고마울 따름이다.

"그만 가자."

오빠가 재촉한다.

그러고보니 양말이 젖어 발도 시렵고 손도 시리고 춥다.

장터목으로 향하는 걸음내내 꿈을 꾸는 것 같다.

장터목에 도착하자마자 우체통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하늘아래 첫 우체통.....

취사장엔 세석에서 잠깐 봤던 그 젊은이들이 밥을 해먹는 다고 난리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우리도 2번째 만찬을 준비한다.

감자국, 계란후라이, 밥,풋고추...

나는 하는 일 없이 부지런히 준비하는 오빠를 지켜볼 뿐이다.

감자를 썰긴 했지만 여~~영 불안한지 막판에는 오빠가 다했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하는 식사였지만 젤로 맛있는 만찬이다.

미르아저씨한테 염장 문자도 보내고 ㅋㅋㅋㅋ

식사를 마치고 남은 술을 주변에 있는 분들에게 나누어주면서 몇마디 나누고(이때 젊은이들을 델꼬 온 아저씨와 몇마다 나누면서

중외제약 신입사원 극기훈련 인걸 알았다.그분이 함께 온 우리둘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자기도 꼭 이렇게 함께하고 싶다면서..기분 으~쓱~~^^)

오빠는 산장자리를 마련하러가고 나는 설겆이를 하고...

다음날 비가 많이오면 천왕봉은 포기하기로하고

각자 잠자리에 들었다.

빈자리가 많아서 젖은 옷을 널고 널널한 자리에 누워 잠을청했다.

지붕과 맞닿은 2층에 자리를 잡은 탓에 빗소리를 들으면서 잠이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호우주의보 때문에 천왕봉은 출입통제가 되었다.

중외제약 젊은이들덕에 시끌한 분위기에서아침을 먹고

백무동 하동바위 코스로 하산을 시작했다.

빗줄기는 끊임없이 우의를 때리고,

미끄러운 길을 스틱에 의지해, 앞서가는 오빠를 보며 걸음을 재촉했다.

비가 많이와서 계곡물이 엄청났다.

끊임없는 포말로 인해 물은 백색으로 해있었다.

중간중간 길에까지 물이 흘러내려 새로운 계곡을 이루고 있었다.

물도 풍부하고 나무도 풍부하고...

나도 풍부해지는 곳...

그래서 이 사람이 지리산을 항상 그리워하는구나....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없이

사진기로 좋은 풍경을 담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비를 맞고

계곡을 보고,듣고....

소지봉, 참샘, 하동바위 등을 지나왔다.

그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들보다 내 기억에 남아있는 건

물소리와 거칠게 흘러내리는 계곡 물줄기였다.

천왕봉을 밟진 못했다.

지리는 아직 내게 한번에 많은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에 지리를 다시 찾을 핑계가 생긴거다....

빗소리를 듣고 계곡소리를 들으며

포산에대한 믿음과 내 마음을 확인하고

나자신을 반성한.....추웠지만 따뜻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