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에 오른 "피랍자들이 구체적으로 잘못한 게 무엇입니까?" 라는 게시물을 읽고 글을 쓴다. 그 글의 작성자는 아무래도 웹서핑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폭넓은 자료를 통해 비난여론을 접한 것 같지는 않다. 사태파악 못 하는 기독인들에 의해 수십 번이고 반복되었던 지엽적인 얘기를 아직도 되풀이하고 있으니. 아니면 이 싸이월드 광장이란 곳의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가?
* 문화침탈, 실정법 위반? 상황판단의 미성숙성
앞서 언급한 게시물의 작성자는 "피랍자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아프간에 갔다는 자체는 실정법 위반도 아닐뿐더러,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잘못이 아니다." 라고 적고 있다. 물론 선교행위 자체는 보편적 의미에서는 잘못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법률인식과 상식선에서는.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하는 행위는 명백히 실정법 위반이다. 그 나라의 실정법 말이다. 그들이 자국에서 선교를 막는 것은 개인의 종교생활은 외부요인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결단에 의한 법률제도로서의 산물이며(따라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대부분 이슬람 국가에서는 기독교 선교는 물론 이슬람 선교까지도 강하게 금지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 오히려 이슬람 선교가 더 큰 처벌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들이 미주 및 유럽에서 자유로이 선교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그쪽 나라들이 제도적으로 허용해주는 것에 의한 반사적 이익을 누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결코 종교 자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헌법적 가치에 대한 판단과 법률을 통한 그의 구체화는 각국의 사회적 환경과 문화-관습에 따라 고유한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종교의 다양성 같은 건 신경쓸 여력도 없는 나라에 제3자가 무조건 문호를 개방할 것을 종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애초에 선교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실적-물리적 행위태양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내심의 종교의 자유에 관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보편주의 혹은 상호주의를 주장할 수도 없다. "너희도 하는데 우리가 하는 건 왜 잘못이냐"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단 말이다. 담배보다 중독성 및 타인에 대한 침해 정도가 미약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대마초를 금지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대마를 피우면 외국인이라도 구속-처벌된다(이 경우 외국에 나가서 대마를 피운 우리나라 사람도 그 나라 법에 상관없이 우리법에 의해 처벌받지만 그건 우리나라가 속인주의까지 복합적용하는 결과에 따른 것이므로 논외로 하자).
물론 이번 피랍자들은 선교행위를 개시하기도 전에 납치되어 미수에 그쳤으므로 그 나라의 법률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섣부른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은 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상황판단의 미성숙성에 대해서는 정치적-사회적 현실과 관련한 문제점 유발의 측면에선 비난을 가할 수 있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 그곳은 미국을 위시해 군대를 주둔시킨 각국과 테러집단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화약고나 다름 없는 땅이다. 그런데도 충분한 사전조사 내지는 전문가 자문 없이 굳이 기어들어가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 위난 자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피랍자들이 납치되고 싶어서 납치된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젼 역시 한비야씨를 팀장으로 하여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구호지역을 Green-Yellow-Red-Black 의 4단계로 구분했을 때 수도 카불을 제외한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은 가장 위험한 Black 등급에 해당되며, 주요 도시지역에 현지인 소수만을 투입하여 활동하고 여타 지역은 출입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테러 위험에 그만큼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피랍자들은 주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카불 남쪽 175㎞지점)에서 신변보장이 되지 않는 고속도로를 따라, 그것도 아프가니스탄에선 물론 여느 개발도상국가에서 운행했어도 눈에 확 띄었을만 한 고급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아래 이미지 참조)
<피랍자들은 현지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거절하고 이 버스를 선택했다>
피랍자들보다 납치단체 탈레반에 가장 큰 잘못이 있는 것은 확실하고, 상대적으로 피랍자가 피해자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납치사건은 피랍자들에게 상당부분 과실이 있다고밖에는 결론이 내려지질 않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선교대상국의 현실상황에 대한 미성숙한 판단 때문에(관련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문의만 했어도 저런 어이없는 차량을 타고 위험천만한 루트를 선택해 이동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위난을 자초한 것이다.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기어들어가는 장소가 위험요소가 도사리는 사파리란 건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동하는 통로가 토끼장이랑 연결된 곳인지 사자우리랑 연결된 곳인지 조사도 안 해보고 간단 말인가? 기왕에 봉사를 할 것이라면 비교적 안전한 카불에서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뭐였는지도 의문이다. 저 나라는 어차피 온 국토가 황폐해진 상태인데 말이다.
피랍자 가족들 중 하나가 구상권 논란 관련하여 이런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소방대원이 불을 껐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돈을 지불하지는 않지 않느냐"라고. 말이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가겠다. 우리 법률엔 불법행위책임(민750)의 특칙으로 실화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률 규정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화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불을 낸 사람이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게끔 되어 있다.
일부 분노한 네티즌이 "너희는 방화범이다"라고 말했었지만, 피랍자들에게 납치당하고자 하는 고의가 없었으니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나는 앞서 언급한 점을 이유로 중대한 과실 정도는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화재의 위험성이 다분한 곳을 향해 벤젠을 짊어지고 뛰어들었다. 불을 끄는 것이 소방수의 의무이니 불은 무료로 꺼주겠지만, 홀라당 태워먹은 집들에 대한 손해는 배상해야 한다. 이 불은 일파만파 번져 정부측의 실질적인 비용 소모 외에도 테러범과의 협상으로 인한 국가위상 추락 등 커다란 손실을 남겼고, 이제는 단초를 제공한 피랍자들이 그에 걸맞는 책임(비난의 짐)을 져야 할 차례이다.
* 결론은-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완전한 고의가 있어야만 비난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피랍자들은 직접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적도 없고, 적극적인 고의로 탈레반을 유인하여 납치당한 것도 아니지만, 정황을 살펴볼 때 일반적인 통념상 사전준비를 통해 충분히 피해갈 수 있었던 위난들을 조심스레 방지하기는 커녕 스스로 초래한 감이 다분하여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이후 협상으로 인한 국고 손실, 정부 위신 추락은 따지고 보면 결과적인 측면에 불과하다. 만약 피랍자들에게 아무런 과실도 없었다면 당연히 그러한 결과들에 대해서도 비난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랍자들의 명백한 과실로 불씨 하나가 떨어졌고, 그것이 큰 불로 번져 수많은 피해를 낳았다.
피랍자들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의 양이 좀 과다하다는 점에서는 베스트 글쓴이에 동의한다. 이는 인터넷의 특수성에 기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개개인 입장에선 피랍자들을 향해 한두마디씩 비난을 던질 뿐이지만, 인터넷은 대의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직접 의사를 표시하기 때문에 그 양이 필요 이상으로 과해지는 것이다.
뭐, 별 수 있나. 그러게 풀려나 귀국하고 나서라도 입들 좀 다물고 있을 것이지. 덧붙여, "피랍사태가 즐겁고 재밌는 일이었다" 라는 한 피랍자 어머니의 간증은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피랍자들이 구체적으로 잘못한게 뭐냐구요?
베스트에 오른 "피랍자들이 구체적으로 잘못한 게 무엇입니까?" 라는 게시물을 읽고 글을 쓴다. 그 글의 작성자는 아무래도 웹서핑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 폭넓은 자료를 통해 비난여론을 접한 것 같지는 않다. 사태파악 못 하는 기독인들에 의해 수십 번이고 반복되었던 지엽적인 얘기를 아직도 되풀이하고 있으니. 아니면 이 싸이월드 광장이란 곳의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인가?
* 문화침탈, 실정법 위반? 상황판단의 미성숙성
앞서 언급한 게시물의 작성자는 "피랍자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아프간에 갔다는 자체는 실정법 위반도 아닐뿐더러, 보편적인 의미에서의 잘못이 아니다." 라고 적고 있다. 물론 선교행위 자체는 보편적 의미에서는 잘못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법률인식과 상식선에서는.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하는 행위는 명백히 실정법 위반이다. 그 나라의 실정법 말이다. 그들이 자국에서 선교를 막는 것은 개인의 종교생활은 외부요인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결단에 의한 법률제도로서의 산물이며(따라서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대부분 이슬람 국가에서는 기독교 선교는 물론 이슬람 선교까지도 강하게 금지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 오히려 이슬람 선교가 더 큰 처벌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들이 미주 및 유럽에서 자유로이 선교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그쪽 나라들이 제도적으로 허용해주는 것에 의한 반사적 이익을 누리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결코 종교 자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헌법적 가치에 대한 판단과 법률을 통한 그의 구체화는 각국의 사회적 환경과 문화-관습에 따라 고유한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바꿔말하면 종교의 다양성 같은 건 신경쓸 여력도 없는 나라에 제3자가 무조건 문호를 개방할 것을 종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애초에 선교는 겉으로 드러나는 현실적-물리적 행위태양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내심의 종교의 자유에 관한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보편주의 혹은 상호주의를 주장할 수도 없다. "너희도 하는데 우리가 하는 건 왜 잘못이냐"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단 말이다. 담배보다 중독성 및 타인에 대한 침해 정도가 미약한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대마초를 금지하고 있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대마를 피우면 외국인이라도 구속-처벌된다(이 경우 외국에 나가서 대마를 피운 우리나라 사람도 그 나라 법에 상관없이 우리법에 의해 처벌받지만 그건 우리나라가 속인주의까지 복합적용하는 결과에 따른 것이므로 논외로 하자).
물론 이번 피랍자들은 선교행위를 개시하기도 전에 납치되어 미수에 그쳤으므로 그 나라의 법률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섣부른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비난은 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상황판단의 미성숙성에 대해서는 정치적-사회적 현실과 관련한 문제점 유발의 측면에선 비난을 가할 수 있다. 다들 알다시피 지금 그곳은 미국을 위시해 군대를 주둔시킨 각국과 테러집단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화약고나 다름 없는 땅이다. 그런데도 충분한 사전조사 내지는 전문가 자문 없이 굳이 기어들어가 국제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 위난 자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다. "피랍자들이 납치되고 싶어서 납치된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젼 역시 한비야씨를 팀장으로 하여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구호지역을 Green-Yellow-Red-Black 의 4단계로 구분했을 때 수도 카불을 제외한 아프가니스탄 전 지역은 가장 위험한 Black 등급에 해당되며, 주요 도시지역에 현지인 소수만을 투입하여 활동하고 여타 지역은 출입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테러 위험에 그만큼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피랍자들은 주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도서지역(카불 남쪽 175㎞지점)에서 신변보장이 되지 않는 고속도로를 따라, 그것도 아프가니스탄에선 물론 여느 개발도상국가에서 운행했어도 눈에 확 띄었을만 한 고급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아래 이미지 참조)
피랍자들보다 납치단체 탈레반에 가장 큰 잘못이 있는 것은 확실하고, 상대적으로 피랍자가 피해자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납치사건은 피랍자들에게 상당부분 과실이 있다고밖에는 결론이 내려지질 않는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선교대상국의 현실상황에 대한 미성숙한 판단 때문에(관련 전문가에게 제대로 된 문의만 했어도 저런 어이없는 차량을 타고 위험천만한 루트를 선택해 이동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위난을 자초한 것이다. 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기어들어가는 장소가 위험요소가 도사리는 사파리란 건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동하는 통로가 토끼장이랑 연결된 곳인지 사자우리랑 연결된 곳인지 조사도 안 해보고 간단 말인가? 기왕에 봉사를 할 것이라면 비교적 안전한 카불에서 하면 안 되는 이유가 뭐였는지도 의문이다. 저 나라는 어차피 온 국토가 황폐해진 상태인데 말이다.
피랍자 가족들 중 하나가 구상권 논란 관련하여 이런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소방대원이 불을 껐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돈을 지불하지는 않지 않느냐"라고. 말이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가겠다. 우리 법률엔 불법행위책임(민750)의 특칙으로 실화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률 규정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화재사고가 발생했을 때 불을 낸 사람이 피해자의 손해를 배상하게끔 되어 있다.
일부 분노한 네티즌이 "너희는 방화범이다"라고 말했었지만, 피랍자들에게 납치당하고자 하는 고의가 없었으니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나는 앞서 언급한 점을 이유로 중대한 과실 정도는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봐도 화재의 위험성이 다분한 곳을 향해 벤젠을 짊어지고 뛰어들었다. 불을 끄는 것이 소방수의 의무이니 불은 무료로 꺼주겠지만, 홀라당 태워먹은 집들에 대한 손해는 배상해야 한다. 이 불은 일파만파 번져 정부측의 실질적인 비용 소모 외에도 테러범과의 협상으로 인한 국가위상 추락 등 커다란 손실을 남겼고, 이제는 단초를 제공한 피랍자들이 그에 걸맞는 책임(비난의 짐)을 져야 할 차례이다.
* 결론은-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완전한 고의가 있어야만 비난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피랍자들은 직접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적도 없고, 적극적인 고의로 탈레반을 유인하여 납치당한 것도 아니지만, 정황을 살펴볼 때 일반적인 통념상 사전준비를 통해 충분히 피해갈 수 있었던 위난들을 조심스레 방지하기는 커녕 스스로 초래한 감이 다분하여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이후 협상으로 인한 국고 손실, 정부 위신 추락은 따지고 보면 결과적인 측면에 불과하다. 만약 피랍자들에게 아무런 과실도 없었다면 당연히 그러한 결과들에 대해서도 비난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랍자들의 명백한 과실로 불씨 하나가 떨어졌고, 그것이 큰 불로 번져 수많은 피해를 낳았다.
피랍자들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의 양이 좀 과다하다는 점에서는 베스트 글쓴이에 동의한다. 이는 인터넷의 특수성에 기인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개개인 입장에선 피랍자들을 향해 한두마디씩 비난을 던질 뿐이지만, 인터넷은 대의제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직접 의사를 표시하기 때문에 그 양이 필요 이상으로 과해지는 것이다.
뭐, 별 수 있나. 그러게 풀려나 귀국하고 나서라도 입들 좀 다물고 있을 것이지. 덧붙여, "피랍사태가 즐겁고 재밌는 일이었다" 라는 한 피랍자 어머니의 간증은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