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47 (60 years of infamy)

안성준200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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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47 (60 years of infamy) AK-47 소총 개발자인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지난 6일 모스크바의 러시아 공군 중앙박물관에서 열린‘AK-47 소총 발명 60돌 기념식’에 참석해 AK-47최초 모델을 들어 보이고 있다.
“‘AK-47’이라면 툭툭 털고 쏴라” 60년간 8000만정 이상 만든 걸작 AK-47의 비밀  

“AK-47자동소총이야말로 우리 러시아의 대담한 발명정신과 창조적 천재성의 상징입니다.”

지난 5일 모스크바의 ‘AK-47 소총 개발 60주년 기념식장’에 울려 퍼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은 듣기에 따라선 좀 희한한 소리로 들린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 목숨을 빼앗아간 ‘흉기’를 나라의 자랑으로 내세우다니…. 하지만 AK(Avtomat Kalashinikova· 칼라시니코프의 자동소총이라는 뜻)의 명성과 오늘의 지위를 알게 되면 그런 자화자찬을 하는 게 무리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한마디로 ‘AK-47’ 자동소총은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총기 중에서 최고의 히트작이다. 개량형까지 포함한 AK계열 소총은 지금까지 60년간 8000만정에서 1억정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 뒤를 따라가는 두 번째 히트작인 서방 진영 M-16계열 소총의 생산 숫자가 겨우 1000만정쯤 되니, 게임 끝이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지 인터넷판은 지난 5일 ‘AK라는 글로벌 브랜드는 세계 총기시장의 코카콜라”라고 고개를 숙였다.

개발국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베트남 이란 이라크 스리랑카 이집트 알제리 그리고 동유럽 국가들과 아프리카 공산국들과 북한까지, 공산 진영 군대 중에 AK를 안 쓰는 곳은 찾기 어렵다. 정규군만이 아니다. 승리에 환호하며 허공에 총질을 해대는 게릴라들 손에, 서방에 으름장을 놓는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에 등장하는 총도 언제나 AK다.

회갑을 넘기도록 승승장구하는 이 러시아 구식 소총을 보면서 한 가지 소박한 의문이 들 수 있다. “러시아가 총기 경쟁의 정상에 오르는 동안 미국 영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은 뭐 했나?” 간단하다. 걸작 소총은 과학이나 기술만으로 탄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터 말단 소총수가 정말로 필요한 총이 무엇인지를 꿰뚫는 동물적 감각까지 있어야 한다. AK는 그런 ‘실전적’ 감각의 산물이다.

우선 세계 어느 소총보다도 악조건에서 꿋꿋하게 버티도록 설계됐다. 강철과 목재로 만들어진 AK는 무게 4.3 ㎏으로, 알루미늄 합금과 플라스틱을 주 재료로 만든 M-16(2.89㎏)보다 무겁다. 그 대신, 거칠게 다뤄도 끄떡없다. M-16은 비좁은 몸통 내부에 정밀 기계처럼 부품들이 꽉 차있는데, AK의 상자형 몸통 내부는 좀 과장을 보태면 ‘텅텅 비었다’. 고장 나려야 고장 날 데도 없다. AK 사용자들이 만든 인터넷 유머엔 이런 게 있다. “진흙 속에 일주일 처박아 둔 AK는? 몸통을 열고 세 번만 턴 뒤 발사하라. 총알이 나간다. 진흙 속에 일주일 처박아 둔 M-16은? 갖다 버려라.”


AK는 명중도도 낮다. 총 자체의 정밀도가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명중도를 희생해서라도 ‘단순하고 튼튼하고 신뢰도 높은 총’으로 만들겠다는 선택의 결과다. 실제로 베트남 정글전에선 평균 교전 거리가 수십 미터였다. 2003년 이라크 전에서도 평균 80m거리에서 총질을 해댔으니 다소 낮은 명중도는 문제가 안 된다.

그보다는 실전에서 고장 없이 발사되는 ‘신뢰도’가 몇십 배, 몇백 배 중요하다. 신뢰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베트남전에서 너무나 드라마틱하게 나타났다. 베트콩의 AK총탄 세례에 맞서던 미군들은 무덥고 습한 정글의 흙탕물을 못 견딘 M-16이 작동불량으로 멈추는 순간, 죽음 같은 패닉을 경험했다. “극소수 미군 병사들은 암시장에서 AK소총을 사서 쓰기도 했다”(홍희범, ‘지옥의 전장 베트남전쟁’)는 기록까지 있다.

사격장 100m 표적지 맞추기 게임을 하면 M-16이 AK를 누를 확률이 높다. 하지만 피와 살점이 튀는 전쟁터에 내동댕이쳐진 병사의 손에 쥐여줄 무기라면 정답은 AK다. 무조건 정밀하고 성능 좋게 하는 대신 전쟁터의 요구(needs)에 정확히 부응해 가장 필요한 만큼만 성능을 갖추게 한 ‘성능의 경제’가 AK 신화를 만들었다.

AK와 M-16의 이런 대조적 특성은 우연이 아니다. 개발 동기와 개발자 스타일부터가 딴 판이다. 현재도 생존해 있는 AK개발자 미하일 칼라시니코프(87)는 어릴 때부터 기계 만지는 천재였고 철도기술자로 일했으며 탱크부대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독일군 총에 맞아가며 전쟁을 몸으로 겪었다. 중졸 학력인 그는 ‘농촌출신 문맹 사병’을 기준으로 놓고 총을 만들었다. 이에 비하면 1957년 M-16을 개발한 유진 스토너(97년 사망)는 2차대전 때 미 해병대 비행기 정비병으로 일하며 정교한 비행기 기술부터 익혔던 사람이다. 제대 후 아말라이트사社에 들어간 그는 늘 다루던 비행기 제작용 알루미늄 합금을 총에도 응용한 끝에 가볍고 정밀한 M-16을 만들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