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효선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하진은 오늘 첫 출근을 했다 말했고 효선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하진을 밖으로 불러냈다. 효선은 하진을 이끌고 잘가던 포장마차로 가 축하주라며 술을 샀다. 술을 과하게 한탓일까 늦잠을 자버린 하진은 이제고작 두번째 출근인데 지각을 하고 말았다. 대학을 입학하고 사귄 효선이 초저녁부터 끌고 간 곳은 포장마차였다.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의 손이 선반아래로 내려간다 싶으면 메뉴판의 음식들이 내려갔던 그 손에 들려 나왔다. 마치 마술같았다. 그 짧은시간안에 이것저것 여러종류의 음식이 올라오는것이 하진의 눈엔 마술 같아보였다. 몇개 안되는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하얀 테이블엔 각종음료와 술의 상표가 있었고 각 테이블엔 파랗고 빨간 엉덩이만 간신히 앉을수 있는 의자가 딸려 있었다. 가끔 주위에선 언성이 높아진 목소리도 들리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도 들리고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도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 주황색 천막으로 쌓인곳. 그곳을 처음가본 하진의 눈에는 수다떠는 주황색방 같아보였다. 평소 텔레비젼도 자주 보지 않던 하진에겐 대학에 들어와 처음 술을 접했으니 포장마차라는곳도 처음 볼법하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주황색 천막으로 쌓인곳. 그곳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은 속엣이야기건 있는말 없는말 모두 하게 되나보다. 하진도 그곳에서 효선이 말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진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효선은 묻고 답하고 두사람이 대화하는 것처럼 줄줄이 말했기 때문이다.
원래 출근시간보다 한시간반이나 지나서야 사무실로 들어온 하진은 여직원들의 입에 오를만한 이야깃거리를 충분히 만들어준 셈이 되었다. 출근한 시간이 점심시간이 다되었나 보다. 하진이 책상에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겉옷과 가방을 챙기고 나서는 직원들은 점심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늦잠을 잔 하진에겐 아침을 먹는 여유를 부릴 새가 없었다. 늘 아침을 꼭 챙겨먹던 습관대문인지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자신을 오해하고 질투하는 직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하진에게 한께 점심식사할것을 권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하진은 밖으로 나가 회사근처 식당들을 두리번 거렸다. 첫 출근을 하던날은 신입사원들끼리 모여 점심식사를 해결했지만 하루새에 다른 동료들과 친해져 버렸는지 모두들 각각 무리지어 나가버렸다. 같이 점심을 먹자며 붙임성 있게 말하는 성격이 못되는 하진은 어쩔도리 없이 혼자 점심을 해결하러 밖으로 나왔다. 일식돈까스집이 눈에 띄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돈까스를 시키고 돈까스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보니 휴대폰이 울려댄다. 하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효선이 하진이 점심을 어떻게 해결했나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건것이었다.
-점심은 먹었어?
"지금 돈까스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이야."
-회사사람들하고 친해졌나보네? 야~ 왠일이야.
"응. 그냥 어쩌다보니..."
효선의 긴말이 이어질것을 알고 하진은 거짓말을 해버린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 난 또 혼자먹고 있을까봐 걱정되서. 그럼 밥 맛있게 먹어~
"어, 하진아!"
효선과의 전화를 끊으려는 등 뒤에서 강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강현 혼자서 식당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강현씨."
하진은 효선에게 끊는단 소리 없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씨는 빼. 친구먹기로 했는데. 여기서 뭐해?"
"그냥 씨는 붙일게. 그게 편해. 점심 먹으러왔지. 음식주문한거 기다리고 있어."
"아, 혼자 먹는거야?"
"응."
종업원이 다가와 음식이 나왔음을 알린다. 하진의 앞에 돈까스가 놓여졌다.
"똑같은걸로 하나 더 빨리좀 부탁해요."
음식을 놓고 가려는 종업원에게 강현이 하진과 같은 메뉴의 음식을 주문했다.
"강현씨 아직 밥 안먹었어?"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진의 돈까스가 1/3쯤 없어질때 강현의 음식이 나왔다. 하진의 첫 점심은 강현을 만나 '나홀로 점심'이 되지 않았다. 그 후로도 혼자 점심을 먹던 하진은 우연찮게 강현을 만나게 되어 함께 먹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로 인해 회사 사람들의 오해는 더 커졌고 하진은 질투와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에 걸 맞게 하진도 그들의 뒷담화에 무덤덤해져갔다.
처음 강현과 점심을 먹던 때의 효선과 통화후에 효선이 전화로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냐 캐물어서 간단히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 해주었고 그 남자가 하진에게 관심이 있는것 아니냐 호들갑떨던 효선의 말과는 달리 강현은 별다른 행동도 말도 없었다. 그저 회사에서는 상사로서 사적으로는 편한 친구대하듯 하진에게 그렇게 대했다.
엊그제 새해가 된것 같았는데 길 거리의 옷가게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옷들은 봄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듯 한결 가벼운 느낌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출근을 할때 웅크리고 나가지 않는다. 어느새 달력도 2장을 넘기고 3월임을 알려준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대문에 태극기를 달아놓아 바람이 불때마다 태극기가 보엿다 안보였다를 반복한다. 3.1절 공휴일이라 회사를 다닌후 처음으로 쉬는 날이 왔다. 아침을 먹고 거실에 나가 TV를 켜니 온통 양복을 빼입은 노인네들이 식상한 말들만 지껄이고 있고, 10년전에 본것만 같은 영화가 나온다. 노인네들 아니면 만화영화나 영화가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해서 채널버튼을 누르고 있다. 어디선가 휴대포노소리가 들리며 점점 하진의 귓가에 잘들린다 생각하고 있었을때 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진아, 너 벨소리야. 끊어지기 전에 얼른 받아봐."
휴대폰 액정에 뜬 번호는 강현의 번호임을 알려주었다. 하진은 휴대폰을 받아 들고 여보세요 라고 하려다 아무말도 안하고 가만이 있는다. 강현의 반응이 어떨지.
-여보세요. 하진아!
하진은 똑같은 화면들만 나오는 채널돌리기에 지루했던지 강현에게 장난치려는 마음으로 아무말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채하진? 안들려? 왜 아무말도 안해.
하진이 입을 막고 큭큭대며 아무말을 하지 않고 있자 강현은 그냥 끊어버렸다. 하진은 잠시뒤에 다시 전화가 오겠지 하며 그저 휴대폰을 보고있는데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10분이 지나도 벨은 울리지 않자 결국 하진이 강현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서강현. 왜 다시 전화안해?"
-누구세요? 하진이야?
"왜 다시 전화안했냐구."
-받자마자 대뜸 그렇게 물고 따져서 너 아닌가했다. 장난치는거 같길래 다시 전화안했다.
"장난치는거 알았구나. 근데 왜 전화했어?"
-아. 30분안에 준비끝내고 집앞으로 나와라.
"왜?"
-아무튼 빨리 준비하고 나와. 이쁘게 차려입고 나와야 된다. 끊어.
강현은 딱잘라 자신의 용건만 말하고는 먼저 끊어버렸다. 하진은 감지 않은 머리를 묶고 편안한 츄리닝차림으로 나갔다. 집앞에 나가보니 강현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가만히 기다리다보니 강현의 차가 멀리서 오는것이 보였다. 조수석쪽의 창문이 내려가고 강현은 고개만 살짝 내밀면서 말한다.
"얼른 타. 늦겠어."
"어디가는데?"
"일단 타."
강현은 하진의 물음엔 답하지 않고 타라며 재촉했다.
강현과 하진이 탄 차가 하진의 동네를 벗어나 큰길로 나와 처음으로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추자 강현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하진을 본다.
"화장한거야?"
"살짝."
"머리 묶은것도 이쁘다. 근데 츄리닝이 뭐니."
평소 하진은 잘 꾸미고 다니지 않아 화장도 티가 나는둥 마는둥 하고 다니고 파마한 머리는 항상 풀고 다녔다. 강현은 초록색신호로 바뀌자 다시 운전에만 몰두하며 빠른속도로 운전하더니 극장앞에서 멈췄다.
"다왔다. 아직 안 늦었어. 얼른 들어가면 팝콘하고 음료수도 사갖구 들어갈 여유 있겠다."
"영화보러 오는거였어?"
"응. 영화보는거 싫어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진작말하지 왜 여태껏 뜸 들였니?"
"왜. 부모님께 소개라도 시키러 데리고 가는 줄 알았어?"
강현의 농담에 하진은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린다.
"하하. 진짠가보네?"
강현은 차를 주차하고 오겠다며 하진에게 극장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라 했다. 하진은 입구에 서서 강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혹시... 하진이니?"
하진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진을 부른이는 혁준이었다. 2년전 추억속인물이 되어버린 그사람.
"하진이 맞지? 정말 오랜만이다. 많이 이뻐져서 너가 아닌가 했어."
하진은 그저 혁준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혁준아 뭐해. 빨리와. 애들 다 들어갔어."
"어! 잠깐만."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한 남자가 혁준에게 빨리오라고 재촉했다.
"하진아 너무 오랜만에 만났는데 길게 얘기 못하겠다. 다음에 또 보자. 너 연락처좀 알려줘."
하진은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혁준만 쳐다보다가 혁준이 내민 종이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준다. 혁준은 하진의 연락처를 받아들고 아까 재촉하던 그 남자에게로 뛰어갔다.
"하진아 들어가자. 팝콘하고 음료수도 사서 들어가야지."
강현이 주차를 끝내고 하진에게로 왔고 강현은 혁준이 하진과 대화하던 모습은 못본 모양이었다. 강현과 하진은 군것질 거리를 사들고 혁준이 들어갔던 상영관 반대쪽에 있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첫키스.5
어젯밤 효선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하진은 오늘 첫 출근을 했다 말했고 효선은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하진을 밖으로 불러냈다. 효선은 하진을 이끌고 잘가던 포장마차로 가 축하주라며 술을 샀다. 술을 과하게 한탓일까 늦잠을 자버린 하진은 이제고작 두번째 출근인데 지각을 하고 말았다. 대학을 입학하고 사귄 효선이 초저녁부터 끌고 간 곳은 포장마차였다.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의 손이 선반아래로 내려간다 싶으면 메뉴판의 음식들이 내려갔던 그 손에 들려 나왔다. 마치 마술같았다. 그 짧은시간안에 이것저것 여러종류의 음식이 올라오는것이 하진의 눈엔 마술 같아보였다. 몇개 안되는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하얀 테이블엔 각종음료와 술의 상표가 있었고 각 테이블엔 파랗고 빨간 엉덩이만 간신히 앉을수 있는 의자가 딸려 있었다. 가끔 주위에선 언성이 높아진 목소리도 들리고 울먹거리는 목소리도 들리고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도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가에 주황색 천막으로 쌓인곳. 그곳을 처음가본 하진의 눈에는 수다떠는 주황색방 같아보였다. 평소 텔레비젼도 자주 보지 않던 하진에겐 대학에 들어와 처음 술을 접했으니 포장마차라는곳도 처음 볼법하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주황색 천막으로 쌓인곳. 그곳안으로 들어가면 사람들은 속엣이야기건 있는말 없는말 모두 하게 되나보다. 하진도 그곳에서 효선이 말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진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효선은 묻고 답하고 두사람이 대화하는 것처럼 줄줄이 말했기 때문이다.
원래 출근시간보다 한시간반이나 지나서야 사무실로 들어온 하진은 여직원들의 입에 오를만한 이야깃거리를 충분히 만들어준 셈이 되었다. 출근한 시간이 점심시간이 다되었나 보다. 하진이 책상에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겉옷과 가방을 챙기고 나서는 직원들은 점심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늦잠을 잔 하진에겐 아침을 먹는 여유를 부릴 새가 없었다. 늘 아침을 꼭 챙겨먹던 습관대문인지 배가 무척이나 고팠다. 자신을 오해하고 질투하는 직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하진에게 한께 점심식사할것을 권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하진은 밖으로 나가 회사근처 식당들을 두리번 거렸다. 첫 출근을 하던날은 신입사원들끼리 모여 점심식사를 해결했지만 하루새에 다른 동료들과 친해져 버렸는지 모두들 각각 무리지어 나가버렸다. 같이 점심을 먹자며 붙임성 있게 말하는 성격이 못되는 하진은 어쩔도리 없이 혼자 점심을 해결하러 밖으로 나왔다. 일식돈까스집이 눈에 띄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돈까스를 시키고 돈까스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보니 휴대폰이 울려댄다. 하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효선이 하진이 점심을 어떻게 해결했나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건것이었다.
-점심은 먹었어?
"지금 돈까스 시켜놓고 기다리는 중이야."
-회사사람들하고 친해졌나보네? 야~ 왠일이야.
"응. 그냥 어쩌다보니..."
효선의 긴말이 이어질것을 알고 하진은 거짓말을 해버린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 난 또 혼자먹고 있을까봐 걱정되서. 그럼 밥 맛있게 먹어~
"어, 하진아!"
효선과의 전화를 끊으려는 등 뒤에서 강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니 강현 혼자서 식당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강현씨."
하진은 효선에게 끊는단 소리 없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씨는 빼. 친구먹기로 했는데. 여기서 뭐해?"
"그냥 씨는 붙일게. 그게 편해. 점심 먹으러왔지. 음식주문한거 기다리고 있어."
"아, 혼자 먹는거야?"
"응."
종업원이 다가와 음식이 나왔음을 알린다. 하진의 앞에 돈까스가 놓여졌다.
"똑같은걸로 하나 더 빨리좀 부탁해요."
음식을 놓고 가려는 종업원에게 강현이 하진과 같은 메뉴의 음식을 주문했다.
"강현씨 아직 밥 안먹었어?"
강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진의 돈까스가 1/3쯤 없어질때 강현의 음식이 나왔다. 하진의 첫 점심은 강현을 만나 '나홀로 점심'이 되지 않았다. 그 후로도 혼자 점심을 먹던 하진은 우연찮게 강현을 만나게 되어 함께 먹는 횟수가 많아졌다. 그로 인해 회사 사람들의 오해는 더 커졌고 하진은 질투와 미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에 걸 맞게 하진도 그들의 뒷담화에 무덤덤해져갔다.
처음 강현과 점심을 먹던 때의 효선과 통화후에 효선이 전화로 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은 누구냐 캐물어서 간단히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 해주었고 그 남자가 하진에게 관심이 있는것 아니냐 호들갑떨던 효선의 말과는 달리 강현은 별다른 행동도 말도 없었다. 그저 회사에서는 상사로서 사적으로는 편한 친구대하듯 하진에게 그렇게 대했다.
엊그제 새해가 된것 같았는데 길 거리의 옷가게에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옷들은 봄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듯 한결 가벼운 느낌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출근을 할때 웅크리고 나가지 않는다. 어느새 달력도 2장을 넘기고 3월임을 알려준다. 도우미 아주머니가 대문에 태극기를 달아놓아 바람이 불때마다 태극기가 보엿다 안보였다를 반복한다. 3.1절 공휴일이라 회사를 다닌후 처음으로 쉬는 날이 왔다. 아침을 먹고 거실에 나가 TV를 켜니 온통 양복을 빼입은 노인네들이 식상한 말들만 지껄이고 있고, 10년전에 본것만 같은 영화가 나온다. 노인네들 아니면 만화영화나 영화가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해서 채널버튼을 누르고 있다. 어디선가 휴대포노소리가 들리며 점점 하진의 귓가에 잘들린다 생각하고 있었을때 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진아, 너 벨소리야. 끊어지기 전에 얼른 받아봐."
휴대폰 액정에 뜬 번호는 강현의 번호임을 알려주었다. 하진은 휴대폰을 받아 들고 여보세요 라고 하려다 아무말도 안하고 가만이 있는다. 강현의 반응이 어떨지.
-여보세요. 하진아!
하진은 똑같은 화면들만 나오는 채널돌리기에 지루했던지 강현에게 장난치려는 마음으로 아무말 않고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채하진? 안들려? 왜 아무말도 안해.
하진이 입을 막고 큭큭대며 아무말을 하지 않고 있자 강현은 그냥 끊어버렸다. 하진은 잠시뒤에 다시 전화가 오겠지 하며 그저 휴대폰을 보고있는데 전화벨은 울리지 않는다. 10분이 지나도 벨은 울리지 않자 결국 하진이 강현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서강현. 왜 다시 전화안해?"
-누구세요? 하진이야?
"왜 다시 전화안했냐구."
-받자마자 대뜸 그렇게 물고 따져서 너 아닌가했다. 장난치는거 같길래 다시 전화안했다.
"장난치는거 알았구나. 근데 왜 전화했어?"
-아. 30분안에 준비끝내고 집앞으로 나와라.
"왜?"
-아무튼 빨리 준비하고 나와. 이쁘게 차려입고 나와야 된다. 끊어.
강현은 딱잘라 자신의 용건만 말하고는 먼저 끊어버렸다. 하진은 감지 않은 머리를 묶고 편안한 츄리닝차림으로 나갔다. 집앞에 나가보니 강현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가만히 기다리다보니 강현의 차가 멀리서 오는것이 보였다. 조수석쪽의 창문이 내려가고 강현은 고개만 살짝 내밀면서 말한다.
"얼른 타. 늦겠어."
"어디가는데?"
"일단 타."
강현은 하진의 물음엔 답하지 않고 타라며 재촉했다.
강현과 하진이 탄 차가 하진의 동네를 벗어나 큰길로 나와 처음으로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추자 강현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하진을 본다.
"화장한거야?"
"살짝."
"머리 묶은것도 이쁘다. 근데 츄리닝이 뭐니."
평소 하진은 잘 꾸미고 다니지 않아 화장도 티가 나는둥 마는둥 하고 다니고 파마한 머리는 항상 풀고 다녔다. 강현은 초록색신호로 바뀌자 다시 운전에만 몰두하며 빠른속도로 운전하더니 극장앞에서 멈췄다.
"다왔다. 아직 안 늦었어. 얼른 들어가면 팝콘하고 음료수도 사갖구 들어갈 여유 있겠다."
"영화보러 오는거였어?"
"응. 영화보는거 싫어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진작말하지 왜 여태껏 뜸 들였니?"
"왜. 부모님께 소개라도 시키러 데리고 가는 줄 알았어?"
강현의 농담에 하진은 대답도 하지 않고 차에서 내린다.
"하하. 진짠가보네?"
강현은 차를 주차하고 오겠다며 하진에게 극장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라 했다. 하진은 입구에 서서 강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혹시... 하진이니?"
하진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진을 부른이는 혁준이었다. 2년전 추억속인물이 되어버린 그사람.
"하진이 맞지? 정말 오랜만이다. 많이 이뻐져서 너가 아닌가 했어."
하진은 그저 혁준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혁준아 뭐해. 빨리와. 애들 다 들어갔어."
"어! 잠깐만."
상영관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한 남자가 혁준에게 빨리오라고 재촉했다.
"하진아 너무 오랜만에 만났는데 길게 얘기 못하겠다. 다음에 또 보자. 너 연락처좀 알려줘."
하진은 얼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혁준만 쳐다보다가 혁준이 내민 종이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적어준다. 혁준은 하진의 연락처를 받아들고 아까 재촉하던 그 남자에게로 뛰어갔다.
"하진아 들어가자. 팝콘하고 음료수도 사서 들어가야지."
강현이 주차를 끝내고 하진에게로 왔고 강현은 혁준이 하진과 대화하던 모습은 못본 모양이었다. 강현과 하진은 군것질 거리를 사들고 혁준이 들어갔던 상영관 반대쪽에 있는 상영관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