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장을 좋아한다. 넓고 깨끗한 대형 할인마트도 좋지만 재래시장을 더 좋아하는데, 아마 어릴때의 기억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꼬맹이 였을때 엄마손을 잡고 외할머니가 야채장사를 하시던 자갈치 시장에 가면 순대, 곰장어, 고래고기 같은걸 사주셨다. 코흘리개 잠든자유에게 시장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있고, 맛있는 음식과 볼꺼리가 많아 심심하지 않은 곳이었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5일장이 열린다는 얘기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정선5일장은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열리는 시골장터인데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것 뿐만 아니라 정선 지역의 토속적인 문화와 정취를 체험할수 있는 행사라고.
장터 규모는 그리 크지 않기때문에 다 구경하는데는 군것질을 하며 돌아다녀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을 잘 맞춰 가면 장터내에서 하는 사물놀이와 아리랑 공연도 볼 수 있다.
정선 5일장이 서는날. 눈을 뜨자마자 창밖의 하늘을 살폈다.
아직도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저기 돌아다닐 계획이라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우선 아침을 먹어야 겠는데 뭐가 좋을까 생각하며 정선읍내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정선의 유명한 먹을거리로는 황기백숙, 민물매운탕, 감자옹심이, 곤드레밥,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 등등이 있다. 오늘도 하루종일 많이 걸어야 하니까
든든하게 밥을먹자. 곤드레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 갔다.
정선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나물을 넣고 지은 밥에 식성에 따라
여러가지 나물과 양념장 또는 막장을 넣어서 비벼 먹는다.
곤드레나물은 독특한 향이 짙고 씹는 맛은 부드러웠다.
꼭꼭씹어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기운이 불끈 솟아나는 기분이다.
정선을 여행하면서 먹었던 음식중 가장 기억에 남는것이 곤드레밥이다.
든든한 아침을 먹고난뒤 식당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 아라리촌으로 갔다.
아라리촌은 정선읍에서 동남쪽으로 약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정선의 옛날주거 문화와 서민들의 생활을 재현한 곳이다.
지붕을 덮은 재료로 구분지어 지는 기와집, 굴피집, 너와집, 저릅집, 돌집 등의 전통가옥과
정선5일장에서 아리랑에 취하다
나는 시장을 좋아한다. 넓고 깨끗한 대형 할인마트도 좋지만 재래시장을 더 좋아하는데, 아마 어릴때의 기억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꼬맹이 였을때 엄마손을 잡고 외할머니가 야채장사를 하시던 자갈치 시장에 가면 순대, 곰장어, 고래고기 같은걸 사주셨다. 코흘리개 잠든자유에게 시장은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이 있고, 맛있는 음식과 볼꺼리가 많아 심심하지 않은 곳이었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5일장이 열린다는 얘기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정선5일장은 매월 2, 7, 12, 17, 22, 27일에 열리는 시골장터인데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것 뿐만 아니라 정선 지역의 토속적인 문화와 정취를 체험할수 있는 행사라고.
장터 규모는 그리 크지 않기때문에 다 구경하는데는 군것질을 하며 돌아다녀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시간을 잘 맞춰 가면 장터내에서 하는 사물놀이와 아리랑 공연도 볼 수 있다.
정선 5일장이 서는날. 눈을 뜨자마자 창밖의 하늘을 살폈다.
아직도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오늘은 여기저기 돌아다닐 계획이라 서둘러 여관을 나섰다.
우선 아침을 먹어야 겠는데 뭐가 좋을까 생각하며 정선읍내 여기저기를 기웃거렸다.
정선의 유명한 먹을거리로는 황기백숙, 민물매운탕, 감자옹심이, 곤드레밥,
콧등치기, 올챙이국수, ... 등등이 있다. 오늘도 하루종일 많이 걸어야 하니까
든든하게 밥을먹자. 곤드레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으로 갔다.
정선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나물을 넣고 지은 밥에 식성에 따라
여러가지 나물과 양념장 또는 막장을 넣어서 비벼 먹는다.
곤드레나물은 독특한 향이 짙고 씹는 맛은 부드러웠다.
꼭꼭씹어 한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기운이 불끈 솟아나는 기분이다.
정선을 여행하면서 먹었던 음식중 가장 기억에 남는것이 곤드레밥이다.
든든한 아침을 먹고난뒤 식당 아주머니께 길을 물어 아라리촌으로 갔다.
아라리촌은 정선읍에서 동남쪽으로 약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정선의 옛날주거 문화와 서민들의 생활을 재현한 곳이다.
지붕을 덮은 재료로 구분지어 지는 기와집, 굴피집, 너와집, 저릅집, 돌집 등의 전통가옥과
물레방아, 통방아, 주막 등을 둘러 볼 수 있다.
눈초리가 곱지않은 주모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시는 농부들.
항상 빈잔이었을테지만 오늘만큼은 간밤에 내린 비가 잔을 가득 채워 주었다.
공설운동장 옆 산책로를 걷고 있는데 멀지않은 곳에서 구성진 정선아리랑이 들려온다.
장터에서 아리랑 공연이 시작된 모양이다.
딱히 입구가 정해져 있는것은 아니고 장이 서는 골목은 사방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정선5일장이 서는 날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인다는데
지난 며칠간 계속 내린 비 때문인지 이날은 조금 한산한 편이었다.
직접 가꾸고 채취한 산나물, 약초, 버섯, 장뇌삼 등을 가지고나와
길가에 펼쳐놓고 파는 소규모 상인들이 대부분인데 맛볼수 있는건 조금씩 나눠주고
만져볼수 있는건 다 한번씩 만져보고 가라고한다.
손수만든 곡괭이, 낫, 호미, 손도끼, 엿가위 같은 농기구를 파는 좌판이다.
가만, 엿가위는 농기구가 아니지...
사실은 실제 농기구가 아니라 관광객들을 위한 기념품이다.
앙증맞은 크기가 재밌어 손에 들고 하하하 웃었더니
그래뵈도 날이 섰다며 조심하라고 한다.
짚을 엮어만든 갖가지 수공예품들도 있고
어릴때 나도 자주 만들어 놀던 새총도 보인다.
곤쟁이가 뭔지 아는사람?
곤쟁이는 젓갈로만 먹는줄 알았더니 말리거나 볶아서도 먹는구나.
볶은 곤쟁이를 조금 집어 입에 털어 넣었다.
고소하고 짭짤한게 크기는 작아도 새우는 새우다.
정선읍내의 시장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면 황기백숙을 파는 집들을 심심치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백숙뿐만 아니라 별별 음식에 다 들어갈 만큼 황기가 유명한 곳이다.
나는 집에서도 엄마가 가끔 황기백숙을 해주기 때문에 정선에서 먹어보지는 않았다.
어디선가 한약 냄새와 고기삶는 냄새가 나길래 냄새를 따라가보니
"몸에 좋은 황기, 황기족발 사가세요"
족발을 삶고 있었다.
한 노스님이 말없이 족발을 내려다보고 계신다.
과연, 이 냄새는 불심도 능히 흔들어버릴만 하지 않은가!
체력은 국력!
스님, 몸에 좋은 황기족발 맛있게 드세요.
말린 산나물을 동그랗게 뭉쳐서 파는 좌판이 많았는데
아침에 먹은 곤드레나물이 떠올라서 찾아봤다.
한묶음에 만원. 맛있게 먹었던 거라 좀 사갈까 했는데
싼건지 비싼건지 감이 없어서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엄마, 곤드레나물 아나?" "모른다 와?" "아이다 됐다."
그래, 우리엄마는 경상도 사람이니까.
건어물을 파는 이 아저씨는 노가리 굽는 냄새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자, 노가리 까고 가세요!"
이 앞을 세번 지나갔는데 지나갈때마다 구운 노가리를 나눠주신다.
자, 또 문제. 이게 뭔지 아는 사람?
생강을 좋아하고 잘먹는 나도 이건 처음 봤다.
햇생강인데 이걸 말리면 우리가 아는 오른쪽의 모양이 된다고 한다.
경상도 촌놈이 정선에 와서 이것저것 많이 배워간다.
강원도하면 빼 놓을수 없는 찰옥수수.
어릴때 알갱이를 다 뜯어먹고난 뒤에도
달착지근한 옥수수대를 쪽쪽 빨던 기억이 난다.
"아이고, 어서 오드래요."
장터에 호박을 들고나오신 할머니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마다
안주도 없는 소주 한 잔을 권하며 인사를 나누신다.
장터 한가운데서 구성진 아리랑 공연에 이어
신명나는 사물놀이가 벌어지고 있다.
이것저것 볼것 많은 구경거리에 눈이 즐겁고
여기저기 구수한 음식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사물놀이와 아리랑 가락에 귀가 즐겁다.
한쪽에선 새끼를 꼬아 짚신, 바구니등 생활 소품을 만드는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누구나 옆에 앉아 배울수 있고, 또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도 있다고한다.
다른건 다 지나쳐도 이런건 도저히 그냥 지나칠 재간이 없다.
메밀전,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녹두전, ... 아...
한번은 지나쳐도 두번은 못참겠어서 결국 이것저것 집어먹고야 말았다.
빈대떡이야 말할것도 없고, 찰지고 맛있는 수수부꾸미가 어릴때 먹었던 그맛 그대로였다.
구수한 다시물 냄새에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이는 이곳에선
올챙이국수, 도토리묵 무침, 도토리묵 국수, 콧등치기 등을 팔고있다.
결국 여기서 점심으로 올챙이국수를 먹었다.
'올챙이국수'라고 했더니 누가 "그 뒷다리 앞다리 쑥쑥 그 올챙이 말이에요?" 하고
놀라며 물었는데, 이건 강원도 찰옥수수로 만든다. 면을 뽑을때 채를 통과한 반죽이
찬물에 떨어지면 그 모양이 마치 올챙이 같다고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젓가락으로는 잘 안집히기 때문에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후루룩 마신다.
아주 맛있다기 보다는 그냥 담백하고 구수한 맛이다.
5일장의 또다른 볼거리 하나는 정선 아리랑 창극 공연이다.
장터에서 조금 떨어진 정선 문화예술관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에만 공연을 하는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수 있다. 서울로 가는 차시간 때문에 공연을 볼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해마다 다른 내용으로 구성된 아리랑을 공연하는데
올해 공연의 제목은 <아! 정선, 정선아리랑>이다.
흥겨운 리듬, 정겨운 강원도 사투리 인사로 공연이 시작된다.
별다른 생각과 기대 없이 보러간 공연이었는데
뜻밖의 멋진 공연에 감동을 받았다.
"개구리란 놈이 뛰는 것은 멀리가자는 뜻이요
이내몸이 웃는것은 정들자는 뜻일세"
웃자!
"앞 남산에 딱다구리는 생구멍도 뚫는데
우리 집에 저 멍텅구리는 뚫어진 구멍도 못뚫네"
하하하!
너무 짧은 한시간 이었지만 정선 아리랑에 흠뻑 취할 수 있었던 멋진 공연이었다.
언제 다시 한번 가서 봐도 좋고, 내년에 다른 내용을 공연하면 꼭 가서 보고싶다.
공연장을 나섰을때 제법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고 있었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동서울로 가는 막차를 타기위해 터덜터덜 비를 맞으며 터미널로 걸어갔다.
사흘내내 가을비와 함께했던 이번 여행은 이렇게 정선아리랑에 흠뻑 취한채로 끝이났다.
(글|사진_잠든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