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사건은 ‘한국 연줄문화’ 결정판

장헤영2007.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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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위에 오른 ‘인맥공화국’

 

성공을 위해 각종 인맥을 동원했던 신정아씨의 전방위 로비 정황이 드러나면서 연줄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 연줄신화 신정아 = 1997년 통역 아르바이트로 금호미술관에 취직한 신씨는 가짜 예일대 학력으로 큐레이터가 됐다. 신씨는 전시회를 찾는 정관계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았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그때 만났다. 2002년 성곡미술관에 재취업했을 때는 캔자스대 학벌을 이용했으며 2005년 동국대 교수 임용 당시에는 끈끈한 불교 인맥으로 거센 반발을 무마했다.

청와대 불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이었던 변 전 실장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신씨의 보호막이자 인맥 확대 재생산의 토대가 됐다.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과 만나 의논할 만큼 불교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했던 변 전 실장은 장윤스님에게 외압을 가하기도 했다. 또 같은 경제기획원 출신인 한갑수 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대한민국은 연줄공화국 = 연줄문화는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인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임기내내 노 대통령은 386 인사와 부산 인맥의 돌려막기로 코드인사를 실시했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과 변 전 실장 등 측근비리 사건에서도 제식구 감싸기에 여념 없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정·관계 및 재계에서 대통령 모교인 부산상고 출신들이 활약한 것은 물론이다. 김상진(42)씨의 부산 민락동 콘도 개발 사업에서 부산상고 출신과 386그룹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것도 뿌리깊은 연줄문화 때문에 가능했다.

연줄타기는 다른 정권에서도 성행했다. 박정희 정권부터 시작된 경기고·서울대 인맥은 KS마크로 불리며 출세의 보증수표로 간주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육사와 서울대 법대 출신이 요직을 차지해 육법당이란 말이 나돌았고 노태우 정권때는 경북고 동창회가 각광을 받았다. YS 정권은 김영삼 대통령 모교인 경남고 출신이 권력의 요직에 포진해 ‘동창회 정권’이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지난 2월 일부 심사위원과 미술협회 간부의 돈잔치 및 인맥잔치로 비화된 미술대전 비리 사건 역시 연줄문화의 전형이었다. 체육계에서는 밀고 끌어주는 지독한 연줄문화 때문에 대표팀 감독은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공식까지 생겼다.

◆ 성공의 지름길 연줄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 ‘사회적 자본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여전히 학연, 혈연, 지연 중심의 전통적 관계망이 많다”고 분석했다. 국민 중 절반(50.4%)이 동창회에 가입해 있을 만큼 학연의 뿌리는 넓고 깊었다. 이어 종교단체(24.7%), 종친회(22.0%), 동호회(21.5%), 향우회(16.8%) 등이 순위를 차지해 혈연과 지연이 강세를 보였다.

공무원 사회에서의 연줄의 폐해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3월 충북 옥천군이 산하 공무원 3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43%)이 ‘승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능력보다 연줄’이라고 대답했다. 실제 외교통상부에서는 엘리트 코스인 워싱턴 대사관이나 북미국의 경우 특정대학 특정학과 출신이 아니면 지원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청비총’, 즉 청와대 파견, 비서관, 총무과(인사과)가 아니면 출세하기 힘들다는 설도 있다. ‘모피아(Mofia·재경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라는 말도 경제계를 장악한 재정경제부 출신들의 연줄문화 때문에 생겨났다.

박재창 YMCA 시민정치운동본부 대표는 “연줄문화는 폐쇄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사회일수록 강하다”며 “한국이 깨끗하고 질서있는 사회였다면 신정아씨처럼 연줄을 통한 사회적 출세는 발상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