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이경림2007.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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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없다.
내가 여섯살때 간경화로 돌아가셨다니까 기억나는 얼굴도
아마 사진때문인것 같구..
그치만 난 아버지가 없어서 많이 힘들거나 외로웠거나 했던것
같지도 않다. 워낙 깡촌에 살다보니, 술에 절어 욕을 퍼붓고
가족들 때리고 하는 동네 아저씨들 많이 본 까닭에 오히려
그런 아버지가 없음을 감사하고 싶었으니...

거기에 다행인건 난 아주 많이 아버지의 좋은점만을
기억하고 주변에서 들을 수 있었다는거다.
내 아버지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태어나 겨우 중학교 졸업하고
그 졸업장조차 공납금 못내서 졸업하고 몇달후 할머니가 보리쌀
이고가서 받아왔다고 한다. 어쩜 공부는 좀 하셨는지 그시절에
고시공부한다고 산속에 집지어놓고 들어앉으셨단다.
결국 모든게 쉽지않아 나중엔 양계장을 하셨던거 같다.
우리 할머니, 늘 말씀하셨다.
니 애비 너무 굶어서 어느날 혀가 입안으로 말려들어가서
할머니 급하게 쌀 꿔다가 죽쑤어서 입안에 퍼 넣었노라구.

결국 내 아버지는 막내동생 태어나던해 겨울 세상을 뜨셨다.
남동생이 세살이었는데 작은방에서 난리치며 울던 기억이 있다.
사람들이 아빠를 죽인다고... 옷이 벗겨지지 않아 가위로 잘라
냈단다. 그 죽음조차도 내겐 뚜렸한 기억이 없다.
내가 슬퍼했는지 어땠는지...
부분부분의 기억들도 정말 내가 기억하는건지 후에 들어서
내 기억으로 바꿔버린것인지 잘 모르겠구.

약간의 행복한 기억들...
아빠가 장롱에 동물과자를 사다 넣어놓고 조금씩 주셨던거 같다.
그리고 원기소라고 영양제인지 비타민인지 그런것을 주셨던
기억, 그 향이 기억난다.
내 아버진 내게 예쁘고 작은 양산을 사주고 싶어 하셨다고 한다.
예쁜 한복을 입히고 예쁜 양산을 씌워서 데리고 다니고 싶어하셨다구.
초등학교때, 선생님들이 네가 00딸이냐? 하며 아빠의 이름을
말했던 기억... 그때쯤이었을까? 내가 똑바로 살아가야할거 같은
책임감 비슷한걸 가진게... 암튼 그 이후로 난 제법 모범생으로
살수밖에 없었던듯하다. 최소한 내 고향안에서는...

암튼 난 내 아버지에대해 좋은 기억들만 지니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괜찮은 사람의 딸로 태어났다는거, 그건 내 삶을 제약하기도 했지만
내가 열심히 살아야할 이유도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