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뒤카스의 도쿄 분점 베이지. 내가 생각하는 도쿄라는 도시는 요리사이면서 디저트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선 종합선물세트 같은 곳이다. 맛있는 요리에 이어 끝까지 기분좋게 마무리해주는 숨은 마력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곳 베이지는 나의 욕구를 가장 잘 충족시켜줬던 곳이다. 내가 알랭뒤카스 라는 쉐프의 이름을 알게된 것은 그리 멀지 않은 과거다. 아니 이름은 들었더라도 그의 음식에 왜 사람들이 열광하는지에 대해선 이해하지 못했다.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그의 디저트 책을 처음 보았을 땐 그저 그런 디저트 책인줄 알았다. 일단 먼저 눈에 들어오는 비쥬얼적인 면에서 그리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그 책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고, 그의 심플하면서도 숨어있는 테크닉을 본 순간 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알랭뒤카스의 퀴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하나 하나 숨은 테크닉을 알아가는것이 놀랍고도 신기했다.
많은 요리사들이 알랭뒤카스를 요리사가 아닌 사업가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가 사업 수완이 좋은 요리사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오픈한 베이지는 '샤넬' 이라는 명품으로 치장한 캐주얼한 레스토랑이다. 일본이라는 나라, 그리고 샤넬 이미지, 모던한 프렌치 요리가 하나의 잘 포장된 상품으로 트랜드 세터와 미식가, 요리사들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하고 있다.
도쿄 긴자의 중심부에 위치한 샤넬 빌딩 10층에 베이지 레스토랑이 있다. 샤넬 빌딩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베이지의 입구이자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여기에 친절한 직원이 예약을 확인하고, 레스토랑까지 안내해준다.
샤넬 로고의 버튼. 샤넬이라는 이미지 마케팅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테이블 세팅. '베이지' 라는 이름처럼 모든것이 베이지톤으로 되어있다. 화사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분위기. 매끄러운 곡선의 둥근 접시가 상당히 동양적인 느낌이다.
나는 요리에 있어서 소금을 중요시 여긴다. 소금의 종류에 따라서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난다는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왼쪽 소금이 일본 에히메에서 난다는 소금이고, 오른쪽이 핑크 솔트다.
소금 스푼은 보기엔 요거트 떠먹는 스푼 같지만 상아같은 재질로 만들어졌다. 메모를 할 수 있게 테이블 위에 종이와 연필이 놓여져있다.
샴페인 잔과 물잔.
이태리 디자이너의 이름이 새겨진 물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그리고 저 글씨는 일일이
손으로 직접 쓴 것이다.
우리가 시킨 로제 샴페인 Bugey Cerdon.
연인들이 분위기 낼 때 마시기 딱 좋은 와인인데 어쩌다보니 이걸 시키게 되었다.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청량감이 입맛 돋궈주는 로제 와인. 약간의 딸기향이 느껴졌던...
첫번째 아뮤즈 부슈 파마산 슈. 파마산으로 만든 작은 슈다. 일전에 W호텔 키친에서 이것보다 큰 사이즈의 파마산 슈를 먹어본적이 있다. 그때도 참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먹어보니 역시나 맛있고, 재밌는 아이템이다.
엄지 손톱만하게 아주 쁘띠하다. 속은 텅비어 있고, 치즈의 향기가 강했다.
두번째 아뮤즈 부슈. 쥬키니 카푸치노. 일본풍의 잔에 한 입에 마실 수 있도록 내왔다.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왼쪽이 달콤한 맛의 레이즌 버터, 오른쪽은 그냥 버터.
세가지 모양의 빵. 왼쪽이 호밀빵, 오른쪽이 바게트. 마지막것이 샤넬 로고를 본따서 만들었다는
맛도 모양도 좋았던 빵까지... 겉에만 살짝 데운 느낌이 아니라 속까지 따뜻한 방금 오븐에서 구운 듯한 맛이었다. 수시로 따뜻한 빵을 추가해준다.
샤넬로고를 표현한 빵. 로고와는 많이 다르지만 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입술 같은 느낌도...
이걸 반 뜯어서 레이즌 버터를 발라서 먹음 진짜 최고. 요즘은 딱딱한 브레드보다 소프트한
이런 빵들이 더 땡긴다.
HOMEMADE "PAPILLONS" PASTA with walnut condiment, young onions/bacon, roasting juice
직접 만든 나비모양의 파스타와 호두, 검은 버섯, 베이컨, 양파 줄기, 로메인 레터스에 치킨 소스를 곁들였다. 치킨 소스는 손님 앞에서 직접 부어주었다. 요즘엔 소스를 이렇게 따로 부어주는 서비스가 유행인가보다. 파스타는 아주 얇게 밀었고, 쫄깃한 탄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소하게 씹히는 호두와 쫄깃한 버섯과 치킨 소스가 아주 잘 어울렸다. 베이컨이라고 메뉴에 나오는데 상당히 일반적인 베이컨보다 두꺼운 삼겹살 같았다. 여기에 가장 놀랐던 것은 아삭하다 못해 빳빳한 저 로메인 레터스를 동그랗게 잘라서 올려줬다. 이런 하나 하나가 정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들이다.
클로즈업. 아삭한 로메인의 식감이 아주 좋았다.
VELVETY CEPS/ CHESTNUT VELOUTE, whipped cream flavoured with chopped chervil
포치니 버섯에 각종 야채를 곁들이고, 밤으로 만든 벨루테 소스를 따로 부어준다. 셀러리와 당근, 밤, 배추 잎사귀, 그리고 쳐빌향의 크림에 포치니 버섯 파우더를 뿌려줬다. 체스트넛 벨루테의 크리미하면서도 리치한 맛이 좋았다.
이렇게 뜨거운 벨루테를 손님 앞에서 부어준다. 손님앞에서 바로 부어준다는건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속재료를 보여주기 위함도 있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뜻도 들어있다. 손님으로 하여금 신뢰감을 가지게 하고, 뭔가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끔 한다.
위에서 보면 체스트넛 벨루테의 진한 맛이 느껴진다.
붉은 당근을 삼각형으로 잘라서 세우고, 초록색의 배추 잎사귀와 하얀색 크림의 색의 조화가
일품이다. 베이지 음식의 특징은 강렬하게 야채 고유의 색을 잘 살려내고, 각각의 색과 맛의
조화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거 같았다.
사진에서 보면 주황색의 기름이 떠다니는데 이건 약간 매콤한 오일을 뿌린거 같았다. 복잡하고 미묘한 맛의 연속이다.
살짝 접시 뒷면을 보았다. 프랑스제 접시를 사용하고있다.
STEAMED SEA BREAM studded with chorizo, calamaretti and stewed coco beans/tomato
나는 육류요리보다 생선요리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메인에서 생선과 육류가 있다면 거의 생선을 시키는 편인데 이 생선은 내가 먹어본 도미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도미 사이에 짭짤하고 매콤한 스페인 소세지 초리죠를 박아넣었다. 거기에 코코빈 스튜와 새끼 문어를 곁들였다.
소스 이름은 메모했는데 제대로 못 적었다. 토마토와 와인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소스에 대한 느낌은 그저 그랬다.
코코빈 스튜에 토마토 소스와 발사믹을 뿌려서 풍미를 더해줬다. 여기서도 색의 조화를 위해서
일본에서 많이 먹는 미즈나를 꽂아줬다.
생선의 육질 클로즈업. 마치 실크 원단의 한올 한올의 실처럼 생선살의 결이 보인다. 스팀으로 찐건데 자세히 보면 살짝 덜 익었다. 그만큼 신선한 생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날로 먹을때의 신선함과 완전히 익혔을때의 담백함을 골고루 간직하고 있었던 생선요리였다. 개인적으로 생선요리를 잘하는 요리사가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한다. 박수쳐주고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요리였다.
베이지의 서비스는 정말 나를 감동시켰다. 영어 메뉴판(다른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준비안된곳도 많다) 을 준 것도 고마웠지만, 내가 시킨 메뉴를 따로 모아서 프린트 해왔다. 정말 감동 그 자체다. 나중엔 레스토랑 전체 메뉴판도 하나씩 복사해서 따로 챙겨주셨다.
프랑스 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디쉬. 프랑스 요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버터 풍미의 리치함과 혀 끝을 간지럽히면서 부서지는 밀훼유의 식감을 느낄수 있는 요리였다. 밀훼유라는 것이 정말 결 하나하나가 바삭하게 살아있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요리인데 부풀기도 잘 부풀었고, 결 사이사이에 공기가 들어있어 정말 아삭아삭 부서지는 느낌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여기서도 나왔다. 삼각형으로 자른 구운 호박. 저렇게 자르는것도 일이지만 반짝거리면서 적당히 익히기도 어려운데 참 잘 익혔다.
개인적으로 일렬로 세우는 스타일을 참 선호하는 편이다. 나라면 이 요리를 어떻게 놨을까 고민하다가 옆으로 살짝 내려봤는데... 음..처음에 나온 스타일이 더 나은거 같다. 밀훼유 위에 버터에 소테한 시금치를 샌드해줬다. 자칫 잘못하면 시금치의 버터 때문에 밑에 깔린 밀훼유가 눅눅해질수도 있는데 한결 한결의 바삭함 때문인지 잘 견뎌내고 있었다. 맨위에 넘이 무너져내리면 차례대로 무너져서 맛도 무너졌을텐데 기특한 녀석들이다. 검은깨를 넣어서 맛과 색도 좋아졌고, 왠지 디저트가 아닌 요리라는 것을 부각시켜주는거 같다.
잘 조리된 레몬 제스트가 입맛을 더욱 더 돋궈준다. 좀더 많이 곁들여줬다면 더 좋았을거 같다.
밀훼유의 결을 보여주기 위해 찍은것이다. 밀훼유는 천개의 잎사귀라는 뜻 처럼 얇은 버터 반죽이 여러겹 겹쳐있는것을 말한다. 굽는 온도나 수분 함량에 따라서 부푸는 정도가 다른데 정말 잘 부풀었고, 결이 살아있다.
이렇게 잘라서 한 입. 정말 또 먹고 싶다. 여기에서 소스가 두가지가 나왔는데 하나는 뜨거운 파마산 소스이고, 하나는 차가운 파슬리 소스였다. 사실 소스가 없어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였지만 오히려 소스들이 언밸런스 한 느낌이었다. 버터가 많이 들어간 요리에 파마산 소스는 왠지 너무 헤비해지는 느낌이고, 맛에 있어서도 그다지 조화롭지 못한거 같았다. 차라리 묽은 소스보다 딥 형태의 thick 하면서도 sour한 소스를 곁들였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후레쉬 아몬드. 처음 먹어봤다. 맛은 그냥 콩 맛...
화장실. 청결한 화장실은 좋은 레스토랑의 필수 요건. 그래서 일부러 화장실을 꼭 가본다. 가끔씩 보면 정말 아기자기 이쁘게 꾸민 화장실들이 있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여긴 그냥 깔끔한 화장실.
여긴 특이하게 레스토랑 홀에 음악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에서는 음악이 나온다. 의도적인것인가?
샤넬 비누를 사용한다. 돌아올 때 동생 선물 산다고 면세점에서 샤넬 비누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돈으로 만오천 정도 했었다.
예사롭지 않은 칼 등장. 메인이 곧 나올거라는 신호. 묵직하면서 그립감이 좋았던 나이프.
DUCK BREAST roasted on the spit topped with pink pepper, figs mamalade and sauteed apple, creamy polenta
잘 익힌 오리 가슴살과 무화과 마멀레이드, 래디쉬, 사과 그리고 따로 곁들여나온 폴렌타.
이제껏 내가 먹었던 오리가슴살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오리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지방이 많은것도 그렇고, 특유의 냄새도 딱 싫었는데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버렸던
오리가슴살 구이다. 속은 부드럽게 조리했고, 껍질은 바삭하게 구워서 기름을 쫙 빼줬다. 저 정도로 익혔는데도 누린내가 전혀 안 난다는건 좋은 오리를 써서일까? 마리네이드를 잘해서일까?
암튼 참 부드럽고 맛있었던 오리고기였다.
오리고기 클로즈업. 껍질쪽에 잔칼집을 넣어서 익혔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오리고기의 싸이즈는 절반 싸이즈인데 하나를 조리해서 반으로 나눴을까? 아닌거 같다. 의도적으로 고기의 익힘 정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옆을 살짝 트리밍한거 같다. 고기위로 뿌려진 핑크페퍼와 솔트가 오리고기의 맛을 돋궈준다.
소스는 dolce forte 라고 했는데.. 뭔지 자세히 모르겠다. 여기서도 워낙에 고기가 맛있어서 소스에 대한 느낌은 약했다.
이쁜 그릇에 따로 담겨온 폴렌타. 아..폴렌타에 대한 나의 느낌은 우리나라 6~70년대 못살던 시절에 먹던 옥수수죽 같은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걸 먹어보고 나서 이런 맛도 낼 수 있구나 란걸 깨달았다.
메뉴명에 보면 크리미한 폴렌타라고 나오는데 정말 크리미하고 부드럽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알갱이의 질감. 하나하나 살아있으면서도 따로 놀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오리가슴살에 무화과 마멀레이드를 발라서 한 입 쓰윽~ 고기를 많이 안 드셔보신 분이라면 저런 빛깔의 오리 고기에 먼저 거부감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먹어보면 생각이 바뀐다.
KUROGEGYU BEEF, cooked on the spit, bone marrow and red wine pepper sauce
소고기는 일본산을 쓰고 있다. 고기맛을 잘 모르는 내가 먹어도 맛있고 부드러운 고기다. 하지만 그냥 맛있는 안심 스테이크였다.
앞에서 클로즈업. 먹음직스럽게 조리했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이 다소 어수선한 듯...
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딱 알맞게 맛있게 익었다.
이 고기도 결이 한올 한올 보인다. 아까전의 생선처럼... 이것이 부드러움을 표현해주는 듯...
감자 색도 이쁘면서 바삭하게 잘 튀겼다. 이 감자를 만드는 사진을 이전에 친구의 도움으로 봤었다. 감자를 만도린을 이용해서 돌려 깎은 다음 철로 된 막대에 스프링 형태로 말아준다. 그 다음 튀길때 형태가 흐트리지지 않게 특수 제작된 틀에 넣어서 고정시키고 기름에 튀겨준다. 나는 예전에 집게로 양쪽을 잡고 튀겨본적이 있다. 무지 뜨겁고, 완전 노가다다.
댄디한 샤넬 정장을 입은 여자 안내원. 이 직원은 손님을 레스토랑으로 안내하거나 화장실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음식 딜리버리는 하얀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하고, 슈트를 입은 사람은 캡틴이나 매니져 정도 되는거 같다. 왼쪽에 있는 검은 슈트를 입은 직원이 우리 테이블의 음식 설명을 해주었는데 특유의 일본식 영어 발음이라 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참 인상좋고, 친절했다. 나중에 주방에 부탁해서 주방도 구경시켜주고...
레스토랑 분위기와 잘 맞는 세련된 직원들.
TIMBALE OF SEASONAL VEGETABLES
프랑스제 르 크루제 주물 냄비에 담겨온 야채 팀발. 크루제의 냄비는 정말 요리사나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탐나는 물건이다. 특히 가장 많이 팔리고 식욕을 돋궈주는 오렌지 컬러의 냄비는 정말 사고싶다.
검은색은 왠지 우리의 솥같은 느낌이 난다. 하나하나 동그랗게 자른 모양이며, 색깔의 조화, 익힘 정도가 예술이다.
이렇게 자르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을테고, 담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것이다. 그렇기에 더 맛있게 느껴졌던 야채 팀발. 근데 이걸 메인 코스 다음에 주는건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밑에는 샴페인 버섯 로얄을 깔아줬다. 의도적인건지 몰라도 저 로얄이 간이 쎘다. 야채가 좀 심심하긴 했지만 같이 먹어도 짠 정도였다.
정말 아기자기한 프리젠테이션이다. 나뭇잎을 받쳐주는 쎈스까지...
프리디저트로 나온 마카롱. 녹차와 초콜렛 마카롱이다. 볼륨이 좀 적다. 나중에 따로 싸준 마카롱을 삐에르 에르메의 마카롱과 비교해봤는데 볼륨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났었다. 난 개인적으로 빵빵하게 부풀은 마카롱을 선호한다. 그게 필링도 많이 차있고, 상대적으로 필링의 단맛을 많이 보완해준다.
녹차 필링 겉에 뿌린 녹차잎도 좋고, 색깔도 이쁜데 너무 달았던 기억이 난다. 마카롱이 얇아서 더 달게 느껴졌던 녹차 마카롱.
마카롱 중에 가장 좋아하는게 초콜릿 마카롱이다. 속에 필링이 딱 좋았는데 역시나 겉면이 부실하다. 크리스피한 질감도 없다. 만든지 오래된듯한 눅눅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마카롱의 대명사 에르메와 같이 먹어보면 확실히 비교가 된다.
샤넬 로고의 비터 스위트 초콜릿. 역시나 샤넬 이미지를 부각시킨 상품이다. 샤넬 로고의 초콜릿이 귀족적인 느낌을 준다. 이걸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왠지 모르게 중세 유럽의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초콜릿. 쌉싸름하면서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낼름 집어 먹었더니 나중에 한번 더 갖다줬다.
FIGS cooked and raw, sweet melting cream, lime-vanilla sorbet
처음에 샤넬 초콜릿 프랄린을 시켰다가 옆 테이블에서 이 디저트가 나오는걸 보고는 급하게
바꿨다. 모양도 이쁘고 무화과랑 샤벳이 마구 마구 손짓을 해서 이걸로 급변경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음식을 먹는 동안 로제 와인 한 잔으로 목을 축였다. 물은 따로 시켜야 하기에 비싼 물 시키느니 참자고 그 돈으로 다른거 먹자고 참고 먹었다. 그래서 와인도 아껴 아껴 마셨는데 디저트까지 참으려니 힘들었었다. 이건 정말 말 못할 에피소드다ㅡㅜ
그 시점에서 먹은 저 라임 바닐라 샤벳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새콤함과 시원함..저 한 스푼으로
이 디저트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이 라임 바닐라 샤벳. 라임 샤벳에 대한 기억이라면 예전에 리스토란테 에오에서 먹었던 정말 말못할 정도로 시던 라임 샤벳이 기억나는데 이건 적당한 산도와 당도, 그리고 부드러운 텍스춰까지 갖췄다. 같은 음식이라도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맛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이날의 라임 샤벳은 정말 최고였다.
얼마전에 새로 출시한 파인애플 디저트다. 파인애플이라는 과일이 디저트로 쓰기엔 그다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아닌데 참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그러고 보니 난 아직 파인애플을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어본게 없는거 같다. 한번 시도해 볼만한 아이템이다. 길쭉한 사각형의 스타일은 딱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소스처리가 맘에 안 든다.
저 하얀 것이 요거트 크림인데 무스에 가깝다. 그리고 그 밑에 깔린 한 장의 얇은 화이트 초콜릿.
이런것이 알랭뒤카스 디저트의 매력이다. 그냥 보면 잘 모르는거지만 맛과 모양에 상당히 신경을 쓴것이 보인다. 포치한 파인애플과 요거트 크림 사이를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과 질감과 맛의 보완이다. 그리고 크림과 같은 싸이즈로 잘라진 것도 깔끔하다.
포치한 파인애플 과육과 요거트 크림, 그리고 그 위에 있는 파인애플 다이스와 라임젤리, 금박을 곁들였다.
망고 샤벳은 찍는걸 깜빡하고 다 먹고 나서야 뒤늦게 찍었다. 이건 그냥 평범한 망고 샤벳.
메뉴를 복사해서 이렇게 포장해서 주었다. 메뉴판을 요구하는 사람은 대부분 요리사일것이다.
아니면 미식가들.. 그들을 위해서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하는 레스토랑은 분명히 좋은 레스토랑으로 요리사와 미식가들의 기억에 남을것이고, 또 그들을 통해서 이 곳을 찾게될 사람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다.
우리의 빌. 상당히 만족스러운 런치였다. 나중에 후회했지만 갸네흐를 런치에 가고, 베이지를
디너에 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친절하게 주방을 구경시켜줬다. 페스츄리 쉐프와 인사를 나누고, 그에게 정중하게 싸인을 요청했다.
나중에 내가 오픈할 레스토랑에 다른 나라의 요리사들이 찾아와서 이렇게 싸인을 요구하는 날이
올까??? 그런날이 온다면 기분좋게 해줄것이다.
베이지의 쉐프 드 퀴진. 이름은 까먹었다. 이그제큐티브 쉐프는 미팅 나가서 만날 수가 없었다.
베이지 도쿄 by 알랭뒤카스
도쿄 긴자의 중심부에 위치한 샤넬 빌딩 10층에 베이지 레스토랑이 있다. 샤넬 빌딩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베이지의 입구이자 엘리베이터가 나온다. 여기에 친절한 직원이 예약을 확인하고, 레스토랑까지 안내해준다.
샤넬 로고의 버튼. 샤넬이라는 이미지 마케팅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테이블 세팅. '베이지' 라는 이름처럼 모든것이 베이지톤으로 되어있다. 화사하면서도 안정감을 주는 분위기. 매끄러운 곡선의 둥근 접시가 상당히 동양적인 느낌이다.
나는 요리에 있어서 소금을 중요시 여긴다. 소금의 종류에 따라서 미묘한 맛의 차이가 난다는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왼쪽 소금이 일본 에히메에서 난다는 소금이고, 오른쪽이 핑크 솔트다.
소금 스푼은 보기엔 요거트 떠먹는 스푼 같지만 상아같은 재질로 만들어졌다. 메모를 할 수 있게 테이블 위에 종이와 연필이 놓여져있다.
샴페인 잔과 물잔.
이태리 디자이너의 이름이 새겨진 물잔.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그리고 저 글씨는 일일이
손으로 직접 쓴 것이다.
우리가 시킨 로제 샴페인 Bugey Cerdon.
연인들이 분위기 낼 때 마시기 딱 좋은 와인인데 어쩌다보니 이걸 시키게 되었다.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청량감이 입맛 돋궈주는 로제 와인. 약간의 딸기향이 느껴졌던...
첫번째 아뮤즈 부슈 파마산 슈. 파마산으로 만든 작은 슈다. 일전에 W호텔 키친에서 이것보다 큰 사이즈의 파마산 슈를 먹어본적이 있다. 그때도 참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먹어보니 역시나 맛있고, 재밌는 아이템이다.
엄지 손톱만하게 아주 쁘띠하다. 속은 텅비어 있고, 치즈의 향기가 강했다.
두번째 아뮤즈 부슈. 쥬키니 카푸치노. 일본풍의 잔에 한 입에 마실 수 있도록 내왔다.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었다.
왼쪽이 달콤한 맛의 레이즌 버터, 오른쪽은 그냥 버터.
세가지 모양의 빵. 왼쪽이 호밀빵, 오른쪽이 바게트. 마지막것이 샤넬 로고를 본따서 만들었다는
맛도 모양도 좋았던 빵까지... 겉에만 살짝 데운 느낌이 아니라 속까지 따뜻한 방금 오븐에서 구운 듯한 맛이었다. 수시로 따뜻한 빵을 추가해준다.
샤넬로고를 표현한 빵. 로고와는 많이 다르지만 참 기발한 아이디어다. 입술 같은 느낌도...
이걸 반 뜯어서 레이즌 버터를 발라서 먹음 진짜 최고. 요즘은 딱딱한 브레드보다 소프트한
이런 빵들이 더 땡긴다.
HOMEMADE "PAPILLONS" PASTA with walnut condiment, young onions/bacon, roasting juice
직접 만든 나비모양의 파스타와 호두, 검은 버섯, 베이컨, 양파 줄기, 로메인 레터스에 치킨 소스를 곁들였다. 치킨 소스는 손님 앞에서 직접 부어주었다. 요즘엔 소스를 이렇게 따로 부어주는 서비스가 유행인가보다. 파스타는 아주 얇게 밀었고, 쫄깃한 탄력을 가지고 있었다. 고소하게 씹히는 호두와 쫄깃한 버섯과 치킨 소스가 아주 잘 어울렸다. 베이컨이라고 메뉴에 나오는데 상당히 일반적인 베이컨보다 두꺼운 삼겹살 같았다. 여기에 가장 놀랐던 것은 아삭하다 못해 빳빳한 저 로메인 레터스를 동그랗게 잘라서 올려줬다. 이런 하나 하나가 정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들이다.
클로즈업. 아삭한 로메인의 식감이 아주 좋았다.
VELVETY CEPS/ CHESTNUT VELOUTE, whipped cream flavoured with chopped chervil
포치니 버섯에 각종 야채를 곁들이고, 밤으로 만든 벨루테 소스를 따로 부어준다. 셀러리와 당근, 밤, 배추 잎사귀, 그리고 쳐빌향의 크림에 포치니 버섯 파우더를 뿌려줬다. 체스트넛 벨루테의 크리미하면서도 리치한 맛이 좋았다.
이렇게 뜨거운 벨루테를 손님 앞에서 부어준다. 손님앞에서 바로 부어준다는건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속재료를 보여주기 위함도 있고,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뜻도 들어있다. 손님으로 하여금 신뢰감을 가지게 하고, 뭔가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게끔 한다.
위에서 보면 체스트넛 벨루테의 진한 맛이 느껴진다.
붉은 당근을 삼각형으로 잘라서 세우고, 초록색의 배추 잎사귀와 하얀색 크림의 색의 조화가
일품이다. 베이지 음식의 특징은 강렬하게 야채 고유의 색을 잘 살려내고, 각각의 색과 맛의
조화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거 같았다.
사진에서 보면 주황색의 기름이 떠다니는데 이건 약간 매콤한 오일을 뿌린거 같았다. 복잡하고 미묘한 맛의 연속이다.
살짝 접시 뒷면을 보았다. 프랑스제 접시를 사용하고있다.
STEAMED SEA BREAM studded with chorizo, calamaretti and stewed coco beans/tomato
나는 육류요리보다 생선요리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메인에서 생선과 육류가 있다면 거의 생선을 시키는 편인데 이 생선은 내가 먹어본 도미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도미 사이에 짭짤하고 매콤한 스페인 소세지 초리죠를 박아넣었다. 거기에 코코빈 스튜와 새끼 문어를 곁들였다.
소스 이름은 메모했는데 제대로 못 적었다. 토마토와 와인으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소스에 대한 느낌은 그저 그랬다.
코코빈 스튜에 토마토 소스와 발사믹을 뿌려서 풍미를 더해줬다. 여기서도 색의 조화를 위해서
일본에서 많이 먹는 미즈나를 꽂아줬다.
생선의 육질 클로즈업. 마치 실크 원단의 한올 한올의 실처럼 생선살의 결이 보인다. 스팀으로 찐건데 자세히 보면 살짝 덜 익었다. 그만큼 신선한 생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날로 먹을때의 신선함과 완전히 익혔을때의 담백함을 골고루 간직하고 있었던 생선요리였다. 개인적으로 생선요리를 잘하는 요리사가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한다. 박수쳐주고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요리였다.
베이지의 서비스는 정말 나를 감동시켰다. 영어 메뉴판(다른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는 준비안된곳도 많다) 을 준 것도 고마웠지만, 내가 시킨 메뉴를 따로 모아서 프린트 해왔다. 정말 감동 그 자체다. 나중엔 레스토랑 전체 메뉴판도 하나씩 복사해서 따로 챙겨주셨다.
실버웨어는 프랑스제 Christofle 을 사용.
CRISPY "FEUILLETE" garnished chanterelles mushrooms/pumpkin
프랑스 요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디쉬. 프랑스 요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버터 풍미의 리치함과 혀 끝을 간지럽히면서 부서지는 밀훼유의 식감을 느낄수 있는 요리였다. 밀훼유라는 것이 정말 결 하나하나가 바삭하게 살아있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요리인데 부풀기도 잘 부풀었고, 결 사이사이에 공기가 들어있어 정말 아삭아삭 부서지는 느낌이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여기서도 나왔다. 삼각형으로 자른 구운 호박. 저렇게 자르는것도 일이지만 반짝거리면서 적당히 익히기도 어려운데 참 잘 익혔다.
개인적으로 일렬로 세우는 스타일을 참 선호하는 편이다. 나라면 이 요리를 어떻게 놨을까 고민하다가 옆으로 살짝 내려봤는데... 음..처음에 나온 스타일이 더 나은거 같다. 밀훼유 위에 버터에 소테한 시금치를 샌드해줬다. 자칫 잘못하면 시금치의 버터 때문에 밑에 깔린 밀훼유가 눅눅해질수도 있는데 한결 한결의 바삭함 때문인지 잘 견뎌내고 있었다. 맨위에 넘이 무너져내리면 차례대로 무너져서 맛도 무너졌을텐데 기특한 녀석들이다. 검은깨를 넣어서 맛과 색도 좋아졌고, 왠지 디저트가 아닌 요리라는 것을 부각시켜주는거 같다.
시금치 옆으로 곁들여진것은 건포도와 호박, 후레쉬 아몬드, 파슬리, 레몬 제스트이다. 투명하게
잘 조리된 레몬 제스트가 입맛을 더욱 더 돋궈준다. 좀더 많이 곁들여줬다면 더 좋았을거 같다.
밀훼유의 결을 보여주기 위해 찍은것이다. 밀훼유는 천개의 잎사귀라는 뜻 처럼 얇은 버터 반죽이 여러겹 겹쳐있는것을 말한다. 굽는 온도나 수분 함량에 따라서 부푸는 정도가 다른데 정말 잘 부풀었고, 결이 살아있다.
이렇게 잘라서 한 입. 정말 또 먹고 싶다. 여기에서 소스가 두가지가 나왔는데 하나는 뜨거운 파마산 소스이고, 하나는 차가운 파슬리 소스였다. 사실 소스가 없어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였지만 오히려 소스들이 언밸런스 한 느낌이었다. 버터가 많이 들어간 요리에 파마산 소스는 왠지 너무 헤비해지는 느낌이고, 맛에 있어서도 그다지 조화롭지 못한거 같았다. 차라리 묽은 소스보다 딥 형태의 thick 하면서도 sour한 소스를 곁들였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후레쉬 아몬드. 처음 먹어봤다. 맛은 그냥 콩 맛...
화장실. 청결한 화장실은 좋은 레스토랑의 필수 요건. 그래서 일부러 화장실을 꼭 가본다. 가끔씩 보면 정말 아기자기 이쁘게 꾸민 화장실들이 있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여긴 그냥 깔끔한 화장실.
여긴 특이하게 레스토랑 홀에 음악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에서는 음악이 나온다. 의도적인것인가?
샤넬 비누를 사용한다. 돌아올 때 동생 선물 산다고 면세점에서 샤넬 비누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돈으로 만오천 정도 했었다.
예사롭지 않은 칼 등장. 메인이 곧 나올거라는 신호. 묵직하면서 그립감이 좋았던 나이프.
DUCK BREAST roasted on the spit topped with pink pepper, figs mamalade and sauteed apple, creamy polenta
잘 익힌 오리 가슴살과 무화과 마멀레이드, 래디쉬, 사과 그리고 따로 곁들여나온 폴렌타.
이제껏 내가 먹었던 오리가슴살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오리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지방이 많은것도 그렇고, 특유의 냄새도 딱 싫었는데 그런 나의 고정관념을 무참히 깨버렸던
오리가슴살 구이다. 속은 부드럽게 조리했고, 껍질은 바삭하게 구워서 기름을 쫙 빼줬다. 저 정도로 익혔는데도 누린내가 전혀 안 난다는건 좋은 오리를 써서일까? 마리네이드를 잘해서일까?
암튼 참 부드럽고 맛있었던 오리고기였다.
오리고기 클로즈업. 껍질쪽에 잔칼집을 넣어서 익혔다. 여기서 의문점 하나. 오리고기의 싸이즈는 절반 싸이즈인데 하나를 조리해서 반으로 나눴을까? 아닌거 같다. 의도적으로 고기의 익힘 정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옆을 살짝 트리밍한거 같다. 고기위로 뿌려진 핑크페퍼와 솔트가 오리고기의 맛을 돋궈준다.
소스는 dolce forte 라고 했는데.. 뭔지 자세히 모르겠다. 여기서도 워낙에 고기가 맛있어서 소스에 대한 느낌은 약했다.
이쁜 그릇에 따로 담겨온 폴렌타. 아..폴렌타에 대한 나의 느낌은 우리나라 6~70년대 못살던 시절에 먹던 옥수수죽 같은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걸 먹어보고 나서 이런 맛도 낼 수 있구나 란걸 깨달았다.
메뉴명에 보면 크리미한 폴렌타라고 나오는데 정말 크리미하고 부드럽다. 그러면서 살아있는 알갱이의 질감. 하나하나 살아있으면서도 따로 놀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오리가슴살에 무화과 마멀레이드를 발라서 한 입 쓰윽~ 고기를 많이 안 드셔보신 분이라면 저런 빛깔의 오리 고기에 먼저 거부감이 들수도 있다. 하지만 먹어보면 생각이 바뀐다.
KUROGEGYU BEEF, cooked on the spit, bone marrow and red wine pepper sauce
소고기는 일본산을 쓰고 있다. 고기맛을 잘 모르는 내가 먹어도 맛있고 부드러운 고기다. 하지만 그냥 맛있는 안심 스테이크였다.
앞에서 클로즈업. 먹음직스럽게 조리했다. 하지만 프리젠테이션이 다소 어수선한 듯...
고기는 미디엄 레어로 딱 알맞게 맛있게 익었다.
이 고기도 결이 한올 한올 보인다. 아까전의 생선처럼... 이것이 부드러움을 표현해주는 듯...
감자 색도 이쁘면서 바삭하게 잘 튀겼다. 이 감자를 만드는 사진을 이전에 친구의 도움으로 봤었다. 감자를 만도린을 이용해서 돌려 깎은 다음 철로 된 막대에 스프링 형태로 말아준다. 그 다음 튀길때 형태가 흐트리지지 않게 특수 제작된 틀에 넣어서 고정시키고 기름에 튀겨준다. 나는 예전에 집게로 양쪽을 잡고 튀겨본적이 있다. 무지 뜨겁고, 완전 노가다다.
댄디한 샤넬 정장을 입은 여자 안내원. 이 직원은 손님을 레스토랑으로 안내하거나 화장실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음식 딜리버리는 하얀셔츠에 검은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하고, 슈트를 입은 사람은 캡틴이나 매니져 정도 되는거 같다. 왼쪽에 있는 검은 슈트를 입은 직원이 우리 테이블의 음식 설명을 해주었는데 특유의 일본식 영어 발음이라 좀 알아듣기 어려웠지만 참 인상좋고, 친절했다. 나중에 주방에 부탁해서 주방도 구경시켜주고...
레스토랑 분위기와 잘 맞는 세련된 직원들.
TIMBALE OF SEASONAL VEGETABLES
프랑스제 르 크루제 주물 냄비에 담겨온 야채 팀발. 크루제의 냄비는 정말 요리사나 주부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탐나는 물건이다. 특히 가장 많이 팔리고 식욕을 돋궈주는 오렌지 컬러의 냄비는 정말 사고싶다.
검은색은 왠지 우리의 솥같은 느낌이 난다. 하나하나 동그랗게 자른 모양이며, 색깔의 조화, 익힘 정도가 예술이다.
이렇게 자르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을테고, 담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을것이다. 그렇기에 더 맛있게 느껴졌던 야채 팀발. 근데 이걸 메인 코스 다음에 주는건 조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밑에는 샴페인 버섯 로얄을 깔아줬다. 의도적인건지 몰라도 저 로얄이 간이 쎘다. 야채가 좀 심심하긴 했지만 같이 먹어도 짠 정도였다.
정말 아기자기한 프리젠테이션이다. 나뭇잎을 받쳐주는 쎈스까지...
프리디저트로 나온 마카롱. 녹차와 초콜렛 마카롱이다. 볼륨이 좀 적다. 나중에 따로 싸준 마카롱을 삐에르 에르메의 마카롱과 비교해봤는데 볼륨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났었다. 난 개인적으로 빵빵하게 부풀은 마카롱을 선호한다. 그게 필링도 많이 차있고, 상대적으로 필링의 단맛을 많이 보완해준다.
녹차 필링 겉에 뿌린 녹차잎도 좋고, 색깔도 이쁜데 너무 달았던 기억이 난다. 마카롱이 얇아서 더 달게 느껴졌던 녹차 마카롱.
마카롱 중에 가장 좋아하는게 초콜릿 마카롱이다. 속에 필링이 딱 좋았는데 역시나 겉면이 부실하다. 크리스피한 질감도 없다. 만든지 오래된듯한 눅눅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마카롱의 대명사 에르메와 같이 먹어보면 확실히 비교가 된다.
샤넬 로고의 비터 스위트 초콜릿. 역시나 샤넬 이미지를 부각시킨 상품이다. 샤넬 로고의 초콜릿이 귀족적인 느낌을 준다. 이걸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왠지 모르게 중세 유럽의 귀족이 된 듯한 느낌을 주는 그런 초콜릿. 쌉싸름하면서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낼름 집어 먹었더니 나중에 한번 더 갖다줬다.
FIGS cooked and raw, sweet melting cream, lime-vanilla sorbet
처음에 샤넬 초콜릿 프랄린을 시켰다가 옆 테이블에서 이 디저트가 나오는걸 보고는 급하게
바꿨다. 모양도 이쁘고 무화과랑 샤벳이 마구 마구 손짓을 해서 이걸로 급변경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음식을 먹는 동안 로제 와인 한 잔으로 목을 축였다. 물은 따로 시켜야 하기에 비싼 물 시키느니 참자고 그 돈으로 다른거 먹자고 참고 먹었다. 그래서 와인도 아껴 아껴 마셨는데 디저트까지 참으려니 힘들었었다. 이건 정말 말 못할 에피소드다ㅡㅜ
그 시점에서 먹은 저 라임 바닐라 샤벳의 맛은 정말 최고였다. 새콤함과 시원함..저 한 스푼으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옆에서 보면 생무화과가 하나 깔려있다. 속에 크림이 필링되어있다.
크렘브휠레를 연상시키는 설탕 막. 색깔이 참 먹음직스럽다. 살짝만 대도 부서지는 느낌이다.
밑에 커스터드 크림이랑 먹으면 꽤 맛있다.
이 디저트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이 라임 바닐라 샤벳. 라임 샤벳에 대한 기억이라면 예전에 리스토란테 에오에서 먹었던 정말 말못할 정도로 시던 라임 샤벳이 기억나는데 이건 적당한 산도와 당도, 그리고 부드러운 텍스춰까지 갖췄다. 같은 음식이라도 그날의 기분이나 상황에 따라 맛에 대한 느낌이 달라진다. 이날의 라임 샤벳은 정말 최고였다.
샤벳 위에 오일을 뿌렸다. 어떤 효과일까?
살짝 드라이한 무화과. 쫀득쫀득하니 맛있다.
POACHED PINEAPPLE, light yogurt cream, mango sorbet
얼마전에 새로 출시한 파인애플 디저트다. 파인애플이라는 과일이 디저트로 쓰기엔 그다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아닌데 참 고급스럽게 연출했다. 그러고 보니 난 아직 파인애플을 이용한 디저트를 만들어본게 없는거 같다. 한번 시도해 볼만한 아이템이다. 길쭉한 사각형의 스타일은 딱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소스처리가 맘에 안 든다.
저 하얀 것이 요거트 크림인데 무스에 가깝다. 그리고 그 밑에 깔린 한 장의 얇은 화이트 초콜릿.
이런것이 알랭뒤카스 디저트의 매력이다. 그냥 보면 잘 모르는거지만 맛과 모양에 상당히 신경을 쓴것이 보인다. 포치한 파인애플과 요거트 크림 사이를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역할과 질감과 맛의 보완이다. 그리고 크림과 같은 싸이즈로 잘라진 것도 깔끔하다.
포치한 파인애플 과육과 요거트 크림, 그리고 그 위에 있는 파인애플 다이스와 라임젤리, 금박을 곁들였다.
망고 샤벳은 찍는걸 깜빡하고 다 먹고 나서야 뒤늦게 찍었다. 이건 그냥 평범한 망고 샤벳.
메뉴를 복사해서 이렇게 포장해서 주었다. 메뉴판을 요구하는 사람은 대부분 요리사일것이다.
아니면 미식가들.. 그들을 위해서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하는 레스토랑은 분명히 좋은 레스토랑으로 요리사와 미식가들의 기억에 남을것이고, 또 그들을 통해서 이 곳을 찾게될 사람들에게도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것이다.
우리의 빌. 상당히 만족스러운 런치였다. 나중에 후회했지만 갸네흐를 런치에 가고, 베이지를
디너에 갔더라면 더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았다.
친절하게 주방을 구경시켜줬다. 페스츄리 쉐프와 인사를 나누고, 그에게 정중하게 싸인을 요청했다.
나중에 내가 오픈할 레스토랑에 다른 나라의 요리사들이 찾아와서 이렇게 싸인을 요구하는 날이
올까??? 그런날이 온다면 기분좋게 해줄것이다.
베이지의 쉐프 드 퀴진. 이름은 까먹었다. 이그제큐티브 쉐프는 미팅 나가서 만날 수가 없었다.
런치 서비스를 마치고, 정리하고 있는 스테트들. 사진에서 많이 보던 낯익은 얼굴들이다.
조리모는 디너 서비스 전 까지 창가에 일렬로 모셔두고....
나오면서 예쁘게 세팅된 접시들 한 컷.
원래 다 주는건지 나갈 때 마카롱을 선물해줬다. 작지만 기분 좋은 선물이다.
정말 기분 좋게 식사하고,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이 좋은 기억들이 머리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 기억이 사라지기전에 다시 또 찾고 싶은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