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들 담배 심부름을 해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가영2007.10.03
조회280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제가 한 일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이 서질 않아서 글을 올려 봅니다.

 

처음에 '담배를 좀 사다달라'는 청소년들을 만난 것은 올해 봄이었습니다.

대치동 K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 모퉁이에 파란색 간판의 부동산이 있고, 그 옆에 작은 편의점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편의점 옆쪽에 피씨방 입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과외를 마치고 그 길을 따라 나오고 있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두명이 "저기요" 하면서 말을 걸더군요.

그 학생들은 가슴 아래까지 오는 머리길이에 사복을 입고 피씨방 입구 앞에 쪼그려 앉아있다가 저를 보고 벌떡 일어난 거였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담배 좀 사주시면 안돼요?" 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순간적으로 인터넷 뉴스에서 많이 봤던 '일진' 문제가 단번에 떠올랐습니다.

지나친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앞에 서 있는 학생들은 소위 '노는 학생'들과는 거리가 멀어보였고, 저는 이 학생들이 담배를 사가지 않으면 큰일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떨떠름하지만 "그래요 사줄께요..."라고 하고 제 지갑을 꺼내서 편의점에 가려고 했습니다.

(사주시면 안돼요? 라고 해서 제 돈으로 사달라는 건 줄 알았거든요)

 

그랬더니 그 학생들이 돈을 내밀면서 던힐 뭐라는 담배 상표를 말했고, 저는 바로 옆의 편의점에 들어가서 신분증을 검사받고 담배를 샀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에게 담배를 건네면서 (여전히 찝찝한 기분이었죠)

"너무 많이 피우진 마세요..."라고 하고 돌아왔어요.

 

그리고 그 일을 한참 동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개강한지 얼마 안된 9월, 아침에 자취방에서 학교에 가는 길에서 다시 담배를 사다달라고 하는 학생과 마주쳤습니다.

이 동네에는 학교가 많아서 교복을 잘 구별할 순 없었습니다.ㅜ

그 학생은 흰색 블라우스에 회색 바지를 입고 있었고, 회색의 약간 두꺼운 마의를 벗어서 들고 있었습니다.

 

그 남학생은 말투가 굉장히 어눌했고, 태도도 주눅들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전번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편의점 근처에 서있었어요. 꼬깃꼬깃한 4천원을 내밀면서 굉장히 어려운 담배 이름 두개를 말하더군요.

저는 그 학생의 태도를 통해서 일단 사다줘야할 것 같다고 또 판단했고, 편의점에 가서 그 담배를 샀습니다. (천원이 모자라길래 제 돈으로 충당했어요...)

그리고 학생한테 건네주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뭔가 딱히 말이 되어서 나오질 않더군요.

 

이런 일이 두번이나 있다보니 저도 제 행동에 대해서 약간 죄책감도 느끼고, 제가 옳은건지 판단이 서질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학생 입장을 가장 잘 알 수 있을 과외학생들, 그리고 제 친구들 여러명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하나같이 제가 잘못했다고 하더군요.

요새 불량학생(?)들은 그런거 일부러 불쌍한척 연기해서 사다달라고 하는거라고... 다 자기들이 피우는거라고...

하지만 전 학창시절에 왕따도 겪어보고, 선배들로부터 집단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적도 있었기 때문에 그 학생들을 그렇게 매도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 학생들이 정말로 어떤 압력 때문에 담배 심부름을 하게 된 걸 수도 있지 않나 싶어서요... 얼마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10대 포주 얼짱 뭐 그런 사건도 있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알고 다 함께 노력해갔으면 좋겠습니다.